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의민주주의란 무엇인가. 직접적으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않고 대표자를 선출하여 의회와 정부를 구성하는 것을 대의민주주의라고 한다. 오늘날 거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이런 간접 민주주의 정치 형태를 채택하고 있고, 한국도 여지는 없다. 국가를 대표하는 원수이자 행정권의 최고 통치자인 대통령은 특히나 우리나라에서 말년이 불운한 직업중 하나이다. 책은 한국의 불행한 대통령의 원인에 대해 여러가지를 이야기한다. 라종일, 조병제, 이구, 허태회, 황인수, 정태용. 이렇게 다수의 의견이 정리된 이 책은 대한민국 현대사가 갖고 있는 시스템을 지적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 이명박 전 대통령, 박근혜 전 대통령 등 우리의 현대사 대표 정치인들은 모두 그 말년이 비극적이다. 과연 그들의 인생이 비극적인 것이 개인에 의한 문제일까. 시스템의 문제는 없는 것일까?
박근혜 대통령은 벌써 5번 째 재판, 3년 8개월 째 수감 생활을 하고 있다. 국정농단과 국가 정보원 특수활동비 상납,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 개입 사건 등 3가지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지금까지 총 징역 22년을 선고 받았다. 이는 전직 대통령 중 수감기간이 가장 긴 대통령이기도 한다. 형량을 전부 채우면 80대 후반의 나이가 된다. 또한 회사 자금을 횡령하고 대기업에 거액의 뇌물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징역 17년 형을 확정 받았다. 또한 우리가 잘 알다시피 2009년 5월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사저 뒷산에서 노 전 대통령을 생을 마감했다.
5년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면 대한민국 행정부 수장은 기다렸다는 듯이 사법부로 불려다니기 시작한다. 나는 글에서 내가 보수인지, 진보인지를 따지지 않는다. 그들이 잘못을 했는지, 잘 했는지를 따지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그들을 뽑았던 뽑지 않았던 그들은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대통령으로 선출사람들이다. 그들은 해당시대 가장 국민으로 부터 인기있는 유일한 하나이기도 했다. 대통령직을 행하거나 물러날 때 많은 사람들이 대통령을 욕하거나 비난하는 일들이 일어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이 했던 정책들을 욕하거나 비난할 생각들이 없다. 그들은 당시 시대가 원하는 대표성 있는 정책들을 진행하던 대리 정치인들일 뿐이다.
모든 국민이 모든 정책과 정치에 관여할 수는 없다. 선생은 학생을 잘 가르치고 사업가는 사업을 튼튼하게 키우고, 운동선수는 운동을 잘하면서 자기의 위치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우리는 정치 대리인을 고용한다. 그것이 국회의원이 되건, 대통령이 되건 마찮가지다. 내가 사건 변호를 변호사에게 맡겼으면 나는 법에 관한 모든 일을 변호사에게 일임하고 본업에 충실하면 된다. 내가 자동차 수리를 정비원에게 맡겼으면 자동차 수리는 정비원에게 맡기고 본업에 충실하면 된다. 우리는 우리가 스스로 고용한 정치인에 대한 불신 때문에 모든 국민이 정치면 기사를 본다. 대통령에게 자신의 직무에 충실할 것을 강요하면서 정작 그런 행위 때문에 자신의 본업에 소홀하게 된다.
우리의 정치는 유신을 넘기고 엄청나게 성숙해져 있다. 이제 전문가에게 정치를 맡겼으면 신뢰하고 응원하는 것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잘못된 일에 대해서 호되게 비판해야 하지만, 모든 일거수 일투족을 확인하는 행위는 되려 좋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그런 이유로 나는 경제나 문화, 기술 등의 뉴스면을 보더라도 정치 뉴스는 잘 확인하려 들지 않는다. 2019년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연례 민주주의 평가에서 한국은 세계 167개국 중에서 23위에 해당한다. 이는 일본이나 미국보다 높은 순위이다. 이렇게 성숙해져 있는 민주주의에 대해 지금도 질타하고 있는 것은 좋게 보자면 더 발절 할 수 있는 여력이기도 하고 부정적으로 보자면 불신과 불안일지도 모른다.
정치인들은 비난할 때 우리는 그들을 야비하고 더러운 일을 뒤에서 벌인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높은 위치에 있을 수록 더 클 것이라는 막연한 불신이 존재한다. 하지만 역대 대통령이 항상 퇴임 후 수사를 받고 있는 대한민국 정치의 역사를 당선인들이라고 모를리가 없다. 어쩌면 그들은 더 조심하고 더 신경쓸 것이다. 책에서도 이런 언급이 나온다. 우리 모두에게 대통령직에 관한 과장된 이미지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 법에 의해 위임된 권한보다 더 큰 영향력을 갖을 것이라는 착각을 갖는다는 대목이 나온다. 그들의 실수는 본인일 수도 있지만, 대체로 측근과 친척인 경우들이 많다. 이는 한국의 특수성이라고 설명한다. 친인척들이 비리에 연루가 되는 경우, 대통령들은 대게 그들을 엄격학 ㅔ다루지 못하고 이해하거나 변호를 하곤 하는데, 전 대통령들의 행적들도 대게 비슷하다. 김영삼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김대중 대통령들도 비슷한 예들이 존재한다.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부은 외교에 관한 부분이다. 책은 전직대통령들의 회고록들을 보면 거의 대부분이 외교에 대한 내용을 기술한다고 말한다. 이에 김대중 대통령의 '한반도 냉전 구도 해체', 노무현대통령의 '동북하 균형자론' 이명박 대통령의 '글로벌 코리아', 박근혜대통령의 '한반도 신뢰 외교'라는 나름 대로의 국제 정세변화와 시대정신을 반영한 공약들을 이야기 했다. 이런 외교는 대통령직 중 가장 큰 역할이기도 했다.
책의 핵심 내용인 대통령을 불행하게 만드는 구조적인 원인에는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와 5년 단임제 승자 독식제도의 부작용을 이야기한다. 이런 정치제도적 요인은 우리 현대사에서 아주 잠깐 내각책임제를 실시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꾸준하게 우리의 현대 정치사의 문제들이다. 또한 오랜 시간 동안 이어져 있던 정치문화적 요인인 '지역대결주의'도 한 몫한다. 지금도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를 이야기하면서 극우, 극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전라도, 경상도를 운운하는 지역감정이라는 사회갈등이 남아 있다. 복잡한 현대사를 겪었던 우리의 특수성 때문에 우리는 '남과 북' 뿐만 아니라 '전라도와 경상도','남자와 여자', '청년층과 노년층', '노와 사의 갈등', '친일과 친북'이라는 이데올로기들이 명확하지 않게 보수와 진보라는 양측으로 분류되는 듯 마는 듯 소모적인 싸움을 벌이고 있다.
현대사가 복잡하고 사회의 갈등이 심화할수록 정치인들은 자신을 대표하는 이들을 위해 더 극단적인 정책과 정치활동을 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이를 포용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런 과정 중에 일어나는 여러가지 정치 보복들이 우리가 지켜보는 현대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년으로 들어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예전 김무성 전 의원은 자신의 친박계 의원들이 대규모 회동을 갖고 인사전횡이라고 비판한 것에 관해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시끄러운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충분히 나올 수 있는 말이라 생각하고 오해해서 생긴 이야기는 잘 이해시켜 드리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말했다.
이 말이 어떤 상황에서 나왔던 말인지를 떠나 "민주주의는 기본적으로 시끄러운 것"이라고 했던 표현에 동감한다. 조용한 민주주의는 대표성에 책임 없는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고 있거나 심각한 독재자가 운영하는 국가일 뿐이다. 우리나라 정치가 어제도 오늘도 시끄럽지만, 이렇게 시끄럽게 돌아가는 것이 기본적으로 민주주의가 잘 작동한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안타까운 점은 아직 완결되지 않은 결말이라고 하더라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언급이 적다는 것에 있다. 나의 정치적 성향을 떠나 책의 신뢰를 위해 균형 있는 예시가 있었으면 얼마나 더 좋았을까 하는 아쉬움은 있다. 책의 어느 부분에는 문희상 님의 글이 있는데, 이 책을 대표하는 문장이 아닌가 생각한다. 나또한 너무 공감되는 말이다. 죄에 있어서 전직 대통령들은 물론 법의 신판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 하지만 언제나 일정 루틴과 같이 벌어지는 전직 대통령들의 비극은 자칫 정치적 보복 행위로 보여질 뿐이다. 그의 말처럼 나 또한 바라건대, 우리에게도 다시 아름다운 전직대통령이 생기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