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의 말
이예은 지음 / 민음사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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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통화량이 많아 상담원 연결까지 5분 정도 소요될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콜센터에 전화를 하면 자주 듣게 되는 멘트인데요. 빨리빨리에 익숙해져서인지 정말 답답하더라고요! 그러다가 5분이 지나도 연결이 안 되면 화가...!!! 그냥 간단한 거 하나 물어보려고 전화한 건데 뭐 그리 오래 걸리는지.. 어휴! 다른 사람들은 뭘 하는데 그리 오래오래 통화를 하는지! 콜센터는 뭐가 그리 느리고 바쁜 건지!! 그러다가 상담원 연결되면... 두둥! 확인하는 데 시간이 걸리니 기다려달라네요. 아니면 아예 확인하고 나중에 연락드리겠답니다! 으악!!!! 하지만, 이제부터 조금 이해해 보려고요. 아니, 이번에 만난 에세이를 통해 알아버렸답니다. 콜센터 상담원들은 내가 싸워야 할 상대가 아니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상대라는 것을요!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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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코로나 시대에 일본에서, 그것도 하필이면 여행사 콜센터에서 근무한 경험은 내 인생에 다시없을 강렬한 사건이었다. /p.9 


 

정말 독특하지 않나요? 일본에서? 콜센터에서? 코로나 시대에? 누구라도 인생에서 강력한 경험이고 순간이었을 듯한데요. 그래서인지 그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더라고요. 520일 동안 근무하면서 1만 4000건의 통화를 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말이죠. '사과드립니다', '다른 궁금한 점은 없으십니까', '오래 기다리셨습니다', '또 이용해 주세요', '죄송합니다', '협력해 주세요' 등등.. 무심히 흘려 들었던 상담원들의 멘트 하나하나에 담긴 의미가 궁금해지더라고요. 그리고 그녀와 동료와 회사와 고객들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해졌답니다. 말이라는 것이 참 어려우면서도 조심해야 하는 것이잖아요. 그렇기에 더욱 다채로운 이야기들이 담겨있을 거 같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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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을 감동시키되 전화는 최대한 빨리 끊어라.'라는 콜센터의 요구는, 디자인 업계에 떠도는 '화려하지만 심플하게'라는 주문만큼이나 황당하고 비현실적으로 들리기도 한다. /p.52


 

상담원들도 한 명의 인간이고, 이윤을 추구하는 회사에서 관리받는 월급쟁이잖아요. 서비스 업종의 최전선에서 고객과 상대하는 이들에게도 나름 고민과 고통과 아픔이 있지 않을까요? 이들도 고객들에게 친절하고 상세하고 찬찬히 설명하고 도움을 주고 싶지 않을까요? 누구도 장래희망에 콜센터 상담원이라고 적진 않겠지만, 나름 사명의식을 가진 이들도 분명 있지 않을까요? 하지만, 이들을 지치고 포기하고 무디게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 아닐까 싶더라고요. 고집불통에 억지에 고함에 욕까지.. 여러분도 그러시는 건 아니시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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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한 건의 문의가 해결되고 나면 같은 고객과 두 번 연결되는 일은 좀처럼 없지. 정말이지 이치고이치에는 상담원과 고객의 관계를 절묘하게 함축한 말이었다. /p.114 


 

이치고이치. 한자로는 일기일회 (一期一會), '인생에서 단 한 번뿐인 만남'을 뜻하는 사자성어인데요. 전화기를 통해 목소리로만 만나는 고객과 상담원은 사실 다시 연결될 일도 좀처럼 없고, 연결되더라도 서로 기억하지 못하는 관계잖아요. 그래서일까요? 더 조심스러워야 하는 관계일 듯하지만, 왜 그리도 '진상'들이 많은지 모르겠다고 하네요. 기본적으로 불만이 있으니 전화를 했고, 기다리느냐 짜증도 났고, 바로 해결이 안 되니 폭발하기도 하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완벽한 갑과 을의 관계! 그리고 숨겨왔던 미성숙한 인성이지 않을까 싶더라고요. 절대 여러분은 그러지 마세요! 약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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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이력을 가진 인생 선배로서 삶에 대한 거창한 고찰을 보여주거나 멋진 도전과 깨달음을 알려주는 글은 아니었어요. 일본이라는 곳에서, 여행사 콜센터 상담원이라는 직업을, 코로나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경험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적어놓은 에세이였답니다. 하지만, 제가 에세이를 좋아하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들이에요. 나와 다른 곳에서 다른 것을 다른 상황에서 경험한 이들의 이야기! 특히 우리가 흔히 접하는 콜센터라는 친숙한 곳에 대한 잘 모르는 이야기라 더 좋았던 거 같아요. 궁금하시지 않으신가요? 내가 오늘 통화한 상담원은 어떤 생각을, 어떤 일을, 어떻게 하고 있을지..? 우선 저는 오늘부터 누군가에게 말로 상처 주는 일이 없도록 더 조심하려고요. 조심조심조심! 여러분도 조심조심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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