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 - 미카미 엔, 최고은 역, 디앤씨미디어(2015)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6: 시오리코 씨와 운명의 수레바퀴
줄거리
시오리코 씨에게 중상을 입힌 청년이 다시 나타난다. 그러나 그가 원하는 《만년》 초판본은 시오리코 씨가 갖고 있는 초판본과는 완전히 다른 것. 의뢰를 받아들인 비블리아 고서당의 두 사람은 40년 전의 희귀본 도난 사건에 자신들의 조부모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되는데…….
페이지
p.58
시오리코 씨는 신초문고의 『만년』을 펼쳐 나에게 건넸다. 앞부분이었다.
이모가 말했다.
˝너는 얼굴이 못났으니 애교라도 있어야지. 너는 몸이 약하니까 심지라도 굳어야지. 너는 거짓말을 잘하니까 행실이라도 바르게 해야지.˝
pp.74-75
˝친구가 잡혀 있는데 장기를 뒀다고요? 너무하네요˝
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말했다. 하지만 시오리코 씨는 고개를 저었다.
˝아, 그게, 그냥 놀고 있었던 건 아니었어요. ……돈을 빌리려고 스승인 이부세를 찾아가기는 했는데, 불호령이 떨어질까 두려워서 며칠 동안이나 아무 말도 못했다고 해요. 격분한 단 가즈오가 몰아붙이자 다자이는 얼굴이 백짓장처럼 하얗게 질려서 이렇게 중얼거렸대요. ‘기다리는 이가 괴로울까, 기다리게 하는 이가 괴로울까.‘˝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순순히 동의할 수는 없는 이야기였다. 솔직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하지만 기다리게 하는 이도 괴롭다는 말은 이해가 가기도 했다. 좋고 나쁜 걸 떠나서, 어떤 심정인지 막연히 알 것 같았다.
다자이라는 작가 역시 독자에게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
p.93
˝결국 성직자가 되지는 못했지만, 평생 신앙을 가지고 사셨어요. 그래서 가게 이름도 ‘비블리아‘ 로 지으신 거고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비블리아가 무슨 뜻이길래?
˝…… ‘비블리아‘ 는 라틴어로 ‘성서‘ 란 뜻이에요.˝
˝네? 그런 뜻이었습니까?˝
거의 일 년 가까이 일했으면서 가게 이름의 유래를 이제야 알다니. 왜 비블리아 고서당인지 생각해본 적도 없었다.
p.277
˝만일 경찰이 포기해도 내가 널 반드시 찾아낼 거야. 너는 그 『만년』을 소중히 간직하겠지. 소중히 간직한 책은 몇 년, 몇 십 년이 지나도 이 세상에 계속 남아 있어. 시간이 아무리 걸리더라도 찾아내서 시오리코 씨에게 돌려줄 거다.˝
순간 다나카는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사람을 놀리는 듯한 표정으로 다시 돌아왔다.
˝몇 십 년? 그때까지 그 여자와 사귀려고?˝
˝아니, 결혼할 거다.˝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분위기도 한몫 거들기는 했지만, 거짓 없는 진심이었다.
이 결심을 처음 털어놓은 상대가 본인이 아니라, 하필이면 이 남자라는 게 안타까울 따름이었다.
˝시오리코 씨에게 소중한 건 나에게도 소중해. 함께 그 가게를 꾸려가며 너와 그 책을 반드시 찾아낼 거야.˝
p.296
˝그래, 항상 입바른 소리만 하지. 당신은 고서를 지키기 위해 다른 사람을 속인 게 아냐. 지금도 많은 사람들을 속이고 있잖아.˝
˝맞아……. 하지만 이젠 그러지 않을 거야.˝
시오리코 씨는 맹세하듯 똑바로 앞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 다시는 그런 짓 안 해. 이번 일로 깨달았어. 『만년』을 아직 가지고 있다는 걸 경찰에 모두 털어놓고 사과할 거야. 사람과 책은 이어져 있으니까. 그 인연은 소중한 것이니까.˝
그것은 그녀의 할아버지의 신조, ‘사람과 책의 인연을 지킨다‘ 와 비슷한 생각이었다. 기분 탓인지는 모르겠지만 스스로에게 들려주는 말 같기도 했다.
분류(교보문고)
소설 > 일본소설 > 미스터리/스릴러소설
기록
2026.01.07(水) (1판 3쇄)
이
만.
한 줄
다자이 오사무. 천재인가 고평가된 징징이인가. 이 책에서만큼은 대문호
오탈자 (1판 3쇄)
못 찾음
확장
다자이 오사무(太宰治) (1909-1948)
p.70
˝정신없이 읽는 저를 보시고는 다자이가 그렇게 재미있느냐고 물으셨어요. 정말 재미있다고 대답했더니. ‘싫어하는 사람도 많지만 뛰어난 작가지. 특히 중기 작품이 인상에 남는다.‘ 라고 하셨어요.˝
˝싫어하는 사람도 많습니까? 유명한 작가인데.˝
열광적인 팬이 많은 걸로 알고 있었다. 「달려라 메로스」나 『인간실격』, 「사양」 등 나도 아는 작품이 여럿 있었다.
˝국민적인 작가지만, 호오가 뚜렷하게 갈리죠. 나약함과 소외감을 품은 주인공의 독백체로 진행되는 작품이 많고, 사생활이 작품 내용과 거의 일치하니까요. 유약하다, 징징거린다, 그런 비판도 많았어요. 젊은 시절이라면 몰라도, 어른이 탐독하기에는 부끄러운 책이라는…….˝
왠지 알 것 같았다. 중학교 수업에서 다자이를 설명할 때, 담당 선생님은 뭔가 석연치 않은 표정이었다.
˝비판이 모두 잘못된 건 아니지만, 단지 그것뿐이라면 이렇게 시대를 뛰어넘어 널리 사랑받을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겉으로 드러난 부분에 지나치게 집착하면, 다자이의 작가로서의 그릇을 알아보지 못하게 돼요.
젊은 나이에 죽어야 후대에 더 각광받는 버프를 보여주는 대표적 작가 같지만 정신연령이 애새끼인 나로서는 꽤나 좋아하는 작가이다.
인간 실격 - 다자이 오사무, 김춘미 역, 민음사(2004)
pp.144-145
˝……『직소』가 뭡니까?˝
하는 수 없이 시오리코 씨에게 물었다. 며칠 전에 언뜻 들어본 기억은 났다. 기독교를 소재로 한 책이라고 하던가. 시오리코 씨는 휙 고개를 돌려 나를 보았다. 흥분한 듯 상기된 얼굴이었다.
˝1940년에 발표된 다자이 중기의 걸작 단편이에요. 고백체 소설로, 예수 그리스도를 배신한 제자 유다의 1인칭 시점이죠.
관원에게 스승을 고발한 유다는 지금까지 예수에게 느꼈던 감정을 단숨에 토해내요. 인간으로서 스승을 사랑하지만, 상인이라는 자신의 출신 때문에 천대를 받았다고 생각해 증오하기도 해요. 상반된 감정에 괴로워하던 끝에, 결국 복수를 위해 스승을 밀고하죠. 은화 30닢을 받고, 자신을 이스카리옷의 유다라고 밝히며 이야기는 끝나요.˝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의 배신이라는 대목에서 도미자와 히로시와 세 남자를 떠올렸다. 소설의 내용과 통하는 게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원고지 30매쯤 되는 분량이지만, 다자이는 누에가 실을 뽑듯 유창하게 서술했어요. 거의 고치지도 않았다고 하고요.˝
˝그 책에 또 어떤 작품이 실려 있습니까?˝
나는 물었다. 원고지 30매로는 책 한 권을 채울 수 없을 터였다.
˝아뇨, 실린 작품은 「」직소」뿐이에요. 판형은 B5 정도지만, 40페이지 남짓한 얇은 수제본이거든요……. 이 단편을 높게 평가한 시인 다카나시 가즈오의 도움으로 300부 한정 자가본으로 자비 출판했어요. 마나고야쇼보 판 『만년』과 함께 가장 고서 값어치가 높은 다자이의 저서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3 『인간 실격』에 같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 三上延(1971-)
원서 - ビブリア古書堂の事件手帖6 〜栞子さんと巡るさだめ〜(2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