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영의 역설 -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클레이튼 M. 크리스텐슨 외 지음, 이경식 옮김 / 부키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번영의 역설'

제목부터 관심을 끈다. 그 밑으로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왜 가난은 사라지지 않는가?'

어떤 나라는 왜 번영하고, 어떤 나라는 번영하지 못하는가? 이에 대해 가장 중요한 한 가지 단어를 꼽으라면, 두 말 할 것 없이. '비소비'이다. '비소비'란 잠재적인 소비자가 자기 삶의 특정 측면에서 어떤 발전을 필사적으로 원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한 간편하고 저렴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서 소비할 능력이 없는 계층을 타겟으로 소비계층의 변화를 이끌어내는 투자야말로 진정한 번영으로의 길이다.


이는 곧 혁신과 이어져 있다. 여기에는 '헨리 포드'의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당시의 자동차는 부자들의 사치품이었다. 자동차 한 대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이 들어가기도 했지만, 오랜 시간이 들어가기도 했다. 위대한 혁신가들이 모두 그랬듯 핸리포드 역시 그것이 갖고 있던 역설의 틈을 파고든다.

'어느 정도의 봉급생활자면 누구나 탈 수 있는 자동차를 만들겠다.'

당시의 헨리 포드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비웃음을 샀다. 터무늬 없는 망상가는 언제나 우리의 비웃음거리지만, 결국 우리는 그들로 인해 변화를 얻는다. 아무것도 없던 중국인 영어 강사에게 대화를 나누자마자 단 6분 만에 204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던 손정의를 많은 사람들은 비웃었다. 하지만 그가 투자한 회사는 2020년 3월 기준 세계 5번째 규모로 구글 다음의 시가총액이 큰 회사로 성장했다. 이는 페이스북의 시가총액 보다 39조원이나 많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알리바바다.

사람들의 이런 허풍 진짜 허풍으로 끝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이런 혁신가들은 세상을 바꾸어 내고 만다. 그런 혁신가들은 언제나 '비소비'를 타겟으로 했다. 1863년 태어난 헨리 포드의 혁신적인 기질은 천성이었다. 그를 보자면, 일론 머스크가 떠오르기도 하는데, 그의 그런 혁신가 다운 기질 때문에, 고생스러운 말년을 보내긴 했지만, 현대인들 중 누구 하나 그의 영향권에 속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고 자부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당시 자동차 생산 업체는 대부분 소비 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때문에 당연히, 규모 면에서 대형화를 이룰 수 없었다. 이에 대한 고민을 하던 헨리포드가 대규모 생산 방식을 택하면서 산업은 광범위한 자원들을 끌어당길 필요가 생겼다.

그는 자동차 공장만 운영한 것이 아니라, 용광로를 가동해 철강을 생산하고, 삼림지를 관리해 목재를 생산하는 등 인프라와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노력했다. 뿐만아니라 석탄 광산, 고무 농장, 철도, 화물선, 주유소, 제재소 그리고 유리공장도 운영했다. 이런 인프라는 결국 그 사회의 인프라로 확대되고 미국의 인프라가 되었다.

그의 혁신적인 노력 덕분에, 미국의 도로 건설에도 붐이 생겼고, 그로인해 1년 동안 4만 8000개의 전업 일자리가 만드러 졌으며, 미국 시골 학교의 출석률을 20%나 향상 시키기도 하였다. 또한 운송 비용이 줄어들면서, 더 먼거리의 여행이 가능하게 되었고, 도시와 도시 간의 상업이 활성화 되었다. 이 책의 초반부에 소개되는 '헨리 포드의 예시' 하나 만으로도 이 책의 말하고자 하는 거의 대부분의 핵심이 설명이 가능하다.

우리는 가난한 나라를 구제 하기 위해 엄청난 돈과 막대한 노력을 투자하지만, 그들은 가난에서 조금도 낫아지지 못했다. 이런 가난에 대한 접근을 '원조'라는 측면 보다 '투자'라는 측면으로 이끌어보자는 것이 이 책의 내용이다.

막연한 경제적 원조는 우리 속 사자에게 생닭을 던져 주는 행위와도 같다. 항상 인간이 던져 주는 먹이에 길들어진 사자와 호랑이는 야생의 습성을 잃는다. 사냥하는 법을 잃어버린 동물원 속 야수들은 방생 후 무탈한 삶을 살지 못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물고기를 잡아주지말고,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와도 같다.

빌 게이츠는 그의 막대한 재산 만큼이나 기부와 자선 활동으로도 유명한데, 2000년에 그의 부인 멜린다 게이츠와 자신의 이름을 딴 기부단체인 '빌 앤 멜린다 게이츠재단'을 만들고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하기 위해 지원 하고 있다. 게이츠 재단이 갖고 잇는 자산만 약 56조원에 달하는데, 이는 게이츠 부부와 오랜 친구인 워렌 버핏 화장이 내놓은 기부금등을 통해 마련한 금액이다.

그들은 아프리카의 빈민과 기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의 국가들을 지원하기 시작했는데, 무조건적인 지원의 한계를 인식하고, 나중에는 그 국가의 농업 및 산업에 대해 투자를 하기 시작했다. 그가 말하는 것 또한 일종의 '번영의 역설'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그는 오래전 부터 전 세계의 빈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농업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저개발 국가, 개발도상국에 사는 수많은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농업 투자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농업이 발달하게 되면, 사람들의 자녀는 더 좋은 교육을 받은 아이를 육성시킬 수 있고, 좋은 직장을 찾을 수 잇다는 것의 그의 뜻이다.

이 책은 사회 문제의 해결책에 대해 이야기 하는 듯 하지만, 철저하게 자본주의적인 입장에서 그들의 미래를 살핀다. 그는 이 책을 쓰는 목적에 대해 이야기 하며, 개발 산업 종사자들과 신흥 시장에서 기업을 세워 성공하고자하는 투자자 혹은 혁신가나 기업가들을 위해 쓴다고 밝혔다. 작가인 클레이튼 M,크리스텐슨은 이 책에서 좋은 예시로 한국에 대해 많이 언급한다. 왜그런고 하니, 그는 1970년초에 한국에 선교사로 2년을 보내는 일 부터 시작해 한국과 인연을 맺고 왔다. 꽤나 한국어를 능숙하게 구사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하니 그의 한국 사랑이 얼마나 각별했는지 알 수 있다.


아마도 그의 철학이 세워지는 과정에는 한국이라의 성장을 지켜보는 일이 매우 크나 큰 작용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는 여러 차례 한국의 예시를 드는데, 한국인의 입장에서 글을 읽는 몰입도가 높아지게 하기도 했다.

책은 꽤나 두껍다. 대략 450쪽 정도의 분량이다. 열심히 일하면서, 아이를 보며 책을 읽느라 거의 4일~5일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시간은 너무나 즐거웠다. 경제서적은 아니면서 그렇다고 사회문화 서적도 아니고, 인문서적도 아닌 모호한 매력이 이 책에 담겨져 있다.

이는 비단 국가에만 적용 가능한 이야기라고 볼 수도 없다. 우리 개인사에서도 번영의 역설은 언제나 존재한다. 빈곤과 결핍이 주는 성장 동력은 국가를 운영하고 경제를 성장시키는데에만 있지 않다. 우리 스스로가 성장하기 위해, 남들이 놓치고 있는 빈곤과 결핍의 빈틈을 얼마나 잘 이용할 수 있는지 또한 매우 좋은 교재가 되어준다.

책을 읽다보니, 꼭 표시 해두고 싶은 부분이 많아서 표시를 하다보니, 더덕 더덕 지저분 하게 스티커가 붙어 있다. 언젠가 분명 다시 이 책을 재독하고 또 재독할 날이 있을 걸 알기 때문에, 붙어있는 표시가 자랑스럽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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