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주 - 유키 하루오, 김은모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3)

방주

줄거리
주인공 슈이치는 대학 시절 친구들, 그리고 사촌 형과 함께 산속의 지하 건축물을 찾아간다. 그러다 우연히 만난 길 잃은 가족 세 명과 함께 지하 건축물에서 하룻밤을 보내기로 한다. 다음 날 새벽녘, 지진이 발생해 출입문이 커다란 바위로 막힌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지반에 문제가 생겨 물이 유입되기 시작한다. 머지않아 지하 건축물은 수몰되게 될 것이 분명하다. 지하 건축물에서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은 한 명이 희생해 바위에 연결된 닻감개를 돌려서 바위를 떨어뜨리고 혼자 방안에 갇히는 것이다. 그 한 명은 물이 차오르는 것을 바라보면서 죽기만을 기다릴 수 없게 된다. 이 와중에 살인이 연달아 발생한다. 누군가 한 명을 희생하면 탈출할 수 있다. 제한 시간은 약 일주일. 살인을 저지른 범인이 모두를 위해 희생해야 한다. 범인을 제외한 모두가 그렇게 생각했다. 갇힌 아홉 명의 사람 중 누가 희생해야 할까? 살인범은 어차피 살아나간다 해도 사형당할 것이다. 그러니 여기서 희생당하는 것이 낫다? 그렇다면 살인범이 누구인지 찾아야 한다?

페이지
p.79
˝요컨대 이런 거지? 여기를 탈출하려면 누군가 한 명이 곧 수몰될 이 지하 건축물에 갇혀야 해.
그리고 밖에 나가더라도 구조를 요청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려. 그동안 남은 사람은 건물이 물에 잠기는 모습을 잠자코 바라볼 수밖에 없어. 다시 말해—
우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기 있는 사람 중 한 명의 목숨을 희생해야 해. 누가 지하에 남을지 결정해야 하는 거야.˝
뒤로 미루어놓았던 걱정거리가 훨씬 심각해진 모습으로 우리의 가슴을 짓눌렀다. 이 건물에 있는 사람 중 한 명은 죽어야 한다!
그것도 평범한 죽음이 아니다.
어두운 동굴 같은 공간에 홀로 남겨져, 물이 가득 차오르기를 기다릴 수밖에 없다.

pp.104-105
˝동기를 알아봤자 그건 그저 개연성이 높은 설명에 지나지 않아. 요컨대 이렇다고 하면 이치에 맞는다는 것뿐이잖아? 동기란 그런 거야. 우리 스스로 납득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외에는 아무 도움도 안 되지. 아무리 그럴듯한 가설을 떠올린들 그런 동기가 있는 사람은 너뿐이라는 식으로 누군가를 몰아붙일 수는 없어.
지금 이 상황에서 필요한 건 누가 범인인지를 증명할 명쾌한 논리야. 동기는 범인을 알아낸 후 본인한테 직접 물어보는 게 확실하지.

p.140
‘‘요컨대 그만큼 특수한 상황이라는 거야. 우리 중에 살인범이 있어. 그런데도 우리는 사건의 진전을 막으려는 마음이 없어. 오히려 범인이 다음 범행을 저지르기 쉽도록 배려하는 느낌마저 들어.˝

p.193
그건 그렇고, 나는 멍하니 생각했다.
얼마 전까지 여기를 사용했던 사람들은 조만간 세상에 종말이 오리라고 믿었다. 수행을 통해 자신들만 종말에서 살아남을 것이라는 황홀한 망상에 젖어 있었으리라.
그들은 어떤 의미에서 옳았다. 이 지하 건축물은 그야말로 지금 묵시록에 예언된 순간을 맞이했다. 우리는 최후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얄궂게도 구약성서 속 노아의 일화와는 달리, 홍수가 일어나는 곳은 방주다.
구원은 여기에 없었다.
조만간 신인지 뭔지가 심판을 내린다면 나는 도저히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야자키의 이야기는 내게 무의미한 불안을 안겨주었을 뿐이었다.

pp.352-353
˝제가 미스터리를 구상할 때 중점을 두는 요소 중 하나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입니다. 수수께끼 해명은 목적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수단이어야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거든요.
클로즈드서클이 무대인 작품에서는 ‘탐정이 활약할 동기‘가 늘 어느 정도 유지됩니다. 폐쇄된 공간에 살인범과 함께 갇혀 있으니까, 범인의 정체를 빨리 밝혀내야 자신들의 안전이 보장되겠죠.
『방주』에서는 그러한 동기를 더 절실하게 만들어 보려고 했습니다. 누군가 한 명을 희생해야 탈출할 수 있는 폐쇄된 공간에서 살인이 일어나면, 수수께끼 해명은 생존의 절대적인 조건으로 작용할 겁니다.
그런 설정에서 출발해 나름대로 마무리를 지은 결과가 이 작품 『방주』입니다.˝
(『방주』 특별 기획 자기소개 에세이에서 발췌)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3.04.13(木) (1판 1쇄)

다.

한 줄
본격의 위기라는 대홍수에서 나타난 진정한 방주

오탈자 (1판 1쇄)
못 찾음

확장
십자관의 살인 - 손선영, 한스미디어(2015)
클로즈드서클을 다루는 방식에서 어떻게 개연성을 불어넣느냐, 그게 본격에 닥친 가장 큰 해결과제라면 적어도 힘 있는 자들의 유희가 배경이 되어서는 곤란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추리소설의 시작 자체가 느렸지만 아야츠지 유키토를 팔아서 광고한 이 책에 많이 실망해서 개인적인 독서 기록에 악평을 남겼던 기억이 난다. 이제는 한국 추리소설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들었다. 그동안의 내 편견을 깰 수 있을까?

퇴마록 혼세편 1 - 이우혁, 반타(2025)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방주에 대한 기억은 성경보다 퇴마록이 나에게 더 영향을 미쳤다. 출간 당시에도 엄청난 인기를 끌었지만 웹소설 플랫폼이 활성화된 요즘 시대였다면 더 큰 부를 쌓지 않았을까? 개정판도 나왔는데 예전 기억을 떠올리면서 다시 읽어볼까.

저자 - 夕木春央(1993-)

원서 - 方舟(202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영매탐정 조즈카 - 아이자와 사코, 김수지 역, 비채(2021)

영매탐정 조즈카 (블랙 앤 화이트 95)

줄거리
주인공 조즈카는 누군가의 주변에 닥쳐오는 불온한 기운을 알아채는가 하면, 살인 현장에 머물러 있는 희생자의 영혼과 접속하기도 한다. 이른바 영매(=medium)이다. 죽음의 냄새를 맡기도 하고 영시(靈視) 즉 희생의 순간을 카메라처럼 포착하기도 한다. 아무리 철벽같은 알리바이를 만들고 극악무도한 사건을 우연한 사고로 위장하더라도 조즈카의 초월적 능력 앞에서는 소용이 없다. 영매탐정 조즈카는 사건 현장을 둘러본 뒤 이내 말한다. “○○○가 범인이에요.” 하지만 수사 과정이 생략된 채 영매가 지목한 범인을 체포할 수는 없는 법! 그래서 추리소설가 고게쓰가 등판한다. 논리적 사고로 똘똘 뭉친 그는 조즈카가 확신하는 결론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촘촘히 추론해낸다. 완벽한 하모니가 아닐 수 없다.

페이지
p.109
히스이의 영시에 증거 능력은 없다.
하지만 그것을 단서 삼아 물적 증거를 찾는 일은 가능할지도 모른다.

pp.110-111
˝히스이 씨는 영매예요.˝
의아하다는 듯 이쪽을 향한 비취빛 눈동자를 바라보며. 고게쓰는 말을 이어갔다.
˝영매란 산 자와 죽은 자를 이어주는 존재죠. 그렇다면 저는 논리를 이용해 히스이 씨의 힘이 현실과 이어질 수 있게 돕겠습니다.˝

p.181
˝제 힘과 선생님의 힘, 둘을 합쳐서 진실을 밝혀주세요. 선생님이라면 할 수 있어요.˝
심령과 논리를 조합해 진실을 제시한다.
자신은 히스이의 매개자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p.187
영시로는 한순간이었다.
하지만 그것을 증명할 수 있는 논리를 구축하기란 어찌나 번거로운지.

pp.199-200
히스이는 타인의 냄새가 그렇게 잠깐 새에 변하는 것을 느낀 건 처음이었다고 했다. 고게쓰는 그 말의 의미를 생각했다. 딱 한마디로 자신의 인생이 뒤집혀버리는 순간이란, 누구에게나 똑같이 찾아올지도 모른다. 고게쓰도 그런 경험이 있다. 눈을 감으면 그 말을 했던 사람의 표정을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다. 고작 한마디로 나라는 인간이 송두리째 뒤바뀌는 순간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다.

p.364
˝중간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출발점과 결론만 보여주면, 다소 유치하긴 해도 상대를 놀라게 할 수 있다…….˝

p.380
기이한 존재가 있든 없든 초자연현상이 일어나든 말든, 논리를 구축하는 노력을 포기해도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으니까요.˝

p.381
˝영매는 마술 속에서 태어났어요. 그리고 마술은 영매에게서 태어났고요.˝

p.388
˝우리 일상에 탐정은 없어요. 저건 이상하다, 이걸 생각해야 한다, 그게 수상하다, 앞장서서 친절하게 알려주는 사람은 눈 씻고 봐도 없죠. 우리는 일상 속에서 뭘 생각해야 하는지, 뭘 눈여겨봐야 하는지, 우리 눈으로 직접 보고 확인해야 해요. 뭐가 이상한지 모른다? 너무 사소한 문제라서 생각할 필요가 없다? 그럴 가치가 없다? 정말로?˝

p.389
˝탐정이 되고 싶은 마음이 없더라도, 우리는 명탐정의 시선을 가져야 해요.˝

p.400
어쨌거나 진상에 도달할 수 있는 논리가 두 가지 있었으니까요. 그래요, 차분히 생각해보면 진실에 다다르는 논리가 딱 하나여야만 한다는 법은 어디에도 없어요.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1.08.14(土) (1판 1쇄)

다.

한 줄
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집어 들었다간 큰 반전을 볼 것이야!

오탈자 (1판 1쇄)
못 찾음

확장
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전화했다간 큰 호통을 들을 것이야
내 외모에 반해 호기심으로 전화했다간 큰 호통을 들을 것이야!
평범한 직장인의 신분에서 벗어나 삼각산에서 강림도령을 모시기까지 -
나이를 짐작할 수 없는 앳되고 예쁘장한 외모에 조용한 말씨의 그녀가 이상한 기운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불과 2년 전이라고 한다. 직장에서 사무를 보다가도 순간순간 착란이 일어나, 참다 못해 찾아간 삼각산에서 강림도령을 모시게 되었다. 손님이 전화를 걸면 그가 처한 어려운 상태를 온 몸으로 똑같이 느끼고 해법이 줄줄 나오게 된다는데 이것이 기적이랄까. 하지만 예쁜 외모에 반해 데이트하듯 전화를 걸었다가 야단맞은 손님이 여럿이라니 호기심 어린 전화는 금물!
신점의 大家들이 한 자리에- 29번 화령보살

이 짤도 10년이 넘었네.

너는 아직 군마를 모른다 - 이다 히로토(2013)
p.126
˝정말로요? 선생님, 저 속이시는 거 아니에요? 아까 버스 말고는 지나가는 차도 없었어요. 건물도 안 보이고, 군마…… 이런 곳 아니에요?˝
˝도쿄입니다. 군마는 더 무서운 곳이에요. 악마가 나올지도 모르거든요.˝
옆자리를 보니 히스이는 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고게쓰를 보고 있었다.
˝지, 진짜예요? 마코토도 거기는 일본에서 제일 무서운 곳이라고 했어요. 온갖 잡귀들이 설쳐서 저 같은 체질의 사람이 길을 헤매기라도 했다가는 눈 깜짝할 새에 정신을 잃을 테니 조심하라고…….˝

일본 내에서 군마현의 이미지는 도대체 어떤 것일까. 우리나라도 고담 대구나 마계 인천 정도의 자조적인 밈도 있지만 일본 내에서 군마 밈이 생기고 심지어 저런 만화도 군마현 제작 지원이라니! 이니셜D로만 군마를 접한 내가 느끼는 것과는 달랐나 보다. 타쿠미도 개깡촌 촌구석 하시리야였다니!

저자 - 相沢沙呼(1983-)

원서 - medium 霊媒探偵城塚翡翠(2019)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명탐정의 저주 - 히가시노 게이고, 이혁재 역, 재인(2011)

명탐정의 저주

줄거리
TV 드라마 시리즈로도 각색되어 방영되었던 <명탐정의 규칙>의 후속작으로, 전작의 주인공들이 다시 등장해 새로운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자료 수집차 도서관에 간 소설가가 도서관 내부에서 길을 잃고 알 수 없는 세계로 이끌려 간다. 그곳은 생긴 이유도, 역사도 알 수 없는 저주받은 마을. 자신이 살던 곳과는 다른 차원인 그 세계에서 어쩐 일인지 사람들이 그를 알아보며 ‘덴카이치 탐정‘이라 부르고, 마을의 도굴품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맡긴다. 사건 의뢰를 맡아 해결에 나선 그의 앞에 연달아 살인 사건이 발생하는데….

페이지
p.98
˝만약 그게 살인이라면 덴카이치 탐정님이 말하는 본격 추리 사건이 되는 건가요?˝
˝그렇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야말로 본격 추리의 세계지.˝
˝이곳에는 본격 추리라는 개념이 없는데 어떻게 그런 사건이 일어났을까요?˝
˝모르겠어. 혹시 누군가 그런 개념을 갖고 들어온 건지도 모르지.˝
˝그 밀실 수수께끼가 풀릴까요?˝
˝풀 수 있고말고. 인간이 만든 트릭을 인간이 풀지 못할 이유가 없어.˝

pp.222-223
˝저희 셋 다 어린 시절부터 내내 그런 소설을 읽고 싶어 했습니다. 하지만 어디에도 그런 소설은 없었습니다. 살인 사건을 다루고 범인을 밝혀내는 소설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들은 하나같이 따분할 정도로 현실적인 환경과 상황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살해되는 사람은 기업의 비밀을 쥐고 있는 사원이거나 불륜에 빠진 여사원이고, 그런 살인의 배후에는 사회 문제라는 것이 가로놓여 있습니다. 결국 작가의 목적은 사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고 살인 사건을 규명하는 일 따위는 부수적인 것에 불과합니다. 우리들은 그런 건 읽고 싶지 않았습니다. 수수께끼 그 자체를 즐기는 소설을 읽고 싶었습니다. 결국 우리는 똑같은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 그래, 내가 직접 쓰자. 그러다가 우리 셋은 대학에서 만났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이 나 말고 또 있다는 사실에 크게 감격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든 이 새로운 소설을 완성하자고 맹세했습니다. 하지만 힘없는 우리가 아무리 외쳐 대도 세상은 주목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사회파 작가인 히다 선생의 문하생으로 붙어 있으면서 기회를 엿보기로 했던 것입니다. 히다 선생을 선택한 이유는 인기 작가라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없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존경하지도 않았습니다.

pp.314-315
˝여긴, 소설 속의 세계야.˝
˝일반적인 소설은 아니야.˝
˝물론 그것도 알지. 여기는,˝
나는 재차 주위를 둘러봤다.
˝본격 추리 소설의 세계였어.˝
그러자 문지기는 입 끝에 기분 나쁜 미소를 흘리며 말했다.
˝좋군, 그 과거형 말투. 본격 추리 소설의 세계였다, 흠…… 그래. 그건 과거의 일이야. 지금은 다르지.˝
˝내가 추리 소설을 쓰기 시작할 무렵, 아니 추리 소설이라는 것에 흥미를 갖기 시작할 무렵 내 머릿속에 있던 세계야. 그 세계를 무대로 얼마나 많은 소설을 썼는지 몰라. 덴카이치는 그때 내 소설에 등장하던 탐정의 이름이었어.˝
˝그때 당신은 젊었어. 아니 어렸지. 그래서 이런 시시한 세계를 만들게 된 거야.˝
˝그렇지만 이건 마음의 놀이터였어.˝
흥. 관리인이 콧방귀를 뀌었다.
˝누구라도 나이를 먹으면 지난날의 놀이터가 그리워지는 법이지. 하지만 그뿐이야. 그보다 나는 네가 기억해 냈으면 해, 그 놀이터를 버린 건 다름 아닌 너였다는 사실을. 누가 명령해서 한 일도 아니야. 네가 자신의 뜻에 따라 결정한 것일 뿐.˝
˝잊지 않았어. 그렇게 한 걸 후회하지도 않아.˝
˝그래? 안심이군˝
˝나는 이 세계에 대해 뭔지 모를 부족함을 느꼈어. 나에게는 이 세계 외에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들이 많다는 걸 깨달았어. 그런데 그러려면 여기서 나가야만 한다는 걸 알게 됐지.˝
˝그로부터 너는 밀실로 대표되는 본격 트릭을 버렸어. 본격 추리 소설이라는 것 자체를 회피하기 시작했다고.˝
그러고서 관리인은 킬킬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밀실로 작가 데뷔를 한 주제에 말이지.˝
˝나에 대해 아직도 그런 이미지를 가진 사람이 많아.˝
˝이미지 변신은 힘든 일이지.˝

p.325
˝리얼리티, 현대적 감각, 사회성. 이 세 가지를 큰 축으로 삼고 싶어요. 그러지 않으면 앞으로 추리 소설계는 살아남을 수 없어요. 트릭이라든지 범인 알아맞히기 따위로는 어렵습니다.˝
˝동감입니다.˝
쓰노야마도 맞장구를 쳐 주었다.
이후로 그와 주고받은 말들을 생각하니 쓴웃음이 나온다. 쓰노야마와 나는 요즘 인기 있는 젊은 작가들이 쓴 클래시컬한 본격 미스터리들을 신이 나서 깎아내렸던 것이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느니 외국에서는 성인들은 읽지 않는다느니 하면서.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6.30(火) (초판 1쇄)

다.

한 줄
본격과의 완전한 안녕

오탈자 (초판 1쇄)
못 찾음

확장
모르그 가의 살인 - 에드거 앨런 포, 권진아 역, 시공사(2018)
p.92
˝출입이 불가능한 방에 어떻게 드나든다는 거지? 마법이라도 사용하는 건가?˝
˝마법이 아니라 트릭입니다, 트릭. 착각을 이용하거나 맹점에 착안하는 거죠.˝
˝흐음…….˝
오가와라 경감은 여전히 이해가 가지 않는 눈치다. 가만 보니 다른 사람들도 영 석연치 않다는 얼굴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트릭을 이용한 사건이 동서고금을 통해 많이 있었다 이 말이야?˝
경감이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이며 물었다.
˝그럼요, 많지요. 모르그가의 살인, 노란 방의 비밀, ‘유다의 창‘ ……. 그리고 일본에도 많습니다. 혼징 살인 사건이라든가……. 들어 본 적 없습니까?˝

추리소설의 시초라고 여겨지는 모르그 가의 살인. 원점으로 돌아가야 할 때 한번 다시 차근히 읽어봐야겠다.

제로의 초점 - 마쓰모토 세이초, 양억관 역, 이상북스(2011)
p.96
책장을 올려다보던 내 눈에 맨 먼저 들어온 것은 『제로의 초점』이라는 소설이었다. 이 세계에도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작가는 존재하는 듯하다. 『눈의 벽』 『푸른 묘점』 『노란 풍토』 『구형 황야』 『살아나는 파스칼』 등의 작품도 있었다. 다만, 시간표 트릭으로 유명한 『점과 선』은 보이지 않았다.

기록을 찾아보니 2013년에 읽고 내용을 남겨두었다. 사회파를 선호해서가 아니라 그때는 닥치는 대로 읽어서 마쓰모토 세이초라는 대작가의 이름값으로만 책을 집어 들었는데.. 다시 읽어보면 어떤 느낌일까?

저자 - 東野圭吾(1958-)

원서 - 名探偵の呪縛(1996)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묵시록 살인사건 - 니시무라 교타로, 이연승 역, 블루홀식스(블루홀6)(2024)

묵시록 살인사건

줄거리
어느 일요일, 긴자의 거리에 나비 떼가 날아든다. 나비가 처음 나타난 곳에서는 성경 구절을 새긴 팔찌를 찬 청년의 시신이 발견된다. 이후 예고 자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고 도쓰가와 경부가 이끄는 수사본부는 당황하고 만다. 계속 이어지는 청년 신도들의 자살. 그들 뒤에 존재하는 어둠의 집단. 그곳의 지도자는 과연 무엇을 꿈꾸고 있는 것일까. 젊은이들은 정녕 죽음을 바라는 것일까.

페이지
pp.53-54
˝이건 순진한 질문일 수 있는데,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왜 금하는 겁니까?˝
˝우리의 몸과 마음은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기 전까지는 함부로 상처 입히거나 생명을 끊는 건 용납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예수라는 인물은 스스로 붙잡혀서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잖습니까? 그것도 일종의 자살 행위 아닌가요?˝
˝물론 예수님은 위험을 무릅쓰고 예루살렘에 직접 가서 처형당하셨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하나님의 계시에 따라 예루살렘으로 가신 것입니다. 또 당시에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인 걸 의심하는 사람이 많았습니다. 마가복음에 따르면, 당시 율법학자들은 예수님이 자신을 구세주라고 일컫는 게 하나님을 모독하는 행위라고 비난했다고 합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자신이 구세인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십자가에 매달려 돌아가시고 얼마 후 다시 부활하신 것입니다. 그로써 사람들은 예수님이 그리스도, 즉 구세주이심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스도가 구세주라는 뜻인가요? 전 지금껏 예수가 성이고 그리스도가 이름인 줄 알았습니다만.˝

p.89
˝야구를 하는 저 젊은이들과 죽은 세 젊은이들 말입니다. 나이는 엇비슷할 테죠. 그런데 왜 그 세 사람은 죽고 눈앞의 저 젊은이들은 야구에 열중할 수 있는 걸까요?˝
˝같은 젊은이들이야.˝
˝하지만…….˝
˝한쪽은 야구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고 그 세 명은 죽는 것에서 삶의 가치를 찾았을 뿐이겠지.˝
˝죽음에서 삶의 가치를 찾는다니, 저로서는 이해가 안 됩니다.˝

p.91
˝세 청년의 죽음이 현대 사회를 향한 항거라고 말하는 자들도 있다던데.˝
혼다가 말을 이었다.
˝기독교에서는 현대 문명이 조금씩 쇠퇴해 가다가 이후 하나님의 나라가 도래할 거라고 하지 않나? 그렇게 생각하면 현대는 가장 부패한 시대라 극단적인 기독교 신자들이 항의 표시로 연이어 목숨을 끊는다고 해석해도 이상하지는 않겠지. 기독교에서는 자살을 죄라고 하는데, 가이아나에서 집단 자살한 자들도 기독교인이었고 순교도 일종의 자살이니.˝

p.102
˝자네한테 묻고 싶은 게 하나 더 있는데.˝
˝뭐지?˝
˝경찰은 이 네 번째 분신자살을 막을 자신이 있나? 따로 기사화하지는 않을 테니 솔직히 말해줘.˝
˝막고 싶고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그것뿐.˝
˝모범생 같은 발언이군.˝
˝그 밖에 다른 할 말이 없으니.˝
˝도대체 젊은이들이 뭘 위해 연이어 죽는다고 보나?˝
˝뭔가에 대한 항의. 고무풍선에 붙은 종이에는 그렇게 적혀 있었네. 그런데 이번에는 묵시의 시대라는 증거를 보이기 위해서라는군.˝

p.103
묵시록은 정확히 말하자면 요한 계시록으로 성경의 마지막 장을 뜻한다.
그리고 묵시란 쉽게 말해 예언이라고 할 것이다.
도쓰가와는 성경을 여러 번 읽으며 성경 전체가 예언의 책이라 느꼈다. 구약은 그리스도의 탄생을 예언하고, 신약은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의 부활을 예언하고 있다. 끝에 있는 요한 계시록은 그것들의 종합이라 할 수 있다.

pp.126-127
˝그와 동료들 사이에 죽음이라는 게 미화돼 있을지도. 또는 죽어야 한다는 굳센 의무감 같은 게 있을 수도 있지 않겠나.˝
˝그래서 세 명이 죽고 네 번째가 또 죽으려 한다는 겁니까?˝
˝혼자보다는 동료가 있는 편이 죽음을 선택하기도 쉬운 법.˝
˝가이아나에서 일어난 집단 자살 사건처럼 말입니까?˝
˝아니. 굳이 미국 사례까지 들 필요도 없지. 전쟁 당시 일본을 생각해 보게. 당시 사이판과 티니언에서 일본군 병사들이 집단 자결했고, 심지어 민간인들까지 미군의 항복 권고를 거부하며 바다에 뛰어들어 목숨을 끊는 일이 잇따랐어. 가미카제 특공대 또한 어떻게 보면 일종의 집단 자살이라 할 수 있겠지. 당시 미국 측 종군 기자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해. ‘우리는 살기 위해 싸우는데 일본은 죽기 위해서 싸운다‘.˝
˝하지만 경부님. 지금은 전쟁 같은 비정상적인 상황이 아니잖습니까.˝
˝그 말도 맞지만 고바야시나 동료들에게는 지금 이 현대 사회가 비정상적으로 보일지도 모르지. 다음 주 일요일 자살 예고에 ‘묵시의 시대‘라고도 적혀 있었으니까.˝
˝그들은 죽음이 두렵지 않을까요?˝
˝글쎄. 그렇지는 않을걸. 충동적인 자살이면 모를까, 예고한 죽음이 두렵지 않을 리 없지. 다만 그들에게는 죽음의 공포를 초월한 뭔가가 있다고 보는 수밖에.˝
˝신앙심 말인가요?˝
˝그럴 수도 있고, 어쩌면 사명감 같은 것일 수도 있지. 또는 죽음의 공포보다 더 큰 다른 공포가 있을지도. 만약 그렇다면 그게 뭔지 궁금하군. 전시 중 일본인들에게 그것은 살아서 포로가 되느니 죽어야 한다는 규율이었어. 그 규율을 어기는 건 당시 일본인들에게 죽음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지. 고바야시 마사히코와 동료들 사이에도 마찬가지로 강력한 어떤 규범이 있고 그 규범이 그들을 지배하고 있는지도 몰라.˝

pp.167-168
˝보통 성경에서 가장 좋아하는 말씀을 꼽으라면 산상수훈 같은 걸 꼽지 않습니까? 지금 말씀하신 건 지금껏 별로 들어본 적이 없는데요.˝
도쓰가와가 지적하자 노미야마는 비꼬는 것처럼 웃었다.
˝그렇겠죠. 산상수훈은 기독교의 달콤한 면을 보여 주니까요. 하지만 기독교, 아니 그걸 넘어 모든 종교의 본질은 원래 가혹합니다. 양면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저는 그 가혹한 면들을 나타내는 말을 더 좋아해요. 절대적인 신앙이라는 건 모든 것을 버렸다는 것과 마찬가지니까요. 신란의 『단이초』에도 비슷한 내용이 있습니다. 거기 나오는 ‘악인은 더욱 구원받는다‘라는 말 역시 달콤한 말이죠. 하지만 동시에 그는 제자들에게 ‘만약 내가 사람을 죽여라, 그러면 구원받는다고 하면 주저 말고 사람을 죽여라‘라고도 했습니다. 주저한다면 스승을 진정으로 믿지 않는 것이라고 하면서요. 즉, 절대복종을 요구한 겁니다. 그것이 바로 종교의 본질입니다.˝

p.179
다만 고바야시가 노미야마를 ‘아버지‘라고 불렀을 때의 애처로운 눈빛을 도쓰가와는 기억하고 있었다.
지금 그들을 지배하는 것은 광기일지 모르지만, 누군가를 그토록 믿을 수 있다는 건 어쩌면 행복일 수 있다. 특히 믿음이라는 게 희박해진 현대 사회에서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어 도쓰가와는 황급히 고개를 흔들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4.09.29(日) (1판 2쇄)
『살
다.

한 줄
1980년에 이미 도래했던 광기는 지금도 여전히 묵시록의 형태로 우리 곁에 존재한다

오탈자 (1판 2쇄)
p.412 밑에서 8번째 줄
손에 → 손에 들고

확장
문학구장 소요 사태
2011년 8월 18일, 김성근 감독 경질 사태에 분노한 SK 와이번스 팬들이 경기 직후 그라운드에 난입한 사건. 성숙한 관전 문화가 자리잡지 못했던 20세기에나 일어났을 법한 대규모의 관중 난동이 무려 2010년대에도 또 한 번 재현되었다는 점에서 야구팬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꽤 큰 충격을 안긴 사태였다. 그라운드에다 불을 피웠었던 임팩트로 인해 당시 지역 민방 OBS에서 방영했던 구단 다큐멘터리 제목을 따서 불타는 그라운드 사건이라 불리기도 한다. 난입한 관중들은 유니폼을 불태우고, 이후 불펜 전기차를 타고 폭주하거나 경기장에 놓여 있던 구단 집기나 냉장고 안의 음료수를 무단으로 훔치는 등 심한 난동을 부리다가 20여 분 후 신고를 받고 경찰과 소방차가 출동하자 다시 펜스를 넘어 해산하였다. 21세기 들어 그라운드에 불을 지른 행위는 처음이며, 이 정도로 많은 인원이 난입한 경우도 1990년 잠실야구장 패싸움 사건 이후로 최대 규모였다. 구단 측의 발표에 따르면 소요사태로 인해 약 3500만 원 가량의 피해를 입었다. 한편 덕아웃과 구단 전시물 등도 심하게 훼손되었는데, 민경삼개XX, 신영철개XX, 프런트는 물러가라, 꺼져라 이만수, 유다 등등의 온갖 낙서의 향연이 펼쳐졌다.

야구장 그라운드에 불을 지르는 건 마산 아재들부터의 야구팬의 유구한 역사인가 봄.

교단 X - 나카무라 후미노리, 박현미 역, 자음과모음(2017)
자살을 예고하고 사라진 여성을 쫓던 주인공이 ‘교단 X‘라는 정체불명의 사이비 종교 단체와 마주하며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종교가 어떻게 인간의 취약한 내면을 파고들어 파멸시키는지를 아주 강렬하고 흡인력 있게 그려내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AI가 가장 못하는 게 책 추천이나 내용에 대한 검증이라고 느낀다. 이유는 검색을 한국웹에서 우선적으로 하는 게 아니라 내 입력값을 번역하여 자체 검색엔진에 돌려서 국내에 출간된 내용이 아닌 다른 검색 값을 다시 한국어로 번역해서 돌려주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비슷한 느낌의 책을 추천해 주라고 하면 유독 환각이 많은데 뻔뻔하게 ‘국내 출간작‘이라고 멘트까지 달아놓고 검색해 보면 없는 책인 경우가 많았다. 그나마 찾을 수 있던 책. 읽어봐야지.

저자 - 西村京太郎(1930-2022)

원서 - 黙示録殺人事件(1980)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쪼가리 자작 - 이탈로 칼비노, 이현경 역, 민음사(2010)

반쪼가리 자작 (세계문학전집 241)

줄거리
전쟁으로 인해 몸이 산산조각이 난 메다르도 자작. 불행 중 다행으로 야전 병원 의사들이 몸뚱어리를 이리저리 꿰매어 살려냈지만, 그것은 반쪽에 불과했다. 자작은 반쪽 몸으로 고향에 돌아오지만 이 반쪽은 ‘악’한 부분만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오로지 ‘선’으로만 존재하는 반쪽 자작이 나타난다. 그리고 이 반쪽 자작들은 ‘파멜라’라는 소녀를 동시에 사랑하게 되는데….

페이지
p.8
그 무렵 외삼촌은 갓 청년기에 접어들었다. 선과 악이 뒤섞인 막연한 감정들이 혼란스럽게 터져 나오는 시기였다. 그 나이에 우리는 새로운 모든 경험, 무시무시하거나 비인간적인 경험까지도 삶에 대한 불안하면서도 따뜻한 애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p.60
˝온전한 것들은 모두 이렇게 반쪽을 내 버릴 수 있지.˝
바위 위에 머리를 기대고 누운 외삼촌이 꿈틀거리는 반쪽짜리 낙지들을 쓰다듬으면서 문득 말했다.
˝그렇게 해서 모든 사람들이 둔감해서 모르고 있는 자신들의 완전성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거야. 나는 완전해. 그리고 내게는 모든 것들이 공기처럼 자연스럽고 막연하고 어리석어 보여. 나는 모든 것을 볼 수 있다고 믿었는데 그건 껍질에 지나지 않았어. 우연히 네가 반쪽이 된다면 난 너를 축하하겠다. 애야, 넌 온전한 두뇌들이 아는 일반적인 지식 외의 사실들을 알게 될 거야. 너는 너 자신과 세계의 반쪽을 잃어버리겠지만 나머지 반쪽은 더욱 깊고 값어치 있는 수천 가지 모습이 될 수 있지. 그리고 너는 모든 것을 반쪽으로 만들고 너의 이미지에 맞춰 파괴해 버리고 싶을 거야. 아름다움과 지혜와 정당성은 바로 조각난 것들 속에만 있으니까.˝

p.88
당신은 너무 허약한 것 같군요. 그리고 온갖 나쁜 짓이란 짓은 다 저지르는 당신의 사악한 반쪽에 대해 분노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를 동정하는 것 같아 보이는데요.˝
˝어떻게 그렇지 않을 수 있겠어? 인간이 반쪽이 된다는 일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나는 알거든. 그를 동정하지 않을 수 없어.˝
˝그러나 당신은 달라요. 당신도 약간 균형을 잃었지만 당신은 선한걸요.˝
그러자 착한 메다르도가 말했다.
˝아, 파멜라. 이건 반쪽짜리 인간의 선이야. 세상 모든 사람들과 사물을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야. 사람이든 사물이든 각각 그들 나름대로 불완전하기 때문이지. 내가 성한 사람이었을 때 난 그것을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귀머거리처럼 움직였고 도처에 흩어진 고통과 상처들을 느낄 수 없었어. 성한 사람들이 믿을 수 없는 일들이 도처에 있지. 반쪼가리가 되었거나 뿌리가 뽑힌 존재는 나만이 아니야, 파멜라. 모든 사람들이 악으로 고통받는 걸 알게 될 거야. 그리고 그들을 치료하면서 너 자신도 치료할 수 있을 거야.˝

pp.108-109
그러나 외삼촌의 목표는 조금 더 먼 곳에 있었다. 그는 문둥병 환자들의 육체뿐만 아니라 영혼까지도 치료하려고 했다. 그래서 그는 항상 문둥이들 틈에 섞여서 도덕적인 행동을 했고, 가까이에서 그들의 일을 함께 했고, 그들의 부도덕한 행동에 분개했고, 그들에게 설교를 했다. 문둥병 환자들은 그의 존재를 견딜 수가 없었다. 버섯 들판의 행복하고 방탕한 시절은 끝나 버렸다. 한쪽 다리로 지탱하고 서 있는 이 인물, 검은색 옷을 입고 격식과 지각을 갖춘 바로 이 야윈 인물 때문에, 자신의 운명을 한탄하지 않으면서 광장에서 유희를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동시에 그런 유희와 더불어 표출하던 적의나 원한 같은 감정도 발산해 낼 수 없었다. 음악 역시 쓸모없고 음탕할 뿐이라고 그가 꾸짖었기 때문에 그들의 짜증만 불러일으켰다. 그들의 이상한 악기들에는 먼지가 쌓였다. 떠들고 놀면서 감정을 발산해내지 못하게 된 문둥이 여자들은 갑자기 밝은 태양 앞에서 자신들의 병을 발견하여 밤이면 밤마다 절망에 눈물로 지새웠다.
˝악한 반쪽보다 착한 반쪽이 더 나빠.˝
버섯 들판에서는 이런 말들이 들리기 시작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그외유럽소설 > 이탈리아소설

기록
2026.06.24(水) (2판 1쇄)

까.

한 줄
귀여운 건 나눌 수 없다

오탈자 (2판 1쇄)
p.8 위에서 8번째 줄, p.28 위에서 4번째 줄, 밑에서 5번째 줄, p.40 밑에서 4번째 줄, p.44 밑에서 7번째 줄, p.85 위에서 5번째 줄, p.88 밑에서 5번째 줄
들 → 들(붙여쓰기)
p.28 밑에서 1번째 줄
해 댔다 → 해댔다
p.48 밑에서 3번째 줄
밀사일지로 → 밀사일지도
p.119 위에서 10번째 줄
각 지게 → 각지게

확장
다람쥐 가족
p.68
그리고 아침에 무시무시하게도 자기 배 위에서 피에 젖은 작은 시체를 발견했다. 다른 것들처럼 길게 잘린 다람쥐 반쪽이었는데 황갈색 꼬리는 고스란히 남아있었다.
˝이 일을 어째……. 저 자작은 나를 살려 두지 않을 거예요.˝
그녀는 부모에게 말했다.
부모는 천천히 다람쥐 시체를 살펴보았다.
˝그렇지만 꼬리는 완전하게 남았구나. 아마도 좋은 뜻일 게다.˝
아빠가 말했다.
˝아마 그가 착해지기 시작한 모양이구나.˝
엄마가 말했다.
˝자작은 항상 두 쪽을 냈잖니? 하지만 다람쥐에서 제일 예쁜 것은 꼬리라고. 그걸 생각한 거야.˝

귀여운 건 나눌 수 없다

콧구멍은 왜 두 개일까? (코는 하나인데...?) - 과학을보다(2026)
귀는 이해하겠는데 왜 콧구멍은 두 개지?

저자 - Italo Calvino(1923-1985)

원서 - Il visconte dimezzato(1952)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