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밍웨이 - 20세기 최초의 코즈모폴리턴 작가 클래식 클라우드 6
백민석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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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있는 헤밍웨이 책들을 읽기 위해 이 책을 선택했는데 백민석 작가의 시선으로 본 헤밍웨이는 이해하기 힘든 사람이란 말에 공감되면서 그의 글속에는 어떤 헤밍웨이의 모습들이 그려질지 정말 궁금해진다.

헤밍웨이 소설 미학을 몇 가지 열거해본다. 입말체 대화법, 빙산이론과 하드보일드 스타일, 그리고 남근중심주의 미학이다. 네 가지로 나눴지만 이들은 서로 겹쳐지는 부분이 많고 서로 영향을 미친다. 무엇보다 헤밍웨이라는 하나의 실존에서 나온 것들이다. 네가지로 나누어 있지만 실은, 헤밍웨이라는 한 인간의 다른 표현들이다. - P101

사람은 누구나 죽어 죽는다고. 죽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죽어가지 결코 그 의미를 깨우칠 시간의 여유도 없이 인간은 이 세상에 내던져신 다음 세상의 규칙을 일방적으로 통지받는 거야. 그리고 그규칙의 베이스에서 떨어지자마자 세상은 그 사람을 죽여버리지.
- 『무기여 잘있거라』, 428쪽 - P151

이제 막 자아가 형성되기 시작할 무렵의 헤밍웨이의 눈에 여성들은 비난을 퍼붓고 남성성을 위협하는 존재로 비쳤을 수 있다. 그의남근중심주의는 어쩌면 어머니 그레이스가 덜 강압적인 양육 방법을 썼다면 그렇게 극단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또 그의 소설에서 일관되게 나타나는 순종적인 여성상도 정도가 덜했을지 모르고, 현실적인 성격의 여성들이 다채롭게 등장했을지도 모른다. 그에게 있어 여자란 정복하고 통제해야 할 존재인 동시에 남성성을 무력화시키고 변화시키는 능력이 있는 무서운 존재" (‘섹슈얼 트라우마』, 237쪽던 것이다. 그의 눈에 비친 여성이 그런 존재였다면,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의식적으로는 무의식적으로든 여성을 억압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물론 어머니에 대한 증오를 여성 일반에 투사해, 실생활에서든 문학적으로든 여성을 억압하려 했다면 그것은 헤밍웨이의 잘못이다. - P163

헤밍웨이가 평생 욕망했던 진정한 대상은 죽음이었지만, 그는 자살의 가능성을 인정할 수 없었다. 그래서 자살이 아닌 사고로 죽을위험이 큰 전장이나 사냥터나 바다 같은 위험한 장소들을 찾아다녔던 것이다. 틀린 대상을 쫓는 것이다. 그는 그런 위험한 장소들에서총질을 하고 사냥을 하고 낚시를 하면서 욕망을 해소한다고 생각하고 그때그때 즐거워했지만, 돌아오는 길에는 매번 자신이 이번에도죽지 못했다는 사실에 자신도 모르게 실망하고 괴로워했을지도 모른다. 그는 그런 목숨을 건 장소들에서 늘 죽음에 근접하곤 했지만그저 사고를 당하고 병을 얻을 뿐 죽지는 못했다. 실패한 욕망의 드라마는 반복된다.
그렇게 죽을 장소를 찾아다니는 위험한 삶의 여정 끝에서, 헤밍웨이는 마침내 「킬리만자로의 눈」의 해리처럼 자신이 평생 욕망했던 것이 사실은 죽음이었음을 깨닫고는 스스로 그 진정한 대상을손에 움켜쥐었던 것이다. 그가 그랬다는 것은 누구를 위하여 종은울리나』의 조던의 진술을 통해서도 짐작할 수 있다.
종교가 있으면 위안은 많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두려워할 것은 아무것도 없어. 나쁜 건 인생을 떠나야 한다는 것이지.
죽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고 또 고통이 너무 심해 괴롭다면 그 죽음은 비참한 거지. 그런데 넌 그렇지 않으니 행운이잖아?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하권,364쪽 - P285

어느 인간도 죽음에서 살아 돌아와 죽음이 무엇인지 산 자들에게가르쳐줄 수 없다. 살아 돌아와 무언가 증언한다면 그것은 진짜 죽음이 아닐 것이다. 그래서 죽음은 인간이 풀 수 없는 가장 어려운 수수께끼가 된다. 자살은 죽음의 수수께끼에 더해, 어째서 그런 비극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까지 숙제로 남겨놓는다.
그 수수께끼는 죽은 자에 대한 기억이 남아 있는 한 끝까지 남아 산자들을 괴롭히고 슬픔에 잠기게 한다.
하지만 자기 생명에 대한 처분은, 개인이 가진 가장 기본적인 권리다. 자기 생명에 대한 선택은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는다. 그래서때때로 자살은 개인이 할 수 있는 가장 내밀한 행위가 되고, 자신이아닌 어느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수수께끼가 되고 만다. 헤밍웨이는 그 사실을, 오래전부터 아버지의 자살을 통해 이미 알고 있었을것이다. 그는 개인의 권리와 가치를 믿고 실천했던 작가였다. - P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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