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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타입의 시대 -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돌파하는 24가지 생각의 프레임
야마구치 슈 지음, 김윤경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0년 6월
평점 :
감히 말할 수 있다. 너무 좋은 책이다. 내가 살고 있는 세계의 이해와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방향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 나는 책을 읽고, 세분류로 나눈다. 좋은 책, 보통, 안 좋은 책. 이렇게 나눈 책은 나의 네이버 캘린더로 들어가 표기된다. 이 책은 당연코 좋은 책으로 분류했다. 좋은 책은 언제라도 다시 한번 읽어야 할 책이다. 고로 한 번만 읽는 다는 것은 과만이다.
책을 읽기 전, 저자의 소개를 보았다. '야마구치 슈' 지음.
'어디서 봤지? 야마구치 슈'. 무언가 낯 익은 이름이다. 그렇다. '철학은 어떻게 삶의 무기가 되는가'의 저자이다. 책을 읽으면서 중요한 부분을 접기 시작했다. 초반 몇 장을 접고서 생각했다. '매 쪽마다 버릴 장이 하나도 없구나.'
책은 매우 짜임새 있다. 시작부터 간단한 정의를 하고 들어간다. 올드타입과 뉴타입의 사고와 행동양식을 정의를 해준다. 그리고 능력과 자질의 희소성과 범용성이 갖고 있는 의미. 그리고 변동성(volatility), 불확실성(uncertainly), 복잡성(complexity), 모호성(ambiguity)를 이르는 '뷰카(VUCA)'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뉴타입 시대의 대표 키워드로 제시해 주는데, 초반 그런 정의는 내용을 이끌어 내는데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문제는 적고 해결 능력이 과잉인 시대'
단, 한 번도 스스로 생각해보지 못했던 명제. 이 책을 만나기 전에 나는 스스로 너무나도 올드 타입의 사고 방식에 길들여져있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문제 해결 능력이 뛰어난 영웅들의 일화들을 보면서, 그들이 갖고 있던 그런 능력을 동경하고 살던 나에게 새로운 시대의 능력이 더이상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를 찾는 능력임을 깨닫게 해준 것은 이 책으로 배운 가장 중요한 것들 중 하나이다. 앞서 말했던 능력과 자질의 희소성과 범용성에 따르면, 문제를 발견하는 이는 없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만 과한 시기에는 언제나 시장의 수요 공급원리에 따라 그 값어치가 매겨진다.
우리는 더 이상 해결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이제는 문제를 만드는 이들이 적어지면서, 문제를 잘 찾고 만드는 희소한 이들이 다음 세상을 이끌어 간다고 이야기한다. 무엇이 불편하고, 무엇이 나쁜지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발전하는데 한계를 느낄 것이다. 반면 무언가 불편하다거나 문제가 있다고 발견 하는 사람들은 다음 세상으로의 발전을 이끌어 간다.
내가 처음 관리를 맡았던 회사는 출근 하자마자, 직원들이 모두 알아서 일을 하고 있었다. 내가 어떤 내용을 전달하기도 전에 출근 후 자신들의 일에 투입되어 일을 하다보니, 전달 사항이 있더라도, 전달이 잘 되지 않고, 직원들끼리 전날 있던 일에 대한 공유도 잘 되지 않았다. 내가 처음 그 팀을 맡게 됐을 때, 나는 그 팀에 '조회'라는 제도를 만들었다.
아침에 출근하고 모든 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그날 해야할 일과 한 주의 목표 혹은 전달사항을 전다 하고 나면, 흩어져 있던 팀원들의 목표가 한 곳으로 모아져, 리더로써 일을 수월하게 처리 하게 되었다. 그 누구도 전에 있던 문제에 문제를 삼지 않았다. 그것이 고착화 되면서, 너무나 당연한 순리가 되어버리고 문화가 되어버려서, 누구도 불편해 하지 않았다. 하지만, 단 15분의 조회라는 문화가 생기면서 변화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팀원들은 자신들이 갖고 있던 문제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뉴타입은 그전 부터 조금씩 존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전문가를 신뢰하지 말란 이야기는 매우 참신했다. 우리가 IT하면 떠오르는 상징적인 인물인 스티브 잡스는 포틀랜드의 리드대학교에 진학하여 철학과 물리학을 전공했다. 세계 제일의 부자가 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의 전공은 법학이고,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의 전공은 영어이다. 그 밖에 대한민국 최고 부자라고 불리는 재벌들의 전공도 사업과는 무관하다. 책에서 이야기한 근거들도 매우 흥미로웠다. 성공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전공이라기 보다 철학이나 역사 같은 기본 인문학이라는 사실도 재밌었다.
단순하게 목표가 '돈'이나 '이윤추구'라는 것보다 자신의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일 또한 재밌는 접근이다. 생각해보면 상당히 일리가 있다. 요즘은 많이 일하고 많이 버는 것을 조금 미련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많아졌다. 예전만 하더라도 많이 번다고 하면, 조금 바쁘더라도 능력있는 사람으로 대우해 주었지만, 요즘은 조금 일하고 더 벌어도 잘 사는 것이 좋은 사람이라고 사회의 가치관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 가수 (故)신해철 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그는 철학을 공부한 가수였는데, 그의 강연은 매우 설득력있었다. 모든 것은 '운'이라는 다소 씁쓸한 이야기였다. 사실은 우리는 전문가부터 우리가 듣고 싶은 이야기가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문가들 또한 그런 기대에 부흥해야 자신의 영향력이 강해지기도 한다. 사실 모든 것은 운이라고 생각한다. 노력을 한다는 것은 성공의 필요충분조건은 아니다. 다만 성공할 확률이 조금 더 높아질 뿐, 실패를 할수도 있다.
책에서 언급한 '슬픈연대'의 원주민들이 정글 속에서 무언가 발견하면 언젠가 필요할지 몰라서 자루에 넣어둔다는 습관 또한 성공이라는 길이 우연과 직감, 운이 만남이라는 다소 무책임해보이는 말이 더 현실적이다. 이 책은 정말로 좋은 책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