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는 낙타는 사막을 건너지 못한다 - 아부다비에서 찾은 인생이라는 사막을 여행하는 법
김지광 지음 / 청년정신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부터가 시적이다. 표지부터가 요즘 '핫'하다는 에세이 표지스럽다. 어딘가로 갈 때, 조용히 책의 앞면을 내어두고 싶은 책이다. 근래들어 '역사' '인문학', '정치',' 경제' 등의 책만 읽다보니, 무언가 책을 읽는 동안도 쉰다는 느낌보다는 달려나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이 책을 펴기 전, 표지와 제목을 바라보는 일 만으로도 편안함이 느껴진다. 이 책은 책을 읽기 전 부터 어떤 책일지 감이 온다. '사막'을 지나면서 느꼈던 내용에 대한 에세이일 거라고 생각했다. 물론 아니였지만 말이다. 얼마전 나는 '거기가 어딘데'라는 KBS 예능을 우연하게 접한 적이 있다. 오만의 한 사막에서 영화배우 차태현과 지진희, 배정남, 코미디언 조세호 님이 오만의 사막을 횡단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다른 사람들의 공감을 크게 얻어 내지 못했는데 얼마 간 더 방송하다가 지금은 방송하지 않는 듯 했다.

외국에 있을 적에는 한 영화를 수 천, 수 만 번을 돌려봤지만 한국에와서 같은 예능을 돌려보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이 예능은 내가 벌써 5번도 더 정주행한 예능이다. 무언가 모르겠지만 사막이 주는 아득함이 간접 체험이라도 좋았던 듯 했다. 극한 체험은 살면서 꽤 기회가 많았다. 뉴질랜드에서 어딘지도 모르는 곳에 버스에서 내려 무조건 걸아갔던 기억이나 출국할 비행기표만 가지고 갔던 탓인지, 당장 10센트도 없어 길거리에서 2불자리 동전이라도 줍지 못하면 하루를 굶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들... 그 밖에 일단 저지르고 보면 어떻게든 된다는 철학 때문에 스스로 저지른 수 많은 행동들 때문에 가끔 나의 인생은 지리하다가도 극단적일 만큼 독특한 경험을 하곤 한다.

왠지 단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세계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은 내가 어린 시절부터 갖고 있던 로망같은 것이었다. 여러가지 기대를 가지고 책의 첫 장을 폈다. 책은 내 생각과는 다르게 단순한 여행 에세이는 아니였다. 현재 한국 전력 공사에서 부장으로 재직 중인 '김지광 작가'님의 글이다. 그가 학창시절 부터 지금까지 있었던 일과 생각들을 잘 정리한 책이고 그의 인생에 지대한 영향을 주었던 공간인 사막을 인생과 비교하여 많은 예를 든 책이다. 책은 혼자 읽다보면 뿌듯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며 씁쓸하기도 한다. 책을 읽고 많은 부분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다. 누군가의 눈에 봤을 때, 편안한 위치에 있는 사람일 지라도 누구나 인생의 굴곡을 갖고 있다.

지천명의 나이에 그는 인생을 돌아보며 자신의 성찰하고 관찰했다. 여러가지 의미에서 나와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나는 비록 그보다 어린 나이지만 그의 인생에서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었다. 나의 여러 책에서 나는 인생을 바다와 비교했었다. 수많은 굴곡진 파도를 넘어서지만 그래도 망망대해인 바다가 인생과 같다는 비유를 종종 하곤 했는데, 그러고보니 그의 비유인 사막과 나의 비유인 바다는 어딘가 많이 닮아 있었다. 원래 인간이 항해술이 발달한 이유는 사막을 횡단하던 배두인들에 의해서다. 동서남북의 사방이 모두 같은 사막은 어느 곳으로 가야 할 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환경이다. 이런 환경은 망망대해와 같이 어느곳으로 가야 할지 모르는 상황의 바다 항해술을 발전시켰고 비로소 인류는 대양의시대를 열었다. 결국은 우리가 고난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경험은 자산으로 쌓여간다. 척박한 환경에서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더 넓은 바다와 대륙으로 넓힐 수 있는 자산으로 발전했다.

책에서 작가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의 형용할 수 없는 마음이 한 대목을 차지한다. 아이를 낳고 나서 아버지가 되어보면 아버지를 이해할 수 있다. 책에서 작가는 자녀를 갖고 나서 아버지를 떠올렸다고 한다. 어깨가 짓눌려지는 무게감은 아버지라는 이름을 걸고 난 뒤부터 벗어날 수 없는 즐거운 부담이다. 나에게도 쌍둥이가 있다. 어쨌거나 어머니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랑을 하던 아버지들의 감정을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책은 중반부가 지나가면서 종교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다. 기존 다른 책들은 종교적 색채를 갖는 순간부터 나는 조금 불편해진다. 하지만 이 책은 종교에 대한 불편할 정도의 맹목적적인 시각이나 설득을 하지 않는다. 자신이 종교의 도움을 통해 자신이 갖고 있던 고뇌로 부터 해방되어가는 과정을 설명하는 역할로만 종교가 등장한다.

작가가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고 문학을 좋아했던 흔적은 그의 필력으로 느껴졌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글과 가끔씩 상황에 맞게 나오는 인용구들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가는 나의 마음을 후벼팠다.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사람이 있다. 가끔은 그 사람들이 모두 지금의 모습을 하며 채워 온 모습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구나 굴곡을 갖고 살아간다. 가만히 있을 것 같은 인생은 결코 가만히 있어지질 않는다. 어떤 계획을 세운다고 해도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예전 내가 20대 때는 나의 앞으로 인생 계획과 꿈에 대해 어른들께 자신감을 갖고 말씀 드렸던 적이 있다. 그때마다 어머니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

"해 봐도 좋지만, 계획대로 되지는 않을 거다."

어렸을 때는 어머니의 그 말이 참 불편했다. 된다고 믿고 살아도 되기 어려운 일들을 왜 굳이 옆에서 저런 식으로 말씀 하실까 하고 서운해 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계획에 변수나 오류는 발생할리가 없을 것 같았다.

아주 완벽한 루트를 이용하여 항해하고 있다고 믿던 경로에 자세히 들여다보니 지도 상에는 보이지 않는 암초들이 존재했다. 그 암초를 몇 번 피하고 보니, 내가 항해하던 방향은 애초 내가 출발할 때 가고자 했던 방향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그 또한 길이다. 인생은 살다보니 항상 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아주 커다란 변화를 주고 달라진다. 당장 얼마 뒤, 엄청난 부자가 될 수도 있고 엄청난 실패를 할 수도 있다. 지금은 서행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하더라도 곧 나를 향해 도달할 엄청난 변화를 결코 짐작도 못하고 있다. 그래서 인생이 재밌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책을 읽고는 많은 부분에서 위로를 받았다. 정말 많은 부분에서 위로를 받았다. 나는 제주도 서귀포 남원에 살고 있다. 그러다보니 내 주변에서 내가 만나거나 교류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폭이 많이 줄어 들었다. 하지만 내가 블로그를 하고 집필활동을 시작하면서 내가 만나는 사람의 폭이 넓어졌다. 나는 모르지만 나를 아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도 했고, 나는 알지만 상대가 모르는 인맥도 늘어났다. 어쨌거나 양방향이던 아니던, 우리는 어떤 교류를 하고 있다. 그의 글에서 그와 정말 말이 잘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외 원전 건설 업무를 통해 수 년 간 사막에 있어야 했던 외로움과 내가 겪었던 해외에서의 외로움은 어쩌면 비슷한 색깔이었을까?.

어쨌건 그의 인생으로 부터, 그의 글로 부터, 그의 인생관으로 부터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분 좋은 에세이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