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밀란 쿤데라 전집 9
밀란 쿤데라 지음, 이재룡 옮김 / 민음사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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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에게 사랑받길 원하며 삶의 의미를 찾으려는 샹탈.
그런 샹탈 몰래 편지를 보내는 장마르크.
하지만 모든 일들이 원하는데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 편지로 인해 서로 오해하고 다시 삶의 의미를 알아가는 두 사람.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인간적인 삶에 그래도 의미를 주는건 나의 이를을 불러주는 사람이 있기때문일까.
마지막에 샹탈을 불러주는 장마르크처럼.

문병을 마칠 무렵 그는 추억을 이야기하기 시작했지. 그는 내가 열여섯 살 적에 했다는 말을 상기시켜 주었어. 그 순간 나는 오늘날 사람들이 맺고 있는 우정의 유일한 의미를 깨달았어. 우정이란 기억력의원활한 작동을 위해 인간에게 필요 불가결한 것임을, 과거를기억하고 항상 지니고 다니는 것은 아마도 흔히 말하듯 자아의 총체성을 보존하기 위한 필요조건일 거야. 자아가 위축되지 않고 그 부피를 간직하기 위해서는 화분에 물을 주듯 추억에도 물을 주어야만 하고, 이 물 주기가 과거의 증인, 말하자면 친구들과 규칙적 접촉을 요구하는 거야. 그들은 우리의 거울, 우리의 기억인 셈이지. 우리는 친구에게 아무것도 강요하지 않고 다만 우리가 자아를 비춰 볼 수 있도록 그들이 이따금 거울의 윤을 내 주는 것을 바랄 따름이지. - P54

권태가 측량할 수 있는 것이라면 오늘날 권태의 양은 과거보다 훨씬 늘었다고 할 수 있지, 과거의 직업은, 적어도 대부분의 직업은 정열적 집착 없이는 생각할 수조차 없었지. 그들의 땅과사랑에 빠진 농부, 아름다운 탁자를 만들어 내는 마술사인 내할아버지, 모든 마을 사람들의 발 크기를 외우던 구두 수선공,그리고 산지기, 정원사도 마찬가지였어. 당시에는 군인도 아마 정열적으로 살인을 했을 거야. 삶의 의미는 문제되지 않았지. 삶의 의미가 그들의 공장, 그들의 밭에 그들과 아주 자연스럽게 공존했던 거야. 각각의 직업은 그 고유한 직업 의식,존재 방식을 낳았지, 의사는 농부와는 다른 식으로 생각했고군인은 초등학교 교사와는 다른 행동 양식을 가졌지. 오늘날우리는 모두 비슷해, 누구나 자신의 직업에 무관심하다는 공통점으로 균일화된 거지. 이러한 무관심이 열정이 된 거야. 무관심이 우리 시대의 유일한 집단적 열정인 셈이지."
- P91

"그렇다면 삶의 위대함은 어디에 있단 말이에요? 우리 운명이 먹는 것, 성교, 생리대에 달렸다면 우리는 누구일까요?
그리고 우리가 고작 이런 것만 할 수 있다면 흔히 말하듯 우리가 자유로운 존재라는 사실에 어떤 자부심을 느낄 수 있을까요?"
- P157

 "자유라? 당신의 참혹한 현실을 겪으면서 당신은 불행할 수도 있고, 혹은 행복할수도 있지. 당신의 자유란 바로 그 선택에 있는 거야. 다수의용광로 속에 당신의 개별성을 용해하면서 패배감을 맛보느냐, 아니면 황홀경에 빠지느냐는 당신 자유야. 우리선택은 바로 황홀경이지, 부인."
- P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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