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하무적 개냥이 수사대 1~5권 세트 [위즈덤하우스]
위즈덤하우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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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고를 때, 맞는 옷과 그렇지 않은 곳이 있듯, 책도 그렇다.

그런데 문제는 옷은 입고 벗는데 1분정도 소요된다면, 책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그 책이 나에게 맞는지 확인하기 위에서 꽤 적잖은 시간이 들어간다.

사람에 따라 소설이 잘 읽히는 사람이 있고, 에세이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고, 인문학이나 역사를 선호하는 사람이 있다.

나의 경우는 소설이 잘 읽히지 않는 편이다. 또한 소설 중에서 '추리소설'은 그나마 잘 읽히는 편이다.

이처럼 각자 선호도가 다르다.

보통 자신이 어떤 책에 맞는지는 여러 실패를 통해 알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상당수는 아예 '독서'를 포기한다.

이유는 이렇다.

'재미'가 없다.

운좋게 첫번째로 고른 음식이나 옷이 취향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확률도 있다. 책은 그 취향이 꽤 세분화 되어 있어서 자신의 취향을 알기까지 상당히 많은 실패를 겪어야 한다.

거기서 우리의 발목을 잡는 하나가 있다.

바로

'완독'에 대한 '강박'

어렸을 때 참 이해가 안되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급식'에 관한 규칙이었다. 학교 급식에서 '배급'은 무조건 받아야했고, 남김 없이 먹어야 했다.

선생님들은 남은 음식을 버리는데 학생은 못하게 했다. 당시 공포스러운 반찬은 '가지무침'이었다. 보라색은 보기만 해도 이상했다. 물컹한 식감은 남의 콧물을 집어 먹는 느낌이었다.

가지무침만 나오면 급식판에 토하는 애들이 부지기수였다. 그러나 어쩐지 학교에는 규칙을 바꾸지 않았다.

'다 먹어야 한다.'

그 강요가 생기면서 '급식실'은 공포의 시간이 됐다.

일부는 아예 도망가는 경우도 있었다.

초등학교 당시에 그정도로 강요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금 '가지무침'을 먹고 있었을까. 모르겠다. 나는 지금도 가지무침을 먹지 않는다.

강제로 먹다보면 맛을 안다는 어른들의 말은 틀렸다. 강제로 먹는게 아니라 이것저것 먹어보다가 본인의 호기심으로 접한 몇 번의 시도 혹은 그것을 맛있게 여겨지는 어떤 계기가 그것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다.

동네 빵집에 가면 이름은 정확히 모르겠는데...'밤도나스'로 불리는 빵이었다.

'밤 앙금'으로 가득찬 도너츠가 있다. 도너츠처럼 안에 구멍은 없고 앙금은 가득차 있는데 겉에 설탕이 잔뜩 뿌려진 빵이다.

그 빵을 그닥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아예 존재감조차 없었다. 그런데 20살 백일 휴가를 갔다 온 날, 동생이 말했다.

"오빠, 목마른빵 사왔어 먹어."

'목마른 빵?', 하고 크게 한번 웃었다. 실제로 그 빵을 먹으면 우유를 꼭 먹어야 했다. 그 빵에 그 이름이 붙고 웬지 그 빵을 다시 찾게 됐다. 지금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빵이 됐다.

영화 '더로드'에 나오는 '코카콜라'도 그렇다. 지구가 종말한 뒤, 주인공이 아들과 나눠 먹는 콜라 한모금의 장면.

그 장면으로 나는 지금도 콜라를 거의 짝으로 먹는다. 그런 계기는 꽤 '정신적인 것'으로 결정되는 듯하다.

내가 책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어머니가 생일에 사주셨던 '김정빈 작가'의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라는 책이다. 지금은 절판된 그 책으로 책은 재미있는 것이라는 인상이 강하게 박혔다.

그 뒤에 읽었던 책이 '삼국지'였다.

한 번의 충격.

그리고 이어지는 쐐기.

이 두번의 강력한 경험으로 나는 '책 좋아하는 사람'이 됐다.

그런 이유로 '책'의 주목적은 반드시 '재미'이어야 한다. 완독을 하지 않아도 좋다.

이거야?

아니

이거야?

아니

이거야?

아니

무수한 시도를 하며 꾸준하게 맞는 취향을 찾아가야 한다. 지금도 만 1년째 매주 수요일은 아이와 도서관을 간다. 도서관에 가서는 아이가 다 읽지도 않는 책을 고른다.

책을 고르는 재미, 우연히 잡은 책에서 얻은 재미 간혹 나오는 책에 관한 주제.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책은 요즘 '개냥이 수사대'다.

교육적이고 아니고를 떠나서 책을 좋아하는게 우선이다. 책을 좋아하면 이후에는 스스로 취향을 찾기 위해 움직인다.

그것을 경험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아이에게는 무조건 재밌는 책을 선물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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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리커버) - 제19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문미순 지음 / 나무옆의자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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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어머니의 시신을 두고 살아간다.

얼핏 스릴러 소설인가 싶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명주는 시신이 최대한 부패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한다. 공기청정기, 에어컨은 기본이다. 그녀가 어머니의 사망 신고를 하지 못한 이유는 어머니 앞으로 나오는 '연금' 때문이다. 큰 돈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애당초 몸이 불편하고 가진 게 없는 '명주'에게는 그것이 살아갈 방법이자, 이유가 됐다.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으려 조심한다. 집을 철저히 관리한다. 다만 점차 한계가 다가 오고 있음을 스스로도 알고 있다. 냄새는 점점 짙어지고, 어머니를 찾는 불청객, 자신을 찾아오는 불청객으로 점차 위기를 느낀다.

애초에 돌봄은 생존 문제였다. 사랑이나 책임은 그들을 옭아매는 올가미 같은 것이다. 명주는 자신에게 오롯하게 떨어진 '돌봄'이라는 몫에 지쳐갔다. 치매 노인과 함께하는 사람들이 겪을 다양한 고통이 소설속에 들어가 있다.

명주에게 '연금'은 해 준 것 없는 '국가'에게서 그나마 받을 수 있는 '보상' 같은 것이었다. 그녀에게는 '부정수급'이나 '도의적 책임', '윤리적 문제'는 먹고 사는 문제 앞에 사치일 뿐이었다.

오래된 명주의 아파트 옆에는 뇌졸증으로 쓰러진 아버지를 간병하는 20대 청년이 산다. 20대 청년 준성은 대리운전을 하며 생계를 이어 나간다. 아버지와 자신을 두고 떠나버린 '형'에 대한 '미움'과 '부러움'의 감정을 가지고 어렵게 하루 하루 살아간다. 명준과 준성은 서로 날카로워질 만큼 날카로워진 상태에서 서로를 경계한다.

소설의 배경은 대략 이렇다.

더 언급할 수 없는 이유는 이 뒤로 이어지는 '소설'의 전개가 매우 흥미롭기 때문이다. 더이상의 이야기는 분명 다음 소설을 보는 이들에게 '스포'가 될 것 같다. 이 소설은 첫 장을 읽고 '어라?' 하고, 후딱 절반을 읽고, '내일 읽어야지'했다가 궁금해서 나머지 반을 모두 읽어 버렸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소설이 영화화되면 아마 꼭 봐야하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는 인기 있는 '가수'들의 실명과 노래가사가 나온다. 요즘, 영화나 드라마, 노래할 것 없이 K문화가 대개인 와중에 혹자들은 다음 물결이 '문학'에도 올 것이라 말한다.

분명하건데 외국 소설을 보면, 툭툭 뱉어지는 어떤 사건이나, 배우, 가수, 노래 들에 '주석'이나 '각주'가 붙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런 걸 읽을 때면 웬지 모를 소외감과 섭섭함이 든다.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다른 외국 소설보다 더 흥미로우며 그 '주석'이나 '각주'없이 감각으로 명사를 받아 들일 수 있었다. 어쩌면 우리 소설이 더 흥하게 되면 외국 독자들이 그 주석과 각주들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소설은 '돌봄'을 개인의 몫으로만 떠넘기는 사회 속에서, 버틸 수 밖에 없는 이들의 목소리를 담는다. '문미순 작가'는 명주의 선택을 보여줄 뿐, 옳고 그름을 단정하지 않는다.

우리 독자도 읽으며 그녀를 욕할 수는 없다. 상황이 만들어내는 설득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저절로 도덕이 만들어내는 날카로운 경계선을 쉽게 넘어서게 만든다.

어쩌면 우리사회에서 보도되는 '50대 여성, 친모 연금 수령 목적 시체유기'와 같은 잔혹한 범죄 뒤에는 얼마나 많은 '사회적, 개인적' 이야기들이 숨어 있나. '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은 한 개인의 비극이 아니라, 우리가 외면해온 현실을 비춘다. 그리고 그것은 불편하지만 외면할 수 없는 질문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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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하면 물어라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1
법륜 지음 / 정토출판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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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고통, 화, 불안감에 휩쌓였을 때, 그것이 그저 '상념'이라는 것을 깨우치면 그것으로 족하다. 악몽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은 단 하나다.

'아, 꿈이었구나' 하고 꿈에서 깨는 것이다.

우리는 감각기관을 통해 사물을 인식한다. 눈은 빛깔을, 귀는 소리를, 코는 냄새를, 혀는 맛을, 몸은 감촉을, 뇌는 법을 인지한다.

이런 인식 대상을 육경 즉, '색성향미촉법(色聲香味觸法)'이라고 한다. 또한 인식 기관을 육근, '안이비설신의(眼耳鼻舌身意)'라 한다.

다시 눈이 빛깔과 모양을 인식하는 것을 안식이라하고 귀가 소리를 인식하는 것을 이식이라 하며, 비식, 설식, 신식, 의식이 작용하는 것이 육식이다.

이렇게 감각 기관을 통해 인식 작용이 일어난다. 생각을 한다는 것은 카메라와 녹음기라는 입력장치가 기록해 둔 바를 다시 돌려보는 일과 같다. 관제센터에서 녹화된 영상과 소리를 다시 재생하면 지나갔던 그 상황이 마치 다시 일어나는 것과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된다.

'수상행식(色受想行識)'은 불교에서 말하는 오온(五蘊)의 개념이다

'반야심경'은 설명한다. 인간 존재는 다섯가지 요소의 조합으로 이뤄져 있으며 이 모든 것은 공하다. 그것을 깨닫는 것이 불교 수행의 핵심이다

색(色): 물질적인 요소, 눈에 보이고 만질 수 있는 것

수(受): 감각적 느낌, 감수작용

상(想): 인식, 개념화, 기억

행(行): 의지적 형성 작용, 정신적 활동

식(識): 분별 작용, 의식

.

우리가 과거를 기억하고 생각하는 것은 이런 인식과 저장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다시 재생하는 작용에 있어서 그렇다.

이는 '칸트'의 '순수이성비판'과 결을 같이 한다. 칸트는 인간의 인식이 '물자체'에 도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물자체'란 사물 그 자체를 의미하는데, 우리는 대상에 대해 감각과 인식능력에 의해 해석된 것만 알 수 있지, 대상 그 자체에 대해서 아는 것은 없다. 즉 우리가 경험하는 방식으로만 알 수 있는데, 우리가 경험하는 세계는 '현상'일 뿐이며 우리 감각과 인식 구조에 의해서 재구성된 것일 뿐 사물 자체의 본질은 아닐 수 있다.

고로 그것이 객관적 진리인지 아닌지를 분명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칸트 철학이 말하는 '인식론적 한계'는 불교의 공 사상과 공통된 철학적 입장을 갖는다.

말이 어려워졌지만, 다시 말해서 우리는 눈 앞에 놓여 있는 사과를 두고도 그 '물자체'에 대한 정확한 본질을 알지 못할 수 있다. 하물며 이미 지나간 '과거'에 대한 해석은 더 불분명하다.

우리가 보고 느끼고 만지는 현실조차 제대로 알지 못하는데, 지나간 과거와 미래를 안다는 것은 얼마나 허무맹랑한가. 결국 그런 의미에서 현실의 모든 것도 사실상 '공'하고, 거짓을 인식하여 저장했던 과거의 기억조차, '공'하며, 그것으로 만들어낸 상념은 더 말할 것도 없이 '공'하다.

'올리버 색스'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는 지각과 인식이 왜곡되는 신경사례들이 나온다.

자신의 몸이 비상적으로 크거나 작게 느껴지는 증상들이다. 어떤 환자는 자신의 손이 거대해졌다고 느꼈고, 어떤 사람은 반대로 손이 작아졌다고 느꼈으며, 어떤 사람은 내 손이 내 것이 아니라고 느끼기도 했다. 이런 이상 지각증세는 '뇌 손상'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았다.

자신의 다리를 보고 '자신의 다리가 아니다'라고 주장하는 경우, 거울을 보고 그 사람이 누구인지 깨닫지 못하는 경우, 얼굴을 인식하지 못하거나, 아내를 모자로 착각하는 경우 등 체성감각 피질의 이상으로 신체상이 왜곡되어 느껴지는 경우들이 많다.

그들의 지능은 특별하게 우리와 다르지 않다. 다만 인식기관과 해석 기관의 능력차이로 그렇게 느낄 뿐이다. 과연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구조적으로 조금씩 그들과 가깝거나 멀뿐인데, 우리가 느끼는 인식과 해석은 과연 정상이라고 자부할 수 있을까.

우리는 우리 감각과 인식이 얼마나 불완전한가를 인정해야 한다. 신경학적 사례들을 보면 우리가 보고 느끼는 모든 것은 절대적 진실이 아닐 수 있다.

우리의 손 조차 사실은 다른 사람이 보는 것과 다르게 생겼을 수 있고 우리 바라보는 구름도 다른 사람이 보는 바와 다른 색일 수 있다. 고로 이런 허상 위에 생겨난 거의 대부분의 현실, 과거, 미래는 허상에 가깝다. 결국 연기로 만들어진 무언가처럼 잠시 그 형체를 이루다가 사라지는 듯 '공'하다.

고로 모든 것은 일장춘몽과 같다.

얼굴을 붉히는 것도, 어떤 고통, 화, 불안감에 휩쌓이는 것도, 모두 '공'하다는 것을 깨우치면 그것으로 족하다. 그것이 악몽에서 자유로워지는 방법이고 고통에서 자유로워지는 단 하나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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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 한국출판문화 진흥재단 2024년 상반기 올해의 청소년 교양도서 추천도서
구론산바몬드 지음, 루미 그림 / 홍림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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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대한민국 국민을 수능 등급으로 나눈다면 1, 2등급은 고작 760만명이다.

'공부 좀 했다'는 등급을 2등급까지라고 하면, 국민 나머지 4,300만 명은 거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래도 국제 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1인당 GDP는 일본이나 이탈리아, 스페인보다 높아 꽤 부유하게 사는 편이다. 그러니 공부라고 하는 것은 잘하면 좋은 것이지만 그렇게 못했다고 사람구실 못하고 산다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공부 못했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의 작가 '구론산바몬드'는 1980년대 학창시절을 보냈던 X세대다. 그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했다. 이후 군대를 전역하고 영어 교육과로 전과한다. 우여곡절 끝에 임용고시를 치룬 그는 결국 영어교사가 된다. 20년간 교직이 있으며 그는 현재 중학교 교감 선생님으로 재직 중이다.

이 책은 '어떻게 살고 있냐?'하고 묻는 전화 통화으로 시작한다. 학창시절 공부 좀 했다는 친구로부터 걸려 온 전화다. '과연 공부 못했던 그녀석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하는 호기심으로 전화를 했을 것이라는 작가의 추측을 시작으로 '수필'은 시작한다. 그의 말에 따르면 약간의 자격지심 같은 것이 일어났단다.

책은 학창시절부터 시간의 순서대로 진행된다. 공부 못했던 과거를 이야기하며 점차 성장해가는 과정을 기록한다. 제목과 다르게 수필은 '공부'에 관한 주제는 아니다.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다. 단순 이야기가 아니라 '에피소드 모음집'이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그 소재들이 워낙 자극적인 내용이 많기에 '아, 이래서 필명을 사용하셨구나' 싶었다.

확실하게 말할 수 있건데 학창시절 성적이 인생 성공의 등식은 아니다. 어쩌면 방정식에 가깝다. 분명 거기에는 '미지수'가 포함되어 있다. 그 미지수에 어떤 값이 들어가느냐에 따라 달라지니 변수라는 것은 무궁무진하다. 또한 굳이 비교해보자면 입력값에 출력값이 달라지는 '상자속 함수값'을 모르고 사는 바와 같다.

그러니 중요한 것은 입력값이 아니라, 입력값을 변환하는 함수 속 숫자다. 다 같은 공부를 해도 다른 결과값을 내놓는다. 빌게이츠는 법학을 공부했지만 '컴퓨터 관련 회사'를 창업했다. 스티브잡스도 철학을 공부하고 '컴퓨터 회사'를 창업한다.

입력값이 전혀 출력값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좋은 대학'을 가지 못하면 곧 패배자라는 인식은 학교에서 강제로 심어진다. 어떻게든 하기 싫어하는 것을 하게 만들어야 하는 '공교육'이 '패배주의'나 '열등감'을 만들어 놓는 듯하다.

동기부여 할 수 밖에 없는 우리네 교육 현실이 안타깝다. 독일의 경우에는 진로가 빠르게 결정된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바로 현장에 투입되기도 한다. 이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괜찮은 편이다. 우리의 경우에는 불완정한 미래로 인해 '일단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 올리고 보자'에 집중한다. 그러니 목적이나 본질 없이 경쟁만 치열해진다. 언제 겨울을 맞이 할지 몰라, 에너지만 축적하고 보는 살찐 야생곰 같다.

다시 책의 이야기로 돌아와서 수필은 적절한 허풍과 과장이 섞여 있다. 직접적인 표현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소설을 읽는 내내 즐겁게 했다.

'그렇지, 공부가 아니라 이런 마인드가 중요한 거지.' 생각해보면 삶은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행복하게 재밌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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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 별사
정길연 지음 / 파람북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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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갈 수 없으면 그립고 다가오면 버거운것, 이는 제 홀로만 아는 이의 ㅂ라걸음이 아닐는지요. 가깝든 멀든, 무겁든 헐겁든, 수많은 관계가 그리움과 버거움의 중간 그 어디쯤에서 어긋납니다. 한 치 사람 속 알 길 없다는데, 그 마음이란 것이 한바탕 휘저어놓은 감탕밭처럼 어지러운 까닭이지요.'

한 권의 책을 읽고 나면, 책은 독자의 손을 떠나지만 문장은 남는다. 정길연 작가의 '안의, 별사'는 그런 책이다. 손을 놓아도, 페이지를 덮어도, 문장들은 한동안 머리속을 떠돌며, 끊어진 듯 그렇지 않은 어떤 인연인듯 묘하다.

관계란 무엇인가. 가까이 다가서면 부담스럽고, 멀어지면 그리운 것. 이 모순 속에서 불안과 외로움의 적정선을 찾아 타협하는 것이 아닐가.

관계나 인연이라는 것은 꼭 '사람 간'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인연(因緣)에서 인(因)은 '원인'이나 '이유'를 뜻하는 한자다. 연(緣)은 '연결됨'이나 '인과관계'를 뜻하는 한자다. 이 한자 어디에도 '사람'은 없다.

우리가 흔히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말할 때, '인연'이라는 말을 쓰다보니, 자연스럽게 인연(因緣)의 한자에 사람(人)이 사용될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사람과는 전혀 관계없는 한자다. 굳이 따지자면 '인할 인(因)'은 '에워쌀 위 口)'에 '사람이 팔을 벌리고 있는 모양인 큰대(大)'가 합쳐진 말인데, 이는 사람이 무언가에 기대어 의존하고 있는 모습을 뜻한다. 여기에 사람은 '상대'가 아니라 '나 자신'이 된다.

그렇게 보면 '인연'은 내가 기대고 의존하고 의지하고 있는 연결된 무언가를 뜻한다. 그것은 '공간'일수도 있고, '사람'일 수도 있고, 때로는 '도구'일수도 있다.

연암 박지원은 '허생전'이라던지, '연하일기'로 이미 유명하다. 박지원은 조선의 외교 사절단인 '연행사'의 일원으로 참여하여 북경과 열하를 방문했다. 그의 나이 45세 때 일이다. 이후 그의 나이 55세에 '안의 현감'으로 4년 2개월을 재직한다. '안의'는 현재 경상남도 함양군 안의면이다. 북경 여행에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현감시절 물레방아와 풍구 등의 선진 농기구를 제작하고 보급했다. 또한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보존하는데 힘을 쓰거나 제사 시설을 정비하고 수취 제도을 개선하기도 했다.

소설 '안의, 별사'는 그 시공간을 '재구성'한다. 현감으로 일하던 '박지원'이 안의와의 이별을 아쉬워하며 남기는 글. 안의 별사는 '인연'이라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소설에서 '박지원'은 '책'과 인연이 깊다. 문구를 인용하자면 '세상이 곧 책이다. 책이 없다면 나도 없을 것이다'하며 규장각 검서인 박제가에게 편지를 보내기도 한다.

'자연은 계절에 따라 감흥이 다르고, 하루에도 절정을 보여주는 시간이 다르다. 사람은 어제와 내일이 다르고, 들어갈 때와 나갈 때가 다르다. 자연을 일러 천변만화라고 하며, 사람을 일러 심무소주, 즉 줏대가 없다고 한다. 누구나 자연을 좇아 살기를 원한다. 자연을 좆아 산다는 것이 몸을 자연에 둔다는 것이 아니라, 속세의 티 없이 사는 것임을 모르고서 하는 말이다. 아, 나는 어떠한가.'

'안의'는 산과 계곡이 특히 많은 지역이다. 영남 제일의 동천이라는 '안의삼동'이라는 표현이 있는 걸로 봤을 때, 박지원에게 '안의'란 자연과 뗄 수 없는 장소인 듯하다.

그가 보기에 자연은 계절마다 그 모습을 다르게 한다. 4년이라면 그 변화무쌍함을 네번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자연은 계절마다 변하고 또 하루마다 변한다. 사람도 자연과 다르지 않게 아침의 기분과 저녁의 기분이 다르다. 자연과 닮아 변화무쌍하다. 박지원의 입장에서 자연과 함께 한다는 것은, 그저 물리적인 공간을 자연으로 옮긴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물리적인 무언가가 아니라 그 본성을 함께 하는 것이 자연과 함께 사는 것이다.

소설은 실존 인물인 박지원과 가상의 인물인, 이은용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이 더해진 내용이다. 몰입도가 높고, 문체는 아름답다. 역사적 사실과 상상이 절묘하게 섞여 있다. 독특하게도 화자가 번갈아가며 서술되는 서사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재와 상상이 교차하는 '안의,별사'는 단순 역사소설이 아니다. 관계와 인연을 곱씹게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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