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가 먹은 것들이 담겼던 용기들을 까만 바다에 씻었다

바다는 창문 만하다

까맣게 채워진 네모

무언가의 타는 향에 묻혀 비릿함은 닿지 않고 

낮 동안의 모습을 상상할 수 있을 뿐인

그 까만 물에 오늘의 흔적을 지워 나갔다

하루치 성실을 보상받기 위해

바다에 씻었다

내일은 내 몸을 바다에 씻자


이만한 크기의 바다에 어디까지 헹궈내고 개운한 착각에 빠질 수 있을까

자꾸 까맣게 흐려지는 바다에게 미안하다고 말하자

아무도 답을 모르니 괜찮다는 대답을 내가 해버리자


내일의 태풍을 같이 견디고 여전히 창문만한 바다에 의문을 덜어내고 내일을 씻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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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젊은 작가상 대상을 받은 이미상 작가의 글은 소설집에서 먼저 읽었지만 인터뷰가 궁금해서 샀다. 

인터뷰어 '이소'의 질문이 정말 좋았고 좋은 질문이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이미상 작가의 말이 좋았다. 

이야기의 강렬함에 비해 쉽사리 외워지지 않아 '모험'으로만 기억하고 있던 제목이었는데 닮은 네모들이 

굴러가고 있는 모양으로 보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이젠 기억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과연 모난 부분이 있고 덜커덩 굴러가지만 귀여운 구석이 있는 기차의 형상인 거 같아 내 마음에도 들었다. 

인터뷰 글의 전형적인 고루함을 싫어하는 나에게 이 인터뷰는 좋고 또 좋았다. 

좋다는 걸 나열하는 건 지루하고 게으른 글로 보여 싫어하지만 내가 써보니 확실해지는 마음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글쓴이인 나에게만큼은. 

그래서 다들 좋음을 전시하겠지. 지겨울만큼


이미상 작가의 단편들 중 '여자가 지하철 할 때' 

이건 내 취향 아니었고 지루했다. 전부를 좋아할 순 없다. 


홈스쿨링으로 소설 공부하고 썼다는 이미상 작가만의 독특함을 요즘 가장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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