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고백부터 하면서 시작해야겠다. 헐리웃 영화를 보다 샌프란시스코 주변이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일종의 센티멘털리즘에 빠져든다. I left my heart in San Francisco도 아닐진대 이 지역에서 몇 년간 살면서 추억을 쌓았다는 이유로 말이다. 사실, 내가 살았던 동네는 정확히 S.F.는 아니었다. Bay Bridge를 사이에 두고 샌프란시스코 건너편에 위치한 오클랜드라는 동네였다. 뉴질랜드의 오클랜드와 달리 미국내에서 위험한 도시로 유명한 지역이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2002년 즈음에 발표된 결과로 수년째 미국내 살인사건 발생률 1위를 지키고 있었다 (2007년 발표에서 오클랜드는 미국내 가장 위험한 도시 4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즈음 오클랜드의 부자 동네 친구 샌프란시스코는 뉴욕과 미국내 집값 상위 1,2위를 다투고 있었으며, 2002년 오클랜드 A`s는 기적의 20연승을 기록했다.
잠시 더 이 지역에 대해서 내가 흥미롭게 여기는 부분을 얘기하자면, 대표적인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로 꼽히는 샌프란시스코와 대표적인 위험한 도시 중 하나인 오클랜드가 다리 하나 사이로 함께 있음은 물론, 그 둘 옆엔 전통적인 명문 대학 도시 버클리가 위치하고 있고, 그 셋 사이 어딘가에 디즈니에 버금가는 꿈의 공장 픽사가 있다는 점이다.
다시 2002년으로 돌아가자. 그 해 A`s의 기적 같은 연승행진에 온 동네는 열광했었다. L.A.로 이사를 해 살던 몇 년 동안도 내 관심은 다저스나 에인절스, 혹은 레이커스가 아니라 A`s와 Raiders였다. 이쯤되니 바로 그 A`s를, 좀 더 정확히는 A`s의 단장인 빌리 빈을 내세운 영화가 나온다 했을 때 내가 흥분하지 않을 도리란 애초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를 보며 어떤 냉정한 입장을 지킨다는 것 역시 불가능한 것이다. 20연승이 이루어지는 순간 열광하는 콜리세움의 관중들을 보며 친구들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던 나를 떠올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게다가 브래드 피트다.
글쎄, 처음 그가 등장했을 땐 그가 이정도로 성장하리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저 수많은 잘생긴 배우들 중 하나, 로버트 레드포드와 유난히 닮아보이는 그냥 잘생기기만 한 배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 여기까지 성장했다. 개인적으론 그가 <트로이>와 같은 영화에서 보다는 <오션스 일레븐>이나 이번 <머니볼>과 같은 영화에서 좀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
<머니볼>은 내가 본 야구(소재)영화 중 최고이다. 어려움을 헤쳐내고 선수들이 하나가 되어 극적인 우승을 달성하며 경기장에서 껴안고 환호하고 눈물을 흘리며 끝나는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다. 마지막 두 씬. 낙담하고 있는 빌리 빈에게 무거운 몸 때문에 한번도 2루까지 갈 생각을 안하다 처음 2루로 가려고 질주하던 도중 넘어지는 타자. 하지만 곧 자신이 홈런을 친 것임을 알고 주변의 환호를 받으며 기쁘게 베이스를 도는 그 타자의 비디오를 보는 씬. 그리고 이어지는 차 안에서 딸의 녹음된 노래를 들으며 운전하는 빌리 빈. 그리고 그의 눈으로 카메라가 들어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언젠가 A's가 월드시리즈 우승을 하는 날이 오기를.
혹은 그 날이 오지 못하더라도 Just enjoy the 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