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도둑
아사다 지로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학내 서점을 찾았다가 신간코너에서 아사다 지로 신작 '장미도둑' 발견! 아사다 지로..라 함은 내 속에서 '눈물빼기천재작가'로 낙인찍힌 분이 아니던가! 철도원이라는 중단편집에서 철도원과 러브레터로 엄청나게 울게 만들었던 바로 그 작가. 특유의 섬세한 감성-도저히 아저씨라고 믿기 힘든!-은 그대로였지만, 은근슬쩍 뒤집어지게 만드는 그 유머라니! (정녕 아사다 지로씨십니까? 라고 묻고 싶은 기분..) 특히 표제인 '장미도둑'과 '가인'은 가히 절정이다.

초등학생 꼬맹이의 시점으로 전개되는 장미도둑은, 한마디로 하자면..외국인 학교 주위에 위치한 상류층 부인네들이 무더기로 교사 닉씨(이 넘 참..)에게 희롱당한다(?)는 내용이다. (과연..? 나의 꾸리한 시점이 이렇게 만천하에 공개되는군.) 요이치 엄마를 위시한 이웃 귀부인들을 모두 희롱한 닉씨! 그는 또한 주인공 요이치와 친구들이 잡으려던 장미절도사건(이 동네에선 집집마다정원에 품종도 다양한 장미를 키우고 있음)의 범인이기도 한 것이다. 흠흠..여기서 장미의 의미가 이중적으로 상당히 야시꾸리하게 해석이 되는데..

크루즈 선장으로 전세계바다를 항해하는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들로 이루어진 이 소설은, 멋모르는 순진한 꼬맹이의 눈으로 씌어져 더욱 감칠맛(?)이 났다고나 할까. 어쨌든 꽤나 심각하고 어두울 수도 있는 내용이었음에도 되려 밝고 유쾌한 면이 훨씬 부각됐다는 것을 높이 평가한다.

'가인', 이것은 엄청 짧은 단편임에도 무지하게 강렬한 내용으로 파바박 와닿는 소설이다. 아들내외집으로 크리스마스와 설을 쇠러 온 일흔이 다 된 노모가 아들의 부하직원인 잘생기고 능력있고 성격좋은 완벽한 미혼남자와 사랑에 빠진다는 충격적인 내용으로, 사태를 눈치채고 어버버~하는 아들과 비교적 빠르게 충격을 갈무리한 며느리의 만담같은 대화가 정말이지 웃겼다! 무엇보다 그 다정한 연인(?)을 갈라놓기보다 인정하고 이후에 어떻게 할지를 고민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좋았다고나 할까? 후훗.

이 외에 수국꽃정사나 히나마츠리 같은 것은 철도원 류의 감성이 그대로 이어져 가슴을 아련하게 울렸다. 역시 아사다 지로란 생각을 다시금 해봤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