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의 시대 윌북 클래식 첫사랑 컬렉션
이디스 워튼 지음, 김율희 옮김 / 윌북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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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하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느낌이 드시나요? 기분 좋은 칭찬인가요? 아니면 좋은 말로 돌려서 하는 욕인가요? 글쎄요. 요즘은 순수하다는 것이 좋은 것만 같지는 않더라고요. 아니, 순수한 사람이 존재하지 않을 것 같기에 좋은 칭찬으로 생각되지가 않는 거 같아요. 하지만, 그래서 더욱 순수함에 끌리는 것이 아닐까도 싶은데요. 그래서 <순수의 시대>라는 제목에 우선 시선이 가게 됩니다. 여성 최초 퓰리처상을 수상한 작품이자, 영화로 3번이나 제작된 베스트셀러인데요. 저는 어릴 적에 멋진 외국 배우들이 나왔던 영화 포스트가 기억에 남아있답니다. 별로 순수해 보이지는 않았던 포스터였던 거 같긴 하지만요. 과연 제목만큼 순수한 이야기일지.. 첫사랑 컬렉션 중에서 어떤 사랑을 보여줄는지.. 찬찬히 읽어보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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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는, 자신은 여행을 좋아하겠지만 어머니는 그렇게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고 싶어 하는 두 사람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고백했다. /p.135


 

메이 웰랜드

순수하다고 해야 할까요? 순진하다고 해야 할까요? 뉴욕 사회에서 고귀한 명예와 품위를 위해 살아가는 주류의 생각과 삶을 대표하는 인물인 메이. 그녀는 그렇게 자라왔고, 그것만 보아왔기에.. 그렇게 살아가야 했을 지도 모르겠네요. 상류 계층에게 필요한 집안과 미모, 재력과 품위를 모두 가지고 있는 그녀였지만.. 과연 사랑은 어떠했을까요? 남들과 다르게 행동하면 안 된다는 규칙 때문에, 마지막까지 모든 것을 덮어야만 했던 그녀의 마음은 순수의 시대에 어울리는 사랑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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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층이라니! 당신들은 모두 그걸 그렇게나 중요하게 여기는군요! 각자 자긴의 방식대로 살면 안 되나요? /p.119


 

엘렌 올렌스카

또 한 명의 여성이 있었는데요. 운 나쁘게도 비참한 결혼 생활에서 도망쳐 뉴욕으로 돌아온 ‘불쌍한 엘렌’. 예전 생활을 벗어버리고 뉴욕 사교계의 세계에서 다른 사람들처럼 살고 싶은 그녀였지만, 그동안 너무 독립적으로 살아왔기 때문일까요? 뉴욕 상류층이 중요시하는 체면과 예의에서 한참 벗어난 그녀의 모습에 누군가는 반발을 누군가는 색다른 매력을 느끼게 되네요. 자유로운 영혼에 대한 호기심이라고 해야 할까요? 순수한 그녀의 삶에 대한 부러움 때문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녀는 순수의 시대에 어떤 아이콘으로 남겨지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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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은 자유로워야 합니다. 우리 남자들만큼이나. /p.69


 

뉴랜드 아처

여성들도 남성처럼 자유로워져야 한다며 젊은 세대다운 발언을 과감하게 던지는 그의 모습에 뭔가 새로운 반란이 되겠다고 생각했었는데요. 하지만, 그 역시 뉴욕 상류층의 규범과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네요. 그들의 세계에 익숙해져 있고 길들여져 있는 약혼녀 메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그의 이중적인 모습이 짜증 납니다. 그는 기존 관습을 대변하는 약혼녀 메이와 자유로운 삶을 원하는 엘런 사이에서 방황하거든요. 새로운 것에 대한 호기심? 안정된 것에 대한 편안함? 조금씩은 다르겠지만, 항상 우리 앞에 놓인 선택지가 아닐까 싶은데요. 순수의 시대에 그가 선택한 삶은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당신이었다면 어떤 선택을 하셨을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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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명의 남자와 두 명의 여자. 어떤 분은 이 소설을 삼각관계에 대한 이야기라고 하시더라고요. 하지만, 읽고 나니 참 순하게 표현하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삼각관계라고요? 아닙니다. 양다리에 불륜이었거든요. 그래서 의문이 들더라고요. 뉴욕 상류층에서 인정받기 위해 필요했던 사랑과,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솔직했던 사랑 사이에서 방황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왜 첫사랑 컬렉션에 포함된 걸까라는 의문? 게다가 도대체 어느 포인트가 <순수의 시대>라는 걸까? 읽으면 읽을수록 미궁에 빠져드는 느낌이었어요. 아련한 추억만으로 남은 마지막 장면이 포인트인가요? 아니면 뭔가 놓친 부분이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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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저의 불만? 저의 의구심? 저의 부족함을 들은 지인께서 현명한 답을 주셨답니다. "이성으로 자신의 감정을 억눌렀던 여인의 순수를 보여준 소설"이라는 한마디. 아! 깨달음을 얻는 순간이었답니다. 그런 거였어요. 누구의 관점에 보느냐에 따라 다른 내용이 되는 소설이었던 거 같아요. 저는 남자 주인공의 입장에서 양다리니, 불륜이니, 이게 뭐 첫사랑이냐, 순수의 시대는 언제인 거냐..라고 투덜투덜했는데요. 그게 전부가 아니었네요. 메이, 엘렌, 뉴랜드.. 각각의 인물들 입장에서 바라보면 모두 다른 이야기였던 거였네요. 이래서 많은 이들이 추천하는 책인가 봅니다. 역시 세계문학은 뭔가 다르네요! 읽으면 읽을수록 다른 느낌이고, 또 다른 깊이가 느껴지잖아요. 아마 언젠가 또다시 읽어봐야 할 듯한 책이었답니다. 다음에는 다른 느낌이 올 듯하거든요.

 

 

네이버독서카페 리딩투데이 지원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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