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창기병 6
권병수 지음 / 청어람 / 2001년 9월
평점 :
품절


여왕의 창기병, 정말 흥미진진한 소설입니다. 다만 몰입의 시간이 좀 오~래 필요하달까요? 이 소설은 비단천의 한 끝자락부터 시작해서 전체의 무늬를, 질감을 그리고 펄렁일 때의 아름다움을 알 수 있는 그런 류의 구성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보면 볼수록 더욱 더 빠져들게 되는 거지요. ^^ 대충 휘리릭~ 넘겨보면 피와 살이 튀는 전투, 전투..그것밖에 없는 듯 하지만 꼼꼼히 보면완전히 다른 세계가 펼쳐집니다. 전략, 정략, 정세가 휘몰아치는 속에서의 개인들의 삶,삶..

평화로운 소영지에서부터 시작된, 소심하고 고지식한 영주 튜멜 남작, 지적인 노처녀 레미 아낙스, 정체를 알 수 없는 떠돌이마법사 하 이언의 여행기. 곧이어 움직이는 성채라 불리는 노전사 파일런 디르거가 합류하고, 우.연.히 떠들썩한 용병부녀와 하이스카우터란 남자가 합류합니다. 점점 늘어가는 일행들, 서로의 정체를 캐묻지 않고 은유적 표현과 암시로 미묘한 대화를 전개하면서도 그들은 점점 '동료'가 되어갑니다.

그리고 단순한 동기로 시작된 여행- 레미 아낙스가 '새벽의 기사'에 대한 편지때문에 마족왕국 카민으로 가려는 여행 -은 주여행지인 라이어른 연합의 정세와 중앙대교국과 얽힌 종교적 사항들, 그리고 국제적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맞물려 한없이 복잡해집니다.
무엇보다~^^ 이 여행가집단은 말이죠, 하나같이 평범한 인물이 없거든요~

제일 베일에 쌓인 인물은 하 이언. 농담의 기사단장이라곤 하나 그게 어느 나라 건지... 추기경의 수행도 했다, 이교도의 사막국에도 가봤다, 정세에도 빠삭하다.. 으음..정말 미스테리야.. 또 뭐 독자는 다 압니다만, 책에선 정체가 안 드러난 레미 아낙스. 그녀는 아마 초강대국 크림발츠의 여왕일 겁니다. 그녀가 여왕자리에서 도피하고 있는 이유는 아직 명확히 안 드러났는데, 아마 너무나 잘났던(그리고 제가 무진장 좋아하는)오라버니 카시안 왕자의 죽음과 뭔가 관련이 있지 않아서일까..짐작해봅니다. 그가 전사한 5차 동방원정에 참가한 데에는 아마도 그녀의 탓이 컸지 않았을까..요? 그녀의 여행의 이유인 새벽의 기사란 카시안 왕자 - 크림발츠의 새벽을 여는 자 - 니까요.

흐음..여왕의 창기병이 좋은 이유 중 하나가 작가님은 무엇하나 명확하게 드러내지 않는단 겁니다. 독자는 그저 자신의 기억력에 의존해서 '?권쯤에 이런 대사가 있었으니까 지금 ?권에서 일이 이렇게 되는 거군.. '하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즐겨야합니다.(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1~7권까지 한번에 쌓아놓고 봐야 제격이란 말을 드리고 싶군요)

처음 몇 권에선 무지 짱나게 굴던 소심쟁이 튜멜남작의 괄목할만한 변화도 정말 초진지모드인 이 책의 웃음거리(?)입니다. 4권에서 하 이언의 애인 뱀파이어 카라를 대성당에서 변호하던 그의 그 언행이란!! 모두를 워햄머로 맞은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죠.(저 역시..) 뭐, 그 이후에도 계속 소심합니다만(그래서 여전히 짜증도 납니다만) 조금씩 변해가는 그 모습니 정말 보기좋죠.

다소 진지한 와중에 가벼운 웃음도 선사하는 여왕의 창기병.
탄탄하게 짜여진 재미있는 소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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