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부 중 마지막 <옥희의 영화>. 여기서 우리는 옥희가 각각 다른 남자, 그러니까 젊은 남자와, 그리고 나이 든 남자와 각각 다른 시간(12월 31일과 1월 1일)  한 장소(아차산) 에 찾아간 일정을 번갈아 가며 따라간다. 다시 말해, 여기서 옥희와 나이 든 남자의 씬을  A라 하고, 옥희와 젊은 남자의 씬을 B라 한다면, 이야기는 A-B-A-B-A-B 식으로 계속 번갈아 가며 진행된다. 그런데, 이야기가 끝나갈 즈음, 그러니까 정확히 말하자면, 휴게소에서 한번은 막걸리를 마시고, 다른 한 번은 잔치국수를 먹고 내려오는 길에 이르러 우리는 옥희와 나이 든 남자의 길을 내려가는 모습은 보지만 옥희가 젊은 남자와의 기억을 나래이션으로 얘기하는 부분에선 그 둘을 보는게 아니라 아무도 보이지 않는 수풀만을 보게 된다.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때 이 부분에서 왜 이런 선택을 하였는지 궁금했다. 영화를 두 번째 보았을 때에도 이 부분을 왜 그렇게 하였는지 궁금하여 질문을 하였다. 왜 거기에서 그런 선택을 하셨나요? 그것은 어떤 의도가 있으셨나요? 아니면, 촬영 현장에서 발생한 어떤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셨나요? 만약, 어떤 의도가 있었다면, 거기서 우리가 옥희를 보지 않는게 중요한가요? 아니면, 수풀을 본다는게 중요한 것인가요?
 

그건 기분 좋은 실수였습니다. 이선균씨와 정유미씨가 내려오는 장면은 실수로 안찍었거든요. 그런데, 수풀을 찍은게 있었어요. 그래서 그게 거기 들어가도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그 부분 뒤로 두세 장면이 더 있는데 거기서 한번 그렇게 깨주고 갈 수 있어서 좋았어요.
 
그러니까, 옥희와 젊은 남자가 내려오는 장면은 실수로 안찍었기 때문에 거기에 없는 것이다. 홍상수 감독은 그래서 그 자리에 수풀을 넣었다. 이렇게 그의 대답에서 의문을 끝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홍상수 감독의 말처럼 단순히 젊은 남자와 옥희가 내려오는 장면을 깜빡하고 찍지 않은게 이유라면 앞에서 나오는 나이 든 남자와 옥희의 장면을 좀 더 길게 유지하면서 그 위에 “하지만”으로 시작하는 앞의 내용과 대조적인 옥희의 젊은 남자와의 기억에 관한 나래이션을 얹을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 번 깨주고’ 가는게 좋았다고 언급하는 지금의 구조에서조차 홍상수 감독은 어찌되었든 두 개의 쇼트로 나누어 가고 있다. 그럼에도 둘로 나눈다는 것. 그럼에도 옥희의 나래이션이 두 개의 다른 쇼트 위로 말해져야 한다는 것.
 
이렇게 감독의 대답을 들은 후에도 나에겐 여전히 질문이 남고, 나는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고자 한다. 그리고 그게 바로 내가 영화를 보고, 그것에 대해 생각하고, 그리고 마지막에 글로 적어보고자 하는 이유이다. 그러니까, 난 영화를 이미 이해하고 있다거나, 대답을 안다거나, 영화를 누군가에게 설명하고 안내하고자 글을 쓰는 것이 아니다. 그럴 능력도 없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정리하고, 영화를 보며 생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자 노력하는 일. 그것을 하고자 함이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통해 영화를 더욱 잘 이해할 수 있으리나, 영화와 나의 거리가 조금씩 더 가까워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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