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장까지 읽고 어떻게 살펴볼지 목차 다시 읽었다.

부친 살해에 당당히 성공하는 '가출한 딸'에 대한 얘기로 마무리된다는데 기대하게 된다. 혼자 실망할 수 있으니까 이 마음 살짝 누르고. 


구체제와 구질서 극복에 대한 탐구, 서사의 역사를 짚어간다는 점에서 요즘 읽는 것들과 같은 맥락이거나, 아니어도 어느 정도 도움받을 수 있기를 바라며 읽으려 한다.


‘아버지‘로 표상되는 낡은 체제의 변혁과 그 체제를 대표하는 정치권력의 극복이다. 단선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추상적이고 상징적인 수준에서 역사를 논구할 때 ‘아버지‘를 살해하는 과정 없이 진보나 변화는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살해당한 ‘아버지‘가 토템으로서 사후적 숭배의 대상이 되듯이 기존 질서와 규범은 살해당해 과거로 흘러갔을 때 비로소 역사의 한 페이지를 구성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아버지‘로 표상되는 세계는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들의 세계를 통해서 비로소 존재 가치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살해당한 ‘아버지‘는 영원한 빈 자리로 남으며 이 결여를 통해 아들들은 비로소 상징적 질서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살해당한 ‘아버지‘는 새로운 세계의 구축을 위한 필수조건이며 ‘아버지‘는 살해당했을 때 비로소 아들들을 상징계로 이끄는 진정한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 P11

살해당한 ‘아버지‘가 토템으로서 사후적 숭배의 대상이 되듯이 기존 질서와 규범은 살해당해 과거로 흘러갔을 때 비로소 역사의 한 페이지를 구성하며 그 가치를 인정받게 된다. ‘아버지‘로 표상되는 세계는 ‘아버지‘를 살해한 아들들의 세계를 통해서 비로소 존재 가치를 획득하게 되는 것이다. 살해당한 ‘아버지‘는 영원한 빈 자리로 남으며 이 결여를 통해 아들들은 비로소 상징적 질서로 진입할 수 있게 된다. 따라서 살해당한 ‘아버지‘는 새로운 세계의 구축을 위한 필수조건이며 ‘아버지‘는 살해당했을 때 비로소 아들들을 상징계로 이끄는 진정한 안내자의 역할을 할 수 있다. - P12

공격과 숭배의 양가감정을 경험하는 주체는 자신의 환상 속에 구성된 상상적 ‘아버지‘를 살해하는 과정을 통해 상징적 아버지와의 동일시로 나아감으로써 심리적 분리와 독립을 성취하게 된다. ‘부친살해‘의 과정은 부모로부터 독립을 성취하려는 투쟁의 과정이며 이는 ‘아이를 놓아주지 않으려는 부모와 이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려는 아이 간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세대 가의 대립‘을 표상한다. ‘부친 살해‘ 없이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도, 심리적 주체의 분리, 독립도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 P12

이야기가 인식과 기억의 틀을 만들고 세계상을 구성하며 정체성의 핵심 시나리오를 제공하는 힘을 발휘한다고 할 때 ‘부친살해‘의 서사는 새로운 역사의 시작과 신, 구 질서의 교체, ‘아들‘로 표상되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심리적 주체의 성장 및 상징 질서로의 진입을 이끌어내는 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데 만약 서사적 전통 속에서 ‘부친살해‘의 주제가 등장하지 않는다면 이것은 어떤 의미를 지니는 것일까? - P13


이와 같은 사회에서 이른바 ‘아들들‘은 기존 질서로의 편입과 동화, 순응의 길 외에 다른 선택을 생각할 수도 없는 것일까? 살해당하지 않으려 애쓰면서 오히려 아들들을 살해하려 드는 ‘아버지‘의 세계에서 ‘아들들‘은 불안과 우울 속에 신경증을 앓을 수 밖에 없다. 아버지의 명분과 선택을 지지하기 위해 꽃다운 나이에 죽음을 마다하지 않았던 ‘심청‘이나 버림받고서도 아버지를 위해 고난의 여정을 감내했던 ‘바리데기‘야말로 신경증적인 인물들이 아닌가?


한국신화에는 ‘부친살해‘가 등장하지 않는다. 애초에 신화적 주인공의 ‘아버지‘가 언급되지 않거나 부재하는 상황으로 제시된다. 새로운 세계의 주인공이 될 신화적 영웅의 아버지가 부재할 때 ‘부친살해‘는 회피되거나 다른 방향으로 나아간다.


 - P14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