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더지의 여름 사계절 그림책
김상근 지음 / 사계절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MG_1625.jpg

 

뜨거운 햇살 덕분에 너무도 더운 요즘인데요. 혹시 하늘을 올려다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정말 파아란 하늘과 하얀 뭉게구름들이 너무도 예쁜 여름여름 하늘이거든요. 이런 날에는 푸른 바다로 뛰어들고 싶지 않으신가요? 하얀 모래가 펼쳐진 해변가에서 뛰어다니고 싶지 않으세요? 여기 다른 친구들은 다들 놀러 가는 데 혼자서 땅파기 연습을 해야 하는 두더지 친구가 하나 있네요. 어휴! 이 여름날 무슨 땅파기 연습이람.. 투덜투덜할만하지 않나요?

 

IMG_1632.jpg

 

다들 놀러 가는데 나만 땅파기 연습이라니.. 오늘은 나 안 할래.


 

사춘기 두더지 인가 봐요! 오늘은 안 할래! 모자를 쓰고, 가방을 메고, 양산을 들고 숲으로 놀러 갔나 봐요. 그런데!! 그곳에서 우연히 아기 거북이를 만났답니다. 숲에서 거북이를??? 아마 길을 잃었나 봐요. 착한 두더지는 거북이를 바다로 데려다주기로 합니다! 점점 으스스 해지고 어두워지는 깊은 숲속이 아니라, 안전한 땅속으로 터널을 만들어서 말이죠. 바다를 찾아서, 물소리를 찾아서 영차영차! 여긴가? 어라 아니네. 여긴가? 앗 아닌데. 여긴가? 두더지와 거북이의 모험이 펼쳐집니다. 바다를 찾아가는 엄청난 모험을 통해 친구가 되어버린 이들은 과연 바다에 무사히 도착했을까요? 그리고 거북이는 바다로, 두더지는 숲으로 아름다운 이별을 했을까요?

 

IMG_1633.jpg

 

두더지와 거북이가 함께 파아란 하늘을 바라보는 표지부터 인상적이었는데요. 책 안쪽에 있는 그림들은 더 예쁘고 재미나더라고요. 특히 이들이 함께 바라보는 노을 지는 장면에서 같이 책을 읽던 저희 집 아이가 감탄해버렸어요. 어떻게 이렇게 그릴 수 있냐고 말이에요. 요즘 미술학원 다니면서 그림에 관심이 부쩍 많아졌거든요. 이럴 때 이렇게 예쁜 그림책들을 많이 보여줘야겠어요. 그러면 감탄과 충격을 받고 뭔가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멀리 갔나요? ㅎㅎ

 

IMG_1629.jpg


하지만, 역시 아이는 아이네요. 그림이 예쁘다며 감탄은 잠깐! 두더지와 거북이의 모험 여행에서 만나는 다양한 장면들에서 숨은 그림 찾기를 시작하네요. 그들이 마주친 한 장면 한 장면마다 깨알 같은 재미난 모습들이 숨어있거든요. 아이스크림을 떨어뜨리는 생쥐,.... 저와 함께 찾은 것들을 서로 알려주면서 한참을 조잘조잘 낄낄거렸답니다. 그림을 보고, 글을 읽고, 내용을 알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놀이로 연결까지 할 수 있는 그림책!! 저 이런 그림책 너무 사랑하거든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아이와 함께 읽어보시면 어떨까요? 두더지와 거북이와 함께 떠나보시면 어떨까요?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MG_1449.jpg

 

"지금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 연결까지 5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자주 듣게 되는 멘트인데요. 빨리빨리에 익숙해져서인지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그러다가 5분이 지나도 연결이 안 되면 화가...!!! 그냥 간단한 거 하나 물어보려고 전화한 건데 뭐 그리 오래 걸리는지.. 어휴! 다른 사람들은 뭘 하는데 그리 오래오래 통화를 하는지! 콜센터는 뭐가 그리 느리고 바쁜 건지!! 그러다가 상담원 연결되면... 두둥!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달라네요. 아니면 아예 확인하고 나중에 연락드리겠답니다! 으악!!!! 하지만, 이제부터 조금 이해해 보려고요. 아니, 이번에 만난 에세이를 통해 알아버렸답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내가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대라는 것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IMG_1450.jpg

 

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코로나 시대에 일본에서, 그것도 하필이면 여행사 콜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은 내 인생에 다시없을 강렬한 사건이었다. /p.9 


 

정말 독특하지 않나요? 일본에서? 콜센터에서? 코로나 시대에? 누구라도 인생에서 강력한 경험이고 순간이었을 듯한데요. 그래서인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더라고요. 520일 동안 근무하면서 1만 4000건의 통화를 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말이죠. '사과드립니다',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또 이용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협력해 주세요' 등등.. 무심히 흘려 들었던 상담원들의 멘트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녀와 동료와 회사와 고객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답니다. 말이라는 것이 참 어려우면서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렇기에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거 같았거든요.

 

IMG_1451.jpg

 

'고객을 감동시키되 전화는 최대한 빨리 끊어라.'라는 콜센터의 요구는, 디자인 업계에 떠도는 '화려하지만 심플하게'라는 주문만큼이나 황당하고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p.52


 

상담원들도 한 명의 인간이고,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관리받는 월급쟁이잖아요. 서비스 업종의 최전선에서 고객과 상대하는 이들에게도 나름 고민과 고통과 아픔이 있지 않을까요? 이들도 고객들에게 친절하고 상세하고 찬찬히 설명하고 도움을 주고 싶지 않을까요? 누구도 장래희망에 콜센터 상담원이라고 적진 않겠지만, 나름 사명의식을 가진 이들도 분명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들을 지치고 포기하고 무디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고집불통에 억지에 고함에 욕까지.. 여러분도 그러시는 건 아니시겠죠??

 

IMG_1452.jpg

 

그렇지. 한 건의 문의가 해결되고 나면 같은 고객과 두 번 연결되는 일은 좀처럼 없지. 정말이지 이치고이치에는 상담원과 고객의 관계를 절묘하게 함축한 말이었다. /p.114 


 

이치고이치. 한자로는 일기일회 (一期一會),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만남'을 뜻하는 사자성어인데요. 전화기를 통해 목소리로만 만나는 고객과 상담원은 사실 다시 연결될 일도 좀처럼 없고, 연결되더라도 서로 기억하지 못하는 관계잖아요. 그래서일까요?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관계일 듯하지만, 왜 그리도 '진상'들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기본적으로 불만이 있으니 전화를 했고, 기다리느냐 짜증도 났고, 바로 해결이 안 되니 폭발하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완벽한 갑과 을의 관계! 그리고 숨겨왔던 미성숙한 인성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절대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 약속입니다!

 

IMG_1453.jpg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생 선배로서 삶에 대한 거창한 고찰을 보여주거나 멋진 도전과 깨달음을 알려주는 글은 아니었어요. 일본이라는 곳에서, 여행사 콜센터 상담원이라는 직업을,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경험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놓은 에세이였답니다. 하지만, 제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이에요.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것을 다른 상황에서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 특히 우리가 흔히 접하는 콜센터라는 친숙한 곳에 대한 잘 모르는 이야기라 더 좋았던 거 같아요.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내가 오늘 통화한 상담원은 어떤 생각을,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우선 저는 오늘부터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 주는 일이 없도록 더 조심하려고요. 조심조심조심! 여러분도 조심조심조심^^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지음, 강명순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MG_1245.jpg

 

얼마 전에 기이한 체험을 했어요. 책 한 권을 읽다가 졸음이 몰려와 잠깐 누웠는데요. 분명히 자고 있는 거 같은데 계속 책을 읽고 있더라고요. 무슨 내용인지 머릿속에 들어오지는 않는데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살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살짝 신기하면서도 이게 뭔 일인가 살짝 무섭기도 했는데요. 그 책이 바로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이었답니다. 베르테르의 뛰어난 감수성에,, 그의 아름다운 사랑의 찬가에,, 아니면, 괴테의 글 솜씨에 푹 빠져있었던 게 아닐까 싶은데요. 오늘도 꿈속 독서를 이어갈 수 있을까 궁금해집니다..^^

 

IMG_1247.jpg

 

막상 떠나오고 보니 마음이 이렇게 편안한 것을. 내 소중한 친구여, 사람의 마음이란 정말 믿을 게 못 되는군! 헤어진다는 건 상상도 못 할 만큼 소중한 너의 곁을 떠나왔는데도 이렇게 기쁘다니 말이야! /p.9


 

친구 빌헬름에게 자신의 소식을 전하는 편지 형태로 진행되는 이야기였는데요. 그래서인지 좀 더 솔직하고 좀 더 진솔한 이야기들이 담겨있는 듯하더라고요. 친한 친구에게 털어놓는 속마음을 그대로 볼 수 있었거든요. 새로운 동네 이야기, 동네 사람들 이야기, 자신의 근황.. 살짝 수다쟁이 베르테르 덕분에,, 아니 감수성이 풍부한 그의 글 솜씨에 푹 빠져버릴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리고, 역시 젊은이들에게 가장 중요하면서도 재미난 화제는 연애 이야기인가 봅니다. 지금이나 그때나 다를 게 없네요..

 

IMG_1249.jpg

 

대화를 나누는 동안 나는 그의 까만 눈동자에서 눈을 뗄 수 없었어. 그의 생기 있는 입술과 상큼한 뺨에 완전히 홀려 버린 거지. 오죽하면 그의 말을 듣고 있다가 가끔 말을 놓칠 정도였다니까. /p.39


 

완전히 푹 빠져버렸나 봅니다. 감수성이 풍부하고 민감한 성격의 베르테르 답네요. 순수하고 정열적인 젊은이의 짝사랑 열병에 무수한 아름다운 표현들이 나오는데요. 예전에 알았다면 연애할 때 써먹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의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짝사랑이었답니다. 아름다운 여인, 로테에게는 이미 약혼자, 알베르트가 있었거든요. 잊어버려야 하는 사랑이었지만, 잊을 수 없는 그의 마음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집착이 되고, 집착은 슬픔이 되어.. 결국에는 베르테르의 죽음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IMG_1246.jpg

 

자살은 나약함의 결과로 볼 수밖에 없어요. 고통스러운 삶을 꿋꿋이 견뎌내기보다 그냥 목숨을 끊는 편이 더 쉽다고 생각해서 그런 거니까요. /p.86


 

나약함의 결과라면서 비난했던 베르테르였지만, 그 역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과 신분제도나 직장 내 괴롭힘 같은 사회적 고통을 이겨내지 못했군요. 그래서인지 많은 청년들이 이 소설을 읽고 베르테르처럼 푸른 연미복에 노란 조끼를 입었다고 하네요. 게다가 너무 공감한 나머지 자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고 하는데요. 많이 들어보셨을 '베르테르 효과'가 바로 여기서 나왔다고 하더라고요. 저 역시 읽으면서 베르테르가 친구 빌헬름이 아닌 저에게 편지를 보내는 듯한 느낌도 들고, 제가 베르테르가 되어 로테를 향한 짝사랑의 아픔을 겪는 듯하더라고요. 그래서 꿈에서까지 책을 읽었나 봐요. 세계문학의 대표도서답게 지금 읽어도 공감할 수 있고 풍부한 감수성을 느낄 수 있는 고전소설이었어요. 단, 조금은 조심하셔야 합니다. 너무 빠져들면 위험하니까요!!

 

IMG_1250.jpg

 

깔끔한 표지와 색상으로 출간된 윌북 출판사의 첫사랑 컬렉션을 전부 만나봤네요. 세계고전문학 중에서 첫사랑이라는 하나의 테마로 모인 책 들이었는데요. 하지만, 모두가 다른 첫사랑이었어요. 아름다운 재회도 있었고요. 가슴 아픈 추억도 있었고요. 잊지 못하는 아픔도 있었네요. 여러분의 첫사랑은 어떠한 가요? 아마도, 첫사랑 컬렉션을 읽으면 미흡하고 부족했기에 더욱 아련한 첫사랑이 문득문득 떠오르지 않을까 싶네요. 멜랑꼴리해지는 기분.. 살짝 추천해 봅니다.

 

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순수의 시대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이디스 워튼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MG_1220.jpg

 

순수하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기분 좋은 칭찬인가요? 아니면 좋은 말로 돌려서 하는 욕인가요? 글쎄요. 요즘은 순수하다는 것이 좋은 것만 같지는 않더라고요. 아니, 순수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기에 좋은 칭찬으로 생각되지가 않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순수함에 끌리는 것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그래서 <순수의 시대>라는 제목에 우선 시선이 가게 됩니다.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영화로 3번이나 제작된 베스트셀러인데요. 저는 어릴 적에 멋진 외국 배우들이 나왔던 영화 포스트가 기억에 남아있답니다. 별로 순수해 보이지는 않았던 포스터였던 거 같긴 하지만요. 과연 제목만큼 순수한 이야기일지.. 첫사랑 컬렉션 중에서 어떤 사랑을 보여줄는지.. 찬찬히 읽어보았답니다.

 

IMG_1221.jpg

 

메이는, 자신은 여행을 좋아하겠지만 어머니는 그렇게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고백했다. /p.135


 

메이 웰랜드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요?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요? 뉴욕 사회에서 고귀한 명예와 품위를 위해 살아가는 주류의 생각과 삶을 대표하는 인물인 메이. 그녀는 그렇게 자라왔고, 그것만 보아왔기에.. 그렇게 살아가야 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상류 계층에게 필요한 집안과 미모, 재력과 품위를 모두 가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과연 사랑은 어떠했을까요?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규칙 때문에,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덮어야만 했던 그녀의 마음은 순수의 시대에 어울리는 사랑이었을까요?

 

IMG_1223.jpg

 

상류층이라니! 당신들은 모두 그걸 그렇게나 중요하게 여기는군요! 각자 자긴의 방식대로 살면 안 되나요? /p.119


 

엘렌 올렌스카

또 한 명의 여성이 있었는데요. 운 나쁘게도 비참한 결혼 생활에서 도망쳐 뉴욕으로 돌아온 ‘불쌍한 엘렌’. 예전 생활을 벗어버리고 뉴욕 사교계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은 그녀였지만, 그동안 너무 독립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뉴욕 상류층이 중요시하는 체면과 예의에서 한참 벗어난 그녀의 모습에 누군가는 반발을 누군가는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순수한 그녀의 삶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녀는 순수의 시대에 어떤 아이콘으로 남겨지는 걸까요?

 

IMG_1224.jpg

 

여성들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 남자들만큼이나. /p.69


 

뉴랜드 아처

여성들도 남성처럼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젊은 세대다운 발언을 과감하게 던지는 그의 모습에 뭔가 새로운 반란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그 역시 뉴욕 상류층의 규범과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네요. 그들의 세계에 익숙해져 있고 길들여져 있는 약혼녀 메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의 이중적인 모습이 짜증 납니다. 그는 기존 관습을 대변하는 약혼녀 메이와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엘런 사이에서 방황하거든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안정된 것에 대한 편안함?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항상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순수의 시대에 그가 선택한 삶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당신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 건가요?

 

IMG_1225.jpg

 

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 어떤 분은 이 소설을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읽고 나니 참 순하게 표현하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삼각관계라고요? 아닙니다. 양다리에 불륜이었거든요. 그래서 의문이 들더라고요. 뉴욕 상류층에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했던 사랑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솔직했던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왜 첫사랑 컬렉션에 포함된 걸까라는 의문? 게다가 도대체 어느 포인트가 <순수의 시대>라는 걸까?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이었어요. 아련한 추억만으로 남은 마지막 장면이 포인트인가요? 아니면 뭔가 놓친 부분이 있는 걸까요?

 

IMG_1222.jpg

 

 

하지만, 저의 불만? 저의 의구심? 저의 부족함을 들은 지인께서 현명한 답을 주셨답니다. "이성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던 여인의 순수를 보여준 소설"이라는 한마디. 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답니다. 그런 거였어요. 누구의 관점에 보느냐에 따라 다른 내용이 되는 소설이었던 거 같아요. 저는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양다리니, 불륜이니, 이게 뭐 첫사랑이냐, 순수의 시대는 언제인 거냐..라고 투덜투덜했는데요. 그게 전부가 아니었네요. 메이, 엘렌, 뉴랜드.. 각각의 인물들 입장에서 바라보면 모두 다른 이야기였던 거였네요. 이래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책인가 봅니다. 역시 세계문학은 뭔가 다르네요!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느낌이고, 또 다른 깊이가 느껴지잖아요. 아마 언젠가 또다시 읽어봐야 할 듯한 책이었답니다. 다음에는 다른 느낌이 올 듯하거든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달나라 탐험 쥘 베른 베스트 컬렉션
쥘 베른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22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IMG_1159.jpg

 

얼마 전에 자랑스러운 대한민국의 우주비행체 누리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었잖아요. 매번 해외에서 카운트다운과 함께 엄청난 먼지를 일으키며 발사되는 로켓을 우리나라 땅에서 날려보냈다니 신기하더라고요. 그런데 도대체 뭐가 있다고 저 멀리 우주로 열심히 날라 오르는 걸까요? 1860년대에도 사람 셋과 개 두 마리를 태운 로켓 하나가 달나라로 쏘아 올려졌다는데요. 진짜냐고요? 그 옛날 옛날에 우주여행을 했냐고요? ㅋㅋ 쥘베른의 소설 <달나라 탐험> 이야기랍니다. 근데 놀랍지 않나요? 그 시절에 먼 미래의 사건을 예언한 것처럼 달나라 여행 이야기가 했다는 것 말이에요. 그것도 굉장히 과학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IMG_1160.jpg

 

186x년에는 과학 역사상 전례 없는 실험이 전 세계를 흥분시켰다. 남북전쟁이 끝난 뒤 볼티모어에 창설된 대포 클럽 회원들이 달에 포탄을 보내 연락을 취할 생각을 해낸 것이다. /p.9


 

전쟁에서 포탄을 열심히 쏘더니, 이젠 아예 달까지 포탄을 쏘아 올리겠다는 건가요?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 되는 허풍에 사기라고 하겠지만, 이들은 진지합니다. 게다가 전문가들의 동의와 엄청난 기부금까지 모였다네요. 근데, 이들의 계획을 들어보니 그럴싸합니다. 지름 3미터, 두께 30센티미터, 무게 9625킬로그램의 알루미늄 포탄을 30미터 포신을 가진 대포로 쏘아 올리겠다네요. 면화약 20만 킬로그램이면 60억 리터의 가스를 분출해서 가능하답니다. 뭔가 가능해 보이지 않나요? 그래서인지 아예 포탄을 타고 달까지 가겠다는 사람도 나타났군요! 프랑스인 미셸 아르당은 바비케인 회장과 캡틴 니콜까지 끌어들여 달나라 탐험대를 만들어버렸답니다. 이들은 뭐 죄가 있다고.. 어찌 되었건 이들은 출발합니다! 달나라에 한번 가봅시다.

 

캡처1.JPG

 

우리는 우리밖에 없는 새로운 세계 -포탄- 에 살고 있네. 나는 바비케인의 동족이고, 바비케인은 니콜의 동족일세. 우리 너머에, 우리 주위에 인류는 존재하지 않아. 우리는 순수한 달나라 사람이 될 때까지는 이 작은 우주의 유일한 주민이야. /p.50


 

그들만의 세계인 포탄 속은 생각보다 아늑한 공간으로 보이네요. 우리가 생각하는 기계들로 가득한 우주선이 아니라, 가정집 응접실을 가져다 놓은 것 같은 느낌? 소파도 있고, 침대도 있다 하고, 창문도 있고.. 게다가 가져온 것들도 다양하군요. 온도계, 기압계, 나침반, 측고계, 육분의, 경위의, 망원경, 곡괭이에 무기까지.. 이분들 달나라 탐험대가 맞긴 하군요. 하지만, 식료품 상자에는 쇠고기 수프에 비프스테이크, 보존 처리된 채소들과 버터 바른 빵, 그리고 최고급 차와 와인까지!! 퍼스트 클래스인가 봅니다. 이 정도면 달나라 여행을 한번 해볼 만하겠는걸요!

 

캡처2.JPG

 

달에 가는 건 좋지만, 어떻게 지구로 돌아가지?.. 아직 목적지에도 도착하지 않았는데 거기서 떠날 방법을 묻는 건 조금 부적절한 것 같군. /p.110


 

이분들은 배짱이 좋은 건가요? 아니면 긍정적인 사고방식으로 똘똘 뭉쳐있는 건가요? 너무나도 과학적인 세명이 작은 로켓 포탄 안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할 수 있는 것은 토론뿐인가 봅니다. 새로운 관찰을 하거나 발견을 하거나 의문이 생기면 검증하고 계산하고 설명하기 바쁘네요. 관성, 상대속도, 미적분, 열에너지, 중력, 중량, 인력, 방정식, 쌍곡선.. 읽는 저는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하는데 이들은 행복해 보입니다. 포탄이 예정된 경로를 벗어나 깜깜한 달의 뒤편으로 가고, 어쩌면 머나먼 우주로 날아갈지도 모르고, 포탄 쪽으로 유성이 날라오다가 터지는데도 이들은 두려워하기는커녕 즐거워하네요. 역시 뼈 속까지 과학자들인가 봅니다. 하지만, 지구로 돌아가지 못하면 그냥 혼자만 행복하고 놀라고 끝나버릴 텐데요! 과연 이들의 모험의 끝은 무엇일까요??

 

IMG_1162.jpg

 

쥘베른은 정말 대단한 작가였군요! 기술자도 과학자도 아니었다면서 어떻게 이런 이야기를? 아마도 그는 뛰어난 몽상가이자 놀라운 예언자이었던 거 같아요. 어느 누구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것들을 전문가 못지않은 지식과 체계적인 추론으로 멋진 이야기를 만들었잖아요. <80일간의 세계일주>에서는 전 세계를 여행하며 다양한 나라에 대한 이야기를! <지구 속 여행>에서는 지구 지하세계에서 만나는 신비한 이야기를! 그리고 이번 <달나라 탐험>에서는 우주와 달에 대한 궁금한 이야기를! 지구 위, 지구 아래, 우주, 바다까지.. 그가 다루지 않는 곳이 없다는 소문이 사실이었네요. 과학적인 지식과 놀라운 상상력이 조화롭게 버무려져 있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던 모험소설이자 과학소설! 쥘베른의 또 다른 작품도 기대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군요!

 

IMG_1161.jpg

 

 

출판사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