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사톡 1 - 고대 세계의 탄생 세계사톡 1
무적핑크.핑크잼 지음, 와이랩(YLAB) 기획, 모지현 해설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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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서 중학교 때 배운 세계사가 생각났다. 동시대의 세계를 그리다보니 조선왕조실톡에 비해 다소 산만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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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 글쓰기 표현 강의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조소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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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을 쓰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표현이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불꽃이 튀는 순간'은 읽을 때에도 일어난다. 거기에서부터 자기만의 읽기가 생겨난다. 새로운 무엇을 읽어내는가가 중요하다.

/ 일상과 비일상이 대조되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들을 보자. 표현은 설명이 아니다. 표현에는 일정한 기교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행동만을 보여줌으로써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하는 하드보일드 문체. 대표적인 예가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 그리고 시점의 문제가 있다. 초심자의 경우 소설을 쓸 때 시점이 혼재되는 실수를 한다. 글쓰기가 익숙지 않을 때에는 먼저 일인칭을 사용하는 게 무리없는 선택이다. 여러 인물의 시점을 절묘하게 혼합하여 쓴 소설의 예로는 올더스 헉슬리의 '연애 대위법'이 있다(연애 대위법의 원제는 point couter point. 대위법인데 이게 우리나라에서 '연애 대위법'으로 번역출간된 이유는 일본에서 먼저 이렇게 번역한 것을 중역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 책의 역자가 알기 쉽게 우리나라에 출간된 제목으로 번역한 것인가-아마도 전자인 듯). 그 외에도 의외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을 묘사하는 것. 실제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게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 문학선집 또는 전집(앤솔러지)은 수록된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품을 선정한 사람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 (당연히) 작품에 대한 평가나 그 작품에서 읽어내는 것이 다르다.

/ 창작물에 대해 공감을 하고 공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의 의도는 생각보다 훨씬 전달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쓴대로만 전달되는 것도 깊이가 없다.

/ [신조사 소설 부분 편집장 인터뷰] 일본 출판사의 편집자는 작가와 소통하면서 작품 창작 과정에 개입하거나 조언을 하고, 책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그것을 어떻게 팔 것인지를 궁리한다. 자료를 함께 준비하거나 취재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며 옆에서 작가를 칭찬해주어 창작의욕을 북돋우기도 한다(일본드라마를 보면 만화출판에서 편집자의 역할이 정말 크던데, 일반문학 출판에서도 그렇다니 놀랍다). 에세이집을 만들면 그 편집자의 실력을 바로 알 수 있다. 독자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흐름을 일단 만들면서도 거기에 전혀 다른 것들을 툭 하고 넣어 책은 활기를 얻게 된다. 기술이면서 작품을 만드는 감성이다. 편집자가 글을 뽑아서 구성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현재 픽션(오락소설)과 리터러져(순문학)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예술이라 해도 소설은 독자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출판업은 산업으로, 책은 작품인 동시에 상품이 되어야 한다. 그 두 세계를 매개하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이다. 작품은 좋지만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경우, 3번까지는 기회를 준다. 작가 양성을 위해 신인상을 많이 만들었다. 예를 들어 니혼티비와 함께 영상화를 전제로 만든 일본 추리 서스펜스 대상. 미야베 미유키, 다카무라 가오루, 텐도 아라타 등 걸출한 작가를 배출했다. 그 외에도 이사카 고타로를 배출한 신초 미스터리 클럽 상 등등. 신인상은 작가를 세상에 배출해 키워 나가는 장치이다. 작가에게 8권이든 10권이든 쓰고 싶은 것이 저장되어 있을 때 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첫 작품으로 상을 타도) 두번째, 세번째 작품이 어렵다. 소설가는 세상을 넓게 보고 여러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를 먹는다고 잘 써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수하기 때문에 수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화제성 때문에 수상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편집자가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 작가의 실력이 늘어난다. 작가에 의해 편집자도 성장한다. 작가는 흡인력이 대단하니 그 세계에 빠지지 않고 헤어날 수 있는 편집자가 좋은 편집자다. 옛날에는 인격과 작품성이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아서 편집자들이 힘들었는데 요즘은 비례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 소설 수준은 일본이 가장 높지 않나 생각한다(나는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편집장님의 애국심이 대단하시다). 일본은 문예의 나라이고 시장에서 문예의 비중이 18%이다(그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영미권이 그 정도이다. 연재소설 편집의 묘미.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편집자는 작가를 계속 자극해야 한다. 관련 서적을 제시하거나 자료를 제공하는 등으로. 유명 작가와 편집자가 크게 싸우면...편집자가 사과하러 가게 된다. 책이 잘 팔릴지 아닐지는 정말 예측할 수 없다. 오락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뒤마의 '삼총사'나 스티븐 킹 작품, 발자크 등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쓰려는 것에 너무 가까운 것을 읽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좋다. 잡학 지식을 많이 쌓아두면 글 쓸 때 단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 물론 잡학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중심이 되는 것을 가지고 그에 더해서 말이다. 편집자는 작가의 글 '운반책'만 되어서는 안 되고 무엇이든 작가에게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시간에 무엇이든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 띠지 문구를 만들어야 하니 카피능력도 필요하다. 대인교섭능력도.

/ [고단샤 잡지 '군조' 편집자 인터뷰] 대체로 문예지 편집장들 40~50대가 하는것 같다. 일본의 5대 문예잡지로는 '군조'(고단샤), '신초'(신초사, 가장 오래됨), '문학계'(분게슌주), '스바루'(슈에이사), '문예'(가와데쇼보신샤)가 있다(만화책으로도 유명한 고단샤, 슈에이샤가 문예 쪽도 강자였구나). 1년에 2번 실시하는 순문학 신인상인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은 거의 100% 위 5개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이다. 나오키 상은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 중에서 고른다. 아쿠타가와가 신인상이라면 나오키는 중견 느낌. 문예지는 보통 회사에서 말하는 채산을 고려하지 않는다. 잡지를 통해 스타작가를 발굴하고자 하기 때문에. 군조상을 통해 데뷔한 유명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현재 연간 1800편 정도의 응모작이 온다. 일본에서는 출판사가 신인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잘 팔릴 것도 고려하지만, 전위적인 작품도 꼭 실으려고 노력한다. 이래서 문예지를 내면 연간 1억엔 정도 손해를 본다. 하지만 문예지를 내야 순문학을 하는 출판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읽게 만드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이다. 신인상은 예비심사위원인 신진작가, 평론가들에게 부탁해서 응모작을 1차로 거른 후 편집부에서 합의제로 고른다. 요즘(이 책은 일본에서 2008년에 출간되었다) 힘이 느껴지는 신진작가로는 이토 다카미, 쓰무라 기쿠코, 아카조메 아키코 등이 있다. 군조 신인상 수상작가 중에서는 아사히나 아스카, 기노시타 후루쿠리. 응모작 중에 '자아찾기소설'이 너무 많다. 특히 어딘가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자아찾기. '근거없는 인기남 소설'도 참 많다. 왜 인기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인기남. 캐릭터 소설이나 애니 등을 봐온 세대가 작가로 데뷔하면서 등장한 현상 같은데,그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소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이 쓰는 글은 세세한 묘사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중투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장강명이 쓴 '당선, 합격, 계급'에서는 우리나라 소설가 지망생 중에 여러 출판사 상에 한꺼번에 투고를 하는 예가 흔히 있다고 하던데 일본에서는 금기인가 보다). 그걸로 만약 수상이라도 했다가는 대사건이 된다. 떨어진 작품을 가지고 다른 상에 응모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리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심사할 때 보면 어느 심사위원에게도 어중간한 작품은 수상할 수 없다. 각 문예상의 특색이라면 '문예'(대표적 수상자: 와타야 리사)는 젊은 여성 수상자, '신초'는 남성적, '스바루'도 여성이 강세, '문학계' 자체는 뚜렷한 색이 없지만 아쿠타가와 상을 주최하는 회사에서 내는 책이기 때문에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가깝다는 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그 감동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이어야 편집자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신인상 응모작 중 빛나는 원고를 만나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렇게 발견한 작가가 교고쿠 나츠히코. 읽는 순간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기운이 있어서 흥분했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덤벼들어야 한다. 요즘은 편집자 중에서도 여성이 많고 아이를 낳아도 일할 환경이 된다. 제대로 출산휴가를 쓰고 복귀하는 사람도 많다(그런데 낳은 아이는 누가 키우나...?). 엔터테인먼트와 문예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에는 '진선미'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 진선미 그런거 없다고 분명히 말해버리면 오히려 순문학라고 하겠다. 작가의 인상 차이라면 있다. 순문학 작가는 비싼 술집으로 가지 않고 비싸지 않은 술을 오랫동안 마시며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엔터테인먼트 작가 중에는 호퀘하게 노는 분들이 더러 있다. 소설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례적 부호도 있지만. 평론가 이시카와 다다시는 좋은 글을 많이 쓰지만 영화관 검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년간 글을 쓰고 있다.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아니, 문예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라는 일본이 그 정도라면 다른 나라들에서는 대체...) 표현에 공들이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 표현, 문장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쓰고 싶다'는 것이 전제된 형태이다. 그러나 요즘 응모자들은 그런 마음이 적은 것 같다. 문예지 군조를 재미있게 읽는 방법 - 단행본이 되지 않는 중단편을 즐겨보자. 주례사가 아닌 솔직한 합동평론을 읽어보자.  

 

 

이 책은 소설가이자 강의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저자가 와세다 대학에서 한 글쓰기 강의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강의 형태로 쓰여 있고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는 부분, 학생들의 과제에 대한 해설도 함께 실려있다. 그래서 조금 산만하고 정제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일본문학(특히 고전) 이야기 등 낯선 정보가 많아서 바로바로 읽히지는 않는다(그래도 친절한 각주 덕분에 이해하는 데 지장은 없다).

솔직히 앞 부분은 지루했다. 실용적인 글쓰기 방법을 생각하고 고른 책이었는데, 문학창작을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한 강의에 가깝고, 일본문학작품 등을 잔뜩 인용하고 있어서 잘 읽히지 않는다. 글쓰기 방법도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태도론 정도로 느껴졌다.

오히려 일본의 출판사 편집자나 소설공모전, 내레이터 등을 다룬 뒷 부분이 더 흥미로웠다. 편집자가 작품에 개입하는 정도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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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이 되어 더 큰 혼란이 시작되었다 - 이다혜 기자의 페미니즘적 책 읽기
이다혜 지음 / 현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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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청소년 시절 재미있게 읽었던 세계 명작 문학이나 우리나라 소설은 대부분 남성작가의 것이었고, 그 작가의 시점에서 등장인물에 감정을 이입해서 읽어왔다. 이렇듯 "여성독자들은 이해해왔다." 그렇게 해도 감정을 이입할 수 없었던 소설은 취향이 아닌 것으로 한쪽에 미뤄두고. 어른이 되어 그 책들을 다시 읽어본다면 어떨까.

이다혜 작가는 어른이 되어, 만든 사람의 시점이 아닌 자신의 시점으로 책과 영화를 읽는다. 미스터리와 공포, 스릴러 장르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종종 죽음을 맞이하거나 범죄의 대상이 되어 남자주인공들이 각성하는 계기로 활용된다. "여성으로서 이 장르의 팬이 된다는 것은 시련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무진기행에서 '인숙'을 다루는 방식, 묘사에서 씁쓸함을 느끼기도 한다. 한편으로 <나를 찾아줘>에서 에이미라는 캐릭터를 보면 혼란스럽다. "뒤늦게 깨닫기를, 나는 에이미의 편이거나 그렇지 않기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이것은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이며...그런 사람도 있는 것이다. 여자가 주인공이면서 사건을 지배하는 악당 캐릭터인 픽션을 보기 드문 나머지, 나는 여기에서조차 나랑 같은 성별인 사람이 저렇게 굴어서는 곤란하다는 생각을 해버리고 말았다...여성을 대표하는 단 한 명의 여성은 있을 수 없다."

다시 읽는 것은 문학작품이나 영화뿐만이 아니다. 학창시절 웃고 넘어갔던 선생님과 선배들의 음담패설, 과거에 자신이 썼던 글을 돌이켜보고 하는 분노와 반성도 있다. 시간이 지난 후에 예전에 있었던 일들,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달리 생각하게 되는 것은 사람이 그래도 전진한다는 뜻이리라(혹은 후퇴하는 것인지도). 

그리고 엄마의 이야기인 엘레나 페란테의 '나폴리 4부작'이야기. 나는 이 부분 이야기가 특히 마음아프고 좋았다. "소녀가 성인 여성이 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소녀와 소년에게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럴 수가 없다....이성을 보고 설렘을 느끼는 감정만큼이나, 나를 압도하는 동성을 보고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보는 경험. 그 강렬한 또래 문화 속에서 '지금의 나 자신'과 나 자신을 둘러싼 많은 것들을 싫어하게 되는 것, 여기서 탈출하고 싶다는 감정을 강렬하게 경험하는 것이 이 시기에 굉장히 중요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더 나은 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당연히, 내 친구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욕망으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아주 가까운 친구라고? 그렇다. 그렇다면 그녀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 욕망은 그 거리가 가까운 만큼 더 강렬할 것이다. 실제로 레누는 릴라에게 그런 욕망을 느낀다. 이야기를 끌어가는 레누는 릴라의 우월함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우리는 지금 이 순간 우리를 이렇게 책장에 코를 파묻고 읽게 하는 레누야말로 얼마나 아름다운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인지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레누는 릴라만을 보고 있는 것이다...인생은 저기 있는 게 아닐까. 난 지금 무엇을 하고 있을까. 인생이 저기 있는 게 아닐지 몰라도 여기에는 확실히 없는 것 같아. 매 순간 레누가 절절하게 고백하는 질투의 감정이야말로 우리를 이 책에 매어놓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다. 우리가 가장 인정하기 힘들어하는 감정은, 가깝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느끼는 질투와 나 자신에 대한 끝없는 불안이니까. 소녀를 여자로 만드는 것은 남자보다는 여자라고 생각해왔다. 엘레나 페란테는 그게 정확히 어떤 뜻인지를, 아주 두꺼운 네 권의 소설로 들려주고 있다. 친구가 심리상담을 받으러 갔을 때 들은 말. '당신 자신을 당신의 달이라고 한번 생각해보세요. 지금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 스스로에게 사주고 싶은 것......어떻게 달라지나요? ...나는 내 딸이다, 내가 사랑하는 내 딸이다 생각하고, 마음이든 물건이든 어떻게 해주고 싶은지 생각해보세요." 나 자신이 딸이었던 기억,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은 기억을 잃어가며 나이를 먹는다.세살 난 딸에게는 배꼽 뽀뽀도 해주고 매일 안아주고 사랑한다는 말도 해주던 부모들은 이제 늙거나 죽었고, 나 역시 그런 애정표현은 해준대도 싫다. 그런데 그냥, 사랑하는 내 딸이다라는 확신에 찬 감정만으로도(내가 내 딸을 사랑하는 감정이란 나 자신을 사랑하는 감정보다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훨씬 쉽다. 신기하게도 그렇더라.) 아주 약간은 고통이 가라앉는 것을 느낀다. 우리 엄마도 나를 이런 감정으로 생각했을까를 생각하면 조금은 울게 된다."

직장 상사에게 "넌 울지 않아서 좋다"는 말을 들은 것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칭찬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 상사가 가장 많이 울게 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어쨌거나 화가 나서 그 앞에서 울지 않았을 뿐이고 사실은 '우는 게 여자 같아 싫다고 생각해서' 화장실에서, 집에서 울었다. "(직장에서 우는 것은 나쁘고 화내는 것은 괜찮은가? 화내는 것도 나쁘다. 그런데 직장에서 과도하게 화내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하지 않으면서 우는 것에 대해서만 지나치게 많은 비판을 하는 것이 아닌가. 우는 것은 남성을 향한 것,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 대한 실망감, 해결 방법을 찾기 어려울 때의 절망감, 분노 혹은 체념 등 여러 감정이 이유가 된다고. 우는 것을 낮게 보고 화내는 것을 권력으로 해석해버리면, 그 맥락에 여성성과 남성성을 자기도 모르게 대입해버리면, (남녀불문하고) 위로 올라갈수록 얼마나 더 큰 소리를 낼 수 있는지로 자신의 성공을 가늠하는 우를 범할 수 있다." 

선택지가 없는 상황에서 자유롭게 선택하라는 말의 허구성을 지적한 이야기도 좋았다.

"가스라이팅, 가스등 이펙트는 상대를 심리적으로 조종하는 가해자와의 관계를 다룬다. 가까운 사람에게서 인정받고자 하는 소망이 잘못된 상대를 만나 빚는 비극으로, 일과 관련해서는 지적이고 독립적인 사람조차 자신을 하찮게 취급하는 배우자나 애인, 직장 상사나 부모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영화<가스등>에 비유해 설명한다. 나의 의견을 기분으로 받아들이는 상대와 대화하기란 쉽지 않다...일차적이고 궁극적인 해결책은 그런 상대로부터 멀어지는 것이다...가스라이팅의 가장 대단한 부분이라면 자기 자신에 대한 믿음을 잃게 만든다는 것이다...객관적인 상황이 상대의 말과 다르다 하더라도, 그 사실을 지적하는 것이 그 관계를 위험에 빠뜨리는 것보다 중요한가? ...어느 순간부터는 자기 자신의 능력에 대한 불신이 자기 안에 크게 자라나 있다." 이건 <걸온더트레인>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은 한번 읽어보고 싶어졌다. 영화 <맨해튼 살인사건>도.

 

글쓴이가 나와 가까운(조금 더 위?) 연배여서 그런지 읽으면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았다. 작가는 학생들을 상대로 말할 일이 생기면 "여러분과 같은 또래의 작가를 꼭 찾아서 같이 성장하는 기분으로 오랫동안 읽어가시라"고 한다는데, 나도 그런 기분으로 작가의 글을 오랫동안 읽어가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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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전혀 사소하지 않습니다 - 아내폭력에서 탈출한 여성들의 이야기 대한민국을 생각한다 30
한국여성의전화 지음 / 오월의봄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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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가 2013년에 실시한 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에서 조사한 기간을 기준으로 가정 내에서 신체, 정서, 경제, 성적 폭력이 일어난 비율은 45.5%였다고 한다. 흔히 폭력이라고 하면 떠올리는 물리적 폭력보다 개념을 넓게 잡은 것도 하나의 이유라고 짐작되지만(이 기준을 적용하면 내 주변에도 꽤 된다), 그래도 '체감하는' 것보다 그 비율이 높은 이유는 이 책에서 설명된다. 가정폭력이 발생하여 도움을 요청하는 비율은 1.8%에 불과하고, 그나마 외부에 드러난 가해자 중에서도 기소되는 비율은 8.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가정폭력은 폭력의 강도가 가정 밖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다르지 않은데도 가족과 사생활이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고 감춰지며 더 오랜 기간 자주 이루어진다. 

이 책은 '한국여성의전화'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머물렀던 가정폭력 여성피해자들이 자신의 경험을 글로 옮긴 것이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상당히 고통스러웠다. 주먹이 불끈 쥐어지는 때도 많았고 마음이 너무나 아프기도 했다. 모두 심한 물리적인 폭력(대체로 언어, 정서적 폭력도 함께)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폭력을 당한 경험을 말한 부분은 특히 읽기 힘들었다. 그렇지만 그 외에도 성장과정과 결혼생활 전반에서 겪은 일들도 정말 끔찍했다. 폭력적인 원가정, 아들이 그렇게 폭력을 휘두르고 망나니같이 구는 것을 보고도 아들 편만 들고 며느리를 욕하는 시가, 사정을 알면서도 가정을 지킬 것만을 종용하고 딸을 지켜주지 않는 친정, 별것 아니라며 사건을 외면하는 경찰...처음에는 그렇게 오랜 기간 고통당하면서도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이들, 끝내 가정을 지킨 이들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사실 그러한 상황에 처했을 때의 절망감과 무력감은 짐작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그 상황에서 끝내 벗어나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이야기를 들려준 글쓴이들에게 감사와 응원을 보내고 싶다.   

 

 

 

왜 때리는가? 이런 질문이 바로 폭력이다. 그들을 이해할 필요가 없다. 그들은 때릴 수 있으니 때리는 것뿐이다. 단지 그뿐이다. 대신 우리가 질문해야 할 것은 이것이다. 왜 사회는 여성의 경험을 믿지 않는가? 왜 국가는 이 문제를 사소하게 다루는가? 왜 우리는 언제나 이 문제가 ‘사소하지 않다‘고 외쳐야 하는가?

가정은 폐쇄된 세계다. 가정을 ‘이해와 배려의 영역‘으로 포장하면서 그 안에서 발생하는 차별과 폭력을 감추고, 노동력 재생산을 가정의 기능으로 설명하면서 노동력을 재생산하는 노동력은 어디에서 오는지, 어떻게 평가되는지 이야기하지 않고, ‘사회의 기본단위는 가정‘이라며 가정 속의 개인은 삭제한 결과다. 하여 가정이 어떻게 유지되는지, 그 안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사실 (알면서도) 잘 모를 수밖에 없다.
이런 세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당연히 은폐될 수밖에 없다. ‘그 순간만 넘기면 되어서‘ ‘가족이기 때문에‘ ‘창피하고 자존심이 상해서‘‘대응하면 폭력이 심해지므로‘‘내가 잘못한 것이므로‘......폭력 피해를 입고서도 ‘그냥 있었던 이유‘들이다. 다시 말해, 남모르는 사람에게 당했다면 결코 그냥 지나치지 않았을 폭력이지만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가족이라는 이유로, 보복이 두려워서, 나의 잘못이라는 생각 때문에 문제삼지 않는다는 것이다.

가정에서 발생하는 폭력은 사법처리 과정에서도 은폐된다. 검찰 접수 후 기소조차 되지 않는 비율이 50.4%, 가정보호사건 송치비율은 39.1%이고, 기소율은 8.5%(구속률 1.3%)에 불과하다(가정폭력사건 접수처리현황, 법무부 2015년). 경찰에게 도움을 요청한 비율이 고작 1.3%에 불과하다는 것을 감안하면(전국가정폭력실태조사) 사실상 가정폭력은 사법체계에서도 거의 다뤄지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다시 말해, 두 통계를 단순 교차했을 때, 1만 명이 가정폭력 피해를 입었다면 그 중 130명만 신고를 하고, 11명만 기소되며, 기소된 이들 중 오직 1명만이 구속된다고 할 수 있다. 기소 이후의 처리 결과는 통계의 부재로 알 수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피해자 본인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문제로. 피해자 스스로를 검열하게 만드는 현실. 돌아가면 다시 함께 살아야 할 가해자 앞에서 처벌을 원하느냐고 묻는 현실.
가정폭력의 피해를 구체적으로 드러내고, 다른 사람의 이야기와 나의 이야기를 연결하면서 악순환을 깰 수 있다. 그 모든 인식과 제도가 그것을 은폐한다고 하더라도, 이야기를 통해 그 일이 나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다른 사람도 겪는 일이라는 것을 발견하는 것, 나의 잘못이 아니라 우리 사회의 구조적 문제임을 인식하는 것, 그리고 사회의 변화를 추구하는 것을 통해 말이다.

막상 경험을 글로 옮기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그건 폭력이 아니라고 끊임없이 부정당해왔음에도 불구하고 피해자에게도 잘못이 있을 것이라는 강력한 의심 속에서 결국 ‘내 잘못이 아님‘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새겨온 경험, 이것을 다시 글로 옮긴다는 것은 폭력을 다시 경험하는 과정인 동시에 자기부정을 이겨내는 과정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필자들의 용감한 이야기로 당신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우리들의 이야기가 넘쳐서 결국 우리 사회의 가정폭력에 대한 인식과 제도와 정책의 변화를 이끌어낼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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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선, 합격, 계급 - 장강명 르포
장강명 지음 / 민음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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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강명 작가의 책은 이걸로 세권째이다. 한국이 싫어서, 5년만에 신혼여행에 이어 이 책 <당선, 합격, 계급>.
이 책에서는 장편소설을 중심으로 한 공모전 제도와 등단, 작가지망생들의 준비과정, 문단과 출판사, 여기에 영화감독 지망생, 대기업 취업준비생, 교사, 로스쿨 제도에 이르기까지를 망라하여 당선, 합격이라는 제도와 정보비대칭으로 인해 발생하는 계급과 차별, 배제를 지적하고, 그 해결책으로 정보의 대대적 공개와 공유를 통해 그 간판의 권위를 무너뜨리고 평가, 선택의 폭을 넓히자고 제안한다. 한국문학의 경우에는 독자들의 문예운동 ㅡ활발한 서평 공동체 ㅡ과 출판의 기회를 넓힐 테마소설집을 제안하는데 신선했다.
다만 당선/합격의 기준점이 어디인지-예를 들어 영화아카데미 과정에 들어가 영화제작지원을 받게 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개봉이 예정되었다는 점에서는 출판의 기회를 얻게 되는 소설공모전 당선과 비슷한 것 아닌가, 기업합격의 경우에는 어떠한지-객관적으로도 좋은 기업에 이미 들어간 후 그 근로자로서의 지위는 유지되어야 하는 것 아닌지-그러므로 등단작가와는 다른 것 아닌지, 그 또한 무너뜨려야 할 어떠한 권위이거나 간판인지, 그러할 필요가 있는지, 책이 잘 안 나오거나 안 팔리는 등단작가가 책이 잘 팔리는 미등단 작가보다 과연 계급적으로 우월한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작가지망생/영화감독지망생/대기업/로스쿨/ 교사 제각각이 합격/당선, 그 후의 직업여건이니 업무의 성격이 달라 하나의 논리로 뭉뚱그려 주장할 부분은 아닌데 어느 부분은 그냥 아니꼬와서 집어넣은 것 아닌지(맥락이 정확히 맞는 것 같지도 않고 공채제도를 비판하기 위해서라는 건 알겠지만 사족인 듯) 문단 이야기만 해도 충분히 이야기거리가 많았고 디테일해서 재미있었는데, 잘 모르지만 작가가 말한 밀리의서재 시스템은 이미 알라딘에서도 땡스투 적립금 제도로 어느 정도 하고 있는데, 그런 정도의 생각이 들기는 했다.
사실 공모전 합격이나 등단, 그게 작가지망생이나 문단 내의 사람들에게나 중요하지, 나처럼 등단 여부는 잘 확인도 안 하고 알지도 못하며 한국소설 잘 모르는 독자에게는 그게 뭐 당선 합격씩이나 되는 중요한 이벤트인가 싶다.
하긴 일단 등단이나 공모전 합격을 해야 일단 출판기회라도 얻고 책을 고를 때 출판사를 참조하기도 하니(특히나 깜깜이 한국소설은) 결국 그게 권력이라는 것인가...그렇다면 그 주장에 동의할 수 있겠다.
내가 그렇게 좋아하는 스타일의 작가는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이상하게 자꾸 찾아 읽게 된다. 소재와 제목 때문인지. 기자 출신이라는 이력 때문일까 그때문이라는 것도 나의 편견일까, 여하튼 지금 핫한 소재를 다루는 데 탁월한 재능이 있고 제목을 읽어보고 싶게 뽑아내며 뒤가 궁금해지게 쓴다. 시원시원하게 큰 그림을 그리고 다방면으로 자료조사를 하는 본인의 장점을 극대화한 책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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