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셀 뒤샹 - 현대 미술의 혁명가 시공아트 52
닐 콕스 외 지음, 황보화 옮김 / 시공아트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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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화를 넘어서서 현대미술의 혁명가인 마르셀 뒤샹을 알게 되어 기쁘다.
책을 읽다가 다음 페이지를 열었는데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시작된 느낌이다.

<큰 유리>가 뒤샹의 반망막적 신념에 기반하여 여러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 작품은 주요한 특징이 바로 원근법적 표현에 있다는 점에서 또한 매우 망막적이다. 원근법은 뒤샹이활용한 작품의 작동 체계의 하나로, <큰 유리>의 전체적인 개념적 구조를 밝혀낼 수 있는 하나의 방법론이다. 그는 원근법을 단일한 체계가 아닌 대안적 방식으로 사용했으며, 전혀 다른 종류의 질서 또는 구조를 서로 겹치고 교차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뒤샹은 대부분의 아방가르드 예술에서 폐기한 원근법을 회화적구성의 방법으로 도입했지만, 그것의 패턴을 체계화시키기보다는 교란시키는 방식으로 활용했다. 신부 영역은 언뜻 보기에 원근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반면, 독신자 영역은 시각적으로 원근법을 적용한 것처럼 보인다는 점에서 상단부와 하단부의 불일치 자체가 강한 인상을 준다. 신부의 세계는 추상적이고 유기적이며 뚜렷한 형식이 없는 반면, 독신자들의 세계는 원근법에 의해 엄격하게 구성되어 있다. - P135

리처드 머트의 사례」는 그 당시에 뒤샹이 ‘레디메이드‘에 대해언급한 유일한 진술이었다.

6달러를 지불하는 모든 예술가는 전시할 수 있었다
리처드 머트 씨는 <샘>을 출품했다. 아무런 논의도 없이 그 작품은 사라졌고 전시되지 않았다. 머트 씨의 <샘>을 어떤 이유에서 거절한 것일까? - P157

1. 어떤 사람들은 그것이 외설스럽고 저속하다고 보았다.
2. 다른 사람들은 그것이 표절이고 평범한 위생용품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욕조가 외설스럽지 않은 것과 마찬가지로 머트 씨의 <샘> 역시 외설스럽지 않다. 그렇다고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 그것은 배관공의진열대에서 날마다 볼 수 있는 비품에 불과하다.
머트 씨가 자신의 손으로 직접 <샘>을 제작했는지의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그는 그것을 선택했다. 그는 일상적인 생활용품을 택하여 그것에 새로운 명칭과 새로운 관점을 부여하고, 그것이 원래 지니고 있는 실용적 가치를 상실하는 장소에 그것을 갖다 놓았다. 결국 그는 이 오브제로 새로운 개념을 창조해 낸 것이다.
위생용품이라서 안 된다고? 한마디로 웃기는 말이다. 미국의 위생용품과 다리는 일찍이 미국이 생산한 유일한 예술 작품이다. - P158

두 번째 쟁점은 <샘>이 예술가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그것이 작품으로 갖게 되는 진정성의 문제다. 이는 레디메이드와 그것의 개념적 기반에 대한 중요한 문제를 제기한다. ‘머트 씨는 세 가지 일을 했다. 그는 오브제를 선택했고, 그것에 새로운 명칭을 부여했으며(그것은 ‘샘‘이라고 불리면서 장식적인 스타일의 기념비적 오브제가 되었다. 더욱이 변기를 뒤집어 놓음으로써 이론적으로 액체는 아래로 흐르는 것이 아니라 샘솟는 것이된다), 그것에 새로운 관점(혹자는 원근법으로 보기도 한다)을 부여했다. 변기가 창조적이거나 독창적이지 않다는 지적에 대한 답변으로, 사설에서 제기했듯이 변기의 실용적 기능을 제거하고 그것의 환경을 완전히변경함으로써 새로운 개념‘과 ‘새로운 정체성‘을 부여한 것이다.
- P159

레디메이드의 다양한 위장 속에 숨은 개념이 세 개 있다. 첫째, 창작 과정에서 개념과 손재주 그리고 우연하게 등장한 요소의 역할 등예술 창작의 본성으로 가정되는 것들에 대한 도전이 있다. 둘째, 예술로서 중요성을 부여받는 과정에서 사회적 관계와 예술 제도의 역할을드러내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셋째, 산업적으로 대량생산, 따라서익명으로 생산될 수밖에 없는 것을 ‘욕망의 오브제‘로 제시하고 싶은열망이 있다.
레디메이드는 대량생산된 산업이자 동시에 예술가 개인의 유일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모순이다. 그것은 중요한 철학적 · 미학적 · 사회적 문제를 제기한다. 금세기에 와서 레디메이드는 예술 제도가 어떻게 예술 작품을 인정하고 분류하는가 하는 과정들을 재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 P190

대량생산된 상품 오브제와 무관심하고도 우연한 마주침이라는 개넘은 레디메이드의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이다. 진열장 창안의 상품을냉담하게 구경만 하고 다니는 소비자의 행위는 재정적 성공이나 생존(즉 과소비나 바가지 쓰는 것을 피할 수 있는)뿐 아니라 쾌락과도 관련된다.
뒤샹이 레디메이드를 선택(소비)할 때 느끼는 무관심은, 소비자가자신을 잠정적 구입자로 이용하려는 판매자의 욕망 또는 실현 불가능한 욕망에서 스스로를 보호하고자 하는 태도에 대한 모방일 수 있다.
뒤샹은 레디메이드와 노트에서 표현된 상품 오브제의 만남을 통해 ‘예술과 ‘상품‘ 사이의 모순, 즉 미학과 상품 가치가 전적으로 반대 지점에 있다고 가장하는 전통적인 위선을 들춰내고자 했다. - P199

그러나 한번에 오직 한 명의 관람자만이 이 작품을 바라볼 수 있다는 점에서 그것은 예술 작품을 보기가 가진 사적 소유의 본성을 극단적으로 밀어붙이거나 패러디한 것으로 보인다. <주어진 것>을 관람하는 경험 방식은 유일하다. 어떠한 기술적 방법도 문에 뚫린 구멍을통한 물리적 만남을 대체할 수 없다. <주어진 것>을 전체적으로 조망하는 것, 말 그대로 한 번에 안과 밖을 사진으로 찍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것은 전체적인 하나로 존재하지만, 그것을 관람하는 것은 연속적인 행위다. 우리는 하나를 보고, 두 구멍을 통해 또 다른 것을 볼 수 있다. - P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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