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 한 작가의 배움과 수련 고찬찬(고전 찬찬히 읽기) 시리즈 3
오선민 지음 / 작은길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작가의 글들이 좋고 프루스트의 책들을 읽을 용기가 솟는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시간이란 무엇인가? 일차적으로 그것은 허망하게 흘러가버린 시간을 의미한다. 경험하는 동안에는 잠재적인 인과들을 전체적으로 통찰할 수 없기 때문에 시간은 그저 덧없이 흐른다.
회상을 통해 그 잠재적 인과들이 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인연들 속에서 자신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작가프루스트가 더 오래 살아 작품 속 마르셀에게 회상의 기회를 더 많이 부여했더라면 마르셀은 또 다른 삶 속에서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했으리라. 사실 살롱의 댄디나 몽상가 같은 정체성이란 마르셀이 현재 속에서 구성할 수 있었던 몇 개의 마르셀일 뿐이다. 이런 관점에서보면 마르셀에게 과거는 결정된 것이 아니며, 오히려 과거는 현재적관점에서 시시각각 변한다. 현재는 회상을 통해 과거라는 새로운 공기를 마심으로써 활기를 띤다. 덕분에 마르셀은 회상을 통해 수많은인생을 다시 살게 된다. 만약 프루스트에게 장수하는 법에 관해 물어본다면 그는 대답하리라. 회상이라고, 하나의 인생을 수많은 드라마들로 바꾸어내는 힘, 회상이야말로 우리의 유한한 삶을 무한한 풍경속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한다. - P45

우리는 현재 수많은 선택을 하면서 산다. 지금 이 순간에 결정한 것이 인과를 만들면서 미래를 만들 것이라고 믿고, 포기된 것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는 미련과 후회를 갖는다. 하지만 우리가 택하지 않은길은 우리의 삶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일까? 그것은 그냥사라져버리고 마는 것일까? 프루스트는 시간을 ‘흘러가버린다‘고 하지 않고 잃어버린다고 말한다. 허무하게 흘러가버리는 것 같지만, 실은 어딘가에 숨겨져 있고 심지어는 되찾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잃어버린 시간은 어디에 있는가? 프루스트는 묻는다. 인생이란수많은 결정적 선택들이 인과의 사슬을 만들고 있는 단선적 연속체럼 보이지만, 만약 우리가 생을 저 높은 곳 혹은 저 먼 곳에서 바라본다면 어떨까? 우리가 잃어버리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 수많은 길들이 지금 이 길과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잃어버린시간을 되찾는다는 것은 지나쳐버렸던 길, 그 시간을 회고하고 그리워한다는 뜻이 아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오로지 현재의 이 길,
이 시간이지만, 잃어버렸다고 여겼던 수많은 삶의 가능성들이 그 현재 속에서 작용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 그것이 바로 시간을 되찾과정임을 뜻한다. 이와 같은 시간의 본질을 통찰할 때 비로소 우리는현재를 보다 풍요롭게 만끽할 수 있으리라.
- P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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