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3 - 꽃핀 소녀들의 그늘에서 1
마르셀 프루스트 지음, 김희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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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질베르트에게서 마르셀이 바란것은 부르조아인 스완과 오데트의 삶을 보고 싶었고 존경하는 베르고트와 스완의 서재를 동경한게 아닌가 싶다.

더욱이 변하지 않을 내 취미와 내삶을 행복하게 해 줄 것에 대해 말씀하시면서, 아버지는 두가지 무서운 의혹을 내 마음속에 심어 넣었다. 첫 번째는(매일 나는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삶의 문턱에 있으며 내 삶은 다음 날아침에야 시작되리라고 생각해 왔는데) 내 삶이 이미 시작되었으며, 게다가 뒤이어 올 삶도 지나은 삶과 별로 다르지 않을거라는 의혹이었다. 두 번째는 사실을 말하자면 첫 번째 의혹의 또 다른 형태에 지나지 않았지만, 내가 ‘시간‘ 밖에 있지않고 소설 속 인물처럼 시간의 법칙에 종속된다는 점이었다.
바로 그런 이유로 콩브레에서 덮개 달린 버드나무 의자 깊숙이에서 그 인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읽었을 때, 인물들이 그토록 날 슬픔 속으로 몰아넣었던 것이다. 이론적으로 우리는 지구가 회전한다는 사실을 알지만 실제로는 깨닫지 못하며, 우리가 걷는 땅도 움직이지 않는 듯 느끼며 그래서 편안히 살아간다. 삶의 ‘시간‘도 이와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시간의 흐름을 느끼게 하려고 소설가는 시곗바늘의 움직임을 미칠 듯이 가속화하여 독자로 하여금 이 초 동안 십 년이나 이십 년, 삼십 년을 뛰어넘게 한다.  - P104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을 바라볼 때의 저 탐색하고 불안해하며 요구가 많은 태도, 다음 날 만남에 대한 희망을 줄지혹은 빼앗아 갈지 모르는 말에 대한 기다림, 그 말이 말해질때까지 동시에 또는 번갈아 나타나는 기쁨과 절망의 상상, 이모든 것은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 우리주의를 지나치게 동요하게 만들어 그 사람에 대한 어떤 선명한 이미지도 포착할 수없게 한다. 어쩌면 또한 동시적으로 일어나는 이 모든 감각 활동들이 우리 시선만으로 감각 너머에 존재하는 걸 알려고 애쓰면서 수많은 형태나 온갖 맛, 그 살아 있는 사람의 움직임에는 너무도 무관심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사랑하지 않을 때라야 우리는 그 사람의 움직임을 고정할 수 있다. 이와 반대로사랑하는 사람은 항상 움직인다. 따라서 우리에겐 언제나 실패한 사진만이 있다. - P117

우리가 오래된 진본이라고 믿는 여자 친구의 이미지도 실제로는 우리가 여러번 다시 만들어낸 것이다. 잔인한 추억은 이처럼 다시 만들어낸 이미지와 동시대가 아닌 다른 시대에 속하며 우리의 괴물과도 같은 과거를 아는 드문 증인 중 하나다.  - P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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