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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
이동원 지음 / 라곰 / 2026년 3월
평점 :
#협찬

<그것이 알고 싶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그날 이야기>... 사회적 이슈를 가감 없이 그대로 보여주면서 많은 이들에게 논란이 되었던 프로그램인데요. 한 번쯤은 보셨거나 들어보시지 않으셨나요? 바로 이 프로그램들을 연출했던 이동원 PD가 현장에서 직접 목격하고 마주했던 이야기들을..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목격한 인간의 내면과 사고방식, 그리고 관계를 단편소설에 담았다고 하더라고요.
가장 가까운 곳에서 인간이란 존재의 다양한 면을 관찰했던 PD는 인간이란 존재를 어떻게 묘사하고 있을까요? 그의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더욱더 리얼하게 치열하고 복잡한 삶이 담긴.. 하지만 몰리고 몰려버린 모퉁이에 있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어서 너무 궁금하더라고요. 게다가 제목처럼 남의 불행을 먹고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니 더욱더.. 아니, 남의 불행을 담은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먹고살았던 그가 마주했던 한국단편소설이라고 해서 더 읽어보고 싶어졌답니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다. 와이프를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게.
p.38 / 3일 전 와이프가 사라졌을 뿐
44세, 회사원, 남자, 와이프 실종 상태.. 간단한 주인공 프로필로 시작하는 첫 번째 작품은 제목 그대로 3일째 집에 들어오지 않는 와이프를 기다리는 가족들의 이야기에서 시작합니다. 그런데 남편이란 사람은 조금 이상하네요. 아내가 사라진 것에 대해 걱정하기보다는 오히려 편해졌다고 합니다. 경찰서 협조 요청에 지금 당장이 아닌 오후 반차를 내고 가겠다고 하고, 수사가 늦어져서 미안하다는 경찰에게 천천히 해도 된다고 합니다. 평소에도 공감 능력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를 듣는다고 하지만,, 이 남자는 도대체 뭐죠? 혹시 범인???
하지만, 의심되는 용의자는 아내의 내연남..! 공감 제로인 남편이 어렵게 경찰에 흘린 정보였는데요. DNA 검사 결과 자신과 딸의 친자관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과에 미소를.. 의심스러운 내연남의 DNA를 얻기 위해 술집에서 싸움을.. 하지만 결국 사건은 실종으로 처리됩니다. 그런데,, 실종 사건보다 우리 주변에 있을법한 사람, 하지만 우리와 너무나도 다른 사고방식을 가진 남편 때문에 소름이 돋네요. 이 소설의 마지막 한 문장처럼 말이죠. 이 단편소설집에서 가장 충격적이고 가장 놀라웠던 바로 그 한 문장 때문에 잠시 숨을 돌리고 다음 이야기를 읽어야만 했답니다.

누군가가 나를 찾으면 어디든 달려간다! 이것이 인디 음악계 20년 차 뮤지션인, 나의 유일한 개똥철학이었다.
p.91 / 무대라면 어디든 달려갑니다.
또 다른 이야기의 주인공은 유튜브 구독자가 157명인 45세 인디 뮤지션인데요. 가수의 꿈을 꾸고 있지만, 현실은 얼마 안 되는 sns 조회수를 가진 땜방 가수였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런 그에게 반전이 찾아옵니다. 어느 날 비참한 자신의 모습을 닮은 사마귀 한 마리가 자동차 앞 유리에서 버티는 모습을 보고 영감을 얻은 자작곡 하나 덕분에 여기저기에서 무대 요청을 받거든요.
그런데,, 조금 헷갈리네요. 이 노래로 유명해진 거 맞는 거겠죠? 어디든지 달려가는 것이 유일한 개똥철학이라지만 이건 좀 아니지 않나요? 전국농민 총궐기투쟁본부에서,, 애국보수 용사들의 총궐기 집회에서,, 산업재해 노동자들을 위한 기금 마련 집회에서,, 미군 기지 철거를 외치는 대학생들 앞에서,, 지방 대기업 노조 집회에서까지.. 그런데,, 그런데,, 열심히 달려가지만 그들은 노래 제목도 제대로 알지 못하네요. 예산 부족하다고 하면서 이들의 저녁 회식 안주는 뮤지션의 행사비보다 무려.. 비싼 술과 안주를 먹고 먹고 또 먹어서 자신의 몸값을 올려봅니다. 올리고 올리다가 결국 포기합니다. 은퇴를 결심한 순간... 띵동! 과연 그의 미래는?? 그의 선택은?? 비참하고 구질구질하지만 아이러니한 상황이 너무나 웃기네요. 시트콤보다 더 웃깁니다. 그런데 너무 슬프네요.

임기 응변에 능한 프로파일러, 정직원이 되기 위해 한방이 필요한 인턴 기자, 1000명 중에서 999등이라는 변호사, 지역 균형선발 후보인 고등학생, 대치동 아파트에 사는 정부 비밀조직의 문지기 공무원... 에피소드 하나하나, 단편소설 한편한편이 너무나도 매력적입니다. 다양한 인물들이 들려주는 다채로운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나 다양한 모습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놀라게 되네요. 서로를 속이고, 누군가에게 속고, 말만 번지르르하고, 자신을 속이고, 발버둥 치고, 우연이 기회가 되고, 기회가 파멸이 되고,,, 인생은 역시 알 수가 없는 건가요? 인생은 이런 걸까요? 그런데,, 이것이 바로 인생인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불현듯 해봅니다.
오랜만에 속도감 있는 전개로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푹 빠져서 책을 읽었답니다. 어쩌다 보니 하루 만에 다 읽어버렸는데요. 전혀 다른 인물들이, 전혀 다른 사건들로, 전혀 다른 재미를 주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우리들의 모습도 보이네요. 여러분은 어떠실까 궁금합니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이야기, 한국 단편소설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