밑줄

‘채택된’ 서사는 조작적이고 구성적이다. 폭력은 늘 예측과 상상력을 뛰어넘는 데 반해, 서사는 줄거리라는 체계화를 피하지 못한다. 또한 서사는 늘 해석된 것이기에 실상을 왜곡한다. …오카 마리는 말과 경험, 언어와 사건 사이의 뛰어넘을 수 없는 간극을 비판적으로 직시한다. - P90

모국어의 안전과 편안함은 당연하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것인가? 내 혀에 얹혀진, 내가 말할 수 있는 그 유일한 언어를 통해 나는 내 생각을 표현하고, 주어진 문화적 유산을 배우고, 타인과 소통한다. 그 언어, 내가 가지고 있는 그 단 하나의 언어는, 아렌트가 주장했고, 아메리가 믿었던 것처럼, 나와 밀착된 나의 떼어 낼 수 없는 부분이자 나의 가장 중요한 빼앗길 수 없는 정체성인가? - P106

그것은 원래 있는 의미를 고스란히 전달하겠다는 본질주의에 근거한 의미를 전제하는 것이 아니라, 매번 다르게 말하기, 번역될 수 없는 것을 번역하려는 시도, 어려움이나 낯섦, 다양한 가능성이나 불가능성들을 감수하면서도 드러내어 보이고자 하는 약속이다. - P115

이런 맥락에서 ,말하기는 적극적이고 의식적인 주체적인 외향적 행위인 반면, 듣기는 수동적이고 반응적인 내향적 응대인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러한가? 발화자를 떠난 말은 듣기에 의해 취사 선택되고 재단된다. 듣는 사람이 들을 만한 내용과 그렇지 않은 내용을 가를 수 있다. 그리고 듣는 사람은 그 말을 해석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 P209

내가 선택하지 않은 언어의 규범적 틀 안에서 내가 나를 설명해야 한다는 이 불일치는, 서사에서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기 위해 내가 사용해야 하는 언어의 통제할 수 없는 타자성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이야기를 전달하기 위해서 그 언어의 규범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 P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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