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보는 마음
김유담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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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을 읽으면서 이렇게 욕이 나온 적이 있었던가 싶네요. 본인도 모르게 욕이 나오는 소설을 쓴 김유담 작가님은 도대체 누구신가요? 어떻게 대한민국 사회의 단면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보여주시는 건가요? ‘사랑과 전쟁’ 같은 재현 드라마보다 더 깊숙한 이야기! 그냥 상상 속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 가운데 누군가의 이야기! 그 누구도 아닌 어느 순간 나의 이야기가 될 수도 있는 그런 10개의 단편 소설들. 전부 다른 주인공의 전부 다른 이야기였지만, 대한민국 여성들의 ‘돌봄 노동’이라는 공통된 이야기였답니다.. 안타깝고 부끄럽고 답답하고 한숨만 나오는 그런 이야기였어요. 어휴… 젠장!

 


 

늙은 노부모의 병수발, 절대로 가까워질 수 없는 시월드, 원더우먼만이 가능한 육아와 직장생활, 인터넷 맘 카페에서 만난 동네 이웃과의 불편함, 타인과 가족 사이 어딘가에 있는 시터와의 동거 등등.. 여자의 적은 여자였고, 여자의 적은 가족이었고, 여자의 적은 남편이었으며, 여자의 적은 대한민국이었네요. 그렇다면 그녀 편은 누구인 걸까요? 단편 하나하나 모두 너무 공감되면서도 짜증 나는 상황이라 욕을 할 수밖에 없더라고요. 답답한 마음에 할 수 있는 건 그것뿐이었네요. 누구를 위한 노동인가요? 누군가에게는 필요하지만 누군가에게는 고통일 수도 있다는 것을 알긴 아는 걸까요? 돌봄이라는 것이 사랑과 정성이 있어야만 하겠지만, 희생과 노력도 있어야하는 것을 당신은 알고 있나요?

 


 

그것은 대물림이라기보다는 ‘되물림’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지 않나. 아니면 되풀이나 되갚음에 가까운지도 모르겠다. 나는 뒷덜미를 세게 물린 것 같은 통증을 느꼈다./p.48


 

"난 우리 엄마와는 다르게 살 거야!" 어디선가 많이 들어보지 않으셨나요. 아들에게는 아버지의 성과 재산이 대물림이 되지만, 대한민국 여자들에게는 대물림이 아닌 되풀이라네요. 시할머니에게서 어머니로, 시어머니에게서 며느리로 넘어오는 남성위주의 삶은 되풀이일 뿐이라고 하네요. 이런 되풀이! 가정뿐만이 아니라 직장, 사회에서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약자라는 이유로, 출산이라는 과업을 수행해야하는 어머니라는 이유로.. 차별받고 무시당하고 미안해해야만 하는!! 이건 되풀이도 대물림도 되면 안되는 것이 분명합니다! 변해야하고 멈춰야하고 사라져야하는 관습일 겁니다.

 


 

너무 당연했다는 이유로.. 정말 몰랐다는 핑계로.. 나만 아니면 괜찮다는 이기심 때문에.. 누군가는 혼자 짊어져야만 했던 무거운 짐들. 세상이 바뀌고 있다고 하지만, 생각이 변하고 있다고 하지만, 이제는 다르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아직까지 저는 동의하기 어렵네요. 아직도 관계 속에서 누군가는 분명 고통받을 수도 있으니까요. 만족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요. 누군가는 돌봄이 필요하고 누군가는 돌봐야 하는 힘들고 어려운 일이니까 말이죠. 과연 이 관계는 원만한 해결 방법이 있는 걸까요? 누군가 아시면 좀 알려주세요. 제발요..!

 


 

대한민국 모습을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낸 김유담 작가께 반해버린 단편소설들이었어요. 읽으면서 정말 거짓말 안하고 8번은 작가님 대단하다며 감탄을 했거든요. 알고 보니 신동엽문학상에 김유정작가상까지 수상한 능력자시더라고요. 이렇게 우연한 기회로 만났지만, 만날 수 밖에 없었떤 인연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멋진 작품과 작가님은 언젠가 만나게 되어있거든요. 김유담 작가의 다른 작품들 꼭 챙겨 보고 싶어졌어요. 저의 한국작가 베스트에 쏙! 추천도서에 쏙!

 


 

 

출판사 지원을 받았으나, 지극히 솔직하고 주관적으로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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