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 나를 흔들다 - 붓다를 만나 삶이 바뀐 사람들, 2006 올해의 불서
법륜 지음 / 샨티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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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예전 인도에 한 '비구니'가 있었다. '비구니'는 삭발하고 낡은 장삼을 입는다.

삭발과 낡은 장삼이지만 그녀은 매우 아름다웠다. 그러다 마을에 한 젊은 청년이 '비구니'를 보고 반한다. 그녀의 눈이 너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청년은 '비구니'의 눈을 찬미하며 다가갔다. '비구니'는 청년의 고백을 정중하게 거절한다.

"외모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비구니의 맑고 고요한 그녀의 눈에 대한 청년의 찬미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청년은 그녀가 '비구니'로 사는 것이 아깝다고 여겼다. 그녀의 눈은 여전히 보석처럼 맑고 아름다웠다.

청년은 다시 '비구니'에게 구애했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비구니는 계속해서 거절 의사를 비친다.

그래도 청년은 포기하지 않고 날마다 같은 말을 반복하며 '비구니'를 찾왔다.

말을 해도 통하지 않는 청년을 그녀는 조용히 바라봤다. 그러고는 앉은 자리에서 자신의 한쪽 눈을 뽑아 청년 앞에 내던졌다.

"그렇게 아름다우면 가지고 가십시오."

청년은 비명을 지르며 도망쳐 버렸다. 그리고 다시는 그녀를 찾아오지 않았다.

청년이 사랑한 것은 '그녀'였을까. 그녀의 '눈'이었을까. 그것도 아니면 언젠가 자신이 만들어낸 '환상'이었을까.

이 이야기는 '백유경'에 나온다. 외적 아름다움이란 얼머나 허멍한가. 붓다의 이야기를 보면 육체란 '똥자루'와 다르지 않다는 구간이 자주 등장한다. 우리의 육체란 실제로 배속 가득 오물을 싣고 다니는 '똥자루'와 같다. 그 외형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사실 중요치 않을 수도 있다.

'청년'이 사랑한 것이 '외모'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은 우리가 '사랑'하는 방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어떤 사랑은 '외형'만큼 부질없고 때로는 조건이 있을 수 있다.

조건이란 언제나 변화무쌍하다.

고로 우리의 사랑은 얇디 얇다. 대부분 나이가 들면서 사라지거나 의미가 없어지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진정한 사랑은 어쩌면 '무조건적인 사랑'인지 모른다.

이성간의 사랑 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사랑이 그렇지 않은가.

청년은 자신이 그토록 찬미하던 상대의 '눈'을 얻었지만 도망치지 않았던가. '사랑'의 대상이 '공포'의 대상이 되는데 몇분도 걸리지 않았다.

'사랑'의 모양을 오해하면 일어나는 일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살인 사건은 배우자 혹은 연인 등을 상대로 범죄가 일어난다. 대한민국의 살인 사건 4건 중 1건은 친밀한 파트너에 의해 일어난다.

사랑의 모양을 오해하면 일어나는 일이다. 실제 대부분의 살인 사건은 왜곡된 애착과 집착에서 비롯된다.

사랑이라 믿었던 감정이 상대를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으로 변질될 때, 종종 이야기는 비극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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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로 다시 읽는 자본주의 세계사 - 자본주의는 어떻게 이동하며 세계의 미래를 바꿔왔는가?
이동민 지음 / 갈매나무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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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역사에서 종교적 율법에 따라 육식을 금하는 것은 상당히 일반적이다. '힌두교'는 소를 신성시 여겨, 소고기를 먹지 않는 금기 풍습을 인도에 만들었다. '이슬람'은 돼지고기를 부정한 것으로 여겨 섭취를 금지했고, '유대교'는 돼지고기나 갑각류 등의 특정 동물 섭취를 금지했다. 불교에서는 계율에 따라 채식주의를 권장하며, 천주교의 사순절에는 전통적으로 고기를 제한하거나 금지하는 관습이 있었다. 그리스도교의 경우에도 육식을 금하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18세기 후반에서 19세기 '농업혁명'이라 불리는 농업기술 혁신이 일어나기 전까지, 생선이 유럽인의 식단을 지배했다. 프랑스 부르봉왕조의 창시자인 '앙리 4세'가 '모든 평민이 일요일마다 닭고기를 먹을 수 있는 살기좋은 나라로 만들겠노라 공언한 때가 16세기다.

인류 역사에서 닭고기가 현대와 같이 풍족하게 식단에 올라온 것은 비교적 최근이라는 의미다. 돼지의 경우에는 가뜩이나 물이 부족한 '이슬람 문화권'에서 무섭게 물을 해치우는 가축이다. 얼마나 위협적이냐면 사료보다 물을 더 많이 마실 정도다. 종교의 힘을 빌리지 않고서는 집단 전체를 위협에 빠뜨릴 수 있을 정도다.

어쨌건 사료나 물도 들지 않고 저렴하며 단백질과 열량이 풍부한 식단이라면 '생선'이라고 볼 수 있다. 알프스 북쪽 유럽에서는 대륙 서쪽의 북대서양에서 잡히는 대구와 청어를 즐겨 먹었다. 이곳의 청어는 가격도 저렴하고 어획량도 많았다. 이 물고기를 잡아다가 이들은 염장하고 훈제하여 보관하고 운송,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은 이들에게 막대한 경제적 이윤을 만들어 냈다.

다만 청어의 경우에는 서식지를 옮겨 다니는 습성이 있다. 고로 당대의 청어 어장의 변화 위치가 유럽 국가의 세력 판도를 바꿀 정도로 영향을 미쳤다. 근해에 청어 어장이 형성되면 해당 국가는 큰 돈을 벌었고 국력을 키울 수 있었다. 다시 근해의 청어 어장이 사라지면 이들은 경제적으로 큰 손실을 보며 국력이 약해질 정도였다.

11세기부터 13세기 사이에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대규모 갯벌과 진펄 간척사업이 이루어졌다. 이러한 간척과 제방 공사는 북해 연안, 특히 네덜란드 지역에서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이러한 간첩사업으로 북해에 거대한 청어 어장이 형성된다. 이로써 저지대 땅에 인구가 증가하기 시작진다. 이 땅이 낮은 지역은 오늘날 '네덜란드' 지역이다. 네덜란드는 청어 무역을 기반으로 경제적 번영을 이루었다. 13~14세기에는 한자 동맹과 연결되어 유럽 북부의 경제 중심으로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이로써 네덜란드가 해양 강국이 되는 계기가 된다.

참으로 무력할 정도로 어이 없게도, 인간의 역사를 결정 짓는 것이 대로는 '지리', '태양의 흑점활동' 혹은 '청어 서식지 변화' 따위에 의존되는 경우도 많다.

이후 네덜란드는 영토나 인구에 비해 조직적인 경제 성장을 이룩한다. 이로써 이들은 아시아 등의 해양 무역을 본격적으로 진출하기 시작한다. 다만 아시아 항해는 카리브해나 아프리카에 비해 시간과 비용이 적게는 두배에서 많게는 네배까지 들었다. 또한 이들의 선박은 여러 이유로 대략 20%가 침몰하곤 했다. 이런 이유에서 네덜란드는 원양 무역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안정적이고 효율적으로 조달하기 위해 '주식, 보증, 채권'과 같은 신용거래를 활성화하기 시작한다. 이렇게 시작한 것이 바로 '동인도 회사'다. 이들은 해상 무역을 독점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았고 막대한 이윤을 창출했다. 이로써 정부로 부터 군대 편성 같은 군사적 권한도 위임받는다. 이 '회사'들이 병력과 함대를 앞세워 아시아, 아메리카 각국을 '식민지화'하기 시작한다.

14세기 후분 부터 청어 어장이 서서히 북상하기 시작한다. 해류의 변화나 과도한 어획, 해양 환경의 변화등으로 어장 중심지가 서서히 북상한 것이다. 이어 이들의 서식지는 네덜란드 해안에서 점차 멀어진다. 이로써 청어 서식지가 영국 동해안과 덴마크, 노르웨이 북쪽으로 옮겨진다. 영국이 새로운 청어 어업의 중심지가 된 것이다.

물론 '청어 서식지'가 변해서 '세계 패권'이 옮겨갔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실제로 네덜란드는 어장 쇠퇴로 경제적 타격을 입었으나, 이미 축적한 자본과 항해술을 기반으로 이후 무역과 상업 중심의 해양 국가로 자리잡았다. 다만 영국과 북유럽 국가들이 청어 어장의 새로운 중심지로 부상하면서 새로운 경제적 이익과 성장을 얻었다고 볼 수 있다. 영국은 네덜란드와 달리 인구가 풍부하다. 또한 육군을 유지할 필요가 없는 섬나라다보니, 소규모의 상비군을 운영해도 될 정도로 군비경쟁에서 자유로울 수 있었다. 이런 지리적 배경으로 내실을 다져온 영국은 네덜란드에서 시작된 재정혁명을 이어받아 17세기 후반에서 18세기에 완성했다. 그리고 국력면에서 월등했던 프랑스를 제치고 서구 세계의 패권을 장악하더니 18세기 후반에는 산업혁명을 일으키며 역사상 최초의 본격 자본주의인 산업자본주의의 서막을 연다. 이후 칠련 전쟁에서 영국이 승리함으로써 영국은 인도의지출을 가로막을 유럽의 경쟁자가 없어졌음을 알게 된다.

당시 무굴제국은 세계 최대 경제 대국이었다. 인도는 목화의 원상지이기도 하고 당시 세계 최대 면직물 생산지였다. 다만 무굴제국은 아우랑제브 사후 급속히 몰랍하며 해체됐고 이곳에 영국의 동인도 회사가 진출하면서 산업혁명으로 만들어진 증기기관과 면직물 생산방식의 변화로 급격한 세계 역사의 판도가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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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론 1
제레미 오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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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제레미 오'는 아주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서울대학교에서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고 현재는 정신과 전문의로 근무 중이다. 독특한 이 이력이 완전히 녹아든 작품이 '홀론'이다.

'홀론'은 우주비행사 '루크 쇼'의 이야기다. 달 근처에 나타난 미스터리한 '다크홀'이라는 현상을 탐사하기 위해 주인공 '루크'는 비행에 나선다. 이 미스터리한 자연현상을 탐사하던 중 그가 겪는 이야기는 꽤 독특하다. 의식을 잃은 다른 동료들과 달리 홀로 그는 완전히 새로운 세계에 도착하게 된다.

소설의 도입부 논리적 설득력은 탄탄하다. 이를 기반으로 작가 과감하게 전개를 진행한다. 중간쯤부터 '당췌 어떻게 나를 설득했기에, 내가 여기까지 왔는가'하는 의구심이 든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일단 소설은 재미있다.'. 페이지가 '탁, 탁' 하고 넘어가는 맛도 신난다.

이야기는 점차 더 과감한 공상적 이야기로 나아간다. 이 과정에서 거부감보다는 박진감이 느껴진다. 도입에 설득이 없었다면 끝까지 읽지 않았을 수도 있다. 다만 첫 몇 페이지의 허들만 넘어서면 소설은 신나게 자유로이 장르를 벗어나며 나아간다. 강점이라면 적절한 속도 조절감이다.

작가는 빠르게 전개해야 할 구간과 섬세하게 쌓아 올려야 할 구간을 정확하게 알고 있다. '소설'의 요약본을 보는 것이 되려 '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요약본은 의미가 없다. 애당초 소설은 하나의 플롯을 향해 움직이기보다 주인공이 겪는 다양한 사건을 해결해가는 재미가 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런 소설은 '지루하게 보이는 과학이나, 허무맹랑하게 보여지는 공상의 이야기'처럼 느껴질 것이다. 다만 이 소설은 가르치려는 시도 없이 그저 이야기 전개에 충실한다.

다시 소설의 이야기로 돌아오자. '루크'는 새로운 세계에서 '안내인'인 '안나'를 만난다. 그녀는 설명한다. 그녀의 설명에 따르면 '루크'는 다시 본래의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렇다고 새롭게 도착한 곳에 정착하기에 너무나 많은 것을 두고 나왔다는 생각이든다. 그의 눈에 새로운 곳은 모순으로 가득찬 곳이다. 작가가 설명한 이 새로운 곳은 과거 TPL이라는 광고를 떠올리게 한다. 이 광고는 제일기획에서 기획한 삼성의 애니콜 브랜드 광고였다. '타블로, 보아, 진보라, 시아준수'가 '애니밴드'를 결성하여 나오는 광고다. 그곳에서는 Talk, Play, Love가 금지된다. 광고는 그 갑갑한 곳을 벗어나기 위해 밴드를 결성하고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이쯤되면 소설 '홀론'의 1편 중 절반이 지나간다. 여기서부터 소설은 완전 다른 장르가 된다. 이제 작가도 '에라, 모르겠다' 하고 어느정도의 개연상만 가지고 과감하게 이야기를 진행했는지 모른다. 여기서부터는 '설득력'보다 '재미'가 읽을 수 있는 동력으로 바뀐다. 독자인 나도 '그래, 이제 와서 설득력이라는게 뭐가 중요해, 재미만 있으면 되지'로 바뀐다.

자신의 앞에 놓인 80억개의 지구를 주인공은 본다. 각 지구에는 하나의 의식적 존재가 있다. 또한 나머지 모든 이들은 무의식적 존재다. 자신이 떠나온 지구가 이미 파괴됐음을 루크는 알게 된다. 그러나 자신의 지구가 아니라 '딸'의 지구를 찾아 나서기로 한다.

소설은 '인터스텔라'를 떠올리게 한다. 때로는 소설 '미드나잇 라이브러리'를 떠올리게 한다. 항공우주와 프로이트의 정신분석이론의 경계를 모호하게 오가며 느껴지는 것은 사실 이 소설이 SF의 표면을 갖고 있으면서 판타지적이라는 것이다. 정말 재미있는 책을 만나면 느슨해졌던 독서 습관이 바짝 조여든다. 이 책을 시작으로 아마 다시 한창 책을 쥐고 살지 않을까 싶다. 글을 마치고 나면 2권을 볼 예정이다. 전개상 더 진행할 수 있을까, 하는 구간에서 1편이 끝났기 때문에 너무 기대하는 마음으로 2권을 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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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수학 1등급은 부모가 만든다 - 고등학교 성적까지 이어지는 올바른 초등수학 학습법
황지언 지음 / 온더페이지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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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은 왜 공부해야 하는가.

단지 시험을 잘 보기 위해서인가. 실제로 '영어'는 졸업 후에도 꽤 활용할 일이 많다. 다만 많은 사람들은 '수학'이 대학을 위해서만 필요하다고 여긴다. 정말일까. 아니다. 수학은 조금더 넓은 의미에서 필요하다. 수학은 삶을 이해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중요한 도구다.

수학은 사물을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사물뿐만 아니라 상황이나 현상도 그렇게 보도록 훈련한다. 우리가 마주하는 복잡한 현실을 단순하게 만들어주고 삶을 명료하게 바라 볼 수 있도록 한다.

쌍둥이 아이들은 벌써 아홉 살이 됐다. 둘은 매일 아침마다 자발적으로 수학 문제집을 펼친다. 30분간 연간 문제를 푼다. 아주 다행인 것은 '강요'가 아닌 '자발성'에 기인한다는 사실이다. 하루 두 쪽씩 꾸준히 쌓아가는 문제집은 두 달이면 세 권을 넘어간다.

'황지언 작가'의 책 '우리 아이 수학 1등급은 부모가 만든다'라는 책을 읽었다. 이 책은 수학 성적을 올릴 수 있는 단순한 기술을 넘어 수학적 사고력을 근본으로 키워주는 방법을 말한다. 또한 부모가 실천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제시한다. 가령 보드게임은 한다거나 다양한 체험을 하는 등 얼핏 수학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는 솔루션을 제시한다. 책의 핵심 메시지는 명확하다. 그것은 바로 '습관의 힘'이다. 매일 30분씩 꾸준히 공부하는 작은 습관들이 모여 진정한 실력으로 꽃핀다는 것이다.

아이의 루틴을 아침으로 잡아준 이유도 그것이다. 어떤 습관은 꽤 쉽게 사라진다. 이유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겪게 될 다양한 사회변화 때문이다. 아이는 점차 자신만의 사회를 만들어 갈 것이다. 저녁이 되면 친구들과 약속이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집에서 일어나는 크고작은 대소사들도 그렇다. 그런 일들은 처음에는 하나 나중에는 둘이 되겠지만 결국에는 습관을 잇지 못하는 역할을 할지 모른다.

그런 의미에서 아침에 해야 할 일을 어서 끝내 놓는 습관은 지속성을 갖게 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책을 읽으며 내가 가진고 있던 수학에 대한 철학이 한층 더 뚜렷해졌다. 모든 것은 '습관'에서 비록한다는 철학 말이다. 수학 공부는 단순히 문제를 푸는 행위가 아니다. 아이들이 스스로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해 가는 과정을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은 분명 꾸준한 루틴이 필요하다.

책은 부모의 역할을 강조한다. 아이의 공부를 지켜보는 것에서 더 나아가, 함께 목표를 정하고 아이의 주도성을 길러주는 것을 말한다. 수학을 생활 속 흥미로운 탐구로 만들어 줄 것을 권한다. 나 역시 아이의 생일날 선물대신 현금을 주고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관리하는 법을 가르친 적 있다. 책을 읽으며 이 경험이 다시금 떠올랐다.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면 모든 부모가 책의 이상적인 제안을 실천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현실적인 어려움은 분명 있다. 그러나 저자의 방법을 절대적인 정답으로 보기 보다는 각자의 상황에 맞게 참고 자료로 활용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제주에서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나는 종종 아이들이 수학적 사고를 통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기를 바란다. 성적과 등수보다는 아이들의 자신만의 논리와 사고의 틀을 가지고 자신있게 살아 갈 수 있는 힘을 길러주는 것이 부모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그런 의미에서 반갑다. 수학 공부의 방향과 방법에 대한 명확한 안내를 제공하며, 아이와 내가 걷는 길이 올바른 길이라는 확신을 준다. 아이들이 매일 조금씩, 성실하게 걸어간다면 언젠가 수학뿐 아니라 인생이라는 더 큰 문제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아이로 성장하리라고 믿는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그것은 우리 아이들의 1등급 성적표가 아니라 삶의 태도 속에서 이미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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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사 개념어 사전
유정호 지음 / 믹스커피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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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드라마 '허준'을 무지 좋아하는데 벌써 20년도 넘은 이 드라마를 벌써 몇 번이나 정주행 했는지 모른다. 이 드라마를 다시 정주행하기 위해서 다른 영화나 드라마는 보지 않으면서 웨이브(wavve)를 몇 번이나 구독하고 있다.

처음 '허준'을 볼 때, 그저 이야기의 흐름만 좇았다. 허준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사극이 그럴 것이다. 인물들이 나누는 대화의 맥락이나 사건의 긴장감에만 정신이 팔린다. 하지만 두 번째 볼 때부터는, 귀에 익숙한 명사들이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가령 '어의', '의녀', '탕약', '내의원', '서얼', '유의', '구안와사'. '혜민서' 등이 그렇다. '의녀'만 봐도 그렇다. '의녀'는 조선시대 여성 의료인을 가르키는 말이다. 다만 의녀는 양반출신은 거의 없고 대부분 사회적 지위가 낮고 대부분이 중인이나 천민 출신이었다. 이들은 공식적인 지위가 낮기 때문에 잡역이나 잡무에 자주 동원됐다. 왕실에서 큰 연회나 행사가 있을 때, 허드렛일이나 서빙을 하기도 했다.

이런 배경 지식은 차후 다른 역사 드라마나 영화 혹은 책을 읽을 때, 종종 사용된다. 즉 어떤 명사든, 그 속에는 역사와 스토리가 숨어있다. 결국 명사는 하나의 세상을 압축한 언어인 셈이다. 우리는 단순하게 '어의'나 '침술', '내의원'의 말을 스치고 지나가지만, 그 말들 각각이 품고 있는 개별적 역사는 깊고 다양한 스토리를 포함하는 경우가 많다.

역사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바로 생소한 '명사'와 '용어' 때문이다. 나와 같이 역사 드라마나 소설, 영화를 즐기지 않는다면 '내명부'라는 이름만 들어도 머리가 지끈거릴 것이다. '내명부'는 본래 궁중 여성 관리와 왕족을 말하는 용어다. '왕비, 후궁, 상궁, 궁녀, 의녀' 등을 말한다. 이들의 정치적 권한은 사실상 없지만 조선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후계자 결정이나 정보 흐름의 통제 등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했다. 즉 '내명부'는 정치 참여가 금지된 여성들이 비공식적으로 정치 활동을 하던 배경이기도 하고 왈실 내의 정치적 역학 관계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졌던 곳이기도 하다.

이러한 배경을 알고 소설이나 드라마를 보면 그 재미가 한껏 더해진다. 실제로 역사책을 펴면 낯선 인물이나 생소한 지명, 처음 듣는 사건명이 수도 없이 등장한다. 역사 뿐만 아니라, 철학이나 과학, 문학과 예술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가 결국 명사의 벽을 넘어서야만 한다. 생소한 명사는 진입장벽이다. 다만 이런 진입장벽만 넘어서면 세상은 한층 넓고 깊은 맥락으로 다가온다.

'조선사 개념어 사전'은 바로 이 벽을 허물기 위해 존재하는 책이다. 조선 역사에 등장하는 수많은 명사와 용어, 인물과 사건을 다루며 독자들의 문턱을 넘어 보다 깊이 있는 이해에 도달하도록 돕는다. 책을 통해 우리는 조선이라는 거대한 세계 속에서 명사 하나하나가 만들어낸 미시적인 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본 책에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드라마 허준'에 등장하는 '침술'이라는 명사도 예시를 들수가 있다. 명사는 그저 치료 행위가 아니다. 한의학에서 침술은 수백 년간 이어져 내려온 인체와우주의 이해를 압축한 단어다. 이는 드라마에서 아주 짧게 언급하고 지나가기도 한다. '내의원'이라는 명사도 마찬가지다. 그저 궁궐 안의 의원이 아니라, 당시 권력과 의학, 그리고 인간관계가 얽혀 있는 복잡한 세계를 품고 있다. 이런 명사들이 쌓이고 쌓일후록, 이야기는 더 깊고 풍성해진다. 드라마를 처음 볼 때, 두 번째 볼때의 깊이가 달라지는 것도 이런 명사들이 주는 맥락이 더 깊어지기 때문이다.

삶도 마찬가지다. 처음엔 무심히 넘겼던 어떤 것들이 어느날 문득 나에게 말을 걸어올 때가 있다. 하나의 명사가 삶에 들어오면, 그때까지 보이지 않던 주변의 다른 역사와 이야기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명사가 만들어낸 세계 안에서 우리는 비로소 맥락을 이해하게 되고, 세상의 결을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우리가 어떤 책을 읽고, 드라마를 다시보며, 더 큰 재미와 감동을 얻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명사를 안다는 것은 결국 그 세계를 이해하게 되는 첫걸음이다. '조선사 개념어 사전'을 통해 역사는 더이상 어렵고 낯선 영역이 아니라 흥미진진하고 깊은 이해가 가능한 이야기로 다가올 수 있다. 그리고 그때부터 우리 삶은 더 깊고 풍부해진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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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5-03-10 09: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사도서를 읽는 기분마저 들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