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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낯선 골목  카페에서 베트남 나트랑 이국의 공기로 호흡하면서 진해의 익숙한 바다를 끼고 앉아 읽어내려간 페이지마다 서로 다른 이미지들이 겹겹이 쌓여 책은 점점 두툼해졌다. 내가 목격한 장면들을 이 책에 담아 두었으니 어느 페이지를 펼쳐도 메리올리버와의 대화를 추억하며 또 시시콜콜 이야기를 이어나갈 수 있다. 


느긋한 산책 머물던 시선에 방울방울 맺히던 상념

한때 유용했던 것들이 완벽한 공허함으로 가득 채워져 나뒹굴던 해변

바다로부터인지 인간으로부터인지 모르겠는 조각들

리조트 고양이와 음식을 나눠먹던 순간 후두둑 지나가던 비와 바람

플루메리아 향기와 붉은 젤리처럼 투명한 갑옷으로 무장한 인디언헤드

공항 카페에서 피자를 먹고 있던 노부부의 따뜻한 스웨터와 린넨 셔츠

내가 알기를 희망하는 타인의 삶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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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인 모든 일들을 겪어냈고  우리는 그 시간을 함께 견뎠다. 

이미 모두가 들어 알고 있는 이야기. 내 생애 가장 짜릿하고 쫄깃했던 결말이 여기 있다. 


통쾌한 4월 4일 저녁,

할머니가 뚝닥 연탄불에 구운 생선과 돌솥밥을 내어주는 밥집에 갔다. 

우리가 반찬 하나 남기지 않고 싹싹 먹는 동안

벽에 걸린 티비에서 '파면' 멘트가 반복해서 들렸다. 할머니는 그 말에 답하듯 재깍 채널을 돌려버렸다. 

속내가 궁금했다.

나와 다를지 모르지만 그렇더라도 내가 할머니를 미워하지 않을 수 있었던 순간이었다. 

평소와 다르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 나를 감싸고 있었으니까. 

이제 결정문도 어제의 밥처럼 맛있게 씹어먹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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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을 변화 시키려는 욕망을 드러내는 사람들을 대체로 싫어한다. 귀찮아서 신경질적으로 반응하진 않지만 최대한 긍정적으로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거나 글쎄,라는 말로 냉소를 표한다. 긍정의 단계에서 나는 조금 변한다. 엄청난 변화일지도 모르지만. 냉소로 넘어가는 지점에 대해 고민한다. 그건 확률적 현상들의 집합이라 언제나 분명하지 않음으로 끝나는 쳇바퀴다. 


끈적이는 감정의 연속선 위에서 내 기억의 파편들은 불쑥 튀어나오고 재구성을 반복한다. 지금의 나는 누구에게 감정이입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넘어가는 일이 소설을 읽는 재미라 할 수 있다. 나는 언젠가 또 변할 것이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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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두환 정권은 출판사든 서점 주인이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시대였고 출판사 등록도 막았고 정기 간행물의 발행도 허락하지 않았다. 2024년에 다시 맞이할 뻔한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이 있었다. 정기간행물이 안된다면 부정기간행물을 만들겠다고 힘을 모은 사람들. 그들은 책(book)도 잡지(magazine)도 아닌 둘의 형식을 조합해서 만든 부정기간행물 무크(mook)를 만들어냈다. 


그 시대에 있었다는 무크의 현재 모양을 알고있다. 한강 작가와 동료들이 함께 만든 무크지 메일링을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글이 있고 사진이 있고 소리가 있었다. 정기간행물인냥 8월과 9월 그리고 노벨상 발표가 있었던 10월까지 메일링은 때맞춰 도착했다. 경사와 소란과 혼란으로 잠잠해진 무크지 '보풀'의 소식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결국 혼자 4권까지 모두 읽었다. 누군가와 함께 1권을 읽기 시작했던 시간과 공간이 떠올랐다. 역사는 반복되곤 한다는 뻔한 말을 내가 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던 미래에 도착해서야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곱씹으면서 선택적 장면들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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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스카페의 블렌드 원두는 맛이 좋아서 마켓컬리에서 종종 주문한다. 부산 블렌드는 브라질80%, 에티오피아20%였다. 평소대로 35g의 원두를 분쇄한 후 400g의 물을 투입해 드립 커피 두 잔을 만들었다. 고소함과 산미가 있었지만 씁쓸한 뒷맛이 아쉬웠다. 이럴땐 원두양을 줄여본다. 아니면 물 투입 속도를 빠르게 해본다. 추출 시간을 줄이면 잡미를 없앨 수 있다. 진하면서도 산미있는 커피를 좋아하기 때문에 브라질의 비중이 큰 이 원두는 나에겐 아쉬운 선택이었다. 


그래서 요나스가 작가에게 내어준 카다멈 커피가 생각났다. 원두는 27g으로 줄이고 1g의 카다멈을 뿌렸다. 작가의 레시피는 '카다멈 한꼬집'이다. 350g의 물을 투입했다. 두 잔의 카다멈 커피가 만들어졌다. 두둥! 이런 사소한 도전 같은 요리 레시피를 좋아한다. 입안에서 톡톡 터지는 박하사탕같은 카다멈 맛과 커피가 너무 잘 어우러져서 웃음이 났다. 요나스처럼 밀크 초콜릿도 '냠'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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