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향해 흔들리는 순간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개나리

 

빨간색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개나리를 빨간색이라고 우깁니다.
파란색 선글라스를 낀 사람이
개나리를 파란색이라고 우깁니다.

내가 옳다 니가 틀려 두 사람이 멱살을 잡고 싸웁니다.
하지만 개나리는 노란색 꽃입니다.
봄이 되면 제일 먼저 피어나는 꽃 햇볕을 닮은
눈부신 꽃입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제 말 들리시나요.
이 사람들 아직도 선글라스를 끼고 있네.
저러니 세상을 아직도 더듬고 있지.
저러니 꿈 같은 마음으로 살 수가 없지.

 

선시와 산문들 그리고 너무나 잘 어우러진 그림들..그림이라고 말하기 부끄러울

만큼의 간략한 선들이 복잡하고 화려한 색채보다 더 인상 깊고 더 확실하게

다가왔던 흔들림이 많은 책읽기였다.

꿈 같은 마음으로 살아갈 자신은 없지만, 자꾸만 흔들리는 걸 보면...

나에게서 희망이란걸 놓지 않을 수 있게 그의 사색상자는 분명 나에게

도움의 손길이였음을 확신한다.

짧고 간략한 문체에서 때론 더 많은걸 엿볼 수 있다.

아직 그의 시들이 뭘 말하는지 확실히 다는 모르지만,

그래도.. 그렇지만..내 마음이 따뜻해지는 그 순간이 있었음을 나는 감사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처음처럼 - 신영복 서화 에세이
신영복 글.그림, 이승혁.장지숙 엮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겨울 저녁에도

마치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언제나 새날을 시작하고 있다."

산다는 것은 수많은 처음을 만들어가는

끊임없는 시작입니다.

 

신영복선생님의 서화 에세이집 처음처럼..

그의 글은 내게 다소 어렵다..아니 많이 어렵다.

다 이해하지도 못하고 어려운 낱말투성이다.

그렇지만, 그분의 글을 자꾸 접하게 되는건 그의 친절한 말씨가

나를 뭔가 특별하게 대우해주시는것 같아 나도 모르게 그의 말씨에 빠지게 된다.

부족한 내게 수많은 처음을 만들수 있다고 격려해주시는 것 같고,

지나간 실수투성이 일들을 너그럽게 봐주실것 같은 넓은 마음이 내게로 와서

토닥여 주는것 같은 느낌으로 참으로 잔잔하게 읽을 수 있었던 책읽기였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흘러서 바다가 됩니다.

바다는 모든 시내를 받아들입니다.

그래서 이름이 '바다'입니다.

바다는 세상에서 가장 낮은 물입니다.

그러나 세상에서 가장 큰 물입니다.

바다가 물을 모으는 비결은

자신을 가장 낮은 곳에 두는 데에 있습니다.

연대는 낮은 곳으로 향하는 물과 같아야 합니다.

낮은 곳, 약한 곳으로 향하는 하방연대가 진정한 연대입니다.

 

비워야 비로소 채워진다고...나를 낮췄을때 비로소 높아진다고..

그래 노자의 말씀에 그렇게 감동받아놓고 새까맣게 잊고 살던 내게

다시금 바다로 가는 길을 가르쳐 주신 선생님 감사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황금당나귀] 서평단 알림
황금당나귀
루키우스 아풀레이우스 지음, 송병선 옮김 / 매직하우스 / 2007년 12월
평점 :
품절


서평단 당첨되어 받은 황금당나귀..

띠지에 어찌나 화려한 문구로 나를 유혹하던지...서평단시청하면서 망설임없이

선택했고 당첨까지 되어서 너무 뿌듯하고 기분좋았던 그런 만남이였다..

그러나 뭐 화려한 문구만큼의 그런 책은 아니였지만, 그렇다고 이 의미가

재미가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처음엔 다소 빠져들기가 어려웠지만, 신화소설이라 잠시 혼란이 온 것일뿐

점차 그 신화속으로 빠져들자 시간 가는줄 모르고 뒷얘기가 궁금해 속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호기심 많은 한 인간이 잘못된 마법으로 당나귀가 되어 이리저리 휘둘리면서

그 속에서 생겨나는 인간사 얘기를 신화적 요소로 익살스럽게 풀어나가고 있는

내용인데, 그 중 압권은 아무래도 쿠피도와 푸쉬케의 사랑 얘기가 제일이

아닐까 싶다..문학 장르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작품이란 극찬이 있지만,

솔직히 그렇게까지는 잘 모르겠지만, 흥미로웠던건 사실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 문학동네 화첩기행 5
김병종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창에 비친 햇살이 그러지 않아도 탐이 나 촐랑촐랑 밖으로 나가고 싶은데..

가만히 있어도 봄은 여자의 마음을 가만히 두지 않건만,

바람이 햇살이 손짓을 해대는 통에 가뜩이나 정신 못 차리고 있었던 나에게

<김병종의 라틴화첩기행>은 강렬한 색채와 더불어 내 발걸음에 성큼 성큼 다가왔다.

 

내가 뭐 그닥 애국심이 투철한 사람은 아니지만..

가끔은 외국에 나갔다 온 사람들의 기행문을 읽다보면 우리나라에도 볼거리가 많은데

굳이 외국에 나가야만 느낄 수가 있는건가..?? 그런 생각도 했더랬다..

어쩌면 아직 한 번도 외국물을 먹어보지 못한 탓에 배아픈 질투에서 나온

옹졸한 생각이란걸 알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건 사실이였다.

하지만, 예전에 읽었던 <사람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도 그렇고. 이번책도 그렇고

옹졸했던 내 생각들이 온데 간데 없이 사라지고, 동경심만 그 자리에 남아버렸다..

 

그의 그림을 보면서 그의 글을 읽으면서, 나는 또 한 번 마음이 출렁거린다.

부담없이 떠난 여행에서 어깨가 휘도록 부담을 안고 돌아온 체 게바라

"길 위에서 지내는 동안 내게 무슨 일인가가 일어났다."

그처럼 대단한 뭔가 꿈틀대진 않겠지...

내가 느낄수 있는건 고작 작은 일렁임 작은 충격에 지나지 않겠지만,

왠지 그 길이란 곳에 서면 나에게도 뭔가 일어날 것 같은 아련한 기대심이 생긴다.

 눈으로 직접 보고 발로 직접 걸을수도 없고 만져볼 수도 없고..그런 다른이의

눈을 통해 보는 기행문..그러나 이 책은 그 화려한 색채 만큼이나 확실하게

내 눈으로 내 마음으로 내 걸음으로 다가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끌림 - 1994-2005 Travel Notes
이병률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끌림...그 제목만으로도 읽지 않고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이병률의 산문집 <끌림>

솔직히 말하자면, <사람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라는 책을 이미

읽은 탓인지...그 책의 여운이 나에게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끌림은 알게 모르게 예전에 읽었던 그것과 자연스레 비교가 되었다..

내 개인적인 견해로는 <사람을 만나러 길을 나서다.>가 내게는 더 좋았던

책읽기 였지만. 끌림 역시 잔잔한 발자취가 맘에 들었던건 사실이다..

 

"시원한 나무그늘, 그 나무 그늘 아래 챙 넓은 모자, 읽다 만 책 한 권,

파래서 너무 파래서 눈물이 날 것 같은 하늘,

그 하늘 아래를 아주 천천히 걷는 발걸음의 속도."

그 발걸음을 따라 천천히 천천히 마음으로 걸을 수 있었던 책읽기였다..

 

이 책을 본 사람이라면 알고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이 책에는 페이지 표시가 없다..

몇페이지쯤 읽었을까..?? 지금 읽고 있는 곳이 몇페이지지?? 그걸 알 수 있는

숫자가 없다..그 표시되지 않은 숫자마저도 책을 덮고 나니까 천천히 걷는

그의 발걸음을 보여주는것 같아 괜히 그것마저 의미가 되는 것 같다..

신경숙님이 길 위의 인간이라고 하셨는데, 이병률님은 정말 표시 되어지지 않는

순수한 길 위의 인간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