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아쓰카와 다쓰미 지음, 이재원 옮김 / 리드비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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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 인간? 밀실? 제목부터 흥미 유발을 제대로 하는 책이라 기대하면서 펼쳤는데요. 이 소설의 작가 도대체 누굽니까? 어떻게 4개의 단편소설 모두 이렇게 기발하고 재미나고 신선할 수가 있나요? 한국도 미스터리 작가들의 활약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고 있지만, 역시 일본 미스터리는 대단하네요! 2020년과 2021년 일본 미스터리 랭킹을 휩쓸며 베스트셀러에 오른 작품! 신선한 설정과 치밀한 트릭이 장기인 일본 미스터리계의 유망주 아쓰카와 다쓰미가 바로 제가 궁금했던 작가라는데요. 이 이름 기억하고 있어야 할 듯합니다.

 


 

“무사하신가요? 무사하시면 대답해 주세요. 이 건물 안에 투명인간이 숨어들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나를 공포에 떨게 한 것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다. 어때서, 남편이, 나이토 겐스케가 여기 있는 거지? / p.28


 

누구나 한 번쯤은 '투명인간이 된다면 무슨 일을 해볼까?'라는 상상을 해보지 않잖아요. 살짝 엉큼한 일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멋진 히어로가 될 기회를 찾아보기도 하고, 그동안 가지고 싶었던 물건들을 탐내보는 상상들 말이에요.

 

하지만, 투명인간병에 걸리면 그다지 행복하지만은 않은가 보네요. 지나가는 사람들과 마구 부딪치고, 다친 곳이 안 보이니 치료도 받지 못하고.. 게다가 폭력을 당해도 증명할 수가 없다네요. 그런데 투명인간병 치료제를 개발하는 교수가 살해를 당했다? 그것도 치료제가 필요 투명인간에게? 전문 살인범도 아니고 착한 남편과 살고 있던 아내에게? 그런데, 살인 현장인 교수실 밖에 갑자기 남편이 나타났다? 완전 밀실인 이 곳에서 어떻게 탈출하지? 뭔가 계획이 제대로 꼬인 느낌이지 않나요?? 어떤 전개와 반전이 있을 지 궁금하지 않나요?

 


 

4편의 단편소설 모두 본격 미스터리 작품이라 너무 많이 말해버리면 절대 안 되겠죠? 미스터리는 힌트와 트릭, 그리고 반전이 바로 이야기의 핵심이잖아요. 하지만, 정말 말해드리고 싶어서 입이 근질근질하네요. 투명인간병이 사회적 이슈가 된 사회에서 치료제를 개발하는 교수를 살해한 투명인간 이야기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 아이돌 팬 간의 살인사건을 판결하기 위해 모인 오타쿠 재판원과 재판관 이야기 <6명의 열광하는 일본인들>, 청력이 남다른 탐정이 녹음 파일만으로 살인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 <도청당한 살인>, 선상에서 벌어지는 미스터리 추리 게임 중에 벌어진 진짜 납치 사건 <13호 선실에서의 탈출>. 딱 여기까지만 이야기 드릴 수 있을 듯하네요. 이 정도면 스포일러 하나도 안 한 거죠? 그렇죠??

 


 

4편의 단편소설들은 각기 다른 소재와 다른 이야기였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더라고요. 첫 시작에 인용구 한 구절이 들어가 있다는 점이오. 이야기와도 연결된 글귀들이었는데요. G.K.체스터턴의 <보이지 않는 남자>, 레지널드 로즈의 <성난 사람들12>, 코난 도일의 <노란 얼굴>, 맥스 앨런 콜린스의 <타이타닉호의 살인>에 나오는 한 구절들이 적혀있었는데요. 마지막 부분에 실린 작가의 말에도 나와있는데요. 이렇게 언급된 소설들은 발상의 토대가 되었고, 설정이나 구성을 참고했던 작품들이었다네요. 약간의 오마주였나요? 다양한 작품에서 뽑아낸 하나의 작품, 그리고 그 작품에서 다시 다양한 작품으로의 확장! 이런 뒷이야기도 재미난 소설들이네요!

 


 

약간의 사족을 덧붙이자면, <투명인간은 밀실에 숨는다>는 신생 출판사 리드비의 두 번째 출간 도서였답니다. 첫 번째 출간 도서인 <레이디 셜록. 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도 재미났지만, 원래 후속작이 더더더 중요하잖아요! 처음에만 반짝 흥행하고 후속타가 약해서 망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하지만, 리드비는 엄청나게 재미난 책들을 잔뜩 list up 하고 계신 듯하네요! 리드비 칭찬합니다! ㅎㅎㅎ 다음 작품도 기다리고 있을게요!!

 


 

 

출판사 지원도서를 읽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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댄싱 걸스
M.M. 쉬나르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시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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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활동보다 개인 활동이 중심이 되어버린 코로나 시대. 이 시대에 가장 HOT한 산업이 바로 게임산업이 아니었을까 싶은데요. 게다가 점점 발전하는 가상현실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는 메타버스 속에서 또 다른 나를 만들고 있잖아요. 심지어 가상 인간 인플루언서들이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고요. 영화에서처럼 정말로 미래에는 리얼 현실보다 가상 현실이 주된 활동 영역이 되는 걸까요? 이번 생은 망했지만, 가상현실에서의 생으로 보상받을 수 있는 걸까요?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라는 게임 혹시 아시나요? 줄여서 “wow”라고 하는 게임인데요. 저도 직접 해보지는 않았지만, 워낙 유명한 게임인지라 많이 들어는 본 게임이랍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플레이하는 다중 접속 롤플레잉 게임의 대표작! 또 다른 내가 활동하는 또 다른 세상인데요. '태어나 보니 나'인 현실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나'를 만들 수 있는 사이버 세상. 그렇기에 자신의 숨겨진 욕망이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곳이 바로 게임 속 세상일 듯한데요. 바로 그곳에서 살인자는 희생자를 찾았다고 합니다. 오오!! 기발하면서도 무서운 이야기!! 충분히 가능한 이야기!! 이미 누군가 새로운 사냥감을 찾고 있을 것만 같은 이야기!! 연쇄살인범의 이야기를 만나봤답니다

 


 

핵심은 뭔가 하면 우리에게 증거가 하나도 없다는 거야. 정체불명의 이 남자가 누구인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거지. /p.163


춤추는 듯한 기괴한 자세로 죽은 여성들의 시체가 잇따라 발견되는데요. 현장에는 아무런 증거도 없고, 희생자들은 아무런 연결고리도 없고, 경찰과 FBI는 수많은 사건들로 관심도 없고.. 총체적 난국입니다. 가장 신난 건 바로 살인범이군요. 연쇄살인범은 자신의 완벽한 범죄에 희열을 느낍니다. 다음 희생자를 찾아 나서죠. 하지만,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 인간은 언젠가 실수를 하는 법! 충분한 경험과 준비, 그리고 스스로 통제할 수 있다고 믿었지만, 그의 살인 충동은 점점 강해지고 조그마한 실수는 끈질긴 형사에게 발견되고 마는데요.. 과연 잡히는 걸까요? 잡는 걸까요?

 


 

너는 내가 시키는. 대로 춤을 췄어. 내 뜻대로 먹고 마셨고. 내가 의도한 대로 불타오르는 욕정을 느꼈지. 그리고 이제 마침내 죽음을 맞이했지. /p.12


 

희생자의 모든 것을 자신이 통제했다는 권능감! 바로 연쇄살인범들이 살인 중독에 빠지게 만드는 감정일 텐데요. 이번 살인범도 역시 비슷하네요. 가족을 배신하고 불륜을 저지르는 유부녀를 처단한다는 의미까지 부여하며.. 자신의 뛰어난 능력과 훌륭한 계획으로 한 명의 희생자를 선정하고 접근하고 친해지고 만나서 죽이는 일련의 게임을 즐기는 연쇄살인범! 하지만, 그의 게임은 점점 어려워집니다. 게임이란 원래 단계가 지날수록 어려워지는 거잖아요. 그리고 어려워질수록 도전의식과 성취감이 증가하는 법!! 만만치 않은 상대와 시작한 게임. 그리고 점점 그의 정체에 가까워지기 시작한 경찰. 과연 결론은?

 


 

안 좋았던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정상적인 삶을 살 수 없는 이들. 한 단계 한 단계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완성된 그만의 살인 방법. 점점 짧아지는 살인 간격과 넘치는 자신감 때문에 발생한 약간의 실수. 솔직히 이러한 패턴들은 그동안 읽었던 많은 추리 소설과 미스터리 소설들에서 이미 만나봤던 이야기들이었답니다. 너무 정직한 스토리였는데요. 하지만, 신간도서답게 최신 온라인 게임을 통한 완전 범죄는 신선했네요. 그리고 마지막 반전도요. 책의 뒤표지에 “조 푸르니에 시리즈의 다음 편” 언급이 있던데요. 아무도 관심 없던 사건들을 끈질기게 추적해서 연쇄살인임을 밝혀낸 형사 조 푸르니에의 다음 신간도서를 기대해 봅니다. 좀 더 화끈하고 좀 더 깜짝 놀라게 해주길 바라며 북리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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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열린책들 세계문학 276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윤옥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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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라는 작가를 아시나요? 굉장히 발음에 유의해야 하는 이름인데요..ㅎㅎ 얼마 전부터 책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자주 언급되던 작가라 궁금했는데 이번에 만나게 되었답니다. 알고 보니 일본 근대 문학의 대문호인 나쓰메 소세키. 늦은 나이에 신경치료의 일환으로 글을 쓰게 되었고, 신문 연재소설의 특성상 재미가 있었고 중년의 원숙하고 느긋한 연륜이 있었기에 그의 소설들은 베스트셀러였다고 하네요. 일본 소설은 주로 전문화된 추리소설이나 탐정소설을 주로 만나봤는데, 결이 다른 이야기일 듯하여 기대하면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인간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 사랑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 그러면서도 자신의 품에 들어오려는 사람을 팔 벌려 껴안아 주지 못하는 사람. 그게 선생님이었다. /p.24


 

아무런 관계가 없었던 선생님을 만나게 된 것은 어느 해수욕장에서였다며 첫 만남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야기. 선생님과 나의 이야기라고 해서 스승과 제자 관계인 줄 알았더니 그건 아니더라고요. 갓 스무 살이 된 나와 서른쯤 된 선생님의 이야기. 그다지 재미나지 않을 듯싶었는데요. 남녀 관계도 아니고, 특별한 관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재미난 사건으로 만난 것도 아닌 두 사람! 하지만, 선생님에게 비밀이 있었네요. 자신에게는 아무런 가치가 없다며 스스로를 경멸하는가 하면, 자신은 인간 전체를 믿지 못한다고 하는가 하면, 젊은이에게 사랑은 죄악이라고 이야기를 하네요. 우와! 이렇게 비관적이고 우울한 이는 처음이네요.

 


 

 

나는 지금 스스로 내 심장을 가르고 그 피를 귀하의 얼굴에 끼얹으려 하는 것입니다. 내 심장의 고동이 멈췄을 때 귀하의 가슴에 새로운 생명이 깃들 수만 있다면 나는 그걸로 만족합니다./p.168


 

이 소설은 아무래도 선생님의 과거를 파헤치는 추리소설이 아닐까 싶네요. 알듯 말듯 한 힌트들을 던지면서도 뚜렷하게 알려주지 않는 그의 과거! 흐릿한 윤곽은 보이지만, 뚜렷한 정체는 알 수가 없네요. 언젠가 때가 되면 모든 것을 알려주겠다는 선생님. 나와 선생님의 이야기인 1부와 부모님과 나의 이야기인 2부를 지나, 선생님과 유서 3부에서 모든 이야기가 밝혀집니다. 제목 그대로 선생님의 유서가 나에게 전달되었거든요. 선생님의 자서전. 선생님이 살아온 인생과 경험들을 차분한 어조로 이야기하면서 젊은 나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하네요.

 


 

이 소설은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요? 소설의 배경이 되었던 시절, 메이지 천황의 죽음으로 한 시대가 막을 내리던 시절이라는 것을 알면 조금 알겠더라고요. 서양 문물이 쏟아져들어오고 발전된 기술과 제도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던 그 시절! 빠르게 변하는 삶이었지만, 사람들의 생각은 미쳐 따라가지 못하던 혼란의 시대! 그 시절의 신구 세대의 갈등이 바로 이 소설의 주된 사건이었더라고요. 10살밖에 안되지만 나와 선생님으로 대변되는 구세대와 신세대, 부모님과 나로 대변되는 도시와 시골, 나와 K에게서 보이는 같은 또래지만 차이가 나는 신념.. 바로 이런 차이가 만들어내는 이야기가 아니었나 생각이 드네요.

 


 

신문에 연재되었던 소설인지라, 짧게 짧게 호흡을 가져가는 구성이었답니다. 그리고 연재소설 특성상 재미가 있어야 하기에 어렵게 읽히는 이야기는 아니었어요. 선생님과 나의 일상적인 만남과 대화가 위주였지만.. 선생님의 과거를 궁금해하는 나의 이야기였지만.. 엄청난 사건사고가 버라이어티하게 펼쳐지지는 않았지만.. 꾸준히 읽게 만드는 매력이 있네요. 이것이 바로 나쓰메 소세키 소설의 힘인가 봅니다. 그래서 외국 베스트셀러로써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았던 일본 대문호의 작품인가 보네요. 세계문학전집에서 만나본 일본 소설, 그의 다른 작품들도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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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피터 스완슨 지음, 노진선 옮김 / 푸른숲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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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이래저래 바쁘다는 이유로, 또는 다른 재미난 것들이 많다는 이유로 멀리했던 책. 2년 전쯤에 다시 독서에 재미를 붙이고 책을 읽기 시작했는데요. 하지만, 수많은 책들 중에서 재미난 책들을 발굴하기는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책 읽는 시간만큼 필요한 것이 바로 재미난 책을 선정하는 것이었는데요. 그 시절에 눈에 들어왔던 책이 바로 <죽어 마땅한 사람들>이라는 책이었답니다. 제목부터 기대되는 책이었을뿐더러, 많은 블로거들이 추천하는 스릴러 소설이었거든요. 바로 그 책 하나로 기억 속에 저장된 작가 “피터 스완슨”.. 그의 신간도서였기에 주저 없이 집어 들었답니다.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이라.. 살인사건 이야기인 듯한데요. 완벽한 살인? 게다가 8건이나 된다고요? 그의 대표작 <죽어 마땅한 사람들>처럼 역시 심상치 않은 제목인데요. 책 제목 하나는 정말 인정해야 할 듯합니다. 이번 신간도서의 제목은 미스터리 서점 주인인 맬컴 커쇼가 서점 블로그에 제일 처음 올린 글의 제목이었다네요. 범죄소설 전문가가 선정한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이야기! 걸작도 베스트셀러도 아닐 수 있지만, 똑똑하고 독창적이고 실패할 염려가 없는 살인을 저지른 작품 리스트라고 하네요. 우와!

 


 

문제는 바로 이 여덟 건의 살인사건을 모방해서 누군가 연쇄 살인을 하고 있다는 거였답니다. 완벽한 살인! 사실 연쇄 살인인지도 알 수 없는 사건들이지만, 뛰어난 FBI 요원 그웬 멀비가 눈치를 채고 맙니다. 아니, 범인의 남긴 힌트들을 유심히 보고 알게 된 거죠! 이건 연쇄살인이야! 그리고 맬컴 커쇼의 서점 블로그에 있는 완벽한 살인 도서 list를 따라 한 거야!! 과연 누가? 그리고 왜? 모든 진실은 과거에 있었는데요. 서점 주인 맬컴과 FBI 요원 그웬이 연결된 과거의 가슴 아픈 사건들. 이 사건들은 맬컴의 과거 그림자가 찾아오는 걸까요? 사필귀정인가요? 두구 두구 두구!! 전혀 생각하지 못한 범인!! 그리고 결말!!

 


 

이 소설의 백미는 뭐니 뭐니 해도 다양한 범죄소설들이 인용되고 응용되고 있다는 것이었답니다. 미스터리 서점 주인이 주인공이었을 뿐만 아니라 여덟 건의 완벽한 살인 소설에서 시작된 이야기인 만큼 언급되는 다양한 책들! 읽다 보면 이 책에 나온 책들을 찾아보고 싶어지더라고요. 밀실에서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사라져버리는 A.A. 밀른의 <붉은 저택의 비밀>, 시골 의사가 아내를 독극물로 살해하는 앤서니 버클리 콕스의 <살의>, 알파벳에 집착해서 범죄 장소와 희생자를 선정하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 살해한 남편을 자살한 것처럼 열차 선로에 가져다 놓은 제임스 M의 <이중 배상>, 익명의 동업자와 상대가 원하는 대상을 죽여주는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열차 안의 낯선 사람들>.. 8편의 선정된 완벽한 살인은 소설 전체에서 계속되네요. 멋진 콜라보입니다! 멋진 오마주이네요!

 


 

제가 느끼기에는 살짝 아쉬운 결말이었어요. 반전이 있기는 했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움을 주는 반전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유명한 범죄자가 아닌 다양한 범죄 소설을 모방하는 범인이라는 방식은 독특했답니다. 그리고 주요 내용과 사건의 전말이 다 나와있어서 여러 권의 소설을 책 한 권에서 다 읽은 느낌!? ㅎㅎ 피터 스완슨의 다음 신간도서도 기다려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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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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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욕이 나온 적이 있었던가 싶네요. 본인도 모르게 욕이 나오는 소설을 쓴 김유담 작가님은 도대체 누구신가요? 어떻게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시는 건가요? ‘사랑과 전쟁’ 같은 재현 드라마보다 더 깊숙한 이야기! 그냥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 가운데 누군가의 이야기! 그 누구도 아닌 어느 순간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그런 10개의 단편 소설들. 전부 다른 주인공의 전부 다른 이야기였지만, 대한민국 여성들의 ‘돌봄 노동’이라는 공통된 이야기였답니다.. 안타깝고 부끄럽고 답답하고 한숨만 나오는 그런 이야기였어요. 어휴… 젠장!

 


 

늙은 노부모의 병수발,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시월드, 원더우먼만이 가능한 육아와 직장생활, 인터넷 맘 카페에서 만난 동네 이웃과의 불편함, 타인과 가족 사이 어딘가에 있는 시터와의 동거 등등.. 여자의 적은 여자였고, 여자의 적은 가족이었고, 여자의 적은 남편이었으며, 여자의 적은 대한민국이었네요. 그렇다면 그녀 편은 누구인 걸까요? 단편 하나하나 모두 너무 공감되면서도 짜증 나는 상황이라 욕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답답한 마음에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네요. 누구를 위한 노동인가요?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긴 아는 걸까요? 돌봄이라는 것이 사랑과 정성이 있어야만 하겠지만, 희생과 노력도 있어야하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나요?

 


 

그것은 대물림이라기보다는 ‘되물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나. 아니면 되풀이나 되갚음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나는 뒷덜미를 세게 물린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p.48


 

"난 우리 엄마와는 다르게 살 거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아들에게는 아버지의 성과 재산이 대물림이 되지만, 대한민국 여자들에게는 대물림이 아닌 되풀이라네요. 시할머니에게서 어머니로,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로 넘어오는 남성위주의 삶은 되풀이일 뿐이라고 하네요. 이런 되풀이! 가정뿐만이 아니라 직장, 사회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출산이라는 과업을 수행해야하는 어머니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당하고 미안해해야만 하는!! 이건 되풀이도 대물림도 되면 안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변해야하고 멈춰야하고 사라져야하는 관습일 겁니다.

 


 

너무 당연했다는 이유로.. 정말 몰랐다는 핑계로..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이기심 때문에.. 누군가는 혼자 짊어져야만 했던 무거운 짐들.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생각이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까지 저는 동의하기 어렵네요. 아직도 관계 속에서 누군가는 분명 고통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돌봄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돌봐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죠. 과연 이 관계는 원만한 해결 방법이 있는 걸까요? 누군가 아시면 좀 알려주세요. 제발요..!

 


 

대한민국 모습을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낸 김유담 작가께 반해버린 단편소설들이었어요. 읽으면서 정말 거짓말 안하고 8번은 작가님 대단하다며 감탄을 했거든요. 알고 보니 신동엽문학상에 김유정작가상까지 수상한 능력자시더라고요.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만났지만, 만날 수 밖에 없었떤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멋진 작품과 작가님은 언젠가 만나게 되어있거든요. 김유담 작가의 다른 작품들 꼭 챙겨 보고 싶어졌어요. 저의 한국작가 베스트에 쏙! 추천도서에 쏙!

 


 

 

출판사 지원을 받았으나, 지극히 솔직하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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