야수들의 밤
오시이 마모루 지음, 황상훈 옮김 / 황금가지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오시이 마모루는 공각기동대/기동경찰 패트레이버 등 애니메이션 거장이다. 동적이면서도 묘하게 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그. 소설을 썼다기에, 어떨까-- 했는데, 0_0 오오-- 이것 참! 기대 이상으로 멋진 게 아닌가!! 사고에 대한 사고(메타 인지)... 인물들의 대화를 들으며 머리 속에 떠오른 단어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이나, 미셸 리오 불확정성의 원리를 읽으면서 느껴지는 그 무엇(!)이 야수들의 밤에도 흐르고 있었다. 오시이 마모루 님의 깊은 정신세계에 새삼 탄복했달까.(아울러 읽고 싶은 인간만 읽어- 라는 듯, 대중성 따윈 팽개친 터프함에도..^^;a)

대략 1960년대 말에서 70년대 사이 일본에는 정치적 시위와 투쟁의 시기가 있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도 종종 등장하는 그것) 그 때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주인공 레이는 고등학생 과격파; 라고나 할까. 무당파(당파가 없음)이기도 하고. 시민들과 대학생들 틈바구니의 소수 고교생으로서 시위에 참여하고 학교에서 삐라도 뿌리고(;) 하는 소위 운동권(?).

어느날 밤 대규모 시위에서 경찰과 부딪치자 도망치던 와중에, 일본도를 든 여고생(미모의..그러나 야수같은 눈을 한;)과 마주친다. 그녀 뒤의 두 명의 외국인과 흥건한 피 및 '그것'의 시체. 자신이 진정 [보았는지] 아니면 [보았다고 믿는 것]인지 의심하던 레이는 결국 본 것을 믿지 않으면 현실은 어찌 살아갈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결론에 도달, 자신이 본 것을 확신하게 된다. 꾀죄죄한 형사가 찾아오고, 그는 일련의 고교생 연쇄살인에 대해 말하며 레이가 그날 밤 본 것을 추궁. 이 형사와 레이 및 레이네 학교 운동권 몇 명이 사건을 뒤쫓는다..로 보이지만!! 과연..?? 형사의 정체가 아주 압권!! (이단심문관이라니~~!!! )

야수들의 밤이란 제목이 암시하듯이, [피에 젖은 그것]과 [야수의 눈을 한 여고생 사야]와 [인간이 아닌 살인범]이라는 야수들이 등장한다. 그러나 읽고나면 과연 야수들이 그들인 것인가..의문을 품게 된다. 로스차일드 가문의 노인장과 형사의 대화에서, 그리고 형사와 운동권 아이들의 대화에서 나오는 인간의 잔인성과 인간에 대한 회의. 결국 야수들은 인간들이다. 인간 전체다. 그리고 야수들의 밤은 인간들의 삶에 다름아니다.

초반부엔 정치적 내용과 용어가 좀 많아서 그런 쪽 지식이 없는 분들은 따분할지도.. (저야 뭐, 정치학과니..ㅡ,ㅡ; 읽으면서 우리나라 정치와 비교하면서 공부도 좀 했습니다만;;)아무튼, 스릴러랄까 미스테리랄까.. 젤 비슷한 느낌은 움베르토 에코 장미의 이름. 작가의 깊은 지식이 곳곳에서 묻어나는 것 하며..^^;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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