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어쩌면 이렇게 모든 것을 바꿔 놓는가! 마치 일식이 일어날 때처럼, 달의 그림자가 지나는 동안 세상의 모든 색깔이 사라지고 나무들은 종잇장처럼 창백해진다. 잔잔한 바람의 냉기가 느껴지고 멀리서 자동차의 소음이 들린다. 잠시 후, 거리가 좁혀들고 모든 소리가 하나가 된다. 내가 여전히 바라보는 동안 창백한 나무들은 보초병이 되고 파수꾼이 된다. 하늘은 감미로운 배경이 되어 어스름한 새벽빛에 모든 것이 산 정상으로 올라간 듯 멀게 느껴진다. 모두 죽음이 한 일이다.”166 [동감]


“그러나 우리가 여행하는 이 도시에는 돌도 대리석도 없다. 다만 견디며 버틴다. 흔들림 없이 서서. 인사를 건네거나 맞아주는 얼굴도 깃발도 없다. 그렇다면 희망을 버리고, 사막처럼 기쁨을 말려야 한다. 벌거벗은 진군. 누구에게도 상서롭지 않고, 그늘조차 드리우지 않는 헐벗은 기둥이 지독히 반짝인다. 나는 뒤로 처진다. 더이상 열망하지 않는다. 다만 가고 싶을 뿐, 길을 찾고 빌딩들을 분간하면서, 사과 장수 아주머니에게 인사를 건네고, 문을 열어주는 하녀에게 말을 건네고플 뿐. 별이 많은 밤이라고.”230 [현악 사중주]




울프 읽기 좋은 오월.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서 그녀는 자신이 세상에 홀로 남은 고아 같다는 생각에 마음이 쓰렸다. 윤기 흐르는 공단 벽지와 화려한 가족의 초상화가 걸려 있는 대연회실에 모인 소어번가의 사람들 사이에서, 자신은 한 점 물방울 같은 존재였다. 살아 있는 소어번 사람들도 초상화에 그려진 인물들과 닮아 있었다. [라핀과 라핀스키] - P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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