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잣새의 구과수 사랑은 노래에도 흔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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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은 불편하지만 나무들은 편안하다. 낭창낭창한 가지는 흐름에 순응하여, 휘어지면서 바람의 힘을 분산한다. 저지대 소나무와 달리, 고지대 구과수의 바늘잎은 철사나 가시처럼 질겨서 바람의 짓뭉개고 잡아 뜯는 힘에 저항한다. 이곳에 참나무나 단풍나무가 있었다면 가지가 꺾이고 잎이 너덜너덜해졌을 것이다. 산지 구과수의 억센 바늘잎과 유연한 가지는 이 숲 특유의 바람발 소음을 일으킨다. 아마도 이 소리가 솔잣새의 노래를 빚었을 것이다. 바람에서 나무로, 나무에서 새소리로. - P1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