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기를 시킬수록 쌓이는 것들에 대하여
한라봉 입술엔 쌓인 것들이 많다
나도 그 위에 함께 쌓여 있다
앞으로 한동안은 이렇게 쌓여 있을 것이다.
겹쳐 있는 게 좋아서가 아니라
한동안 이라는 기간이 좋은 것이니까
수건은 젖었던 순간들을 기억한대
불은 자기를 흔들었던 초의 색을 기억한대
발전은 그 사람의 과거를 기억한대
영원히 말고
잠깐 머무는 것에 대해 생각해
전화가 오면 수화기에 대고
좋은 사람이랑 같이 있다고 자랑해
그 순간은 영원하지 않을 테니까
지금 자랑해
손금을 따라 흐르던 바람의 색이 변하면
그때부터 비를 기다려
기다리다가 손바닥에 비가 찾아오면
손바닥의 온도로 인해 미지근해질 거야
사람들이 그러하듯 말이야
외로움은 커질수록 두꺼워지는 것이 아니라
얇아진다고 했어
때려치우고 싶은 인연
이미 친해진 사람들 중에 있지
고르지 말고 익숙한 것들을 먼저 없애
편하지 않고 낯선 것들을 남겨
얇은 외로움을 유지해
모든 것을 떠올리기 싫어해봐
아까운 게 아니야
없애고 없애도
청소하다가 가끔 발견되고 그래 - P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