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뢰도 9
검류혼 지음 / 명상 / 2002년 1월
평점 :
절판


비뢰도..1권에서 끝냈더라면 재밌는 무협지로 길이길이 기억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아마도. 고아인 소년이 섬세한 손재주로 인해 숨은 천하제일인 비뢰문의 장문인의 단 하나뿐인 후계자가 된다. 그 비뢰문은 '비뢰도'라는 얇은 비도를 사용하며 섬세한 손기술이 무엇보다 요구된다. 사문의 보물은 거문고다. 주인공 비류연은 미소년이지만 앞머리로 얼굴을 가리고 있으며, 그 사부는 소년노동력 착취의 괴팍한 술꾼이다. 설정 자체는 얼마나 흥미로운가 말이다.

그런데 문제는! 갈수록 심해지는 '말장난'이다. 단어 하나가 언급되면 그것에 대해 연상되는 모든 것을 지리하게 늘어놓는데, 그것은 소설전개와 하등의 상관이 없는 단지 '페이지늘리기'에 다름아니다. 게다가 갈수록 개연성 없어지는 전개. 똑똑하다 영리하다 냉철하다 표현되는 천무학관의 제인물들은 확연한 증거 앞에서도 비류연의 능력을 인정하지 않는다. 또 성질더럽다는 비류연은 어떤 장면에선 지나치게 관대하고 어떤 장면에선 이해할 수없이 막무가내에 억지다.

무엇보다 작가가 비류연의 입을 빌어 말하는 세인들에 대한 비판. 비류연 자신이 그런 말할 자격이 없는데다, 그 비판이란 것들은 하나같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로 세상사람 모두를 싸잡는다. 비뢰도..처음의 정신으로 돌아가던가 아니면 때려치웠으면 한다. 일부에서는 작가가 돈맛을 알아 늘이고 있다..라는 말도 나돌고 있다. 처음 그 소릴 접했을 땐 설마했는데, 8권인가..거기서 팔목 붙들고 실랑이하는데 책 반을 소비하는 걸 보고 나도 의심하게 됐다. 비뢰도...으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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