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세다 글쓰기 표현 강의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조소영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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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

글쓰기를 잘 하기 위해서는 우선 무엇을 쓰고 싶은가를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어떻게 표현해야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 표현이란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불꽃이 튀는 순간'은 읽을 때에도 일어난다. 거기에서부터 자기만의 읽기가 생겨난다. 새로운 무엇을 읽어내는가가 중요하다.

/ 일상과 비일상이 대조되는 순간을 표현한 작품들을 보자. 표현은 설명이 아니다. 표현에는 일정한 기교가 요구된다. 예를 들어 행동만을 보여줌으로써 그 이상의 것을 전달하는 하드보일드 문체. 대표적인 예가 대실 해밋의 '몰타의 매'. 그리고 시점의 문제가 있다. 초심자의 경우 소설을 쓸 때 시점이 혼재되는 실수를 한다. 글쓰기가 익숙지 않을 때에는 먼저 일인칭을 사용하는 게 무리없는 선택이다. 여러 인물의 시점을 절묘하게 혼합하여 쓴 소설의 예로는 올더스 헉슬리의 '연애 대위법'이 있다(연애 대위법의 원제는 point couter point. 대위법인데 이게 우리나라에서 '연애 대위법'으로 번역출간된 이유는 일본에서 먼저 이렇게 번역한 것을 중역했기 때문인가, 아니면 이 책의 역자가 알기 쉽게 우리나라에 출간된 제목으로 번역한 것인가-아마도 전자인 듯). 그 외에도 의외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이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이들을 묘사하는 것. 실제보다 더 나이들어 보이게 묘사하는 경향이 있다.

/ 문학선집 또는 전집(앤솔러지)은 수록된 작품뿐만 아니라, 그 작품을 선정한 사람을 읽는 것이기도 하다. 사람에 따라 (당연히) 작품에 대한 평가나 그 작품에서 읽어내는 것이 다르다.

/ 창작물에 대해 공감을 하고 공감을 듣는 것이 중요하다. 작가의 의도는 생각보다 훨씬 전달되기 어렵다. 그렇다고 쓴대로만 전달되는 것도 깊이가 없다.

/ [신조사 소설 부분 편집장 인터뷰] 일본 출판사의 편집자는 작가와 소통하면서 작품 창작 과정에 개입하거나 조언을 하고, 책이 만들어진 다음에는 그것을 어떻게 팔 것인지를 궁리한다. 자료를 함께 준비하거나 취재를 하고 아이디어를 내며 옆에서 작가를 칭찬해주어 창작의욕을 북돋우기도 한다(일본드라마를 보면 만화출판에서 편집자의 역할이 정말 크던데, 일반문학 출판에서도 그렇다니 놀랍다). 에세이집을 만들면 그 편집자의 실력을 바로 알 수 있다. 독자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흐름을 일단 만들면서도 거기에 전혀 다른 것들을 툭 하고 넣어 책은 활기를 얻게 된다. 기술이면서 작품을 만드는 감성이다. 편집자가 글을 뽑아서 구성하는 역량이 중요하다. 일본에서는 현재 픽션(오락소설)과 리터러져(순문학) 사이의 경계가 모호하다. 예술이라 해도 소설은 독자가 없으면 성립하지 않는다. 출판업은 산업으로, 책은 작품인 동시에 상품이 되어야 한다. 그 두 세계를 매개하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이다. 작품은 좋지만 잘 팔리지 않을 것 같은 경우, 3번까지는 기회를 준다. 작가 양성을 위해 신인상을 많이 만들었다. 예를 들어 니혼티비와 함께 영상화를 전제로 만든 일본 추리 서스펜스 대상. 미야베 미유키, 다카무라 가오루, 텐도 아라타 등 걸출한 작가를 배출했다. 그 외에도 이사카 고타로를 배출한 신초 미스터리 클럽 상 등등. 신인상은 작가를 세상에 배출해 키워 나가는 장치이다. 작가에게 8권이든 10권이든 쓰고 싶은 것이 저장되어 있을 때 타는 게 가장 이상적이다. (첫 작품으로 상을 타도) 두번째, 세번째 작품이 어렵다. 소설가는 세상을 넓게 보고 여러 경험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 나이를 먹는다고 잘 써지는 것은 아니지만. 우수하기 때문에 수상하는 경우도 있지만, 화제성 때문에 수상하는 경우도 무시할 수 없다. 편집자가 최선을 다하다 보면 그 작가의 실력이 늘어난다. 작가에 의해 편집자도 성장한다. 작가는 흡인력이 대단하니 그 세계에 빠지지 않고 헤어날 수 있는 편집자가 좋은 편집자다. 옛날에는 인격과 작품성이 반비례하는 경우가 많아서 편집자들이 힘들었는데 요즘은 비례하는 경우도 많다. 지금 소설 수준은 일본이 가장 높지 않나 생각한다(나는 그런지 잘 모르겠는데, 편집장님의 애국심이 대단하시다). 일본은 문예의 나라이고 시장에서 문예의 비중이 18%이다(그건 정말 대단한 것 같다). 영미권이 그 정도이다. 연재소설 편집의 묘미. 바람직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 편집자는 작가를 계속 자극해야 한다. 관련 서적을 제시하거나 자료를 제공하는 등으로. 유명 작가와 편집자가 크게 싸우면...편집자가 사과하러 가게 된다. 책이 잘 팔릴지 아닐지는 정말 예측할 수 없다. 오락소설을 쓰고자 한다면, 뒤마의 '삼총사'나 스티븐 킹 작품, 발자크 등을 읽어보는 것이 좋다. 쓰려는 것에 너무 가까운 것을 읽는 게 아니라 조금 다른 곳에서 찾는 것이 좋다. 잡학 지식을 많이 쌓아두면 글 쓸 때 단서로 활용할 수 있을 것. 물론 잡학이 중심이 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중심이 되는 것을 가지고 그에 더해서 말이다. 편집자는 작가의 글 '운반책'만 되어서는 안 되고 무엇이든 작가에게 조언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단시간에 무엇이든 쓰는 능력이 필요하다. 띠지 문구를 만들어야 하니 카피능력도 필요하다. 대인교섭능력도.

/ [고단샤 잡지 '군조' 편집자 인터뷰] 대체로 문예지 편집장들 40~50대가 하는것 같다. 일본의 5대 문예잡지로는 '군조'(고단샤), '신초'(신초사, 가장 오래됨), '문학계'(분게슌주), '스바루'(슈에이사), '문예'(가와데쇼보신샤)가 있다(만화책으로도 유명한 고단샤, 슈에이샤가 문예 쪽도 강자였구나). 1년에 2번 실시하는 순문학 신인상인 아쿠타가와상 후보작은 거의 100% 위 5개 문예지에 발표된 작품이다. 나오키 상은 단행본으로 출간된 작품 중에서 고른다. 아쿠타가와가 신인상이라면 나오키는 중견 느낌. 문예지는 보통 회사에서 말하는 채산을 고려하지 않는다. 잡지를 통해 스타작가를 발굴하고자 하기 때문에. 군조상을 통해 데뷔한 유명 작가로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현재 연간 1800편 정도의 응모작이 온다. 일본에서는 출판사가 신인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잘 팔릴 것도 고려하지만, 전위적인 작품도 꼭 실으려고 노력한다. 이래서 문예지를 내면 연간 1억엔 정도 손해를 본다. 하지만 문예지를 내야 순문학을 하는 출판사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좋다고 생각하는 작품을 다른 사람들도 좋다고 생각하게 만들어 읽게 만드는 것이 편집자의 역할이다. 신인상은 예비심사위원인 신진작가, 평론가들에게 부탁해서 응모작을 1차로 거른 후 편집부에서 합의제로 고른다. 요즘(이 책은 일본에서 2008년에 출간되었다) 힘이 느껴지는 신진작가로는 이토 다카미, 쓰무라 기쿠코, 아카조메 아키코 등이 있다. 군조 신인상 수상작가 중에서는 아사히나 아스카, 기노시타 후루쿠리. 응모작 중에 '자아찾기소설'이 너무 많다. 특히 어딘가 멀리 떨어진 곳에 가서 자아찾기. '근거없는 인기남 소설'도 참 많다. 왜 인기 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인기남. 캐릭터 소설이나 애니 등을 봐온 세대가 작가로 데뷔하면서 등장한 현상 같은데,그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다는 마음이 담겨 있는 소설이 계속 나왔으면 좋겠다. 젊은 사람이 쓰는 글은 세세한 묘사가 들어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중투고를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장강명이 쓴 '당선, 합격, 계급'에서는 우리나라 소설가 지망생 중에 여러 출판사 상에 한꺼번에 투고를 하는 예가 흔히 있다고 하던데 일본에서는 금기인가 보다). 그걸로 만약 수상이라도 했다가는 대사건이 된다. 떨어진 작품을 가지고 다른 상에 응모하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리 바람직한 행동은 아니다. 심사할 때 보면 어느 심사위원에게도 어중간한 작품은 수상할 수 없다. 각 문예상의 특색이라면 '문예'(대표적 수상자: 와타야 리사)는 젊은 여성 수상자, '신초'는 남성적, '스바루'도 여성이 강세, '문학계' 자체는 뚜렷한 색이 없지만 아쿠타가와 상을 주최하는 회사에서 내는 책이기 때문에 아쿠타가와 상 수상에 가깝다는 점.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하고 그 감동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하는 사람이어야 편집자의 자질을 갖고 있다고 하겠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신인상 응모작 중 빛나는 원고를 만나는 기쁨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그렇게 발견한 작가가 교고쿠 나츠히코. 읽는 순간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는 기운이 있어서 흥분했다. 좋은 작품, 재미있는 작품을 발견하면 적극적으로 덤벼들어야 한다. 요즘은 편집자 중에서도 여성이 많고 아이를 낳아도 일할 환경이 된다. 제대로 출산휴가를 쓰고 복귀하는 사람도 많다(그런데 낳은 아이는 누가 키우나...?). 엔터테인먼트와 문예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에는 '진선미' 중 하나는 있어야 한다. 진선미 그런거 없다고 분명히 말해버리면 오히려 순문학라고 하겠다. 작가의 인상 차이라면 있다. 순문학 작가는 비싼 술집으로 가지 않고 비싸지 않은 술을 오랫동안 마시며 소설에 관한 이야기를 한다. 엔터테인먼트 작가 중에는 호퀘하게 노는 분들이 더러 있다. 소설만으로 먹고 사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이례적 부호도 있지만. 평론가 이시카와 다다시는 좋은 글을 많이 쓰지만 영화관 검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0년간 글을 쓰고 있다.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아니, 문예가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은 편이라는 일본이 그 정도라면 다른 나라들에서는 대체...) 표현에 공들이는 것은 나쁜 게 아니지만 무언가를 쓰기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이러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자연스럽게 선택하는 게 가장 좋다. 표현, 문장이라는 것은 어디까지나 '쓰고 싶다'는 것이 전제된 형태이다. 그러나 요즘 응모자들은 그런 마음이 적은 것 같다. 문예지 군조를 재미있게 읽는 방법 - 단행본이 되지 않는 중단편을 즐겨보자. 주례사가 아닌 솔직한 합동평론을 읽어보자.  

 

 

이 책은 소설가이자 강의활동을 활발하게 하는 저자가 와세다 대학에서 한 글쓰기 강의를 책으로 엮어낸 것이다. 강의 형태로 쓰여 있고 학생들에게 과제를 내주는 부분, 학생들의 과제에 대한 해설도 함께 실려있다. 그래서 조금 산만하고 정제되지 않은 부분도 있고, 일본문학(특히 고전) 이야기 등 낯선 정보가 많아서 바로바로 읽히지는 않는다(그래도 친절한 각주 덕분에 이해하는 데 지장은 없다).

솔직히 앞 부분은 지루했다. 실용적인 글쓰기 방법을 생각하고 고른 책이었는데, 문학창작을 생각하는 학생들을 위한 강의에 가깝고, 일본문학작품 등을 잔뜩 인용하고 있어서 잘 읽히지 않는다. 글쓰기 방법도 추상적이고 일반적인 태도론 정도로 느껴졌다.

오히려 일본의 출판사 편집자나 소설공모전, 내레이터 등을 다룬 뒷 부분이 더 흥미로웠다. 편집자가 작품에 개입하는 정도가 생각보다 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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