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단단한 하루 - 누드 사철 제본
지수 지음 / 샘터사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오늘 하루 어떻게 보내셨나요? 요즘 잘 지내고 계시나요? 하루하루 어떤 모습과 어떤 생각과 어떤 느낌으로 보내고 있으실까 궁금하네요. 하지만, 바쁘고 지치고 힘든 하루가 지나고 보면 이런 생각도 하기 힘들기도 하더라고요. 때로는 허무감과 함께 공허함까지 느껴지는 하루도 있더라고요.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하고 사는 걸까? 나만 이렇게 지내는 걸까? 나는 괜찮은 걸까? 잘 지내고 잘 살고 있는 거겠지? 이런 질문들이 머릿속에 가득 떠오르는.. 바로 이런 날에 필요한 것은 위로와 공감, 응원 한마디가 아닐까 싶은데요. 귀여운 핑크 토끼가 들려주는 나를 돌보는 이야기,, 소소하지만 차근차근 쌓아가면서 단단한 하루를 만드는 웹툰 그림책은 어떨까 싶네요. 요즘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SNS와 여러 권의 책을 통해서 다정한 위로와 따뜻한 응원을 전하는 토끼툰을 그리고 있는..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릴 때 가장 행복하다는 지수 작가의 소개글을 읽으면서 너무나도 좋은 문구가 있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소중한 것을 더 소중하게 누릴지를 궁리한다는.. 읽는 순간 너무나 마음에 들더라고요. 더 많은 것을 더 다양한 것을 내 것으로 만들려는 노력이 아니라, 지금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더 많이 최대한 만나려고 한다는 이야기잖아요. 너무나도 공감하게 되었고, 그녀의 생각에 감동하고 말았거든요. 그래서일까요? <오늘도 단단한 하루>라는 제목이 더 마음에 와닿습니다. 어떤 그림으로 담은 에세이일까 궁금해지네요. 그리고 어떻게 단단한 하루를..???




피부도, 마음도, 통장도, 근육도, 능력도.. 전부 다 하루하루 굴려야 생기는 덩어리다. 중요한 건, 성실히 굴리는 거. 엉성해도, 삐뚤어도 계속 굴리는 거. 그게 결국 가장 멀리 간다.
p.163

당장은 표시가 나지 않더라도 조금씩 하나씩 시작하고 이어나가는 것.. 정말 이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더라고요. 그렇게 쌓인 것들이 어느 순간에는 하나의 결과를 보여주거든요. 유연성이 없어 뻣뻣하기만 했던 몸도 꾸준한 운동으로 달라지고, 지금의 나를 조금 더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언젠가 더 나은 나를 위해 일단 계속해보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고, 다시금 결심하게 만드네요.

그리고,, 나만의 방식으로 만들어가는 하루하루에 대한 이야기들도 공감이 가더라고요. 나를 위해 최적화된 소비생활, 한걸음 늦춰서 조금 천천히 가는 즐거움, 지금 주어진 것에서 다해보는 최선, 단점도 다르게 보면 장점이 되는 마음가짐까지.. 핑크 토끼의 시선과 관점이 너무 좋더라고요. 정말로 하루를 단단하게 만들어주는 이야기들이더라고요.




그저 나를 잘 돌보고 싶은 마음에 쓰고 그린 이야기들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따스한 책 한 권으로 나눠주셔서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나를 위한,, 내 몸과 마음과 환경과 관계, 그리고 삶의 모든 순간들을 세밀하고 따스하고 친절하게 들려주고 있었거든요. 에피소드 하나하나가 저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들더라고요. 김토끼와는 모든 것이 같을 수는 없었지만, 나는 어떨까? 나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계속 고민하게 되네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는 바로 나..!! 누가 뭐라 해도 나를 챙기는 것은 나뿐만 아니라 남을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일 테니까요. 여러분도 동의하시나요? 김토끼의 고민과 노하우가 가득 담긴 그림책 에세이와 함께 조금 더 나를 위한 시간을 만들어보시면 어떨까요? 가만히 숨도 쉬고, 누군가와 함께 하기도 하고, 내 몸을 위해 선물도 해보고, 나 스스로가 원하는 것이 뭔지 질문도 해보면서 말이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적의 벚꽃
왕딩궈 지음, 허유영 옮김 / 박하 / 2018년 12월
평점 :
절판





당신이 날 떠나면 날마다 여기서 기다릴 거야. 기억해둬, 진심이니까.

p.53



누가 봐도 이상한 위치에 갑자기 나타난 카페. 그 카페 주인은 경제적 이득이 아닌 누군가를 기다리는 중이었군요. 자신을 떠나버린 아내, 추쯔.. 그녀와 함께 찾았던 백사장이 없던 해변에서 나누었던 이야기. 당신이 떠난다면 날마다 여기서 기다리겠다는 지나가는 말 한마디를 기억하면서 말이죠. 그녀를 위해 자신의 삶을 바친 남자, 대지진으로 후유증을 얻은 여자.. 이들은 각자 아픔을 간직하고 있었지만, 서로를 위해 선뜻 솔직해질 수는 없었던 관계였답니다. 그게 이들의 사랑이었고, 이게 이들의 표현이었던 거죠.



하지만, 이들 사이에 나타난 뤼이밍의 존재는 뭔가 복잡하네요. 외투 대신에 백화점에서 구입한 주전자를 시작으로 경품행사로 받은 수동 카메라와 사진 선생으로 만난 뤼이밍의, 그리고 새로운 취미로 삶의 활력을 찾아가는 추쯔, 새로운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많은 돈을 벌 수 있게 된 남자,,, 이들 부부에게 밝은 미래가 시작되는 듯합니다. 하지만, 곧 뭔가 불안하네요. 이별을 하게 되네요. 사랑..? 도대체 무엇이 사랑인 걸까요? 무엇이 행복인 걸까요? 우리의 삶은 언제나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


작가가 결국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는 무엇이었을까요?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는 한참 동안 생각하고 고민해 보았답니다. 진정한 사랑에 대한..? 아니면 모든 것을 잃어버린 아픔에 대한..? 아무도 분노하지도 않고, 누구도 폭발하지도 않고, 무엇도 뚜렷하게 문제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문장과 문장 사이에서 무심하지만 변함없이 지키고자 하는 것들이 있네요. 단지 사랑에 대한 것뿐만 아니라, 대만 사회에서 보이는 듯한 계층 간의 갈등과 도심의 개발에 대한 문제들에 대한 관점들까지 말이죠. 조금은 낯설었지만, 끝까지 읽을 수밖에 없었던 소설이었답니다. 대만 소설이 궁금하신 분이라면 추천드려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빛의 섬 - 불을 품은 소년
TJ 클룬 지음, 이민희 옮김 / 든 / 2025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비밀 하나만 고백할까요? 저는 다른 사람들과 조금 다른 방식으로 젓가락질을 한답니다. 그래서 매번 함께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한마디씩 하곤 하는데요. 그럴 때마다 이렇게 답을 하죠. 틀린 게 아니라 다른 것이라고.. 올바른 젓가락질이 아니라 대중적인 젓가락질보다 이게 더 편할 뿐이라고 말이죠. 저만의 궁색한 변명처럼 느껴지시나요? 다른 젓가락질을 하기 때문에 이런 주장을 할 수 있는 거라고요?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갑자기 왜 젓가락질 이야기를 하냐고요? 다르다는 이유로 벌어지는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흥미로운 책을 한 권 만났거든요. <벼랑 위의 집>이라는 SF 판타지 소설로 이미 멋진 이야기를 들려주었던 TJ클룬. 이번에는 그 이후의 이야기가 담긴 후속편을 출간했다고 하더라고요. 마법적인 존재와 비마법적인 존재.. 젓가락질 방법 같은 사소한 차이는 아니라서 조금은 걱정이긴 하네요. 이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리고 어떤 엔딩을 보여줄까요? 궁금한 sf 판타지 추천도서.. 살짝만 들려드릴게요.




그건 제가 답할 수 없는 문제예요. 다만 이제부터는 최선을 다해 상황을 바꾸려고요. 저는 그 아이들에게 제가 못 가졌던 걸 줄 거예요. 어디서 왔는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상관없이 오롯한 자기 자신이 될 수 있는 장소요.
p.16

오랫동안 무인도였던 섬 하나.. 저주받은 곳이고 유령이 들렸다는 소문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는 마르시아스 섬에 한 남자가 찾아옵니다. 오래전에 그곳에서 살았던 적이 있어 보이는데요. 빽빽한 나무 사이로 이어진 구불구불한 흙길을 지나서 길을 가로막은 나무를 마주합니다. 그리고 말하죠. 이곳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들려고 돌아왔다고 말이죠. 바로.. 불을 품은 소년이 돌아왔답니다. 어린 시절의 아픈 기억으로 가득한 이곳에 새로운 희망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죠. 특별한 아이들을 위한 고아원을 다시 세우려고 말이죠. 하지만, 이번에는 많이 다른... 아이들을 위한.. 그리고 그 스스로를 위한.. 




그렇게 고아원 원장이 된 아서와 그의 파트너 라이너스는 특별한 아이들과 함께 하게 됩니다. 와이번 또는 용이라고도 불리는 시어도어, 개로 변신할 수 있는 샐, 정해진 모양이 없는 녹색 소년 천시, 숲의 정령 피, 정원 노움 탈리아.. 그리고 악마의 아들 적그리스도 루시까지..!! 아참, 또 한 명의 새로운 친구가 합류하게 되네요. 온몸에 털이 하나 가득인 설인 데이비드까지.. 조금, 아니 아주 많이 특별한 아이들이 모여있는 마르시아스 섬에는 언제나 불안과 행복과 즐거움과 아쉬움과 아슬아슬함과 사랑이 넘치네요. 이들은 하나의 가족이 되어가고 있었거든요. 아빠와 파파와 아이들.. 그런데 세상은 이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네요. 왜냐면 이들이 가진 능력은 너무나도 어마어마했으니까요. 세상을 뒤바꿀 만큼.. 또는 세상을 지배할 만큼..




혼자 책임을 떠맡은 것처럼 굴지 말아요. 아서는 혼자가 아니에요. 우리가 있잖아요. 라이너스도 있고, 조이와 헬렌도 있죠. 그리고 마을의 거의 모든 사람도요.
p.358

아서는 마법 관리국의 요청으로 어린 시절에 마주했던 아픔을 증언하러 갑니다. 놀라운 사실과 뛰어난 언변으로 훌륭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많은 사람들에게 들려주는데요. 하지만, 그 초청은 그가 생각했던 그런 자리가 아니었군요. 새로운 마법 관리국 대표의 목표는 이들의 위험성을 밝히고 자신의 권력을 완성하기 위함이었거든요. 도대체 인간이란 존재는 왜 이런 걸까요? 결국 마르시아스 섬의 고아원은 정부 담당자의 집중 점검을 받게 됩니다.

하지만, 그 와중에 새로운 아이 데이비드를 숨기지 말고 떳떳하게 보여주자는 아이들,, 최고의 친절로 공격하자는 아이들,, 아서 혼자가 아닌 우리 모두가 함께 해야 한다는 아이들,, 천진난만하게 장난만 치는 줄 알았지만 아이들이 더 훌륭하네요. 보호하려고만 하고, 숨기려고만 하고, 말과 다른 행동을 하고, 과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어른들보다 말이죠. 이들이 함께라면 아무것도 무섭지 않을 듯합니다. 그리고 이들을 사랑하는 모든 이들과 함께라면 말이죠. 그래서 어떻게 되었냐고요? 마법과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SF 판타지 소설에서만 만날 수 있는 놀라운 마법이..




이번에도 어김없이 TJ 클룬의 이야기, 멋진 SF 판타지 소설에 대책 없이 몰입해서 읽어버렸네요. 앞서 만났던 <언덕 위의 집>에 이어서 너무나도 감동적인 문장과 공감하게 만드는 캐릭터들,, 그리고 재미 가득한 이야기까지.. 특히,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해서 아서와 라이너스가 느끼고 깨닫고 성장하는 모습들이 너무나도 감동적이었답니다. 우리 모두는 누군가의 아버지, 또는 어머니일 텐데요. 그 누구도 익숙하지도 않고, 완벽하지도 않은.. 그리고 물론 정답도 없는 그 위치에 서있는 그들의 모습은 너무나도 멋지기만 합니다. 

아이와 어른 모두 함께 성장하는 이야기, 마법적 존재와 비마법적 존재가 함께 하는 이야기, 과거와 미래가 연결되는 이야기였답니다. 읽으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요. 아이들과 함께 읽으면 어떨까 싶더라고요. 더 이상 어리다고 무시할 수 없는 나이의 아이들,, 어느새 이렇게나 컸나 싶은 아이들과 함께 읽고 싶었던  SF 판타지 소설이었거든요. 저만의 생각은 아니겠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노 피플 존
정이현 지음 / 문학동네 / 202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요즘 단편소설에 푹 빠져 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우연인지 인연인지 요즘 읽는 책들 중에서 많은 작품이 단편소설집이더라고요. 게다가 특히 한국 소설은 저의 마음에 조용히 스며들면서 매력적인 흔적을 남기더라고요. 


그래서 이번에 정이현 작가가 9년 만에 출간했다는 소설집도 어떤 내용일까 궁금한 마음에 펼쳐봤는데요. 동시대의 맥박 소리를 듣는 소설가라는 멋진 타이틀과 <노 피플 존>이라는 궁금하게 만드는 제목에 눈이 가게 되더라고요. 노 피플 존.. 사람이 없는 곳.. 물론 이 제목이 모든 단편소설의 주제와 연결되지는 않을 수도 있지만, 뭔가 인간과 인간의 관계를 담고 있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가장 어렵지만 절대 피할 수 없는,, 언제나 문제의 원인이지만 매번 찾을 수밖에 없는.. 




매번 한둘씩 돌아가면서 자기 실패담을 발표하는 거예요. 성공담 있잖아요. 그 반대말, 실패담, 실패한 이야기.

p.26 / 실패담 크루


첫 번째 단편부터 궁금한 마음에 중간에 멈출 수가 없게 만드네요. 성공담이 아닌 실패담을 공유하는 모임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그렇다고 그 실패담을 발판 삼아 성공으로 나아가자는 그런 자기 계발성 이야기는 아니라고 하네요. 성공한 이들이 모여서 담백하게 공유를 하는.. 질문이나 충고는 없는.. 조금은 이상하고 조금은 독특하고 조금은 잘난 그런 모임인가 봅니다. 그리고 그곳에 초대된 젊은 변호사.. 하지만 그의 실패담 발표는 중간에 중단을 할 수밖에 없었다는데요. 적절한 선을 지켜달라는.. 인턴을 했던 대형 로펌, 동기들의 불편한 대화에 대한 제보, 반응하지 않은 대표, 그리고 탈락.. 과연 이것은 선을 넘은 걸까요? 아니면 우리 사회가 가진 암묵적인 그늘일까요? 



노 피플 존. 나와 내 일행 외에는 아무도 없거나, 있어도 눈에 띄지 않는 곳. 타인의 존재가 내 신경을 거스르게 하지 않는. 한나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세계는 거기에 가까웠다. 그 일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p.158 / 단 하나의 아이


인간과 인간.. 관계라는 연결은 언제나 복잡하고 다양하고 재미난 듯하네요. 물론 타인의 존재에 신경 쓰지 않고 나에게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그런 공간도 필요하긴 하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이번 단편집의 제목인 <노 피플 존>이라는 단어가 나온 단편에서는 조금은 이상한, 하지만 마음이 아픈 그런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더라고요. 바로 오늘날 누군가의 모습이었기에 더욱더.. 


바쁜 부모를 대신해서 아이를 케어해주는 놀이 가정교사를 시작한 주인공. 그녀의 일은 핸드폰으로 친구와 하루 종일 문자를 주고받는 아이를 지켜보면서 학원 숙제 정도만 챙기면 되는 꿀 알바였는데요. 집에 혼자 남아서 혼자 숙제를 하고 혼자 배달음식을 먹고 혼자 학원으로 향하는 아이는 너무나도 자신의 하루에 익숙합니다. 그런데.. 그 아이의 문자 친구는.. 그 아이의 하루는.. 그 아이의 마음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걱정해 보지만 바뀌는 것은 놀이 가정교사일 뿐.. 인간과 인간의 사이에 무엇이 있을지는 볼 수 없지만, 이 아이에게는 아마도..



​​


그리고 또 다른 단편들.. 최근에 읽었던 작품들과 조금은 결이 다르더라고요. 놀라운 사건이나 반전보다는 조용하고 담담하게 우리의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은 비슷했지만, 정이현 작가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분위기는 조금 달랐답니다. 조금 더 담백하다고 해야 할까요? 분명 우리가 많든 적든 마주치는 관계였고 상황이었고 삶이었던 이야기였는데, 이렇게나 물 흐르듯 담겨있다니 조금은 놀라고 말았네요. 분명 그 안에는 수많은 생각과 문제와 비틀림이 담겨있었는데 말이죠. 


계절이 바뀌는 요즘, 이런 소설들은 더욱더 마음에 스며드는 듯하네요. 나와 다른 세상이 아닌, 바로 우리의 삶이기에 그런 듯합니다. 나와 너의 이야기, 그리고 우리의 이야기,, 오늘도 저녁 늦은 시간,, 그리고 하늘이 어슴푸레 밝아지는 새벽 시간에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한국 소설이었네요. 여러분은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박완서 X 이옥토 리커버 특별판) - 유년의 기억 소설로 그린 자화상 (개정판) 1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5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협찬


나는 불현듯 싱아 생각났다. 우리 시골에선 싱아도 달개비만큼이나 흔한 풀이었다... 발그스름한 줄기를 꺾어서 겉껍질을 길이로 벗겨 내고 속살을 먹으면 새콤달콤했다..

p.89



​책 제목을 쓰다가 그만 실수를 하고 말았는데요. 싱아..? 물고기인 줄 알고 싱어라고 적었다가 아차 했네요. 그 많던 싱아는 도대체 뭐길래 누군가 다 먹었다고 하는 걸까요? 박완서 작가가 자신만의 기억만으로 썼다는 성장소설이라는 소개보다 싱아가 더 궁금했던 스테디셀러였는데요. 이미 많은 분들이 읽었을 추천도서지만 저는 이제서야 만나게 되었네요. 싱그러운 표지로 재단장하고 나왔다는 이야기에 손을 번쩍 들었거든요. 작가가 들려주는 한 시절의 기록들,, 누군가의 지독히도 개인적인 기록 일지도 모르겠지만, 그것 또한 우리의 삶이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송도 근처의 시골 마을, 박적골. 더 넓은 세상을 알기보다는 이 동네가 전부인 주인공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앞에는 탁 트인 벌이 넓게 자리 잡고 있고, 어디에서나 실개천을 흐르며, 흉년이 지지 않는 넓은 농지를 다 함께 나누면서 지내는 오붓한 시골마을이었다는데요. 양반이라며 여자들은 송도에 가지도 못하게 하시던 할아버지의 사랑을 혼자 독점하고 있는 이야기부터 공부를 시킨다며 오빠를 데리고 서울로 가버린 엄마, 그리고 할아버지의 동풍과 여자도 공부를 해야 한다며 오빠와 엄마를 따라 서울로 이사를 한 이야기까지.. 가족과 집안과 동네에서 벌어지는 소소하면서도 사소한 수 있는 이야기들부터 굵직한 사건까지 막힘없이 펼쳐집니다.




한 가족의 역사,, 그것보다는 나의 역사라고 해야 더 정확할 수도 있는 이야기들이 차근차근 담겨있는데요. 그 시절에 한 소녀가 느낄 수 있는 너무나도 다채로운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할아버지와 엄마와 오빠와 주변 사람들의 영향을 받으면서 조금씩 성장하는 아이의 모습도 보이네요. 고향인 시골 동네의 아름다운 추억과 이리저리 치이면서도 함께 하는 가족, 그리고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이라는 크나큰 역사 속에서 혼란스럽기만 했던 우리의 모습까지 말이죠.


그래서 싱아가 뭐냐고요? 그 시절, 시골에서 뛰어놀면서 흔히 뜯어먹었던 간식거리였다고 하는데요. 서울살이를 하면서 그 흔한 풀 한 포기 쉽게 볼 수 없던 주인공이 불현듯 떠올린 추억이었답니다. 모두가 서울로 향했지만, 그 시절 마음만은 고향을 향했던 모두를 말하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싶네요. 그 많던 이웃들과 친구들이 전쟁과 이념과 차별로 사라져 가는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닐까도 싶더라고요. 그런데 싱아라는 풀을 혹시 아시나요? 진짜로 그 많은 싱아는 정말로 누가 다 먹은 걸까요?




어떤 분이 이 책을 읽으면서 국어사전을 오랜만에 펼쳐볼 수밖에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도대체 무슨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읽다 보니 너무나도 공감이 되더라고요. 굉장히 낯선 단어들,, 분명 한국어지만 요즘 사용하지 않는, 아니 들어본 적도 없는 단어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담겨있더라고요. 하지만 문맥상 충분히 이해가 되었고, 오히려 이런 단어들 덕분에 경험해 보지 못한 그 시절 그 동네의 이야기에 더 빠져들 수 있지 않았나 싶네요.


그 이후 이야기를 담은 또 한편의 소설, <그 산이 정말로 거기에 있었을까>도 궁금해지네요. 지금까지는 화창하고 싱그럽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였다면, 속편에서는 조금은 어둡고 아픈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듯했거든요. 한국전쟁 이후 특별하면서도 독특했던 그녀의 삶에는 어떤 모습을 담았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오랜만에 너무 재미나게 독서에 빠졌답니다. 주인공의 순수함에 반했다고 해야 할까요? 그 시절의 민낯을 너무나도 마주했다고 해야 할까요? 지금의 우리와 다르지 않은 모습에 친근했다고 해야 할 지도.. 꼭 한번 읽어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