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여자가 왜 이러는지 알 거 같아서 계속 읽게 된다.

나는 내가 이 지상에 살았던 그 어떤 인간보다 더 외롭다고 느꼈다. 다만 그렇게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이윽고 구름 한조각이 시야에 들어와 그러지 않았더라면 볼 수 있었을 것들의 반은 가려버리는 듯했다. 두통이 생기려할 때 항상 그랬다.
나는 생각했다. ‘그래, 좋아. 이제 난 죽을 거야.‘ 그래서 나는 모자를 벗고 걸어가서 태양 아래 섰다.
고향에서 태양은 마치 신처럼 무섭기도 하다. 여기 있는 이것은―이게 같은 태양이라는 걸 믿을 수 없다. 정말 믿을 수가 없다.
나는 두통이 느껴지기 시작할 때까지 거기 서 있었다. 이윽고 하늘이 내게 가까이 왔다. - P90

나는 목욕을 하다가 게들 때문에 첨벙대곤 했다. 게는 긴 더듬이 끝에 작은 눈이 달려 있었고, 사람들이 던진 돌에 맞으면 껍데기가 으스러지면서 부드럽고 하얀 물질이 보글보글 흘러나왔다. 나는 항상 이 연못이 나오는 꿈을 꾸며 꿈속에서 그 녹갈색 물을 보고 있었다.
"안돼요, 젊은 아가씨가 이렇게 살면 안돼요." 도스 부인이 말했다.
사람들은 ‘젊은‘이라는 말을 하며 마치 젊다는 게 무슨 범죄라도 되는 양 굴지만, 정작 늙어가는 것은 항상 그리도 무서워한다.
나는 생각했다. ‘내가 늙어서 이 모든 망할 일이 다 끝났으면 좋겠어. 그럼 도무지 아무것도 아닌 일로 이렇게 침울한 기분에 빠져있진 않을 텐데.‘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 P111

제비꽃 다발은 양치 컵에 꽂기에는 너무 컸다. 물병에 꽂았다.
나는 베개 밑에서 돈을 꺼내 핸드백에 넣었다. 난 벌써 그 돈에 익숙해져 있었다. 그동안 죽 그 돈을 갖고 있었던 것 같았다. 돈은 모든 사람의 것이어야 한다. 물과 같은 것이어야 한다. 사람이란 돈에 너무나 빠르게 익숙해지기 때문에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옷을 입는 동안 줄곧 어떤 옷을 살지 생각했다. 다른 생각은 일절 하지 않았고 몸이 아프다는 사실도 잊었다. - P3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