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천천히 읽었는데도 기차에서 다 읽어버렸다. 내일 상행 탈 때 읽을 게 없어졌네. 한 권을 사면 될텐데 부산 올 때마다 꼭 가보고 싶은 서점을 이번에도 못 갔다ㅜㅜ 혼자 온 절호의 타이밍이었는데 변수란!책에서 여러 부분이 인상깊었지만 전쟁 피해여성들을 인터뷰하는 본인의 저널리즘, 저널리스트적 태도를 성찰하는 부분이 깊이 다가왔다. 피해자들의 트라우마 경험을 들을 때 감정적으로 방벽을 침으로써 스스로가 공감에 기우는 것을 경계하고 인터뷰이를 비집고 들어갔던, 기존 방식을 검토하고 자신이 가진 특권을 성찰한다. “전문가는 울지 않는다. 극작가는 사람을 등장인물로 인식한다.”“나는 이야기를 들으며 내가 만들 드라마를 상상했고 여자들이 하는 말의 리듬과 속도를 가늠해 보았다.”“분석적이고 해석적이며 심지어 이 전쟁통의 가난함 속에서 예술을 끌어내고자 했던 이 욕구는 나의 무능함에서 기인했다.”“이제 나는 때로 인터뷰 도중에도 눈물을 흘린다. (…) 제가 녹아들 수 있게 해주세요. 갑옷처럼 단단한 저의 자아를 해방시켜 주세요. 제가 집 잃은 사람이, 집을 그리워하는 사람이 되게 해주세요. 더 많은 것들을 무너뜨리기 위해 실망하는 일을 멈추지 않게 해주세요.“변화라기보다는 탈태라 해야 할 것 같다. 호소력이 깊다 못해 글에 진폭이 느껴지는 건 아무래도 자기 삶의 구멍을 집요하게 들여다 본 경험에서 기인하는 힘이겠지. 차마 옮기지도 못하네. 따라가고 싶다. 멀고 요원한 길.
<블루엣>에서의 그 친구, 내 기억이 맞다면 “신탁을 내리는 것 같은”. 리시올 인스타에서 보고 알게 됐다.
‘미국성‘이 무엇인가 하는 정의는 (애석하게도) 많은 사람들에게 곧 ‘피부색’과 동일한 의미가 되었다. - P45
유난히 등에 털이 빽빽한 차가운 나방 한 마리가 가볍게 라헬의 마음에 내려앉았다. 나방의 얼음 같은 다리가 닿자 소름이 돋았다. 라헬의 부주의한 마음에 여섯 개의 소름이 돋아났다.라헬의 암무가 그녀를 조금 덜 사랑했다.
암무는 (물론) 아이들을 사랑했지만, 아이들의 순진무구한 연약함, 그들을 진심으로 사랑하지 않는 사람들을 기꺼이 사랑하려는 모습을 보면 화가 났고, 그래서 때로는 그저 교육을 목적으로, 하나의 보호방식으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기도 했다.아이들의 아버지가 사라져버린 창문을 통해 누구라도 들어올 수 있고, 환영받을 수 있도록 계속 열어둔 것만 같았다.암무가 보기에 쌍둥이는 우왕좌왕하는 작은 개구리들, 서로의 존재에만 몰두한 채 질주하는 차들로 가득한 고속도로를 나란히 팔짱을 끼고서 느릿느릿 가고 있는 개구리들 같았다. 트럭이 개구리에게 무슨 짓을 할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암무는 철저히 아이들을 지켜보았다. - P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