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뿔소 - 외젠 이오네스코, 박형섭 역, 민음사(2023)

코뿔소 (세계문학전집 422)

줄거리
어느 지방 소도시의 광장.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이 한가롭게 주말을 즐기는 가운데 느닷없이 야수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진다. 거친 숨소리와 함께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코뿔소. 커다란 코뿔소가 사람들을 향해 전속력으로 돌진하자 광장은 일순간 아수라장이 된다. ‘우리가 본 것이 정말 코뿔소인가?’ ‘모두 몇 마리인가?’ ‘어떤 종인가?’ 코뿔소가 사라진 뒤 사람들은 방금 본 것의 정체에 대해 난상 토론을 벌이지만 극심한 불안을 가라앉히기에는 역부족이다. 극도의 공포 속에서 코뿔소의 정체를 밝히는 데 실패한 사람들은 코뿔소에게 짓밟힌 고양이 한 마리를 주목한다. 한 주부가 애지중지 안고 다니던 고양이가 난리 통에 죽음을 맞이한 것이다. 어떤 논리적인 설명으로도 이 슬픔을 감당할 수 없다고 느낀 사람들은 그제야 ‘고양이가 죽음을 당했다는 걸 허용할 수 없다며’ 한목소리를 낸다. 허용할 수 없다면, 이제부터 무엇을 할 것인가? 사람들은 이 마지막 질문을 생략한 채 제각기 흩어진다. 한편 현장에서 코뿔소를 보지 못한 사람들은 코뿔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한다. 코뿔소를 목격한 이들과 이를 두고 헛것을 보았거나 정치적인 모략이라고 주장하는 이들 사이에 ‘모두 몇 마리인가?’ ‘뿔이 몇 개인가?’ 하는 현학적인 논쟁이 다시 불붙기 시작하는데……. 이 논쟁은 눈앞에서 말다툼하던 상대가 검푸른 색의 코뿔소로 변하는 순간까지 계속된다.

페이지
p.67
……좀 논리적이긴 한데……. 그렇지만 고양이가 우리 앞에서 코뿔소에게 짓밟혀 죽었다는 사실은 인정하지 않을 수 없어. 그놈이 뿔이 하나든 둘이든, 아시아 코뿔소든 아프리카 코뿔소든 상관없이 말이야.

p.99
보타르, 이 사건엔 어떤 특별한 의미도 없어요. 그저 코뿔소들이 존재한다는 것, 그게 전부죠. 그밖에 다른 뜻이 없잖아요.

p.177
데이지 혹시 우리가 잘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베랑제 그런 생각 하지 마. 후회 같은 건 소용없어. 죄의식은 위험해. 우리 식대로 살면 돼. 행복하게 말이야……. 우린 행복할 권리가 있어. 그들은 그렇게 악하지 않아. 우리도 그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니, 우릴 가만히 내버려 두겠지.

pp.187-188
저런, 내가 괴물이라니, 내가 괴물이라니! 원통해, 코뿔소로 변할 수 없다니, 결코, 결코……! 난 변할 수가 없어. 하지만, 코뿔소가 되길 원해! 기꺼이 원하지만, 그럴 수가 없어. 부끄러워서 내 모습을 더 이상 볼 수 없어! (그는 거울을 등진다.) 내 모습은 얼마나 추한가! 원래의 자기 모습을 지키려는 사람은 얼마나 불행한가! (그는 갑자기 펄쩍 뛴다.) 아냐, 그럴 순 없어! 난 그들에 맞서 나 자신을 방어할 거야! 내 총, 총이 어디 있지! (그는 코뿔소 머리들이 고정되어 있는 무대 안쪽을 향해 돌아서서 외친다.) 이 세상의 모든 것에 맞서서 나를 방어하겠어! 난 최후의 인간으로 남을 거야. 난 끝까지 인간으로 남겠어! 항복하지 않겠어!

분류(교보문고)
소설 > 그외유럽소설 > 그외유럽소설

기록
2026.06.20(土) (1판 1쇄)

도.

한 줄
외눈박이 섬에 사는 두눈박이 원숭이는 비정상

오탈자 (1판 1쇄)
p.13 밑에서 4번째 줄
의자 들이 → 의자들이
p.114 밑에서 3번째 줄
행해 → 향해

확장
코뿔소 울음소리 [실제모습]
p.187
그들의 노래는 얼마나 멋진가! 좀 거칠지만 확실히 매력 있어! 그들처럼 할 수만 있다면! (그는 코뿔소를 모방하려고 애쓴다.) 아, 아, 브르르! 아니야, 이게 아니야! 다시 한번 해 보자! 좀 더 강하게! 아, 아, 브르르! 아니야, 아니야, 이게 아니야. 너무 약해! 이렇게 힘이 없어서야! 코뿔소 울음에 도달할 수가 없지 그저 큰 소리로 외치고 있을 뿐이야. 아, 아, 브르르!

작가가 표현한 코뿔소 울음소리는 브르르였지만 실제 울음소리는 글쎄? 작가는 코뿔소 울음소리를 들어보고 이 희곡을 썼을까? 방구석에 누워서 코뿔소 울음소리도 들어볼 수 있고 참 세상이 좋아졌다.

안재욱 결혼식
p.19
베랑제 오귀스트의 생일잔치가 있었어. 왜, 우리들의 친구 있잖아…….
장 우리들의 친구, 오귀스트라고? 나는, 그의 생일잔치에 초대받지 않았는데……. 우리들의 친구라니…….

모르는데 어떻게 가요!

저자 - Eugène Ionesco(1909-1994)

원서 - Rhinoceros(1959)

구판 - 코뿔소(200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 아난요 바타차리야, 박병철 역, 웅진지식하우스(2023)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인간, 그리고 그가 만든 21세기)

줄거리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컴퓨터, 전 세계에 드리워진 핵전쟁의 지정학과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은 물론 자기복제 우주선까지, 21세기 삶의 토대가 된 굵직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한 천재 과학자의 머릿속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 주인공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중 한 명인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다. 1903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8살에 미적분을 마스터하고,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했으며,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요청으로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와 원자폭탄의 설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게임이론’으로 냉전시대 지정학과 현대 경제 이론의 기초를 세우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컴퓨터 ‘EDVAC’을 만들어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자기복제기계의 잠재력을 예언하기도 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 시절, 동료들은 그를 당대의 천재로 꼽히던 아인슈타인과 괴델을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두뇌’라고 불렀다. 저자 아난요 바타차리야는 아인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인만에 비해 역사적으로 덜 알려진 존 폰 노이만의 드넓은 학문적 성과와 그가 인류에 공헌한 업적을 재평가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20세기 과학사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노이만을 중심으로 ‘20세기 과학기술의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를 수놓은 천재들의 지적 교류와 창발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페이지
p.23
코딱지만 한 나라에서 어떻게 걸출한 수학자와 과학자가 그토록 많이 배출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화성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한 가지 가설에는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우리가 화성인이라면, 우리 중 하나는 아예 다른 은하에서 온 별종 중의 별종이다.˝ 196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태생의 미국인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Eugene Wigner는 이 수수께끼 같은 ‘헝가리 현상’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헝가리 사람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슷해요. 단, 설명이 필요한 딱 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존 폰 노이만입니다.˝

p.65
열아홉 살의 노이만은 자신보다 나이가 두 배쯤 많은 수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박사학위 논문을 써내려갔고, 1922년~1923년 사이에 논문의 초안을 집합론의 대가인 아브라함 프렝켈Abraham Fraenkel에게 보냈다. 프렝켈은 그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요하네스 폰 노이만…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이었다. 논문 제목은 「집합론의 공리화The Axiomatization of Set Theory」였는데, 모든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발톱만으로 사자를 알아보듯이ex ungue leonem‘ 뛰어난 걸작임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 표현은 스위스의 수학자 요한 베르누이Johann Bernoulli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원고를 읽고 제일 먼저 했던 말이다.)

p.100
노이만은 희한하기 그지없는 양자역학에 별다른 적개심을 갖지 않았다. 말끝마다 트집을 잡았던 아인슈타인보다는 훨씬 너그러웠다. 단지 노이만은 양자역학의 저변에 깔려 있는 이중성이 어떤 모순을 낳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이중성은 아무런 모순도 낳지 않았다. 양자계와 고전계의 경계선을 어디에 설정하건, 관측자가 얻는 답은 항상 같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노이만은 이 경계선을 관측자의 몸 안 깊숙한 곳, 심지어는 자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까지(그곳이 어디이건) 옮길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경계는 오늘날 ‘하이젠베르크 절단선Heisenberg cut’으로 알려져 있는데, 좀 더 공정하게 말하면 ‘하이젠베르크-노이만 절단선’으로 불러야 옳다.”

p.209
ENIAC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태어난 전쟁 기계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다른 용도가 부각되자 기계의 존재 이유가 가장 큰 단점으로 떠올랐다. 프로젝트 팀원 중 이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간파한 사람은 노이만이었다. 팀원뿐만 아니라, 그만큼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컴퓨터˝의 설계도가 이미 노이만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p.299
노이만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막연한 욕망과 편애적 성향에 숫자를 할당하는 엄밀한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게임이론』이 출간되고 60여 년이 지난 2011년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이 책을 가리켜 ˝사회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론이 담긴 책˝이라고 했다. 『게임이론』이 출간된 후 이론의 핵심인 ‘효용이론’과 ‘합리적 계산’의 개념은 상아탑을 넘어 모든 분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p.466
노이만의 세포 오토마타는 이 분야에 등장한 모든 이론의 씨앗이 되었으며, 생명을 창조하겠다고 나선 용감한 개척자들에게 번뜩이는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운동형 오토마타kinematic automaton도 결실을 맺었다. 존 케메니가 노이만의 아이디어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한 직후에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그와 같은 장치를 컴퓨터가 아닌 현실 세계에 구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장치는 생명체처럼 부드러운 재질이 아니라, 주로 볼트와 너트로 이루어진 딱딱한 기계였다.

pp.482-483
노이만이 세포 오토마타 이론에 대해 첫 강의를 한 지 거의 70년이 흘렀지만, 그 의미는 지금도 계속 연구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나노머신과 자가 건설 달 기지, 그리고 ‘만물의 이론‘의 기초가 될 것이다. 튜링머신은 추상적인 수학에서 출발하여 현실 세계에 등장할 때까지 몇 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노이만이 상상했던 자기복제 기계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아니, 혹시 이미 만들어진 건 아닐까?
1981년에 천문학자 로버트 제스트로Robert Jastrow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컴퓨터란 순수한 사고思考만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형태의 삶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런 컴퓨터에게 전력과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간이 컴퓨터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컴퓨터의 재생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컴퓨터의 번식을 수행하는 생식기관인 셈이다.˝
그의 말은 거의 옳았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에는 20억 대의 컴퓨터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막강한 번식력을 능가하는 새로운 오토마타가 등장했으니, 그것은 바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이다. 이 기계는 2014년에 전 세계 인구수를 추월했고, 지금 사용 중인 SIM 카드는 100억 개가 넘는다. 2019년 한 해 동안 15억 개가 넘는 스마트폰이 팔려나갔다. 증가율로 따져도 인구 증가율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지금은 이 많은 SIM 카드를 인간이 사용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는 동안, 이 기계도 자기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pp.493-494
노이만의 몸을 잠식하던 암이 어느새 뇌까지 도달했다. 그는 잠결에 헝가리어로 잠꼬대를 했고, 병실을 지키던 군인들을 불러서 ˝본부에 급히 전할 메시지가 있다˝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지구에서 가장 예리했던 한 사람의 지성은 그렇게 서서히 저물어갔다. 마지막 순간에 노이만은 마리나에게 ˝7+4˝ 같은 단순한 산수 문제를 내달라고 부탁했는데, 마리나가 던진 몇 개의 문제에 노이만은 하나도 답하지 못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마리나는 눈물을 흘리며 병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pp.556-557
이 책의 주인공 존 폰 노이만이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휴게실에서 쉬고 있을 때 한 젊은 수학자가 다가와 위의 문제를 내주었다. 그리고 몇 초 후, 두 사람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갔다.

˝당연히 500미터지. 너무 쉽잖아.˝
˝역시 대단하시네요. 무한등비수열 대신 시간을 이용해서 푸신 거죠?˝
˝어라? 그런 방법도 있었네?˝

그렇다. 노이만은 그 복잡한 계산을 단 몇 초 만에 해낸 것이다. 이 일화는 프린스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물론 계산이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뛰어난 과학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모든 면에서 유리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컴퓨터의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던 시절, 컴퓨터에게 ˝2의 거듭제곱수(2n) 중 1,000의 자리가 7이면서 가장 작은 수를 계산하라˝고 시켜놓고, 노이만이 암산으로 컴퓨터보다 빨리 답을 알아냈다는 일화도 있다(답: 221=2,097,152).
두말할 것도 없이 노이만은 계산의 천재다. 그러나 노이만에게 이런 일화가 유독 많은 것은 보통 사람들이 천재의 수준을 가능할 때 이런 단순 계산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일화 때문에 노이만의 진가가 오히려 퇴색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머리 회전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7개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했고, 유명한 문학작품과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다녔다). 아인슈타인이나 괴델 같은 천재들 사이에서도 ‘찐천재‘로 통했던 이유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 상상하기 어려운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노이만이 열아홉 살(1922년) 때 완성한 박사학위 논문 「집합론의 공리화The Axiomatization of Set Theory」는 집합론의 기초를 견고하게 다지고 러셀의 역설을 피해가는 방법까지 제시한 당대의 걸작으로 남아있다.

분류(교보문고)
과학 > 교양과학 > 과학이야기

기록
2026.06.17(水) (초판 1쇄)

다.

한 줄
모든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발톱만으로 사자를 알아보듯이ex ungue leonem‘ 뛰어난 걸작임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오탈자 (초판 1쇄)
p.26 밑에서 3번째 줄
뮬론 → 물론
p.57 위에서 11번째 줄
수 → 수(글자 크기 작게)
p.172 밑에서 9번째 줄
비로 → 바로
p.324 밑에서 8번째 줄
위체 → 위에
p.348 밑에서 8번째 줄
찾을 있다 → 찾을 수 있다
p.388 위에서 4번째 줄
사화과학 → 사회과학
p.473 밑에서 10번째 줄
직업을 → 작업을
p.483 위에서 8번째 줄
중안 → 중인
p.492 밑에서 3번째 줄
의연하셨잖 아요 → 의연하셨잖아요
본안 → 본인
심란해하 세요 → 심란해하세요
p.556 밑에서 9번째 줄
거 죠 → 거죠
p.557 위에서 8번째 줄
이인슈타인 → 아인슈타인

확장
듣기만 해도 이해되는 양자역학 한 방에 정리👊 - 범준에 물리다(2023)
한 방에 이해될리가 없다..

‘폰노이만‘은 과학자들이 인정한 천재 of 천재이다!? [안될과학 - 랩미팅 16화] - 안될과학 Unrealscience(2020)
pp.556-557
컴퓨터의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던 시절, 컴퓨터에게 ˝2의 거듭제곱수(2n) 중 1,000의 자리가 7이면서 가장 작은 수를 계산하라˝고 시켜놓고, 노이만이 암산으로 컴퓨터보다 빨리 답을 알아냈다는 일화도 있다(답: 221=2,097,152).
두말할 것도 없이 노이만은 계산의 천재다. 그러나 노이만에게 이런 일화가 유독 많은 것은 보통 사람들이 천재의 수준을 가능할 때 이런 단순 계산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일화 때문에 노이만의 진가가 오히려 퇴색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머리 회전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7개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했고, 유명한 문학작품과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다녔다). 아인슈타인이나 괴델 같은 천재들 사이에서도 ‘찐천재‘로 통했던 이유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 상상하기 어려운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범인의 시각으로 천재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사례들밖에 없다. 연구업적에 대해 말해봐야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가 없을 테니. 과학 커뮤니케이터나 역사 강사들이 연구자, 학자들보다 유명해지는 것도 비슷한 경우 같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그들 또한 대중에 의해 필요해서 탄생했고 시대와 대중에 맞는 똑똑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지만 본질은 연구자들에게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저자 - Ananyo Bhattacharya(????-)

원서 - The Man from the Future: The Visionary Life of John von Neumann(20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 야마구치 마사야, 김선영 역, 시공사(2009)

살아있는 시체의 죽음

줄거리
미국 북동부의 시골 마을 툼스빌(묘지 마을). 발리콘 가家가 운영하는 유서 깊은 장례회사 ‘스마일리 공동묘지’가 위치한 그곳에서 죽은 이들이 되살아나는 기이한 현상이 일어난다. 때마침 아버지 몫의 유산을 받기 위해 툼스빌로 돌아온 펑크족 청년 그린 발리콘은 할아버지의 초콜릿을 먹고 사망하지만 곧 소생한다. 그린은 자신의 몸을 방부 처리하여 죽음을 숨긴 채 친척들의 뒤를 캐어 진실을 파헤친다. 그러던 중 발리콘 가 사람들이 연이어 살해되는데……. 자신을, 아니 할아버지를 죽이려던 자는 누구인가. 시체가 되살아나는 지금, 범인은 왜 사람을 죽여야만 하는 것인가. 산 자는 물론 죽은 이까지 용의자로 생각해야 하는 세계에서 과연 그린은 범인을 찾아낼 수 있을까.

페이지
pp.93-95
˝흠, 죽은 자의 부활이라. 그건 확실히 복잡한 문제로군. 우선 상속이라는 건 말이지, 피상속인이 사망한 시점에서 시작되거든. 상속 문제에서 사망에 대한 견해는 몇 가지가 있어서. 예를 들어 일정기간 피상속인이 실종되어 실종 선고가 내려졌을 경우에는 비록 본인이 살아 있어도 사망으로 간주하고, 또한 시체가 없어도 재해 등으로 죽었다는 사실이 확실하다면 이른바 인정 사망이라고 간주하는 경우도 있다네. 하지만 이런 특별한 경우 외에는 임상적인 사망, 즉 심장이나 뇌파의 정지 시점, 사망 진단서에 적힌 사망 시점이 상속 개시 시각이 되지. 우리는 지금까지 법적으로 그것을 ‘죽음‘이라고 정했네. 그런데 어떤가? 요즘 사건에서는 임상적인 사망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줄줄이 되살아나는데, 듣자하니 사고 능력도 살아 있는 사람과 별반 차이가 없다지?˝
˝살아 있는 시체라는 건가?˝
˝그렇다네. 그게 복잡해. 살아 있는 것도 죽은 것도 아닌, 딱 그 중간에 있는 존재. 이런 상황이 앞으로도 계속되어 살아 있는 시체가 증가한다면 미국 법률가들의 절반은 정신과에서 긴 의자에 드러눕고, 나머지 절반은 낡은 법률서를 물어뜯으며 사고방식을 바꿔야만 하겠지.˝
˝어떻게 바꾼다는 말이지?˝
˝이를테면 완전한 사망, 다시 말해 육체가 썩어 문드러지거나 티끌로 환원되는 때를 법적인 죽음으로 인정한다든가 하는 것이지. 임상적인 죽음이 아니라, 어느 누구도 반론할 수 없는 완벽한 사멸이 아니라면 혼란은 피할 수 없을 걸세.˝
˝살아 있는 시체의 법적 사고 능력은 인정할 수 없는 건가?˝
˝이보게. 난 미네르바 신이 아니라 일개 변호사야 그런 어려운 질문에는 간단히 대답할 수 없네. 생전과 다름없는 정신 활동을 하는 시체들도 있다니까 금치산자로 취급할 수도 없을 테고, 당장 그들을 법적 무능력자라고 판단할 수는 없겠지……. 하지만 한편으로 그들의 육체는 죽음의 과정 속에 있고, 며칠 후나 아니면 몇 달 후에는 분명 썩어 없어질 거야. 과연 그런 자들에게 법적 사고 능력을 인정해줘도 될지……. 사회적 혼란은 피할 수 없을테니 말일세.˝
˝산 자와 죽은 자,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모르겠다는 건가?˝
˝가장 귀찮은 문제는 말할 것도 없이 유산 상속이겠지. 때때로 실종이나 재해로 인정 사망 판결을 받은 사람이 불쑥 돌아와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앞으로는 되살아난 시체가 유언을 바꾸겠다고 하는 경우도 생각해야만 해. 이건 골치 아프군. 살아 있는 시체가 생전의 유언을 순순히 인정하면 문제가 없을 텐데 말이야.˝

p.170
˝돌랜드의 의학사전에서는 생명의 정의를 ‘생명 현상의 집합체‘로 보았단다. 생명 현상이란 아까 말했던 호흡이나 반사 같은 것들이지. 현재 인류의 생사 판정은 이 생명 현상의 유무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
˝그럼 생명 그 자체의 유무를 의학적으로 인식할 수는 없는 건가요?˝
˝도저히 불가능하겠지. 죽음의 정의를 묻는다면 대개의 생물학자들은 ‘생명의 결여‘라고 대답한다. 그렇다면 생명의 정의가 무어냐고 물으면, 현역 생물학자 수만큼 많은 대답이 돌아올뿐더러 그 본질은 하나도 밝히지 못하고 있는 게 실정이란다. 게다가 그들이 말하는 생명의 정의에는 대개 그 본질에 접근하는 중요한 단어가 결여되어 있지…….
˝그게 뭔데요?˝
그린은 점차 허스 박사의 이야기에 빠져들고 있었다.
˝죽음이다. 생명이 없는 물질에서 생명이 발생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죽음이라는 단어로 생명을 설명하려 들지 않아. 자연계에서 죽음이란 평형상태이자, 생명 활동에 필요한 외부로부터의 보급이 사라졌을 때 모든 생명이 도달하는 자연스러운 상태지. 그러니 말이다, 논리적으로 말하면 생명의 정의는 ‘죽음의 결여‘가 될 게다.˝
˝논리적이라기보다 역설적인 얘기로군요.˝

p.174
인간은 다들 자기가 인생이라는 이야기의 주인공인 줄 알고 있다. 사회적인 상호관계에서는 조연을 담당하는 사람도 자기 내부의 세계에서는 언제나 주역이다. 주역은 다소 힘든 일이 있어도 언젠가는 해피엔딩을 맞이하고, 더군다나 이야기가 끝나기 전에 죽는 일도 없다. 사람들은 그렇게 믿으며 살아가고 있다. 그린도 지금까지 근거 없이 그렇게 믿으며 살아왔다.
그런데 그것은 크나큰 착각이었다. 주역이 도중에 죽어 무대에서 굴러떨어지는 일도 있는 것이다.
그린은 생각했다.
‘주인공이 죽은 이야기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

pp.438-439
˝그래, 죽은 자가 되살아나는 기묘한 세상. 우리는 죽은 자의 부활이라는 전대미문의 복잡한 요소를 추리 속에 짜 맞춰야만 한다. 그게 혼란의 최대 원인이지. 하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어떻게 추리할지 알고 있다는 말도 되지.˝
˝무슨 뜻이죠?˝
˝다시 말해 우리는 좀 더 죽은 자의 심리를 파악해야만 한다는 게야. 그들은 어쩌면 살아 있는 사람들이 짐작도 못하는 생각을 하고 있을지도 몰라. 그리고 그들의 그런 심리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적임자는…….
˝살아 있는 시체인 나라고요?˝

pp.511-512
그린은 기다리다 지쳤다는 얼굴로 서 있는 그 조문객들을 바라보며, 문득 미국에서는 어째서 엠바밍이라는 행위를 하는지 생각해보았다.
미국인들이 정성 들인 사화장으로 죽은 자를 되살리는 것은 단순히 멀리서 찾아오는 조문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기 위해서만은 아니다. 저변에는 역시 죽음이라는 부정不淨을 두려워하고 은폐하려는 마음이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한편 그와는 반대로 죽은 자를 상냥하게 달래려는 진혼 심리도 있었을 것이다. 혹은 육체의 부활을 믿는 기독교적 신조도 있었을지 모른다. 어쨌든 뭐든지 패키지 상품으로 만들어온 미국의 산업은 분명 그들 미국인들의 심성을 통째로 집어삼켜 통제하고 있다.

pp.613-614
하지만 어찌 보면 살아 있는 나머지 사람들이 시체보다 더 비참한 상태였다. 이미 밤이 깊었고, 충격적인 사건의 연속으로 그들은 지치고 기운이 바닥났다. 그런 모습을 본 그린은 새삼 살아있다는 것은 조금씩 죽어간다는 뜻이라고 생각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 방에 있는 사람들 모두 살아 있는 시체라고 부를 수 있을지도 몰라…….‘
살아 있는 시체들이 무덤으로 돌아가지 않는 이유는 아직 이 세상에 미련이 남아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골머리가 지끈지끈한 사건의 진상을 알기 전에는 안심하고 잠들 수 없는 것이다.

p.636
˝우리도 다들 마찬가지일세. 삶과 죽음은 표리일체表裏一體. 삶을 생각하는 일은 죽음을 생각하는 일, 죽음을 생각하는 일은 삶을 생각하는 일. 우리도 다들 살아 있는 시체라네. 되살아난 시체들은 중세의 트란지 입상처럼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는 게야. 삶과 현세에 아무리 집착한들 언젠가는 이렇게 티끌이 되고 만다고 말일세. 이게 바로 20세기의 ‘메멘토 모리‘ 아니겠나. 우리 모두 집행유예 중인 시체에 지나지 않는다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4.12.11(水) (초판 1쇄)

다.

한 줄
내 취향은 아니지만 고전 명작

오탈자 (초판 1쇄)
못 찾음

확장
살아있는 시체들의 밤 - 조지 A. 로메로(1968)
조지 A. 로메로의 시체 시리즈 1편으로 좀비 영화계의 기념비적인 명작이다. 원제는 Night of the Living Dead로 The Night of Flesh Eater라는 제목도 있다. 원래는 드라이브 인 극장에서 상영하는 것을 목표로 한 저예산 독립 영화로 만들어졌지만 개봉 직후, 센세이션적인 인기를 끌어 엄청난 히트를 기록하여 11만 4천 달러의 제작비로 전세계적으로 3천만 달러가 넘는 흥행을 거두었다.
저예산 독립영화답게 흑백으로 촬영했고 배경도 지극히 한정되어 묘지, 집 한채, 동네 주변 정도 밖에 나오지 않는다. 출연진들의 경력은 배우 지망생이나 광고 엑스트라, 연극 배우 정도이며, 좀비로 등장하는 엑스트라들은 무보수로 모집한 이웃들이다. 소품이나 배경이 되는 집도 거의 빌린 것이며 대부분의 좀비들의 분장도 그냥 보면 좀비가 아니라 괴한들로 생각될 정도로 촌스럽다못해 아예 분장을 안한 수준이다.
최초의 좀비 영화는 아니지만, 그 뒤로 등장한 모든 좀비 영화의 시조 격이 되어버린 전설적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한마디로 좀비 영화는 이 영화 이전과 이후로 구분된다. 좀비 장르 뿐만 아니라 공포 영화사, 나아가 영화사 자체에서도 걸작으로 회자되는 작품이다. 개혁파, 보수파, 흑백 갈등, 반공 이데올로기, 베트남전 등 당시 미국에 있던 모든 갈등 상황을 극적인 상황으로 은유했다. 더욱 대단한 것은 영화에서 극찬받는 점들의 대부분이 의도한 것이 아닌 우연의 산물이라는 것도 있다. 남주인공이 흑인인 것은 모집한 연기자들 중 가장 연기력이 뛰어난 사람을 고르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고, 좀비의 등장도 제작진들이 좋아하던 SF 영화 지구 최후의 사나이와 바디 스내처에서 따왔으며, 통념과 상식을 뒤엎는 스토리는 원래 각본이 블랙 코미디로 써졌기 때문이다. 흑백 영화지만 잔혹하고 소름끼치는 묘사도 일품이다. 오히려 흑백이라서 촌스러웠을 법한 특수효과가 가려지는 장점도 있다. 영화에 사용한 가짜 피는 초코 시럽과 콘 시럽이다.

엠버밍
시체의 간단한 분장에서부터 방부 처리 또는 사고 등으로 훼손된 시신을 복원 처리하는 기술. 동사형인 Embalm 자체가 ‘(시체에) 방부 처리를 하다‘라는 뜻이다. 시체에 있는 피를 빼내고 혈관에 보존액(포르말린)을 채워 넣는 작업이 수반된다. 다른 말로는 유체보존기술, 시체방부처리, 사체위생보전, 시신위생처리라고도 한다. 사후 시신에서 발생할 수 있는 공중보건적 위험성 방지를 위한 외과적 처리로, 사후 발생하는 질병의 감염경로를 차단하고 생전의 모습과 가깝게 보존하는 장례전문기술이다.
이후 서부개척시대에 이르러 엠버밍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다시 한 번 발전하게 된다. 당시 미국은 광활한 미개척지에서 개척이나 모험에 종사하다 객사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던 데다 아직 교통 요건도 미비했기 때문에 고향으로 운반할 때까지 시신의 장기간 보존이 절실했으며 미국 초기의 잦은 전쟁으로 인해 전상(戰傷)으로 훼손된 시신이 많이 생겨나자 시신의 복원과 보존, 그리고 부패로 인한 질병 발생의 방지를 목적으로 적용되어 점차 민간에 퍼져나갔다. 초기에는 일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아 장의사들이 개별적으로 고안해낸 방부액 등을 사용하여 간혹 난잡하게 처리되는 일도 많았으며 이러한 사례가 몇 건 폭로되자 결국 미국에서 시신위생처리사와 장의사들의 자격을 위한 규칙과 법령을 만들었다. 이후 대중에게 엠버밍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기 시작하여 민간에서의 수요도 급증하기 시작했고 그 여파로 장의사들이 손님 유치를 목적으로 신기술 개발에 열을 올린 결과 엠버밍 기술의 급속한 발전이 이루어졌으며 엠버밍 관련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도 각지에서 생겨나 그 체계를 갖추기 시작하였다.

저자 - 山口雅也(1954-)

원서 - 生ける屍の死(198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것이 F가 된다 - 모리 히로시, 박춘상 역, 한스미디어(2015)

모든 것이 F가 된다 (THE PERFECT INSIDER) (모든 것이 F가 된다 1) (S&M(사이카와&모에) 시리즈)

줄거리
14세 때 부모를 살해했다는 혐의를 받았으나, 다중인격으로 판정되어 풀려난 뒤 외딴섬에 세워진 하이테크 연구소의 밀실에 15년째 격리되어 살고 있는 천재 공학 박사 마가타 시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연구소를 찾은 N대학 공학부 건축학과의 사이카와 소헤이 교수와 제자 니시노소노 모에는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마가타 박사의 방으로 향하고, 박사의 방 앞에 이르렀을 때 밀폐되었던 문이 열리며 웨딩드레스가 입혀진 사지 절단된 시체가 운반용 로봇에 실린 채 나타난다. 마가타 시키 박사가 누군가에 의해 살해당한 것이다. 최첨단 시스템에 의해 24시간 감시되고 있던 박사의 방은 어떤 침입의 흔적도 발견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누가 어떻게 밀실에 숨어 들어가 그녀를 살해하고 도망친 것일까. 뜻밖의 살인사건과 시스템 오류에서 비롯된 외부와의 연락 두절로 연구소는 혼란에 빠진다. 그런 와중에 외부에 도움을 청하기 위해 헬기에 있던 무전기로 연락하려던 신도 소장마저 살해된 채 발견된다. 사이카와 교수와 제자 모에는 마가타 박사의 컴퓨터에 남겨져 있던 ‘모든 것이 F가 된다’는 메시지를 실마리 삼아 밀실 살인에 숨겨진 비밀을 밝히기 위한 조사에 나서는데…….

페이지
pp.16-17
˝제 마음속을 읽고 있는 것 같네요.” 모에는 무장을 단단히 하고 내뱉을 단어를 골랐다.
“마음 따윈, 없습니다.” 여자가 다시 미소 지었다. “당신은 지금 인간의 정신을 이야기하려고 하는군요. 좋아요, 조금 어울려볼까요…….”
“당신은 누구죠?” 모에는 느닷없이 샘솟은 질문을 솔직하게 내뱉었다.
“아아…… 이거 놀랐어요. 당신은 정말이지 멋진 두뇌를 소유하고 있군요.” 여자는 눈을 크게 뜨고 잠시 입을 다물었다. “그게, 사고思考의 절묘함이라는 거예요. 당신 지금, 갑자기 그 질문을 떠올린 거죠? 훌륭해요…… 기계는 할 수 없는 일이죠. 내가 누구냐는 질문, 인공지능은 떠올리지도 못하지요. 하지만 당신은 나와 만나 대화를 나누다가 불과 수십 초 만에 자기 내면에 구축했던 마가타 시키와의 차이를 직감하고서 그 질문을 무의식적으로 내뱉었어요. 그 신속한 액세스는 기계가 흉내 낼 수 없어요. 아주 중요한 능력이에요. 나는, 마가타 시키입니다. 당신이 수상하게 여길 만한 다른 인격이 아니에요.”

p.22
“괜찮아요. 기억력이 좋거든요. 걱정 마시길.” 모에가 방긋 웃는다. “가상현실 기술의 문제점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현재는 주로 세 가지 장애를 꼽을 수 있습니다. 첫째, 처리계 하드의 성능 부족. 둘째, 그것을 받아들일 인간이 준비가 되었느냐는 도덕적인 문제. 그리고 셋째, 받아들인 후에 나타날 생물적인 미지의 영향이에요. 첫 번째 문제는 착착 해결되고 있습니다. 내가 이 기술을 연구한 지 벌써 10년이 다 돼가는데, 컴퓨터 성능은 비약적으로 목표에 근접했어요. 두 번째 문제는 심각하긴 한데, 아까 얘기와 마찬가지로 태어나면서부터 가상현실 환경에서 자란 세대는 받아들일 수 있겠지요. 인간은 프로그램보다 유연하니까요. 인간의 반응 문제도 세대가 교체되면 해결될 겁니다. 세 번째 문제는 어떤 변혁에든 반드시 나타나는 정신적 육체적 증후지요. 이건 내 분야가 아닐뿐더러 흥미도 없습니다. 분명히 말하자면 사소한 문제예요.”

p.83
“자명한 일이지.” 사이카와가 고개를 끄덕인다. “지금은 니시노소노 군을 위해서 간단한 단어를 골라 뉘앙스가 가장 비슷한 표현으로 극단적으로 말했지만…… 그건 틀림없는 인식이야. 우리 연구자들은 아무것도 생산하지 않아. 무책임이 유일한 장점이거든. 그래도 백 년, 이백 년 뒤를 생각할 수 있는 건 우리들뿐이라고.”

p.224
인생을 다시 시작할 수 없다고 생각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그것은 자신이 아직 어른이 되지 못했다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자기 주변에서 일상적으로 벌어지는 사소한 마찰은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운동일지도 모른다. 하기 싫은 일은 여전히 산더미 같지만, 참을 수 없는 일은 나이를 먹어가면서 점점 줄어든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싫어하는 대상이 다른 사람에게서 자기 내면으로 옮겨온다. 주변과의 마찰을 피해 어물어물 넘기는 자신이 점점 싫어질 것만 같았다.

p.281
“기억과 추억, 뭐가 다른지 아나?” 사이카와가 담뱃불을 끄면서 물었다.
“추억은 좋은 일투성이, 기억은 싫은 일투성이요.”
“그렇지는 않아. 싫은 추억도, 즐거운 기억도 있어.”
“그럼 뭐예요?”
”추억은 전부를 기억하고 있지만, 기억은 전부를 추억하지 못해.”

pp.257-258 윤덕주 역
˝추억과 기억이란 게 어떻게 다른지 알아?˝ 사이카와는 담배를 끄면서 말했다.
˝추억은 즐거웠던 일, 기억은 나빴던 일투성이죠.˝
˝그렇지 않아. 나쁜 추억도 있고 즐거운 기억도 있어.˝
˝그럼 뭐가 다르죠?˝
˝추억은 전부 기억할 수 있지만, 기억은 전부 추억할 수 없다는 거야.˝

p.314
˝무슨 뜻이에요?˝ 모에가 눈썹을 찡그리며 복잡한 표정을 짓는다
˝아직 몰라. 모르지만, 그걸 생각해야겠다고 마음먹었어. 길이 보이기 시작한 느낌이야. 뭐라고 비유하면 좋을까. 수학 문제를 풀 때와 똑같지. 이 부분을 생각해나가면 답이 나올 것 같다고 영감이 떠오를 때가 있지?˝
˝아뇨, 없는데요.˝ 모에가 바로 대답했다.
˝아, 그래…….” 사이카와는 말문이 막힌다. ˝아마 니시노소노 군하고는 사고회로가 다른 모양이지, 난. 내 경우에는 그 뭐랄까, 길이 저 앞에 보이기 시작하면, 그 뒤에는 오로지 그것만 생각하면 그뿐이야. 반드시 저 앞에 답이 있지. 지금껏 이 예감이 배신한 적은 없어.
“이상해…… 아직 모르는데 언젠가 알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는 건가요? 모에가 의심쩍다는 듯 말했다. “전 그런 느낌이 든 적은 없어요. 답은 느닷없이 떠올라요. 그렇게 어떤 문제든 다 돌파해왔죠.”
“니시노소노 군은 머리 회전이 빠르니까. 그건 너의 계산 방법이야. 사람마다 각기 달라.”

pp.348-349
“타인의 간섭을 받고 싶어 하는 사람도 있어요.” 모에가 자그마한 입을 살짝 삐죽거린다. 뺨 한쪽에 보조개가 파였다.
“맞아, 사람들 대부분은 무슨 까닭인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의 간섭을 받고 싶어 해. 하지만 그건 궁극적으로 자기만족을 위해서야. 다른 사람의 칭찬을 받지 않으면 만족할 수 없는 사람이 많지? 근데 말이야…… 그러한 타인의 간섭도 만들어낼 수가 있어. 다시 말해 자기 입맛에 맞는 간섭이라고 할까…… 자기 입맛에 맞는 타인을 가상적으로 만들어내는 것. 아이들이 푹 빠져 있는 게임이 그렇잖아. 자신과 싸워서 져줄, 자기 입맛에 맞는 타인이 필요한 거지. 근데 입맛에 맞다는 건 단순하다는 뜻이고, 단순할수록 간단하게 프로그래밍할 수 있지.”
“잘 모르겠지만…… 다시 말해서…….” 모에가 눈을 치뜨고 천장을 쳐다봤다. “그렇게 개인을 만족시키는 타인을 컴퓨터가 만들어내고, 그 대신에 사람들은 현실의 타인과 커뮤니케이션하는 일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그렇게 된다는 거예요?”
“맞아, 그렇게 생각해도 무방하겠지. 정보화 사회 뒤에 오는 것은 정보의 독립, 다시 말해 분산사회라고 생각해.”
“그렇게 컴퓨터만 늘어나면 앞으로 사람은 뭘 하면 좋은 거죠?”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지…….” 사이카와가 빙긋 웃는다. “뭔가를 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거야말로 환상이야.”
”일도 하지 않고 빈둥거리는 사람이 늘어나겠네요.”
“뭐, 그 말에는 의도적인 어폐가 조금 느껴지지만…… 그 말대로야.” 사이카와가 담뱃불을 붙였다. “본디 사람은 그걸 지향해왔어. 일을 하지 않으려고 노력해온 거 아닌가? 새삼스럽게 일이 줄어든다고 호들갑을 떠는 게 이상해. 일을 하는 건 사람의 본질이 아냐. 빈둥거리는 게 훨씬 더 창조적이지. 그게 문화라고 생각해, 난.”
“타인의 간섭을 받지 않는 게 자유인가요?”
“아마 그럴 거라고 생각해. 사회에서는 자유에도 규칙이 필요하니 말이야.”

p.380
사이카와는 지금껏 이런 감정을 품어본 적이 없었다.
물론 살인사건에 얽혀본 경험이 없었기에 일상의 감정이라 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사이카와는 다른 사람의 살인극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그는 그런 남자다. 자신의 무관심함에 스스로 종종 경악하곤 한다. 언제부터 그렇게 된 건지 알 수 없다. 분석해 본 적은 있는데, 아마도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서 형성된 메소드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그는 겁쟁이라서 늘 벌벌 떨고 있었다. 몇 겹으로 쳐진 완충기처럼 그는 두껍고 표정 없는 얼굴을 만들어냈다. 흥미 있는 대상에 집중하여 무언가를 피하고 있다. 연구에만 몰두해온 것도 분명히 무언가가 두려웠기 때문이리라.
잃고 싶지 않다. 잃는 것이 두렵다.
그것은, 무엇일까…….
잃고 싶지 않아서 몇 겹이나 덧칠한 페인트. 그리고 끝내는 무슨 색으로 발랐는지조차 잊어버리게 된다. 잊는다는 것은 방어일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은 모른다. 틀림없이 자기 자신에게만은 들키고 싶지 않아 감추고 있다.

p.414
“일본에서는 같이 놀자고 할 때 섞어달라는 표현을 쓰지요.” 사이카와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 “섞다, 라는 동사는 영어로 ‘믹스Mix’입니다. 이것은 원래 액체를 한데 섞을 때 쓰는 말입니다. 외국, 특히 구미에서는 사람이 어떤 집단에 끼기를 원할 때 ‘조인트Joint’한다고 합니다. 섞이는 게 아니라 이어질 뿐…… 다시 말해서 일본은 액체 사회이고, 구미는 고체 사회인 겁니다. 일본인은 저마다 ‘리퀴드Liquid’인 셈이지요. 유동적으로 혼연일체가 되고 싶다는 욕구를 사회가 본능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구미에서는 개인은 ‘솔리드Solid’이니 결코 섞이질 않습니다. 아무리 모여도 반드시 부품으로서 독립되어 있다…… 흙벽을 쓰는 일본 건축, 기와를 쓰는 서양 건축과 딱 판박이군요.”

p.478
“여드름 같은 존재…… 병이지요. 삶은 그 자체가 병이에요. 병이 나으면 생명도 사라지는 거예요. 그래, 예를 들면 말이에요, 교수님. 졸리면 자고 싶죠? 잠을 자는데 편안해하는 건 이상해요. 어째서 우리의 의식은 의식을 잃기를 바라는 걸까요? 의식이 없어지는 게 정상이기에 그런 게 아닐까요? 누군가 잠을 자고 있는데 깨우면 불쾌하기 그지없지요? 각성은 본능적으로 불쾌한 겁니다. 탄생 역시 마찬가지…… 그래서 갓 태어난 아기들은 하나같이 우는 거네요. 태어나고 싶지 않았는데…….”
“제가 아는 범위에서 태어나자마자 웃은 사람은 조로아스터 정도군요.”
“잘 아시는군요. 조로아스터가 태어났을 때에는 현자가 일곱 사람 있었습니다. 부처도 울지 않았어요. 그는 태어나자마자 일곱 걸음을 걸었다고 하죠. 7은 고독한 숫자네요…… 고독을 아는 사람은, 울지 않아요.”

pp.495-496
물론 매력적인 캐릭터는 마가타 박사뿐만이 아니다. 사이카와와 모에를 비슷해 구니에다 조교와 시마다 아야코 등 외부인의 눈에는 그저 괴짜로만 보이는 연구자와 학생을 참으로 생생하고 꼼꼼하게 묘사했다. 오타 다다시와 쓰지 마사키가 이미 지적했다시피 특히 성격의 구분이나 대사 선택이 절묘하다. 일본에서 이만큼이나 이공계 사람들을 선명하게 묘사해낸 작가가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많은 소설에서는 등장인물에 깊이를 주기 위해서 그들의 행동과정을 묘사하는 수법이 사용되어왔다. 하지만 모리의 소설에서는 육체적인 행동 대신에 등장인물들의 사고과정을 통해 그들의 존재가 떠오르는 구조로 되어 있다. 하지만 모리가 묘사하는 사고과정은 이야기가 늘 요구하는 조리 있고 알기 쉬우면서도 단순한 논리전개가 아니다. 사고가 이어지지 않거나, 사고가 튀거나,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 떠오르지 않는다거나, 그러한 상태조차도 인간의 사고과정이라는 것을 모리는 잘 이해하고 있다. 바로 그 부분에 모리 소설의 매력이 있다.

pp.497-499
그럼 모리 히로시의 본질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무엇이 모리 히로시의 소설을 ‘이공계‘라 규정짓는가?
그것은 인식과 리얼리티에 대한 접근 방식 때문일 것이다.
모리 히로시의 작품은 거의 대부분 개인의 인식이나 개인이 느끼는 리얼리티를 의심하는 시점이 밑바닥에 갈려 있다. 모두가 올바르다고 생각하는 것을 우리는 맹목적으로 올바르다고 믿고 그것을 자신의 규범으로 삼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러한 ‘상식‘조차도 일단은 자기 머리로 검증해볼 것, 눈앞에 주어진 데이터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것 등 이러한 행위는 지극히 마땅한 것인데, 우리는 종종 잊어버린다. 그러나 모리는 항상 이 접근방식을 잊지 않는다. 이 접근방식이 존재하기에 모리의 작품은 이공계로서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그러한 이공계의 방식을 따르는 사람이 쓴 소설은 소설적인 ‘약속‘에 구애되지 않는다. 우리는 소설을 읽을 때, 무의식중에 받아들이기 쉬운 논리를 구하려 한다. 이것은 모리 자신이 나에게 이야기해준 예인데. 우리는 살인자가 등장하는 이야기를 읽을 때 그가 과거에 참혹한 일을 겪었기 때문에 살인 욕구가 싹텄다는 ‘약속‘을 무의식적으로 구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작품 속에 적혀 있으면 안심하고, 반대로 그와 같은 변명이 없으면 불안해진다. 종래의 소설작법에서는 이와 같은 변명을 작품 안에 잘 전개하는 것이 좋은 작품의 조건이었고, 또한 ‘인간을 그리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것은 얼핏 당연한 것처럼 보이나 잘 생각해보면 독자의 건전한 사고를 막는 비논리적인 방식이다. 다른 사고를 정지시키는 무섭도록 정서적인 방식인 것이다. 모리 히로시의 작품은 이와 같은 ‘약속‘에 결코 구애받지 않는다.
하지만 모리의 진짜 대단함은 이제부터다. 모리의 작품에서는 흥미롭게도 인식이나 리얼리티의 물음을 받는 쪽은 작품 속 명탐정이 아니라 우리 독자다. 다시 말해 독자가 지금껏 품어왔던 리얼리티라는 이름의 환상이야말로 이야기의 수수께끼를 빚어내는 기반이 된다. 이런 의미에서 나는 모리 히로시와 교고쿠 나쓰히코가 비슷하다고 본다. 소설 속에 수수께끼는 존재하지 않는다. 독자의 리얼리티 속에 수수께끼는 존재한다. 이 사실을 자각적으로 우리에게 제시한 작가가 바로 모리 히로시와 교고쿠 나쓰히코이다. 그들이 결정적으로 새로운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나는 글머리에서 독자인 나 자신이 변모한 것이 아니냐고 적었다. 모리의 작품 그 자체가 충격적이지 않다고 적었다. 우리는 모리와 교고쿠의 등장으로 독자의 인식이 수수께끼를 빚어낸다는 감상 방식을 알았고 그리고 그 감상 방식을 즐길 수 있게 됐다. 그 변화야말로 충격적이지 않은가?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독자의 현실을 자각적으로 묻는 그 행위야말로 이공계인 것이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기록
2020.07.27(月) (1판 1쇄)

다.

2016.07.02(土) (1판 1쇄)

다.

2013.08.30(金) (1판 1쇄)

다.

한 줄
이공계 미스터리라는 영역의 발자취를 남긴 것도 중요하지만 미래 사회를 예측해낸 것 또한 의미가 있다

오탈자 (1판 1쇄)
못 찾음

확장
탐정 갈릴레오 - 히가시노 게이고, 양억관 역, 재인(2008)
이공계 출신 작가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올릴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 과학적 요소를 추리소설에 녹여내어 큰 성공을 거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작품 안의 내용만 따지고 본다면 모리 히로시 소설이 더 공학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점이 히가시노 게이고와 모리 히로시의 대중성의 차이를 낳았을지도.

상실의 시대 - 무라카미 하루키, 유유정 역, 문학사상사(2010)
평소에 번역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지 않았는데 이번 편에서의 모에의 말투는 조금 아쉽다. 시리즈 전체의 홀수, 짝수 권을 2명의 역자가 번갈아 맡았는데 다른 역자의 번역을 보면 이번 작품이 시리즈의 첫 시작이라서 아쉬움이 더 크다. 《상실의 시대》(원제:《노르웨이의 숲》)에서도 그런 논란이 있었다고 한다. 나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양억관 번역으로 처음 읽어서 잘 느끼지 못한 부분이지만 《상실의 시대》로 읽은 사람들은 미도리의 말투를 지적하는 의견이 많았다. 말투 때문에 미도리의 성격 자체가 달라진다는 말이 존재해왔다. 모에의 말투도 역자마다 느낌이 달라져서 아쉽다. 개인적으로는 이연승 번역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저자 - 森博嗣(1957)

원서 - すべてがFになる The Perfect Insider(1996)

구판 - 모든 것이 F가 된다(200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테스카틀리포카 - 사토 기와무, 최현영 역, 직선과곡선(2023)

테스카틀리포카

줄거리
멕시코의 카르텔을 지배하던 마약 밀매상 ‘발미로 카사솔라’는 은신 중이던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일본인 천재 심장외과의 ‘스에나가’를 만나고, 두 사람은 새로운 장기 밀매 비즈니스를 실현하기 위해 일본으로 향한다. 한편, 가와사키에서 나고 자란 천애 고아, 소년 ‘히지카타 코시모’는 발미로의 눈에 띄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들의 범죄에 휘말려간다. 보복에 대한 피의 보복. 조직간의 암투와 서서히 일어나는 내분. 미처 알지 못했던 검은 비즈니스의 내막을 아는 순간, 고뇌하는 조직원들. 무자비와 자비, 희생과 구원, 인간의 자유 의지는 신의 의지를 넘을 수 있을까?

페이지
p.238
나르코(마약 밀매상)란 정확하게는 ‘나르코 트라피칸테‘라고 한다. 스에나가가 고안한 비즈니스를 펼쳐가는 자신들을 가리켜 나중에 발미로는 이렇게 불렸다. 코라손 트라피칸테(심장 밀매상).

p.320
가족은 최대 약점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발미로는 그 약점을 극복했다. 적어도 스스로는 그렇게 느꼈다.
나는 형제와 아내, 아이들이 한 명도 남김없이 살해당하고 조직도 파멸했지만, 정신을 잃지 않았다고 발미로는 생각했다. 돌이켜 보니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 가족이 살아있든 죽었든 아무 관계도 없었다. 가족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산 자만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힘에 대한 찬가와 같은 것이다. 그 건너편에는 아무것도 없다. 그리고 힘에 대한 찬가는 언어에 의해 만들어진다.

우리는 가족이다.

p.484
차타라가 말하는 것은 아마도 혼령이 아니라 신일 것이다. 아스테카의 두려운 신. 아버지가 섬기는 신. 때로는 ‘우리는 그의 노예‘로 불리고, 때로는 ‘밤과 바람‘으로 불리며, 때로는 ‘양쪽의 적‘이라고 불리는 위대한 신.
전쟁의 신까지도 초월하는 그 신의 숨겨진 진짜 이름을, 코시모는 마음속으로 외쳤다.

테스카틀리포카(연기를 토하는 거울).

pp.566-567
˝잘 들어다오.˝ 파블로는 말했다. ˝아주 오래전에, 예수라는 남자가 있었다.˝
˝기독교는 질색이에요.˝ 앞을 향한 채로 코시모가 말했다 ˝인디헤나의 나라들을 부쉈어요. 신전을 불태우고 모두 죽였어요. 나쁜 놈들이에요.˝
˝그렇지.˝ 파블로는 말했다. ˝그자들은 지옥에 떨어지는 게 마땅한, 악한 놈들이지. 내 아버지가 태어난 페루에도 예전에 잉카제국이라는 인디헤나의 거대한 국가가 있었다. 그곳도 스페인 정복자들 때문에 멸망했다. 아스테카와 똑같았어.˝
˝잉카…….˝
˝하지만 코시모, 예수라는 남자는 자기를 위해 인디헤나의 나라를 멸망시키라고는 단 한 번도 말한 적이 없었다. 황금을 약탈하고 사람들을 노예로 삼고 스페인 왕국의 깃발을 세우라는 말은, 신약성경 어디에도 없어. 대신에 이렇게 쓰여 있다. 그걸 네게 알려 주려고 한다. 혹시 네가 내 제자로 남아준다면, 마음 어딘가에 이 말만큼은 간직해 줄 수 있겠냐? 이 말만으로 충분하다…….˝
코시모의 큰 등을 바라보며 파블로는, 죽은 아버지가 2백 누에보 솔 지폐를 끼워두었던 페이지에 쓰여 있는 구절, 마태오 복음서 9장 13절을 읊었다.

너희는 가서 ‘내가 바라는 것은 희생제물이 아니라 자비다.‘ 하신 말씀이 무슨 뜻인지 배워라.

p.637
극 중의 수많은 장면 중에서 파블로가 카누 앞자리에 코시모를 태우고 물안개 낀 어스름한 여명의 다마가와 강 위에 떠 있는 장면이 제게는 가장 강렬하고 아름다운 장면으로 다가왔습니다. 파블로는 코시모의 기구한 운명을 안타까워하며 성서의 한 구절을 읊으며 오열합니다. 코시모는 배가 뒤집히지 않도록 가만히 고개를 돌려 스승을 응시합니다. 파블로의 존재는 폭력과 야만성을 전복하는, 밤하늘의 외로운 별 하나, 어두운 밤바다를 비추는 외로운 등대 하나였습니다. 한 인터뷰에서 저자는 잔혹한 폭력 장면은 흡사 영화의 특수효과를 사용한 폭력 장면처럼 그리면 쉽사리 흥분을 줄 수 있지만, 그 어떤 사람이라도 반드시 가지게 되는 고요한 혼자만의 시간을 묘사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고 밝혔습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3.04.04(火) (1판 2쇄)

다.

한 줄
신(神)의 이름으로 가슴을 가르던 야만이, 돈(錢)의 이름으로 심장을 꺼내는 자본의 지옥으로 부활했다

오탈자 (1판 2쇄)
못 찾음

확장
용설란(아가베)
멕시코가 원산지인 다육식물. 한국에서는 주로 관상용으로 기른다. 잎이 용의 혀같이 생겼다는 뜻에서 용설란이라고 부른다. 현지 언어인 스페인어로는 아가베라고 하며 영어로는 어게이비라고 발음한다. 잎은 거꾸로 선 바소꼴로서 길이 1m에서 2m 정도로 자란다. 육질이고 가장자리에 날카로운 가시가 있으며 흰빛을 띤다. 10년 이상 자란 것은 잎의 중앙에서 10m 정도의 꽃줄기가 자라서 가지가 갈라지고 큰 원추꽃차례를 이루며 끝에 많은 꽃이 달린다. 꽃은 연한 노란색이고 통처럼 생기며 화피는 6개로 갈라지지만 완전히 벌어지지는 않는다. 6개의 수술과 1개의 암술이 있고 씨방은 하위(下位)이다. 그리고 꽃을 피운 개체는 반드시 죽는다.

아즈텍 문명에서 필수불가결한 식물이었다. 가시는 인신공양에서 피를 흘리는 의식에 사용하고, 잎에서 섬유를 채취해 끈이나 천 등을 만들었다. 또한 수액을 받아서 풀케와 메스칼(mezcal)이라는 술을 만든다. 그래서 아즈텍 신화에는 용설란과 깊은 관계가 있는 신인 마야우엘이라는 신도 있다. 흔히들 용설란으로 만든 증류주를 데킬라라고 알고 있는 경우가 많지만 아무 용설란으로 만든 경우는 메스칼(Mezcal)이 통칭이고, 메스칼 중에서 블루 아가베(Agave tequilana), 혹은 데킬라 아가베로 불리는 특정 용설란만을 재료로 하여 할리스코(Jalisco)와 과나후아토(Guanajuato)주에서 만들어지는 것만 데킬라라고 부른다. 즉 모든 데킬라는 메스칼이지만 메스칼이라고 다 데킬라는 아니다. 데킬라를 제외한 메스칼은 주로 멕시코 남부의 오아하카(Oaxaca)주에서 만들어진다.

우리는 마약을 모른다 - 오후, 동아시아(2023)
독서모임 선정 도서라서 읽어봤는데 항상 관심은 있었지만 정말 몰라서 봤다. 개정판이 나왔네. 다시 읽어봐야지.

저자 - 佐藤究(1977-)

원서 - テスカトリポカ(20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