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근육을 키우는 질문하는 소설들 - 카프카 / 카뮈 / 쿤데라 깊이 읽기
조현행 지음 / 이비락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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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프카와 카뮈, 밀란쿤데라의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와 질문을 던지는 책.
특히 밀란쿤데라의 소설들을 읽는데 도움되는책.

카프카가 보기에 이 세계는 불확실한 것들로 가득 차 있는데, 특히 인간이라는 존재가 그렇습니다. 인간의 내면은 알 수 없고 이해할수 없는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요. 그래서 인간이 쉽게 휩쓸리고, 주체적이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것도 당연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러한 인간들이 관계를 맺고 작동시키는 이 세계는 그래서 더욱 불확실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인간들이 만들어낸 법, 규범, 제도들과 같이 질서에 의해 작동되는 건들도 사실은 이렇게 불확실한 기반 위에서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인간들은 이 세계가 불확실하게 흘러간다는 사실을 잘 모릅니다. 카프카는 모든 문제는 여기서 발생한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은 "불확실성" 이라는 감옥에서 그 사실을 전혀 인식하지 못한 채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 P17

그렇다면, 토지측량사 K는 왜 그렇게 성에 들어가려고 할까요.
물론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기 위한 목적이나 베일에 싸인 성에 대한궁금증이나 호기심의 발로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K의 집요한 행동이나 성에 대한 집착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점이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K의 ‘욕망 실현‘이라는 부분을 주목해야합니다. K는 외지에서 온 토지측량사로 마을 사람들에게 냉대와 거부를 당하고 있습니다. 앞서 설명했듯이, 우월의식을 가진 K가 이렇게 형편없는 대우에 만족할 리는 없습니다. 그는 더 대접받고 싶습니다. 마을 사람들의 무시와 멸시에서 벗어나 ‘성‘이 받는 존경을 자신도 받고 싶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성에 들어가 그 실체를 밝혀야 하고 그것을 넘어서야만 합니다. 그래야 자신도 성과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하여 K는 이 마을에 정착하여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고 싶어 합니다. K에게 성으로의 진입은 권력의 획득이요, 욕망 실현‘의 한 방법인 것입니다.
<카프카 성 읽기 중> - P85

"부조리의 인간은 투명하고 한정된 세계, 아무것도 가능한 것이 없으면서도 모든 것이 주어진 세계, 그 한계 밖으로 넘어서면 붕괴와허무뿐인 하나의 세계를 엿보게 된다. 이리하여 그는 그 같은 세계속에서 살아가기로, 그 세계에서 힘을, 희망의 거부를, 그리고 위안없는 한 삶의 고집스러운 증언을 이끌어내기로 결심할 수 있는 것이다."
《시지프 신화, 책세상》 - P124

중요한 것은 카뮈는 이 세계에서 부조리를 해결하라고 했던 것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알다시피, 부조리는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며 누구도 부조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인간에게 부조리는 숙명입니다. 카뮈는 부조리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에 반항하는인간 뫼르소를 창조해서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부조리에 맞설 수 있는 상상력을 제공했습니다. 그렇지만 뫼르소가 보여주듯이 부조리에 반항한 결과는 희망적이지는 않습니다. 반항하는 인간은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 취급을 당하고, 이해받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카뮈는 낙담하지 않습니다. 카뮈는 "진실은 쟁취하는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진실은 가만히 있어도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힘으로 골을 파서 진실의 물줄기를 만드는 노력이 뒷받침되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 P125

사비나가 보기에 인간은 어떤 감정을 유발하는 행진 대열에서빠져나와 자신만의 내면적 세계를 구축해야만 합니다. 그러한 내밀성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 하는 자, 내밀성을 만들기 위한 실천을하지 않는 자는 자신도 모르게 "대열" 속에 들어가 타인에게 위해를가할 수도 있습니다. 키치의 무거움은 결코 가벼움을 수용하지 못하고, 이는 가벼움에 대한 무거움의 폭력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 사비나는 끊임없이 공산주의 키치로부터 탈출하려고 합니다.
- P211

키치는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우리는 키치에서 벗어나서 살 수는 없습니다. 사비나는 이러한 키치들을 배반하고 탈출하고자 합니다. 여기서 소설은 새로운 실문을 던집니다. 그 배반과 탈출의 끝은무엇인가?"라는 질문입니다. 그 모든 키치를 배반하고 도망칠 수는있지만, 그 대상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면, 그때는 무엇을 배반하고 도망칠 것인가?‘ 배반할 사랑도, 조국도, 남편도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해 사비나는 자신을 둘러싼 엄청난"공허"를 느낍니다. 사비나가 벌인 이 모든 배반과 탈출의 끝에는 공허감이 있다는 결과에 다다르게 된 것입니다. 공허감이 목표가 되는 그야말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입니다. - P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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