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플랫폼 승자의 법칙 - 디지털 전환시대 경영 레볼루션 전략
홍기영 지음 / 매일경제신문사 / 2020년 6월
평점 :
매일경제신문사에서 발간한 '플랫폼 승자의 법칙'이라는 책을 읽었다. 책을 읽다가 중간에 글을 쓰고 싶어 안달이 날 정도로 좋다. 가장 핫한 주제이자, 가장 궁금한 주제이기도 한 플랫폼 사업의 미래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 수 있지 않을까 기대감이 부풀었다. 책은 얼핏 보기에 굉장이 얇다. 하지만 야무지게 알찬 내용으로 구성했다. 구성이 깔끔하고, 책질감이 좋다. 내용은 더할 나위가 없다.
요즘은 '언택트'라는 말이 유행한다. 언택트란 콘택트의 반댓말이다. 영어를 조금 공부하면 우리는 접두사의 중요성을 알게 된다. 물론 영어 뿐만 아니라, 다른 언어들도 마찮가지다. contact라고 하는 단어는 con(함께)이라고 하는 접두사와 tact라고 하는 접미사가 붙어 생긴 말이다. contact(접촉하다)말고도, intact(온전한, 전혀 다치치 않은)이라는 뜻도 있다. 이번에 새로 만들어진 언택트 또한 Untact이다. tact는 touch에서 나온 말이다. 접촉을 뜻한다.
어린 시절 제5원소 영화를 본 적 있다. 거기에 인간을 알뜰 살뜰 챙겨주는 인공지능 비서가 나온다. 어린 마음이었지만, 그 장면은 콧방귀가 뀌어졌다. 전자레인지 같이 생긴 깡통 로봇이 인간의 말을 알아듣고 말한다니...
'정말 영화 같은 설정이군'
하지만 지금 나의 핸드폰 측 면에는 제5원소의 인공지능보다 훨씬 가벼운 녀석이 달려 있다. 버튼만 누르면 언제든지 내가 묻는 질문에 대답해준다. 시원찮은 성능이라는 것은 함정이지만,
다시 영화를 보면 소름 돋을 만큼 우리는 그 영화배경의 초입에 서 있다. 이런 도서가 공상과학스럽지 않고, 코 앞에 닥친 경제와 시장을 설명하고 있다는 자체가 그 당시의 미래가 우리 코 앞에 왔음을 알려준다.
세계는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변했다. 세계의 경제는 플랫폼 기업들이 쥐고 있다. 때문에 FAANG과 같은 대형 플랫폼 회사들이 우리나라에는 없는지 안타까워하는 사람들이 있다. 카카오나 네이버 등과 같은 우리나라 플랫폼 회사의 능력에 대해 적지 않은 의심의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왜 우리나라의 플랫폼 시장이 미국처럼 커지지 않는지에 대한 고민도 해봐야한다. 과연 그것이 그 기업만의 문제일 뿐일까?
이는 플랫폼 기업의 수익 구조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플랫폼 기업의 수익구조는 제조업과는 다르다. 대부분의 수입이 광고 등에서 발생한다. 즉,광고주는 노출이 많이 되는 플랫폼에 그에 합당한 금액을 지불하고 이용자들은 플랫폼 기업에 금전을 지불하지 않는다. 수익을 내야하는 기업과 이용자 사이에 금전관계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사용자는 이 편리하고 값 싼 플랫폼을 아무런 제약 없이 사용한다.
되려, 더 많이 쓸수록 광고주와 플랫폼 기업, 그리고 이용자 셋이 만족하는 결과가 이루어진다.
이런 구조가 유지 되려면, 가장 먼저 기업이 만든 플랫폼을 이용하는 이용자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야 한다. 한 페이지에 머무는 사람이 100명일 때와 1만 명일 때의 광고주가 기업에게 지불하는 광고 수입이 달라진다. 또한 많은 이용자 확보가 곧 수익으로 연결되는 플랫폼 회사의 경우에는 자신의 플랫폼이 무료로 더 많이 배포될 수록 노출빈도가 높아지고 그 노출 빈도가 광고수입으로 연결된다.
이러한 구조일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언어와 인구이다. 이는 몹시 중요하다. 한국어로 써 놓은 페이지에 아무리 많은 사람이 찾아간다고 해도, 이용자는 5000만명을 넘기 힘들다. 하지만 영어 가능 인구가 15억 명이 넘는다. 이와 마찮가지로 중국어 사용 인구도 15억명이다. 이 두 언어사용 인구만 30억이 넘는데, 광고주 입장에서 굳이 노출 빈도가 적은 한국어 사용 국가에 광고료를 지불할 이유가 없다.
때문에 영어나 중국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나라이자 인구가 많은 국가에서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같은 페이지를 올려도 미국, 영국, 인도, 호주에서 노출이 가능하다면, 광고를 부탁했던 제조회사는 어렵지 않게 영어권을 선호할 것이다. 이는 광고의 효과를 다국적으로 늘릴 수 있게 해준다.
또한, 미국의 화폐과 기축통화라는 것도 그렇다. 내가 뉴질랜드에 있을 때, 한국으로 송금하기 위해서는 뉴질랜드 달러를 미국달러로 바꾼 뒤, 다시 미국 달러를 한국 원화로 환전해서 송금했다. 환전의 절차가 2번이나 발생하는 이러한 시스템이 국가마다 상황이 다르다. 때문에 비지니스할 때 우리는 귀찮음 없이 바로 달러를 기축통화로 사용한다. 이는 상업이나 광고에서도 마찮가지로 발생할 것이다.
미자막으로 그 국가 산업의 파이다. 이미 그 국가가 상당한 수준의 내수경제를 지니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또한, 그 산업이 갖고있는 기본적인 데이터 베이스 또한 매우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우리나라는 내수만으로 경제 성장을 하기 힘들다. 하지만 미국은 내수 시장의 규모가 상당하다. 때문에 자국에서 발생된 플랫폼으로 자국의 광고를 이용하면 초기 성장단계에서 빠르게 시작 할 수가 있다. 또한 이미 시장의 자본 축적이 충분한 미국이 가장 유리하다.
플랫폼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충분한 이용자가 있어야 한다. 충분한 이용자가 기업이 개발한 플랫폼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해야 광고가 붙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용자들의 노동시간이 적어야한다. 코스타리카와 멕시코가 아니면, 가장 많은 근로시간을 사용하는 대한민국은 플랫폼 기업이 살아가기 쉬운 생존 조건은 아니다.
하지만, 플랫폼 기업의 성장에 이득을 보는 것은 플랫폼 기업만아 아니다. 광고주는 광고효과를 볼 수 있고, 이용자는 생산성 극대화를 이룰 수 있다. 즉, 플랫폼 생태계에서 기업이 아니라 하더라도 우리는 그 안에서 이득을 볼 수가 있다.
한국은 세계에서 인터넷 환경이 가장 발달한 나라이다. 때문에 우리 국민 대부분은 스마트폰을 이용하며, 최첨단 플랫폼을 사용한다. 내가 뉴질랜드에 있을 적에 내 집은 Rangiora에 있었다. 영화에 보는 아름다운 정원에 깔끔한 마을이었는데 충격적이게도 이 내가 살던 마을 전체가 인터넷은 커녕 전화통신 안테나도 잡히지 않았다. 그런 환경에서는 넷플릭스가 아무리 저렴한 영화를 서비스 한다고 하더라도, 인터넷 비용이 거의 DVD를 빌려보는 수준으로 나온다.
이런 저렴하고 고품질의 인터넷은 다양한 플랫폼 기업의 상품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게 한다. 우리 산업의 확장과 효율을 극대화 시키고 소비와 생산 모두에 적극 기여한다.
세계 최초로 주식회사의 개념을 선보였던 네덜란드는 소유의 공동화를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했다. 이런 네덜란드의 패권은 얼마 후 영국으로 넘어간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그 패권을 다시 앗아오기 위해 전쟁을 버리거나, 자국 산업을 더 키우기 위해 발악하지 않았다. 그들은 더욱 현명하게도 떠오르는 영국이라는 패권국에 과감한 투자를 하며 또 다른 문명의 발전을 이루었다. 한국의 역할은 자신의 갖지 못한 플랫폼 산업에 열등의식을 갖기보다 플랫폼 산업의 확대를 지지하고 조력하는 보조자의 역할로 부상해야 할 것이다.
플랫폼 기업이 규모가 커질수록, 반도체나 소재, 배터리 산업 등의 규모가 커질 것이고, 우리가 플랫폼 산업에 뛰어들고자 기존 제조업을 내핑게 칠 경우, 그 산업은 중국이나 일본과 같은 경쟁국에 기회가 될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미국의 플랫폼 산업의 확산에 가장 큰 수혜국이 될 수도 있다. 넷플릭스가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 넷플릭스는 아시아 시장을 노리기 시작했다. 북미와 유럽 시장을 다 합친 것 보다 훨씬 많은 아시아 시장은 플랫폼 기업에게는 열지 않은 꿀단지 같은 곳이다.
이런 아시아의 시장을 열기 위해서는 여러 아시아를 아우르는 문화 컨테츠가 있어야 한다. 그들이 분석한 그 컨텐츠는 한류이다. 중국에서도 통하고, 인도네시아에서도 통하며, 싱가포르에서도 통하는 문화 컨텐츠 하나를 발전 시키면, 그 컨텐츠를 보기 위해 몰려드는 아시아 시장의 구독자들이 늘어날 것이다. 때문에 넷플릭스는 한국의 문화산업에 아낌 없는 투자를 하며, 우리는 '킹덤'과 같은 블록보스터 대작을 한국인이 만들고 한국어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책을 읽다보니, '타다'에 관한 언급이 있었다. '타다'와 '기존 택시'와의 갈등은 지난 시간 동안 우리를 시험에 들게 했다.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에 동력이 될 미래 산업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있는가에 대한 시험으로 여기기도 했다.
하지만, 이것은 시대 변화의 변곡점에 있는 우리에게 피할 수 없는 갈등이기도 하다. 비슷한 문제는 비단 우리에게만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의 많은 사람들은 역사를 배울 때, 흥선대원군을 답답한 노인네로 평가한다. 하지만 흥선대원국의 쇄국정책은 당시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어쩌면 당시의 최선일 수도 있다. 서양 문물이 국내로 들어오는 시기를 늦춰 근대화를 지연 시켰다는 평가 또한 피할 수 없다. 하지만, 생산성 낮은 국가가 생산성 높은 국가와 FTA를 체결 하는 것은 자국 산업을 망치는 일이다.
국민 대다수가 농업을 하던 조선이 프랑스, 미국, 영국 등과 자유로운 무역을 했다면, 상대국의 사치품이나 질 좋은 상품을 이용하여 상류층의 삶이 조금더 윤택해지고 국가의 근대시기를 앞당겼을지는 모르겠지만, 값싸고 질 좋은 수입품은 국내 산업을 망가트리고, 국외로 반출되는 쌀 값이 폭등하면, 백성의 삶이 빈궁해진다. 변화되는 산업 시대에 피할 수 없는 갈등이다.
책을 읽으면서 놓치면 안되겠다 싶은 부분을 표시하다보니, 상당히 촘촘히 표시가 되었다. 고로 하고 싶은 말도 많다. 독후감에 다 쓰지 못한 부분은 블로그 '경제'란에 작성하여 다 풀지 못한 분을 몇 회로 나누어 풀어야겠다.
진짜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