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정권은 출판사든 서점 주인이든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있는 시대였고 출판사 등록도 막았고 정기 간행물의 발행도 허락하지 않았다. 2024년에 다시 맞이할 뻔한 현실을 온몸으로 겪어낸 사람들이 있었다. 정기간행물이 안된다면 부정기간행물을 만들겠다고 힘을 모은 사람들. 그들은 책(book)도 잡지(magazine)도 아닌 둘의 형식을 조합해서 만든 부정기간행물 무크(mook)를 만들어냈다.
그 시대에 있었다는 무크의 현재 모양을 알고있다. 한강 작가와 동료들이 함께 만든 무크지 메일링을 받아보았기 때문이다. 글이 있고 사진이 있고 소리가 있었다. 정기간행물인냥 8월과 9월 그리고 노벨상 발표가 있었던 10월까지 메일링은 때맞춰 도착했다. 경사와 소란과 혼란으로 잠잠해진 무크지 '보풀'의 소식을 여전히 기다리고 있다.
결국 혼자 4권까지 모두 읽었다. 누군가와 함께 1권을 읽기 시작했던 시간과 공간이 떠올랐다. 역사는 반복되곤 한다는 뻔한 말을 내가 했을 것이다. 그때는 몰랐던 미래에 도착해서야 역사는 과거가 아니라는 사실을 곱씹으면서 선택적 장면들을 마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