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 - 유키 하루오, 김은모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4)

십계

줄거리
예대 입시를 위해 삼수를 하는 리에는 아빠와 함께 생전 큰아빠가 소유했던 에다우치지마섬을 방문한다. 물론 섬에 리조트 시설을 개발하기 위해 모인 관계자들 아홉 명과 동행한다. 부동산 회사 직원, 관광 개발 회사 직원, 건축사무소 직원 등으로 구성된 일행이다. 그런데 섬을 시찰한 다음 날 아침, 부동산 회사 직원이 의문의 살해를 당하고, 그와 동시에 열 가지 계율이 적힌 종이가 발견된다.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 섬에 있는 동안 살인범이 누구인지 알아내려 하지 말 것. 지시를 지키지 못했을 시, 섬에 있는 폭탄의 기폭 장치가 작동해 모두 목숨을 잃는다.’ 섬에 갇힌 일행들은 범인이 내릴 신벌을 두려워하며 ‘십계’에 따르는 사흘을 보내기 시작한다. 이 섬에 머무르는 동안 범인을 밝혀내서는 안 된다. 그렇지 않으면 전원 사망이다. 그리고 살인사건이 연달아 발생하는데……

페이지
p.99
우리에게 제시된 건 열 가지 계율뿐이다.
우리는 달력 종이 뒷면에 두려움 섞인 눈빛을 던졌다.
이건 그야말로 ‘십계‘다.

p.220
현재 이 섬은 디스토피아로 변했다. 소설에 나오는 것처럼 어떤 사상을 바탕으로 치밀하게 계산해서 쌓아 올린 디스토피아가 아니라, 폭탄이라는 단순한 지배 도구를 사용해서 만든 즉석 디스토피아다. 살인이 벌어지는데도 범인의 정체를 폭로하는 건 용납되지 않는다. 폭탄에 통제당해, 범인의 지시에 따르고 범죄에 협력하기까지 한다.

p.332
계율은 원래 인생을 걸고 지켜야 하는 규범이잖아. 그저께 낮에 아야카와 씨는 그렇게 말했다.
이것이 내게 주어진 계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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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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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25(火) (1판 1쇄)

다.

한 줄
클로즈드 서클을 재정립하는 유키 하루오의 계율

오탈자 (1판 1쇄)
못 찾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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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력의 무지개 - 토머스 핀천, 이상국 역, 새물결(2012)
p.249
그나저나 큰아빠 서재에는 폭탄이 터져서 죽을지 모르는 사태에 적합한 책이 별로 없었다. 다들 흥미 없다는 듯한 표정이었지만, 그래도 정성껏 책을 골랐다.
아야카와 씨가 아무리 용을 써도 범인의 작업 시간 안에 다 못 읽을 『중력의 무지개』를 하권까지 꺼내 가길래 하마터면 웃음을 터뜨릴 뻔했다.

읽기 어려운 쪽으로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내가 등장인물들 같은 상황이었다면 무슨 책을 골랐을까? 책을 고르긴 했을 텐데. 스스로도 궁금해진다.

폭탄 - 오승호(고 가쓰히로), 이연승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3)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포와 직면한다. 폭탄이라는 실제 이미지를 경험해 본 적이 없으니 그게 얼마나 무서운 물건인지 실감이 나지 않는다. 폭탄이라고 하면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심영물의 폭8이나 번 노티스의 피오나가 C4를 펑펑 터트리는 장면만 생각이 난다. 언제 터질지 모르는 공포. 나오키상 후보에 올랐다.

저자 - 夕木春央(1993-)

원서 - 十戒(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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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 무라세 다케시, 김지연 역, 모모(2022)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 (리커버 에디션)

줄거리
봄이 시작된 3월, 급행열차 한 대가 탈선하여 절벽 아래로 떨어졌다. 이 대형 참사로 승객 127명 중 68명이 사망, 수많은 중상자가 나왔다. 연인, 가족 등 한순간에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가족은 그때부터 자신의 삶도 멈춰버린 듯 결코 무뎌지지 않을 아픔에 갇혀 하루하루를 버틴다. 그렇게 두어 달쯤 흘렀을까. 이상한 소문 하나가 나돌기 시작한다. 사고가 난 곳에서 가장 가까운 역인 ‘니시유이가하마 역’에 가면 ‘유키호’란 유령이 나타나 사고 난 그날의 열차에 오르도록 도와준다는 것. 단 네 가지 규칙을 반드시 지켜야만 한다. 그렇지 않으면 똑같이 사고를 당해 죽을 수 있다. 이 경고에도 사랑하는 사람을 딱 한 번만이라도 다시 보고 싶었던 사람들은 망설임 없이 ‘니시유이가하마 역’으로 향한다. 과연 이들은 유령 열차가 하늘로 올라가 완전히 사라지기 전, 무사히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페이지
pp.73-74
하나, 죽은 피해자가 승차했던 역에서만 열차를 탈 수 있다.
둘, 피해자에게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서는 안 된다.
셋, 열차가 니시유이가하마 역을 통과하기 전에 어딘가 다른 역에서 내려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당신도 사고를 당해 죽는다.
넷, 죽은 사람을 만나더라도 현실은 무엇 하나 달라지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죽은 사람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만일 열차가 탈선하기 전에 피해자를 하차시키려고 한다면 원래 현실로 돌아올 것이다.

pp.160-161
˝…아버지. 나한테는 어떤 일이 맞을까요?˝
호흡을 가다듬고 물었다. 아버지는 ˝그야 실제로 일을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이라고 미리 전제를 깔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한 가지만 말하자면, 남에게 고맙다는 말을 듣고 네가 기쁨을 느끼는 일을 하면 좋겠구나.˝
˝…고맙단 말이요?˝
˝그래. 그게 일하는 보람이거든.˝
˝그러려면 사람을 많이 만나야 해. 사람을 꺼리면 안 된다. 삶에서 해답을 가르쳐주는 건 언제나 사람이거든. 컴퓨터나 로봇이 아니라, 모든 걸 가르쳐주는 건 사람이다. 그러니 용기를 내서 사람을 만나봐라. 사람들과 대화도 많이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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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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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24(日) (초판 124쇄)

다.

한 줄
과연 어느 역에서 내렸을까

오탈자 (초판 124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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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과 열정사이 Rosso - 에쿠니 가오리, 김난주 역, 소담(2024)
가끔씩 우리나라에서 일본 소설이 알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난 히트를 칠 때가 있다. 《세상의 마지막 기차역》도 내가 빌린 책만 124쇄라는 들어본 적도 없는 부수를 찍어냈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비슷하게 히트를 기록한 책의 최초는 《냉정과 열정사이》가 아니었을까. 둘 다 내 취향은 아니다.

퇴마록 세계편1 - 이우혁, 반타(2025)
퇴마록에서 죽은 사람을 되살렸는데 구울이었다는 에피소드가 생각이 나서 AI에 물어보니 세계편 1권에 ‘그 남자는 매일 밤 나를 부른다‘라고 한다. AI의 검색 알고리즘을 추정하자면 책의 내용을 직접 검색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어 웹을 먼저 검색하는 것도 아니라서 이렇게 구판, 개정판이 섞여있는 책은 거의 제대로 된 정보라고 믿을 수는 없지만 얼추 맞는 것 같다. 죽은 사람은 어떻게든 돌아올 수 없다는 내용이어서 기억에 남아있다.

저자 - 村瀨健(1978-)

원서 - 西由比ヶ浜駅の神様(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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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원의 캔버스 - 하라다 마하, 권영주 역, 검은숲(2015)

낙원의 캔버스

줄거리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어시스턴트 큐레이터 팀은 전설적인 컬렉터 바일러에게 루소의 미공개 그림을 감정해달라는 초대장을 받는다. 팀의 상사이자 치프 큐레이터인 ‘톰’의 이름을 ‘팀’으로 잘못 쓴 초대장임을 알면서도, 어린 시절부터 루소의 열렬한 팬이었던 팀은 미공개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상사 톰 몰래 바일러의 저택으로 향하는데……. 주어진 시간은 단 7일.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앙리 루소 연구원 오리에를 상대로 한 치의 양보 없는 두뇌싸움이 시작된다. 그리고 루소와 피카소, 두 천재 화가가 평생토록 품고 살았던 비밀이 드디어 그 베일을 벗는다.

페이지
pp.20-21
그렇다. 미술품과의 만남은 우연과 혜안에 지배된다.
희소성이 높고 뛰어난 미술품이 시장에 나오는 것은 우연에 맡기는 수밖에 없다. 소유자가 어떤 이유로 (현금 수입이나 다른 작품의 구입 자금을 얻기 위해) 화랑이나 경매 회사에 판매를 위탁하는 것도 계획에 의한 일은 아니다. 돌연히 변덕이 나 이 작품을 내놔도 되겠다 싶어진다든지, 갑작스레 현금이 필요해진다든지, 그런 우연한 타이밍이 소유자에게 찾아들지 않는 한, 한번 컬렉터의 수중에 들어간 작품은 웬만하면 다시 나오지 않는다. 개인 소장품은 소유자가 한정적으로 즐기는 것, 또는 소유한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하는 것, 그게 수집가의 심리다. 극단적인 경우 자신이 죽을 때까지, 또는 죽고 나서까지 전매도 공개도 허락하지 않는다. 일본의 거품경제 시기에 고흐의 명작을 손에 넣은 어느 기업가는 ‘내가 죽으면 작품도 같이 태워달라’ 하고 호언해 세계적으로 빈축을 샀다. 하지만 그런 게 수집가의 본심이 아닐까.

p.34
명화는 이따금 이런 식으로 생각지도 못한 계시를 준다. 명화는 그렇기에 명화다. 구도와 색채, 밸런스, 기교가 뛰어난 것만이 아니다. 시대성, 대상물에 대한 깊은 감정, 영감, 끌어당기는 힘, 뭐라 말할 수 없는 꿈틀거리는 느낌. 보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결정적인 어떤 것이 그림 안에 있는가. ’눈’과 ‘손’과 ‘마음’, 이 세 가지가 갖춰져 있는가. 그게 명화를 명화이게 하는 결정적인 요소다.

pp.70-71
19세기 말 루소가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을 무렵, 참으로 추악하고 서툴기 그지없는 기기묘묘한 그림을 보려고 대중이 전시회장으로 몰려들었다는 에피소드는 유명하다. 사람들은 루소의 그림 앞에서 배꼽 쥐고 웃었다고 한다. 기품 넘치는 예술가들이 모여 있어야 할 전시회장이 흡사 서커스장 같은 열기에 휩싸였다고.
루소에 대한 평가는 화가의 사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본질적으로는 바뀌지 않은 듯했다. 심술궂게 보자면 그의 작품은 역시 원근법도 명암법도 배우지 못한 무지하고 서툰 일요화가의 솜씨다. 하지만 한편으로 루소의 등장이 피카소와 쉬르레알리슴에 미친 영향을 생각하면, 이 정도로 특이한 재능은 미술사에 있어 전무후무하지 않을까. 그리고 만약 그가 ‘무지’를 가장한 ‘천재‘였다면?

pp.98-99
루소를 깊이 연구하면서도, 명작 〈꿈〉의 세계에 매료되면서도, 그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세상 사람들 대다수와 마찬가지로 팀 또한 ‘그런 스위치가 달린 인종‘이 아닌 것이다. 명작을 만난 순간 스위치가 찰칵 켜지는 인종. 이걸 갖고 싶다 하는 스위치가.
세계적으로 따지면 그리 많지 않은 ‘그런 스위치가 달린‘ 사람들이 예나 지금이나 명작의 운명을 쥐고 있다. 어떤 컬렉터는 저명한 미술관의 이사가 되어 자신이 소유하는 작품을 기부하고 명예를 얻어서 미술관 로비에 붙은 현판에 영원히 이름을 남긴다. 어떤 컬렉터는 작품을 사 모아서 싫증나면 팔고 또 새 작품을 사들인다. 또 어떤 컬렉터는 자신만의 은밀한 즐거움으로 명작을 침실에 장식하고 문자 그대로 동침한다.

p.174
˝대단한데, 저 사람은 진짜 창조자야. 아니, 파괴자로군.˝

pp.176-177
독특한 색조의 청색과 장미색으로 아를르캉(할리퀸)이며 눈먼 걸인 등 사회 밑바닥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모티브로 그리던 피카소는, 기술로 보나 야심으로 보나 동지들을 크게 앞서는 존재였습니다. 하기야 당시 화가들 사이에서 ‘기술’은 문제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는 무수히 많았습니다. 하지만 예술가들이 벌이는 토론의 중심은 이미 ‘그림을 잘 그린다’라는 출발점을 크게 벗어나 있었습니다. ‘잘 그린 그림’이란 대체 무엇을 가리키는가? 대체 어떤 예술가를 가리켜 ‘그림을 잘 그린다’고 하는가? 그런 것에 대해 아무도 명확히 정의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인물이든 정물이든 풍경이든 눈앞에 있는 것을 똑같이 캔버스에 그려낸 그림만이 ‘잘 그린 그림’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예리한 감성과 시대를 앞지르려는 기개에 있어 피카소는 남들보다 한 발 앞서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티스와 드랭이 ‘색채의 파괴자’로서 세간의 이목을 끈 것과 같은 대담한 표현 방법을 아직 찾아내지 못한 상태였습니다.
대체 무엇이 새로운 건가, 대체 나는 무엇을 그려야 하는가. 피카소는 매일 탐욕스레 시내 곳곳을 서성이고 미술관을 드나들었습니다. 고갱이나 세잔의 전시회를 보고 속에서 뜨거운 뭔가가 치밀어 그게 가시처럼 박혀 있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이 젊은 화가는 자신의 머리와 가슴에 시대의 물결을 맞고 있었습니다. 그는 결코 ‘잘 그린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그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뿐, ‘새로운 표현‘이었습니다.

p.179
그것은 한마디로 ‘추악한 회화’였습니다. 모두가 ‘프랑스 미술에 참으로 큰 손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애조를 띤 피카소 작품의 아름다움에 심취해 있던 사람들의 심정이 이 말에 잘 드러납니다. 피카소를 아는 사람들은 섬세하고 아름다운 인물상을 보는 즐거움을 그들에게서 빼앗은 이 작품의 출현을 진심으로 저주했습니다.
하지만 이 작품이 바로 피카소가 끊임없이 미와 미술에 관해 고민하고 몸부림치며 시행착오를 거듭한 끝에 이끌어낸 결론이었습니다. 피카소는 이 ‘추악한 회화’를 들이댐으로써 ‘미란 무엇인가?’ ‘미술이란 무엇인가?’라는 중대하고도 본질적인 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p.181
피카소는 이때 마티스의 색채에 대한 도전을 굳이 따지자면 냉담하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색채는 확실히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짓는 주요한 요인 중 하나다. 하지만 한 요인에 불과하지 않나 하고. 피카소의 관심을 끈 것은 오히려 루소의 〈굶주린 사자〉였습니다.

p.183
모든 걸작은 걸작은 상당한 추악함을 지니고 태어나는 법이다.
이 추악함은 창조자가 새로운 것을 새로운 방법으로 표현하기 위해 싸웠다는 증표다.
미를 거부하는 추악함이야말로 새로운 예술에게 허락된 ‘새로운 미’다. 그게 피카소가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그처럼 대담하고 독창적인 미의 논리를 획득한 피카소는, 전 인류 중에서 유일하게 모조리 파괴하고 새로이 창조하는 것을 신에게 허락받은 듯한 절대적인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 뒤 예술의 흐름을 크게 바꾸게 될, 추악한 미를 지닌 〈아비뇽의 여인들〉, 그리고 큐비슴. 혁명을 부르짖으며 단행하는 젊은 지도자 피카소의 마음속에 앙리 루소가 살고 있었다는 것은, 그의 동지들도 후세의 미술사가들도 좀처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pp.213-214
˝돈 문제가 문제가 아니야. 그런 괴물 같은 그림에서 가치를 발견해내는 인간이 있다는 게 재미있잖아. 어쩌면 이 그림도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을지도 몰라. 뭐랄까…… 이런 그림을 보고 ‘근대적’이라고 하는 게 아닐까.”
야드비가는 턱을 괸 채 “이상해”라며 쓴웃음을 지었습니다. “‘근대적’이라니, 그게 뭐야?”
“나도 잘 모르지만 독일인 같은 화랑 주인이 여러 번 말했어. 아마 새롭다는 뜻 아닐까. 새로운 그림…… 새로운 가치관 같은.˝

p.332
새로운 어떤 것을 창조하려면 낡은 어떤 것을 파괴해야 한다.
타인이 뭐라 하든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을 만들려면 그만한 각오가 필요하다. 타인의 그림을 유린하는 한이 있어도,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어도 자신을 믿는다. 그게 바로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가 가져야 할 모습이다.
파블로는 내게 그것을 가르쳐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p.346
˝이 작품엔 정열이 있어요. 화가의 모든 정열이. ……그게 다입니다.”

pp.346-347
화가의 모든 정열이 있다.
그게 바로 앙리 루소가 이 그림 속에 표현하려던 것이었다.
그 ‘이야기’ 속에서 피카소는 모든 정열을 쏟아부으라고 말했다. 새로운 어떤 것을 창조하려면 낡은 어떤 것을 파괴해야 한다. 세계를 적으로 돌리는 한이 있어도 자신을 믿는다. 그게 바로 새로운 시대의 예술가가 가져야 할 모습이다. 아들이라 해도 될 만큼 나이 차가 나는 천재 화가의 조언을 루소는 그렇게 해석했다.
세상 사람들의 야유와 조소를 견디며 자신의 화법을 고수했던 화가. 사후 70년 이상이 지난 지금도 평가가 확립되지 못하고 여전히 ‘세관원’이라고 불린다. 원근법도 모르는 일요화가라는 말을 아직까지 듣는다.
그렇건만 팀은 이 화가에게 사로잡혔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자신의 커리어와 운명을 걸고, 그리고 큐레이터로서 모든 정열을 걸고.
루소가 평생 회화에 쏟아부었던 ‘정열’ 때문이 아닐까.

p.377
˝이번에 바일러와 함께 지내면서 실감한 게 있어. 화가를 알려면 작품을 볼 것. 몇 십 시간, 몇 백 시간을 들여 작품과 마주할 것.”
그런 의미에서 컬렉터만큼 그림과 오래 마주하는 사람은 없을 테지. 큐레이터, 연구자, 평론가. 아무도 컬렉터의 발치에도 따라가지 못해.
아아, 하지만…… 아니, 잠깐. 컬렉터 이상으로 명화와 마주하는 사람도 있군.
“그게 누군데요?”
오리에의 물음에 팀은 웃으며 대답했다.
“미술관 감시원이야. ……그래, 난 큐레이터가 아니라 감시원이 돼도 좋겠어.˝

pp.396-398
˝모던 아트의 전당이라고 하는데 말이지. 사나에, 모던 아트가 뭔지 아니?˝
˝몰라. 과자야?˝
일부러 시치미 떼는 게 귀엽다.
오리에는 ˝잠깐만˝ 하며 일어섰다. 자기 방으로 달려가 화집 한 권을 들고 온다.
˝이거 어때?˝
표지가 다소 변색됐고 구겨진 화집을 닭고기 조림 접시 옆에 놓았다. 1985년 MoMA에서 개최된 ‘세관원 루소 전‘의 도록이었다. 표지의 그림은 1890년에 제작된 〈나 자신, 초상-풍경〉이라는 작품이다. 붉게 물든 구름과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거인처럼 우뚝 선, 수염을 기른 남자. 머리에는 챙이 넓은 베레모. 손에는 팔레트와 붓. 등 뒤에 만국기를 건 배가 센 강에 떠 있고, 그 너머에 에펠탑이 보인다. 강변을 산책하는 사람들은 쥐처럼 조그만 게, 중앙에 찌푸린 표정으로 선 남자와 명백히 비율이 맞지 않는다. 화면에서 깊이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1백 년 전에는 ‘일요화가의 그림‘이니 ‘어린애 낙서‘ 같은 말을 들으며 사람들에게 조소를 샀던 작품이다.
사나에는 표지의 그림을 꼼짝 않고 내려다보다가 이윽고 짤막하게 말했다.
“재미있어.”
그 순간, 오리에의 얼굴에 미소가 피었다.
“그래, 재미있지? 그거 말고는?”
“색이 예뻐.”
“맞아. 그리고 또?”
“정성스럽게 그렸다는 느낌이 들어.”
오리에는 응,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어머니도 덩달아 고개를 끄덕인다. 사나에는 얼굴을 표지에 조금 가까이 가져가더니 무심코 중얼거리듯 말했다.
“어쩐지…… 살아 있는 것 같아.˝
그 순간 오리에는 숨을 멈추었다. 어머니까지 같이 숨을 멈춘 것을 알 수 있었다. 사나에는 어머니와 할머니를 흘깃 보더니 “이제 됐지?”라고 중얼거리고는 다시 젓가락을 놀리기 시작했다.
살아 있다.
그림이 살아 있다.
그 한마디가 바로 진리였다. 지난 1백 년 동안 모던 아트를 발굴하고 모던 아트에 매료됐던 수천, 수만 명의 사람들, 그들의 가슴에 깃든 한마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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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일본소설 > 일본소설일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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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8.14(金) (초판 1쇄)

다.

2020.08.13(木) (초판 1쇄)

다.

2016.07.12(火) (초판 1쇄)

다.

한 줄
창조자? 파괴자? 아직은 그냥 일요화가

오탈자 (초판 1쇄)
못 찾음

확장
미술관에 간 심리학 - 윤현희, 믹스커피(2019)
나이브 아트를 소개하면서 앙리 루소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낙원의 캔버스》의 내용과는 다르게 루소를 취미의 영역의 화가라는 뉘앙스로 설명해놓았다.

베스트 오퍼 - 쥬세페 토르나토레(2013)
˝모든 위조품엔 진품의 미덕이 숨어 있다.˝ 〈꿈〉과 〈꿈을 꾸었다〉, 두 작품의 진실은 무엇일까?

​저자 - 原田マハ(1962-)

원서 - 楽園のカンヴァス(2012)

p.11 피에르 퓌비 드샤반 - 환상

p.13 엘 그레코 - 수태고지

p.32 파블로 피카소 - 새장

p.100 앙리 루소 - 시인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

p.173 앙리 루소 - 여인의 초상

p.178 파블로 피카소 - 아비뇽의 여인들

p.188 파블로 피카소 - 부채를 든 여인

p.188 파블로 피카소 - 파이프를 든 소년

p.188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 터키 목욕탕

p.396 앙리 루소 - 나 자신, 초상-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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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 미카미 엔, 최고은 역, 아르테(arte)(2016)

니시우라 사진관의 비밀

줄거리
누구보다 사진을 사랑했지만 4년 전 치기 어린 실수로 친구에게 큰 피해를 입힌 뒤 사진작가의 꿈을 접는 주인공 마유. 또 다른 주인공 마도리는 사고 후 기억을 잃고 나서 사진을 통해 자신의 과거를 알고 싶어 한다. 두 사람은 물론,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다른 인물들도 저마다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이처럼 스스로의 고치 안에 틀어박혀 살고 있던 마유는 주인을 찾지 못한 사진들의 비밀을 풀면서, 되돌아보고 싶지 않았던 과거와 마주할 용기를 내게 되는데…….

페이지
pp.36-37
˝솜씨만 익히면 자기 눈으로 본 아름다운 것들을 오롯이 남겨둘 수 있단다. 재미있지 않니?˝

p.60
˝사진은 과거의 순간을 잘라낸 것이잖아요. 누군가 죽어도 그 사람의 사진은 오래도록 남고요.˝

p.73
“사진을 찍을 때면 이상한 기분이 들어요. 그 순간의 나를 뚝 잘라내는 듯한……. 긴장이 돼서 렌즈에서 눈을 뗄 수가 없죠. 사진관에 있는 전문가의 카메라 앞에서는 더욱 그렇고요.”
카메라를 놓기 전의 자신을 떠올리고 마유는 가슴이 아렸다. 그녀에게도 타인의 순간을 잘라내는 일에 열중했던 시기가 있었다.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그 시절에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p.95
루이는 초등학교에서 가급적 눈에 띄지 않도록 행동했다. 기척을 감추는 데 능해서 잘생긴 외모였지만 그다지 주목받지 않았다. 섬에 살았을 때에도 그렇게 배운 모양이었다. 무력한 인간이 악마에게서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 수밖에 없다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야 한다고.

p.268
˝그래. 감정적으로만 생각하지 말고 냉정해져라. 지금 얼굴로 바뀐 뒤로 남들의 호의적인 시선이 느껴지지? 내면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는데도. 생긴 게 다가 아니다, 그런 소리를 하는 사람은 많지만 사람의 인상은 외모에 크게 좌우된다. 저 아가씨만 해도 처음에는 네 얼굴에 호감을 느꼈을 거다. 예전 얼굴이었다면 이렇게 가까워질 수 있었을까?˝

p.275
˝사진이라는 건 찰나의 시간과 장소를 잘라내는 행위라고 했죠. 저는 지금 이 섬에 있는 저를……, 얼굴을 빼앗기고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던 제 모습을 기록해두고 싶습니다. 되도록이면 원래대로 돌아갈 기회를 준 가쓰라기 씨가 찍어주었으면 합니다……. 그리고 증명하고 싶어요.˝
˝무엇을요?˝
˝가쓰라기 씨가 사진을 다시 시작해도 누군가의 인생이 그리 쉽게 망가지지는 않는다는 걸요. 한번 망가졌던 인생이 제자리로 돌아올 수도 있다는 걸요.˝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7.28(火) (1판 2쇄)

다.

2017.03.07(火) (1판 2쇄)
『비
다.

한 줄
성공의 방정식을 스스로 깨부수고 새로이 성공하기는 쉽지 않네

오탈자 (1판 2쇄)
못 찾음

확장
필름 카메라로 촬영 후 어떻게 사진으로 현상할까? - YTN 사이언스(2019)
이제는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일이 없으니 현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낯설었다. 사진관에서도 인화된 사진을 받기만 했는데 예전에는 필름도 같이 줬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디지털로 쉽게 찍을 수 있고 쉽게 볼 수 있지만 이상하게도 자꾸 예전 사진 파일이 사라지는 경험을 한다. 쉽게 찍을 수 있는 만큼 소중함도 가벼워진 걸까.

박보검
루이에 관련된 에피소드를 보고 우리나라 배우인 박보검이 먼저 생각이 났다. 지금은 션이 다니는 교회로 옮겼다고 하는데 초창기에 유명해지기 시작했을 때 그의 교회에 대해 이단이라며 이야기가 나왔던 걸로 기억한다. 내가 신앙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비슷한 홍역을 겪지 않았을까?

저자 - 三上延(1971-)

원서 - 江ノ島西浦写真館(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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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주 - 유키 하루오, 김은모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3)

방주

줄거리
주인공 슈이치는 대학 시절 친구들, 그리고 사촌 형과 함께 산속의 지하 건축물을 찾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길 잃은 가족 세 명과 함께 지하 건축물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다음 날 새벽녘, 지진이 발생해 출입문이 커다란 바위로 막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반에 문제가 생겨 물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지하 건축물은 수몰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하 건축물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한 명이 희생해 바위에 연결된 닻감개를 돌려서 바위를 떨어뜨리고 혼자 방안에 갇히는 것이다. 그 한 명은 물이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게 된다. 이 와중에 살인이 연달아 발생한다. 누군가 한 명을 희생하면 탈출할 수 있다. 제한 시간은 약 일주일.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모두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범인을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갇힌 아홉 명의 사람 중 누가 희생해야 할까? 살인범은 어차피 살아나간다 해도 사형당할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희생당하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살인범이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

페이지
p.79
˝요컨대 이런 거지? 여기를 탈출하려면 누군가 한 명이 곧 수몰될 이 지하 건축물에 갇혀야 해.
그리고 밖에 나가더라도 구조를 요청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그동안 남은 사람은 건물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잠자코 바라볼 수밖에 없어. 다시 말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기 있는 사람 중 한 명의 목숨을 희생해야 해. 누가 지하에 남을지 결정해야 하는 거야.˝
뒤로 미루어놓았던 걱정거리가 훨씬 심각해진 모습으로 우리의 가슴을 짓눌렀다. 이 건물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죽어야 한다!
그것도 평범한 죽음이 아니다.
어두운 동굴 같은 공간에 홀로 남겨져, 물이 가득 차오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pp.104-105
˝동기를 알아봤자 그건 그저 개연성이 높은 설명에 지나지 않아. 요컨대 이렇다고 하면 이치에 맞는다는 것뿐이잖아? 동기란 그런 거야. 우리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외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되지. 아무리 그럴듯한 가설을 떠올린들 그런 동기가 있는 사람은 너뿐이라는 식으로 누군가를 몰아붙일 수는 없어.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건 누가 범인인지를 증명할 명쾌한 논리야. 동기는 범인을 알아낸 후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확실하지.

p.140
‘‘요컨대 그만큼 특수한 상황이라는 거야. 우리 중에 살인범이 있어. 그런데도 우리는 사건의 진전을 막으려는 마음이 없어. 오히려 범인이 다음 범행을 저지르기 쉽도록 배려하는 느낌마저 들어.˝

p.193
그건 그렇고,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 여기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조만간 세상에 종말이 오리라고 믿었다. 수행을 통해 자신들만 종말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황홀한 망상에 젖어 있었으리라.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옳았다. 이 지하 건축물은 그야말로 지금 묵시록에 예언된 순간을 맞이했다. 우리는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얄궂게도 구약성서 속 노아의 일화와는 달리, 홍수가 일어나는 곳은 방주다.
구원은 여기에 없었다.
조만간 신인지 뭔지가 심판을 내린다면 나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야자키의 이야기는 내게 무의미한 불안을 안겨주었을 뿐이었다.

pp.352-353
˝제가 미스터리를 구상할 때 중점을 두는 요소 중 하나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입니다. 수수께끼 해명은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단이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클로즈드서클이 무대인 작품에서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가 늘 어느 정도 유지됩니다. 폐쇄된 공간에 살인범과 함께 갇혀 있으니까, 범인의 정체를 빨리 밝혀내야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겠죠.
『방주』에서는 그러한 동기를 더 절실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누군가 한 명을 희생해야 탈출할 수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살인이 일어나면, 수수께끼 해명은 생존의 절대적인 조건으로 작용할 겁니다.
그런 설정에서 출발해 나름대로 마무리를 지은 결과가 이 작품 『방주』입니다.˝
(『방주』 특별 기획 자기소개 에세이에서 발췌)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3.04.13(木) (1판 1쇄)

다.

한 줄
본격의 위기라는 대홍수에서 나타난 진정한 방주

오탈자 (1판 1쇄)
못 찾음

확장
십자관의 살인 - 손선영, 한스미디어(2015)
클로즈드서클을 다루는 방식에서 어떻게 개연성을 불어넣느냐, 그게 본격에 닥친 가장 큰 해결과제라면 적어도 힘 있는 자들의 유희가 배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추리소설의 시작 자체가 느렸지만 아야츠지 유키토를 팔아서 광고한 이 책에 많이 실망해서 개인적인 독서 기록에 악평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한국 추리소설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동안의 내 편견을 깰 수 있을까?

퇴마록 혼세편 1 - 이우혁, 반타(2025)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방주에 대한 기억은 성경보다 퇴마록이 나에게 더 영향을 미쳤다. 출간 당시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웹소설 플랫폼이 활성화된 요즘 시대였다면 더 큰 부를 쌓지 않았을까? 개정판도 나왔는데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시 읽어볼까.

저자 - 夕木春央(1993-)

원서 - 方舟(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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