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군대의 장군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81
이스마일 카다레 지음, 이창실 옮김 / 문학동네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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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세계대전시 죽은 군인들의 유해를 찾는 장군을 통해 알바니아와 전쟁중 벌어지는 부조리한일들을 목격하게 되는 장군의 고통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전우들의 유해가 가족들에게 돌아가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어요. 일각에서 생각하듯 그것이 그들의 마지막 소원이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런감상벽의 표출은 우리 노병들의 눈엔 아주 유치하게 보여요. 군인이라면, 죽든 살든 오직 전우들 사이에서 편안함을 느끼는 법이죠. 그러니 그들이 함께있도록 놔두세요. 갈라놓지 마세요. 하나가 된 그들의 묘가 우리 마음속에깃든 전사의 옛 기상을 생생히 보존하도록 해주세요. 피한방울만 보아도비명을 질러대는 저 겁쟁이들의 말을 듣지 마세요. 우리가 하는 말을 믿어요. 우리 옛 전사들의 말을.... - P156

"오랫동안 이 문제에 골몰해왔습니다. 오스카 와일드는 하층계급사람들이 범죄의 욕구를 느낀다고 했죠. 예술이 주는 강렬한 느낌을그들은 범죄에서 맛본다는 겁니다. 이 원칙은 알바니아인들에게도 썩잘 적용됩니다. 물론 ‘범죄‘라는 말을 ‘전쟁‘이나 ‘보복‘이라는 말로대치해야 하겠죠. 객관적으로 볼 때 알바니아인들 중엔 일반법을 위반하는 범죄자가 별로 없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하거든요. 그들이 저지르는 살인은 언제나 오랜 관습이 규정하는 원칙들을 따르지요. 저들 사이에서 오랜 세대에 걸쳐 이어져온 집단이나 집안 간의 복수는예술의 모든 법칙이 적용된 한 편의 연극과 흡사합니다. 우선 프롤로그가 있고, 극의 긴장이 점점 고조되다가 마침내 불가피한 죽음을 내포한 에필로그가 닥치죠. 이 복수는 이 산 저 산을 뛰어다니며 지나간자리의 모든 걸 파괴해버리는 고삐 풀린 성난 황소에 비견할 수 있을겁니다. 그래도 그들은 황소의 목에 수많은 장신구를 걸어놓아 미에대한 자신들의 개념을 드러냅니다. 이 짐승이 마음대로 나다니며 사방에 죽음의 씨앗을 뿌리는 동안 저들 역시 다양한 미적 만족감을 맛보게 되는 거죠." - P164

"신부님은 오로지 심리적 요인들을 바탕으로 관습의 문제를 설명하십니다만, 전 그래도 역사적 혹은 군사적 차원의 객관적 동기들을배제할 순 없다고 봅니다. 이나라 사람들을 보면 무엇이 생각나는지아십니까? 위험에 맞닥뜨려 도약을 앞두고 잔뜩 긴장해 근육이 팽팽해지고 모든 감각이 곤두선 채 꼼짝도 하지 않는 한 마리 야수의 모습이 떠오릅니다. 이 나라는 수많은 위기에 맞서야 했던 만큼 이런 방어 자세가 제2의 천성이 되어버렸는지 모르죠." - P166

"사방이 비와 죽음이다. - P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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