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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의 힘 - 연결의 시대,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세계 경제
프레드 P. 혹버그 지음, 최지희 옮김 / 어크로스 / 2020년 10월
평점 :
절판
'Trade is not a Four-Letter Word'
'무역의 힘' 이라는 한국어 제목 사이에 원서 제목이 적혀 있다. 책의 제목에 대해 다시 살펴보니, 원서 제목과 한국어 제목 모두가 이 책을 대표하는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2009년에서 2017년까지 미국 수출입은행장을 지냈던 'Hochberg, Fred P'의 글이다. 간단한 역사와 이해를 1부로 시작하는 이 책은 기존에 '무역'이라는 단어에 갇혀 있던 우리 기존 사고의 틀을 깨게 해준다. '무역'이라는 말을 넘어서 'Trade'라는 말은 '교환'이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무역은 인간이 갖고 있는 본능과도 같다. 서로 많이 가진 부분을 넘겨주고 부족한 부분을 넘겨 받는 행위는 굳이 무역의 역사를 살피지 않는다해도, 인간은 물물교환이라는 기본적인 수단을 사용하곤 했다.
내가 배낭가방을 하나 들처매고 유학을 가던 날, 무역이 세계 보편의 가치 중 하나라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당시 세계화라는 거대한 세계의 흐름은 인류 보편적 가치 중 하나라는 인식이 흐름이 아닌 상식으로 통할 때 였다. 내가 세계 공용어인 영어로 마케팅과 매니지먼트를 공부한다면 내가 활동할 무대가 넓어지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었다. 유학을 마치고 돌아와, 한국에서 처치곤란 수준으로 생산되는 감귤을 해외로 팔아보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바이어를 곧 찾고 상품을 수출했다. 다소 몇몇의 리스크는 갖고 있고 생소한 서류작업이 있었지만, 수출과 수입이라는 처음 겪어보는 비지니스는 생각만큼 복잡한 구조는 아니였다.
사업이란 간단하다. 내가 물품이나 서비스를 가지고 있고 상대가 필요로 할 때, 그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해주고 내가 원하는 가치와 교환하는 일이다. 무역은 그만큼이나 간단하다. 단지 그 대상을 해외로 넓히는 일에 불과하다. 나는 지금도 세계화는 더 확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잠시 출렁이던 세계라는 함선에 울렁거림을 겪는다 해도 배는 앞으로 전진한다. 트럼프라는 극단적인 정치인이 미국의 대표가 되었기 때문에 우리는 '닫힌세계'의 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문화인류학적으로 볼 때, 세계가 협업하게 되는 무역은 규모가 확대 될 수밖에 없다. 각기 다른 위도와 경도로 이루어진 국가들은 서로 다른 기후를 갖는다.
각 지역마다 생물의 재배가 유리한 기후가 존재하고 그로 파생된 문화가 있고 그 문화를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성향이 있고 그 성향으로 존재하는 국가가 존재한다. 책에서 소개하는 예를 들어보자면, 바나나가 그렇다. 굳이 미국내에서 생산하지 않는 바나나라 하더라도 무역은 미국인들이 쉽고 값싸게 바나나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각 지역마다 생산되는 광물이 종류가 다르기 때문에, 아이폰 하나가 생산되기 위해선 육대륙에 걸친 다양한 국가들의 협역이 필수적이다. 모든 국가가 임금 상황이 다르고 정치적 상황이 다르고 기술적 차이가 존재한다. 그런 이유로 이윤을 추구해야하는 기업이 존재하는 자본주의 사회가 지속되는 한 무역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책은 미국인 독자를 생각하고 쓴 책이다. 그만큼 미국인의 시선으로 글이 쓰여 있다. 때문에 1부인 '처음 듣는 무역 수업'이라는 장에서 미국을 탄생시킨 대영제국의 관세에 관한 설명이 나온다. 대영제국이 제국주의의 끝을 향해 달려갈 때 대영제국은 불가피하게 계속되는 재정적자를 자신들의 식민지로부터 세수를 걷었다. 이런 일에 불만을 갖던 미국이 대영제국에서 독립해 나가는 과정이 미국의 탄생 역사이다. 이렇게 미국은 탄생 배경부터가 무역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이런 미국은 세계화에 그 정체성을 갖고 시작했으며 세계화를 이끄는 주도적인 국가였다. 그런 자신만의 정체성을 이제와 등지고 걸어나갈 수 없다.
또한 무역에 관한 오해에 관해서도 참 명쾌하게 설득해져 있다. 일단 이 책은 '트럼프 정책'에 대해 좋은 시선을 갖고 있는 사람이 쓴 책은 아니다. '정치적 견해'를 전혀 배제하더라도 '무역'이라는 보편적 가치에 삶의 상당 기간을 할애한 사람에게 '미중무역전쟁'은 '바보 같고 답답한 일' 이었을 것이다. 트럼프가 항상 대중 앞에 서서 하던 말인 '대중 무역 적자'는 매혹적일 만큼 대중의 시선을 끄는 말이다. 실제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큰 적자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저자의 말에 따르면 우리가 미용실에 가서 머리를 자르고 값을 지불하는 행위를 두고 미용사와의 거래에서 적자를 기록했다고 표현하지 않는 것과 같이 무역에 있어서는 상호간 가치를 두고 있는 재화와 서비스를 교환하는 일이기 때문에 누군가가 손해를 보고 누군가가 이득을 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 우리는 머리를 잘 잘라준 미용사에게 고마운 감정을 갖고 그 만큼의 댓가를 지불한다. 미용사는 '재화'를 획득했지만, 내가 받은 서비스는 그 정도 가치를 할 때서야 거래가 성사된다. 결국은 둘다 동등한 거래를 이룬 것이다. 사실 이런 무역은 많으면 많을 수록 서로 윈윈하게 될 뿐이다. 트럼프의 말 중, '관세'에 관한 말도 많이 나왔었다. 중국 상품에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공연하게 선언하는 트럼프는 이를 중국에 대한 무역 전쟁이라고 불렀다. 실제로 관세가 매겨지면 중국 상품의 판매가 줄어들어 무역에 커다란 장애가 된다. 이는 중국에 커다란 문제를 야기하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관세는 판매자인 중국인이 부담하는 돈이 아니다. 관세를 부담하는 것은 그 물품을 사는 자국 소비자들이 부담한다.
결국 35%에서 20%로 미국 기업들에게 법인세를 인하해주고 생겼던 세수를 관세를 높여 채우겠다는 샘은 아니였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사실상 초기 미국은 '관세'만이 존재하던 나라였다. 이렇게 관세로 세수를 채우던 나라이기 때문에 관세가 세금에서 차지하는 인식의 파이는 상당하다. 나는 수 년 전 부터, 사람들이 이제 미국과 적대적 관계를 갖고 있는 중국의 앞 날이 어둡다고 해도, 중국의 미래에 대해 기대해오던 사람이다. 나는 지금도 중국의 미래에 커다란 기대를 하고 있다. 실제 미국이 세계와의 문을 걸어 잠그고 무역전쟁을 선언하고 세계 질서에 역행을 하는 중에 중국은 조용하게 세계의 여러 문을 두드리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피식'하고 헛 웃음이 나오는 부분이 있다. 책은 최초 '바나나'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바나나는 미국에서 생산하지 않는 상품이지만 미국사람들이 쉽게 싸게 구하고 즐기는 과일이 됐다는 내용에 무역이 커다란 비중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재밌는 소재다. 바나나를 독점하는 한 회사로부터 유통망과 마케팅이 미국인의 문화자체를 바꿔버린 사건이니 말이다. 이런 소재를 이야기하며, 그외 토마토, 양파, 아보카도, 로메인 상추 등에 대해서도 비스슷한 예를 든다.
다음의 이야기로 '차'에 대해 이야기한다. '차'라는 동의어를 이용한 유머를 사용한다. 이는 한국어와 영어의 말장난이 교묘하게 양국 독자들에게 먹혀들어가는 유머였다. 특히나 이 부분에서 번역가도 흥미롭게 번역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에 레몬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레몬은 감귤류 레몬이 아니라 시트로엥(포드 쉐보레, 크라이슬러 등을 뜻하는 말)과 동의어로 네덜란드어로 스트로엥이 레몬이라는 설명이 함께 나온다. 이런 언어 유희를 사용하며 제조상 결함이 너무 많아 불량품인 자동차를 레몬이라고 부른다고 설명한다. 이 설명 뒤로 저자는 미국의 자동차에 대한 설명을 이어간다. 포드에서 시작된 소품종 대량생산의 대명사인, 포디즘이 등장했다. 이렇듯 펜벨트 위의 기계적 작업으로 생산 원가를 대폭 줄인 포드는 자동차 역사 뿐만 아니라 미국의 역사 또한 바꾸어놨다. 하지만 곧, 유럽과 일본의 혼다로 미국 자동차의 위기와 발전을 설명해가며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심심한 저자의 유머가 잠시 스쳐지나가는 듯 하다, 마지막 예시로 과일과 채소를 이야기 하는 김에 '사과'이야기를 이어간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지는 '애플'과 무역에 관한 설명은 저자가 심심한 꼰대일 수도 있지만, 귀여운 유머감각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 책의 마지막을 덮을 때 쯤, 미국 대선이 막바지 개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저자인 Hochberg, Fred P.가 자신이 지지하는 인물의 당선이 명확해지는 지금 아마 조금의 안도를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소득제를 비롯해, 앞으로 중국의 미래에 대해서 기술한 부분에 있어서도 뼈 깊은 공감을 하며 읽었다.
이 책을 읽기 전, '뉴호라이즌스'라는 책을 읽었다. 꽤나 두꺼운 책을 이틀 만에 완독한 뒤의 피로함이 조금 있었다. 이 책은 350쪽 분량으로 그다지 두껍지는 않지만 그래도 묵직한 책이라 읽기 전에는 살짝 걱정을 했다. 하지만 이 책 역시, 3일 간 길지 않은 시간을 내어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미중무역갈등'을 포함하여 우리는 세계를 이야기할 때 '무역'을 모르고서 결코 이해할 수 없는 세계를 살고 있다. 이는 자유 무역 질서를 살아가던 우리가 사는 세계가 형성한 경제의 흐름을 한 번에 살펴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트럼프라는 인물과 급격하게 변화하는 세계적인 포퓰리즘 정치가 일시적인 과속방지턱을 만났다 하더라도 거스를 수 없는 인류 보편적 가치이다. 서서히 고립주의로 역행해 가는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할 최소한의 무역 교양을 위해 이 이 정도 교양서 정도는 읽어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현재 11월 6일 저녁 10시가 조금 넘은 상황까지 미국 대선의 결과는 윤곽을 들어내고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바이든이 대통령이 된다고 하더라도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정책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으로 많은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어쩌면 우리가 만나게 될 상황은 '고립주의'가 아닌 '패권전쟁'의 양상이지 않을까 싶다. 앞으로 더 커져갈 그리고 중요해질 세계간 무역에서 우리가 맡아야 할 역할에 대해 고심해 하지 않을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