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 아난요 바타차리야, 박병철 역, 웅진지식하우스(2023)

미래에서 온 남자 폰 노이만 (20세기 가장 혁명적인 인간, 그리고 그가 만든 21세기)

줄거리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과 디지털 컴퓨터, 전 세계에 드리워진 핵전쟁의 지정학과 빠르게 진화하는 인공지능(AI)은 물론 자기복제 우주선까지, 21세기 삶의 토대가 된 굵직한 아이디어들이 모두 한 천재 과학자의 머릿속에서 시작됐다는 사실을 아는가? 그 주인공은 역사상 가장 영향력 있는 과학자 중 한 명인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다. 1903년 부다페스트에서 태어난 그는 8살에 미적분을 마스터하고, 양자역학의 수학적 기초를 다지는 데 기여했으며,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요청으로 ‘맨해튼 프로젝트(Manhattan Project)’와 원자폭탄의 설계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 ‘게임이론’으로 냉전시대 지정학과 현대 경제 이론의 기초를 세우는 데 기여했을 뿐 아니라 최초의 프로그래밍 가능한 디지털 컴퓨터 ‘EDVAC’을 만들어 ‘현대 컴퓨터의 아버지’가 되었으며, 자기복제기계의 잠재력을 예언하기도 했다. 프린스턴 고등연구소(IAS) 시절, 동료들은 그를 당대의 천재로 꼽히던 아인슈타인과 괴델을 제치고 ‘세상에서 가장 빠른 두뇌’라고 불렀다. 저자 아난요 바타차리야는 아인슈타인이나 리처드 파인만에 비해 역사적으로 덜 알려진 존 폰 노이만의 드넓은 학문적 성과와 그가 인류에 공헌한 업적을 재평가하는 동시에, 그 자체로 흥미로운 스토리텔링을 통해 20세기 과학사를 생생하게 구현해냈다. 노이만을 중심으로 ‘20세기 과학기술의 벨 에포크(belle époque) 시대’를 수놓은 천재들의 지적 교류와 창발의 파노라마가 펼쳐진다.

페이지
p.23
코딱지만 한 나라에서 어떻게 걸출한 수학자와 과학자가 그토록 많이 배출될 수 있었을까? 그 비결은 화성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지만, 한 가지 가설에는 모두 동의하는 분위기였다. ˝우리가 화성인이라면, 우리 중 하나는 아예 다른 은하에서 온 별종 중의 별종이다.˝ 1963년에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헝가리 태생의 미국인 물리학자 유진 위그너Eugene Wigner는 이 수수께끼 같은 ‘헝가리 현상’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 이렇게 대답했다. ˝그런 것은 없습니다. 헝가리 사람도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슷해요. 단, 설명이 필요한 딱 한 사람이 있는데, 그가 바로 존 폰 노이만입니다.˝

p.65
열아홉 살의 노이만은 자신보다 나이가 두 배쯤 많은 수학자들과 교류하면서 심혈을 기울여 박사학위 논문을 써내려갔고, 1922년~1923년 사이에 논문의 초안을 집합론의 대가인 아브라함 프렝켈Abraham Fraenkel에게 보냈다. 프렝켈은 그때의 일을 다음과 같이 회상한다. ˝요하네스 폰 노이만… 생전 들어본 적 없는 낯선 이름이었다. 논문 제목은 「집합론의 공리화The Axiomatization of Set Theory」였는데, 모든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발톱만으로 사자를 알아보듯이ex ungue leonem‘ 뛰어난 걸작임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이 표현은 스위스의 수학자 요한 베르누이Johann Bernoulli가 생전 들어본 적 없는 아이작 뉴턴Isaac Newton의 원고를 읽고 제일 먼저 했던 말이다.)

p.100
노이만은 희한하기 그지없는 양자역학에 별다른 적개심을 갖지 않았다. 말끝마다 트집을 잡았던 아인슈타인보다는 훨씬 너그러웠다. 단지 노이만은 양자역학의 저변에 깔려 있는 이중성이 어떤 모순을 낳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 다행히도 이중성은 아무런 모순도 낳지 않았다. 양자계와 고전계의 경계선을 어디에 설정하건, 관측자가 얻는 답은 항상 같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노이만은 이 경계선을 관측자의 몸 안 깊숙한 곳, 심지어는 자각이 일어나기 바로 직전까지(그곳이 어디이건) 옮길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이 경계는 오늘날 ‘하이젠베르크 절단선Heisenberg cut’으로 알려져 있는데, 좀 더 공정하게 말하면 ‘하이젠베르크-노이만 절단선’으로 불러야 옳다.”

p.209
ENIAC은 단 하나의 목적을 위해 태어난 전쟁 기계였다. 그러나 전쟁이 끝나고 다른 용도가 부각되자 기계의 존재 이유가 가장 큰 단점으로 떠올랐다. 프로젝트 팀원 중 이 문제를 가장 정확하게 간파한 사람은 노이만이었다. 팀원뿐만 아니라, 그만큼 잘 아는 사람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을 수시로 바꿀 수 있는 유연한 컴퓨터˝의 설계도가 이미 노이만의 머릿속에 그려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p.299
노이만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것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인간의 막연한 욕망과 편애적 성향에 숫자를 할당하는 엄밀한 방법을 개발한 것이다. 『게임이론』이 출간되고 60여 년이 지난 2011년에,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대니얼 카너먼Daniel kahneman은 이 책을 가리켜 ˝사회과학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이론이 담긴 책˝이라고 했다. 『게임이론』이 출간된 후 이론의 핵심인 ‘효용이론’과 ‘합리적 계산’의 개념은 상아탑을 넘어 모든 분야로 빠르게 퍼져나갔다.

p.466
노이만의 세포 오토마타는 이 분야에 등장한 모든 이론의 씨앗이 되었으며, 생명을 창조하겠다고 나선 용감한 개척자들에게 번뜩이는 영감을 불어넣었다. 그가 끝내 완성하지 못한 운동형 오토마타kinematic automaton도 결실을 맺었다. 존 케메니가 노이만의 아이디어를 일반 대중에게 소개한 직후에 한 무리의 과학자들이 그와 같은 장치를 컴퓨터가 아닌 현실 세계에 구현한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만든 장치는 생명체처럼 부드러운 재질이 아니라, 주로 볼트와 너트로 이루어진 딱딱한 기계였다.

pp.482-483
노이만이 세포 오토마타 이론에 대해 첫 강의를 한 지 거의 70년이 흘렀지만, 그 의미는 지금도 계속 연구되고 있다. 아마도 이것은 나노머신과 자가 건설 달 기지, 그리고 ‘만물의 이론‘의 기초가 될 것이다. 튜링머신은 추상적인 수학에서 출발하여 현실 세계에 등장할 때까지 몇 년밖에 걸리지 않았지만, 노이만이 상상했던 자기복제 기계는 아직 구현되지 않았다. 아니, 혹시 이미 만들어진 건 아닐까?
1981년에 천문학자 로버트 제스트로Robert Jastrow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컴퓨터란 순수한 사고思考만으로 진행되는 새로운 형태의 삶이다. 그런데 인간은 그런 컴퓨터에게 전력과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인간이 컴퓨터를 돌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인간은 컴퓨터의 재생도 적극적으로 돕고 있다. 따라서 인간은 컴퓨터의 번식을 수행하는 생식기관인 셈이다.˝
그의 말은 거의 옳았다. 그로부터 40년이 흐른 지금, 전 세계에는 20억 대의 컴퓨터가 위세를 떨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의 막강한 번식력을 능가하는 새로운 오토마타가 등장했으니, 그것은 바로 현대인의 필수품이 되어버린 스마트폰이다. 이 기계는 2014년에 전 세계 인구수를 추월했고, 지금 사용 중인 SIM 카드는 100억 개가 넘는다. 2019년 한 해 동안 15억 개가 넘는 스마트폰이 팔려나갔다. 증가율로 따져도 인구 증가율보다 10배 이상 빠르다. 지금은 이 많은 SIM 카드를 인간이 사용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상황은 달라질 것이다. 우리가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잡담을 나누는 동안, 이 기계도 자기들끼리 정보를 교환하고 있기 때문이다.

pp.493-494
노이만의 몸을 잠식하던 암이 어느새 뇌까지 도달했다. 그는 잠결에 헝가리어로 잠꼬대를 했고, 병실을 지키던 군인들을 불러서 ˝본부에 급히 전할 메시지가 있다˝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다. 지구에서 가장 예리했던 한 사람의 지성은 그렇게 서서히 저물어갔다. 마지막 순간에 노이만은 마리나에게 ˝7+4˝ 같은 단순한 산수 문제를 내달라고 부탁했는데, 마리나가 던진 몇 개의 문제에 노이만은 하나도 답하지 못했고,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마리나는 눈물을 흘리며 병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pp.556-557
이 책의 주인공 존 폰 노이만이 프린스턴 고등연구소의 휴게실에서 쉬고 있을 때 한 젊은 수학자가 다가와 위의 문제를 내주었다. 그리고 몇 초 후, 두 사람 사이에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고갔다.

˝당연히 500미터지. 너무 쉽잖아.˝
˝역시 대단하시네요. 무한등비수열 대신 시간을 이용해서 푸신 거죠?˝
˝어라? 그런 방법도 있었네?˝

그렇다. 노이만은 그 복잡한 계산을 단 몇 초 만에 해낸 것이다. 이 일화는 프린스턴뿐만 아니라 전 세계 과학자들 사이에 전설처럼 전해오고 있다. 물론 계산이 빠르다고 해서 반드시 뛰어난 과학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지만, 모든 면에서 유리한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컴퓨터의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던 시절, 컴퓨터에게 ˝2의 거듭제곱수(2n) 중 1,000의 자리가 7이면서 가장 작은 수를 계산하라˝고 시켜놓고, 노이만이 암산으로 컴퓨터보다 빨리 답을 알아냈다는 일화도 있다(답: 221=2,097,152).
두말할 것도 없이 노이만은 계산의 천재다. 그러나 노이만에게 이런 일화가 유독 많은 것은 보통 사람들이 천재의 수준을 가능할 때 이런 단순 계산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일화 때문에 노이만의 진가가 오히려 퇴색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머리 회전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7개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했고, 유명한 문학작품과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다녔다). 아인슈타인이나 괴델 같은 천재들 사이에서도 ‘찐천재‘로 통했던 이유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 상상하기 어려운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노이만이 열아홉 살(1922년) 때 완성한 박사학위 논문 「집합론의 공리화The Axiomatization of Set Theory」는 집합론의 기초를 견고하게 다지고 러셀의 역설을 피해가는 방법까지 제시한 당대의 걸작으로 남아있다.

분류(교보문고)
과학 > 교양과학 > 과학이야기

기록
2026.06.17(水) (초판 1쇄)

다.

한 줄
모든 내용을 이해하진 못했지만, ‘발톱만으로 사자를 알아보듯이ex ungue leonem‘ 뛰어난 걸작임을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오탈자 (초판 1쇄)
p.26 밑에서 3번째 줄
뮬론 → 물론
p.57 위에서 11번째 줄
수 → 수(글자 크기 작게)
p.172 밑에서 9번째 줄
비로 → 바로
p.324 밑에서 8번째 줄
위체 → 위에
p.348 밑에서 8번째 줄
찾을 있다 → 찾을 수 있다
p.388 위에서 4번째 줄
사화과학 → 사회과학
p.473 밑에서 10번째 줄
직업을 → 작업을
p.483 위에서 8번째 줄
중안 → 중인
p.492 밑에서 3번째 줄
의연하셨잖 아요 → 의연하셨잖아요
본안 → 본인
심란해하 세요 → 심란해하세요
p.556 밑에서 9번째 줄
거 죠 → 거죠
p.557 위에서 8번째 줄
이인슈타인 → 아인슈타인

확장
듣기만 해도 이해되는 양자역학 한 방에 정리👊 - 범준에 물리다(2023)
한 방에 이해될리가 없다..

‘폰노이만‘은 과학자들이 인정한 천재 of 천재이다!? [안될과학 - 랩미팅 16화] - 안될과학 Unrealscience(2020)
pp.556-557
컴퓨터의 속도가 별로 빠르지 않았던 시절, 컴퓨터에게 ˝2의 거듭제곱수(2n) 중 1,000의 자리가 7이면서 가장 작은 수를 계산하라˝고 시켜놓고, 노이만이 암산으로 컴퓨터보다 빨리 답을 알아냈다는 일화도 있다(답: 221=2,097,152).
두말할 것도 없이 노이만은 계산의 천재다. 그러나 노이만에게 이런 일화가 유독 많은 것은 보통 사람들이 천재의 수준을 가능할 때 이런 단순 계산 외에 마땅한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나는 이런 일화 때문에 노이만의 진가가 오히려 퇴색되었다는 느낌이 든다. 그가 머리 회전이 빠르고 기억력이 좋은 것은 사실이지만(7개 언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구사했고, 유명한 문학작품과 백과사전을 통째로 외우고 다녔다). 아인슈타인이나 괴델 같은 천재들 사이에서도 ‘찐천재‘로 통했던 이유는 보통 사람들의 머리로 상상하기 어려운 탁월한 재능이 있기 때문이다.

범인의 시각으로 천재를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 사례들밖에 없다. 연구업적에 대해 말해봐야 일반인은 알아들을 수가 없을 테니. 과학 커뮤니케이터나 역사 강사들이 연구자, 학자들보다 유명해지는 것도 비슷한 경우 같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그들 또한 대중에 의해 필요해서 탄생했고 시대와 대중에 맞는 똑똑한 선택을 한 사람들이지만 본질은 연구자들에게 있다는 걸 잊지 말자.

저자 - Ananyo Bhattacharya(????-)

원서 - The Man from the Future: The Visionary Life of John von Neumann(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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