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변화 - 히가시노 게이고, 권일영 역, 비채(2019)

사소한 변화

줄거리
화가를 꿈꾸며 공장에서 일하는 소박한 청년 나루세. 어느 날 셋방을 알아보러 부동산에 들렀다가 무장강도 사건에 휘말린다. 현장에서 위기에 처한 소녀를 구해주려다 본인이 머리에 총을 맞고 사경을 헤매지만, 뇌 이식이라는 첨단 수술에 힘입어 목숨을 건진다. 연인의 품으로 생환해 기뻐한 것도 잠시. 즐겨 먹던 음식에 손도 대지 않게 되고, 차분하던 성격 대신 분노를 통제하기 힘들어지고, 그림에 재능과 흥미를 잃고, 연인 대신 다른 여자에게서 매력을 느끼기 시작하는 등 나루세는 왠지 자신이라는 사람이 차츰 달라지고 있음을 자각한다. 문제의 원인이 뇌 이식에 있다고 생각한 그는 수술의 내막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페이지
pp.58-59
˝요즘 SF는 더 발전했어. 게다가 뇌이식 자체는 그리 새로운 이야기도 아니지. 1917년에 던이라는 학자가 이미 시도해 보고했네. 1976년에는 갓 태어난 쥐의 뇌 일부를 다 큰 쥐에게 이식해도 제대로 살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지. 그 뒤 뇌이식 기술은 여러 형태로 발전해 1982년 5월 스웨덴에서는 파킨슨병 치료를 위해 사람의 뇌를 이식했네.˝
˝그렇게 오래전에요?˝ 솔직히 놀랐다.
˝상당히 낮은 수준이었네. 다른 사람의 뇌 일부를 환자 머리에 이식한 게 아니라 환자 본인의 부신副腎 일부를 꼬리핵대뇌 기저핵에 있는 신경핵. 학습과 기억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함이라는 뇌 부위로 이식했을 뿐이지. 이렇다 할 효과는 없지만 그래도 환자에게 이상이 없었고 조금이지만 증상이 호전되었지. 그 뒤로 알츠하이머병이나 노화 현상을 치료하는 방법으로 뇌이식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네. 최근에는 학습 장애를 일으킨 환자의 전두전피질전두엽 앞쪽 일부이라는 부분에 이식을 시도해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있지. 이건 1984년에 쥐실험에서 확인되었는데 인간에게도 응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지.˝

pp.102-103
˝아니야. 별일 아닌데.˝ 그러면서 메구미는 다시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네 머리에는 누군가 다른 사람의 뇌가 조금 들어 있는 거지?˝
˝맞아.˝
˝그렇지만 넌 역시 너겠지……?˝
˝무슨 소리야. 난 나지. 다른 누구도 아니야.˝
˝그럼 만약 뇌를 전부 교체하면 어떻게 될까? 그때도 역시 넌 너일까?˝
˝그건……˝ 나는 조금 생각한 뒤 대답했다. ˝내가 아니겠네. 그렇게 되면 내가 아니라 당연히 원래 뇌의 주인일 테지.˝

p.139
이제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내 안의 무언가가 변하기 시작했다. 지금 나는 분명히 예전의 내가 아니다.
지금의 나는 대체 누구인가?

p.145
˝다른 사람의 뇌에 또 다른 사람의 프로그램을 끼워넣는 게 가능한가요?˝ 지금 하는 논의에서 좀 벗어나지만 나는 놀라서 물었다.
˝물론 현재 과학으로는 불가능해. 하지만 뇌이식이란 그런 수준의 문제가 아니지. 전기 신호를 주고받는 뇌의 일부가 손상되었으니 다른 사람의 뇌 일부를 빌려다 대역을 맡기는 것뿐일세. 그렇게 해서 원래 프로그램을 되살리는 거지. 마음이라는 기능을 포함한 프로그램 말이네.˝
˝그렇지만 이식된 뇌가 원래 거기 있었던 뇌와 똑같은 작용을 한다고는 볼 수 없지 않을까요? 오히려 달라야 당연할 것 같은데요.˝
˝똑같지는 않을 테지.˝ 박사는 이 점을 선선히 인정했다. ˝그렇지만 그 차이가 프로그램을 바꿀 만큼은 아니야. 이식 가능한 범위에서만 보면 사소한 변화쯤은 있을지 모르지만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네.˝
˝그렇게 말씀하시는 근거는 뭐죠?˝
˝균형감각이지. 인간의 뇌는 놀라운 균형감각을 갖추고 있어. 자네도 알 테지만 인간에겐 우뇌와 좌뇌가 있는데 각각 다른 의식 프로그램을 만들어낼 만큼 큰 메모리 용량을 지니고 있네. 실제로 분할뇌수술뇌량을 절단해 양 반구를 분리하는 수술을 했을 경우, 양쪽에서 따로따로 의식이 생겨난다고 알려져 있네. 하지만 양쪽 뇌가 뇌량이라는 케이블로 이어져 있는 동안은 의식이 하나로 통합되어 있지. 양쪽 뇌의 프로그램이 온전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야. 그러니 뇌에 약간의 변화가 생겼대도 문제가 되지 않아.

p.150
나루세 준이치는 변신하는 중이다.

p.270
˝당신은 몰라. 뇌를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해선 안 된다고 지껄이는 당신은 말이야. 뇌는 특별한 거야. 당신이 상상이나 할 수 있어? 오늘의 나와 어제의 내가 달라. 내일 눈을 뜨면 거기 있는 건 오늘의 내가 아니지. 먼 과거의 추억은 전혀 다른 사람 것이 되고 말지. 그렇게밖에 느껴지지 않아. 오랜 시간을 들여 남겨온 것들이 모두 사라져버려. 그게 어떤 건지 아나? 가르쳐줄까? 그건……˝ 나는 도겐의 코 바로 앞에 검지를 들이댔다. ˝그건 죽음이야. 살아 있다는 건 그저 숨이나 쉬고 심장이 뛰는 게 아니야. 뇌파가 나온다고 살아 있는 게 아니라고. 산다는 건 발자국을 남기는 거지. 뒤에 남은 발자국을 보며 저건 분명히 내가 낸 거라고 알 수 있어야 살아 있는 거야. 하지만 지금 나는 예전에 남긴 발자국을 봐도 내 것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아. 이십 년 이상 살아온 나루세 준이치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고.˝
단숨에 내뱉은 뒤 나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면서 도겐을 노려보았다. 그놈도 내 얼굴을 빤히 바라보았다.
˝그걸…… 새로운 출발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겠나? 새로 태어났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많아.˝ 녀석이 입을 열었다.
˝새로 태어나는 것과 조금씩 자기 자신을 잃어가는 건 달라.˝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3.24(火) (1판 2쇄)

다.

2008.03.29(土) (초판 1쇄)

다.

한 줄
나를 잃어가는 공포보다 두려운 것은 타인이 되어가는 나를 지켜보는 일

오탈자 (1판 2쇄)
못 찾음

확장
과학자가 철학자들의 논쟁에 끼면 어떻게 될까? ㅋㅋㅋ (테세우스의 배) I 철학을 보다 EP.13 - 보다 BODA(2025)
보다 채널에서 테세우스의 배에 관해 다룬 내용이 있다. 재미는 있지만 보고 나서도 이해가 잘 안된다. 철학은 나에게 너무나 어렵다.

재클린 비셋(1944-)
p.213
˝재클린 비셋.˝
˝예?˝
˝전부터 누구를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야 떠올랐어요.˝
˝재클린 비셋?˝ 다치바나 씨는 살짝 웃었다. ˝학창시절에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죠.˝
주인공 나루세 준이치는 다치바나를 처음 보고 미인은 아니지만 외국 영화에 나오는 여배우를 닮았다고 생각한다. 글쎄… 이 정도 외모를 닮았으면 눈에 확 띌 텐데… 준이치의 변화를 보여주는 장치 중 하나일까.

저자 - 東野圭吾(1958-)

원서 - 変身(1991)

구판 - 변신(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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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eung 2026-03-31 16: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 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