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서 일단 끌렸다. 디지털 시대라는 흐름 속에서 너나 나나 조금씩 종이책에서 멀어지는 시대. 종이잡지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머지않아 종이책도 절멸할지 모른다는 예견도 들리곤 한다. 이런 시대 속에서 '종이'책이 결코 사라지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이 책의 제목을 보자마자 어떤 책인지 살펴보지 않을 수가 없었다. 미리보기를 통해 조금 읽어보니 제법 괜찮은 내용인 것 같아 일단 리뷰 몇 개를 옮겨놓는다. 오늘 장바구니에 몇 권의 책이 담겨있는데 왠지 오늘 구매하기 버튼을 누르고야 말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종이책의 시대는 끝났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다. 이들은 종이신문 시대도 종말을 맞았다고 말한다. 정보통신의 발달로 실제 대다수 젊은 세대는 인터넷, 스마트폰, 아이패드 등의 기기를 통해 각종 정보를 습득하고 소통한다. 그 결과 출판산업과 신문산업은 어려움에 처해 있고, 저마다 온라인북과 인터넷신문 발행 등의 신사업으로 활로를 개척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스스로를 '책 바보'라고 소개하는 저자는 종이책 읽기를 권한다. 자식들을 위해 방 한 칸을 도서관으로 차린 아버지를 둔 덕분에 어려서부터 책과 가까이 지냈던 그는 가난하던 시절에도 통장의 돈을 다 털어 고서적을 사들였을 만큼 독서광이다. 이 책은 종이책 읽기의 매력과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들려주는 그 나름의 대답이다.
그는 종이책의 매력 중 하나는 인간의 감각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데 있다고 말한다. 책 읽은 후 찾아오는 쾌락, 스르륵 넘어가는 종잇장의 소리, 향긋한 종이냄새, 책장을 넘길 때 느끼는 손맛의 짜릿함을 동시에 주는 매체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또 한 권을 온전하게 다 읽은 사람은 온전히 그 책의 주인이 되기 때문에 스스로의 의지로 책을 읽을 때, 책 읽는 사람은 하나의 작은 우주가 된다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다른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 이것이야말로 독서가 가져다주는 가장 특별한 혜택이라는 말도 덧붙인다.그는 독서 중의 독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 읽기'라며, 4만권이 넘는 자신의 책을 밀라노 주민들에게 무상으로 나눠주라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뜬 이탈리아 작가 주세페 폰티지아의 다음의 말을 곁들인다."배우기 위해, 즐거워지고 싶어서, 글을 쓰기 위해, 또는 연설을 하기 위해, 회상하기 위해 책을 읽지 말라. 아무런 목적 없이 독서를 해야 한다. 현재를 읽기 위해 지금 이 시간에 독서하라."또 네로, 진시황, 히틀러 등 책을 불태운 자들이 독재자였음을 상기시키고, 이들이 책을 불사른 것은 인간의 상상력, 꿈,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빼앗고 없애기 위해서였음을 강조한다. 그는 자신의 독서습관으로 소리내어 읽기, 천천히 읽거나 빨리 읽기, 읽었던 책을 다시 읽기, 신간 읽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읽기, 읽기 싫으면 덮기 등을 소개한다.< 박주연 기자 jypark@kyunghyang.com>
바보 중의 바보지만 좋다고 인정해주는 바보가 있다면 바로 '책바보'일 것이다. 한자로 '간서치'라고 부르는 이 책바보로 꼽히는 이가 김무곤 동국대 교수다. 마음에 드는 책을 보면 통장 잔고를 모두 쏟아부으며, 기차에서 책을 읽는 게 좋아 책 읽자고 기차를 타기도 하는 그런 이다.이 간서치가 책에 대한 책인 <종이책 읽기를 권함>을 냈다. 책이란 무엇이며 왜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하는 책이다. 그리고 그 이전에 책바보의 진솔하고 생생한 책 사랑이 읽기만 해도 절로 웃음짓게 만드는 즐겁고 유쾌한 책이다.김 교수는 어떻게 '책바보'가 되었을까? 그를 '공부쟁이'로 만든 것은 아버지였다. 도입부에 나오는 그의 아버지 이야기는 무척이나 인상적이다. 무얼 하든 "대단하네!"라고 자녀를 칭찬해주던 아버지는 그 세대 엄한 아버지들과는 분명 달랐던 모양이다. 김 교수가 중학생이었던 어느날 집에 돌아오니 세 살던 사람들이 나간 건너채에 책이 가득 도착해 있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이사왔나 했더니 뜻밖에도 그 책들은 모두 아버지가 다섯 자녀를 위해 사온 것이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서점에 가서 "학생들이 읽을 만한 책은 다 배달해달라"고 통째로 주문했던 것이다. 집이 도서관이니 그가 책벌레가 된 것은 당연했다.이후 평생 책에 빠져 살아온 지은이는 그가 깨달은 '책읽기'론을 이 책으로 정리했다. 독서에 대한 부담과 편견을 떨치고 그저 즐기는 독서, 그게 그가 말하는 진정한 책읽기다. 그래서 최고의 책읽기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책읽기'라고 역설한다. 그 예로 드는 것이 연암 박지원의 <양반전>에 나오는 딸깍발이 양반이다. 샌님이 살림은 제쳐두고 책만 읽다가 가족 등쌀에 집밖으로 나가 떼돈을 번 비결이 바로 '독서' 말고 무엇이며, 박지원이 설정한 '독서인'의 의미가 무엇이었겠느냐 생각해보라고 주장한다.'종이책'을 '느리게' 읽어야 한다는 것도 그가 강조하는 주문사항이다. 왜 종이책이어야 할까. 모든 게 빠르게 스쳐 지나가는 세상에 종이책 읽기는 읽는이 스스로 독서의 의도와 속도, 그만두는 행위를 통제해야 하는 가장 고통스런 일이기 때문이다. 이 고통을 넘어설 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쁨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주기에 책 읽기는 중요하다고 그는 말한다. 책은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늘 새 출발을 할 수 있게 해주는 존재가 된다. "출발지는 달라도 그들은 모두 바다로 간다. 책 읽는 자들은 책이라는 배를 갈아타면서 스스로의 바다에 이른다."책에는 그의 독서론, 그리고 책과 서점, 책벌레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책에 대한 책'답게 다양한 교양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책들의 목록도 풍성하게 이어진다. 그가 즐겁게 고백하는 책을 향한 바보 같은 사랑의 매력은 아마도 책에도 인용된 움베르토 에코의 소설 <장미의 이름>에 나오는 구절이 가장 잘 대변해줄 듯하다. "내 이 세상 도처에서 쉴 곳을 찾아보았으되, 마침내 찾아낸, 책이 있는 구석방보다 나은 곳은 없더라."구본준 기자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