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다보면 문득 창비시선 291
정희성 지음 / 창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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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막하다..시집을 대할때면 짧디 짧은 문장들이 쉬이 읽혀질 것
같은데도 요것이 희안하게도 나를 놀리는 모양이다..
쉬이 오는가 싶으면, 한 순간 아득하니 저 멀리 있는것 같고,
아득해서 잡을 수 없겠다 싶어 니 갈 길 가라 내 몰고 싶으면 어느새
곁에서 배시시 웃고 있으니 요것들을 어찌 대면해야 할지..그러니
내게는 여전히 시는 막막할 밖에..

 그러나 매주 '이국환의 책 읽는 아침'에 책을 소개해 주신다고
교수님께서 그동안 100여권의 책을 소개하시면서 그 몇 배에 달하는
천여권을 책들을 들여다 보시고 500여권의 책을 읽으시면서
바쁜 시간 쪼개어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정해주신 책인데
막막하다고 피할 수는 없는 노릇이였다..그렇게 잡아든 '돌아다보면 문득'
"풍경은 얼마쯤 낯설어야 풍경이고/시도 얼마쯤 낯설어야 시가 된다."
'몽유백령도'의 한 구절처럼 돌아다보니 그 낯선 시간들이 내게도
시가 되어 조금씩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다가오고 있다는 희망이 보인다.

 어쩌면 이런 희망이 정희성님의 이웃 같은 모습이 엿보여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시인 본색
누가 듣기 좋은 말을 한답시고 저런 학 같은 시인하고
살면 사는 게 다 시가 아니겠냐고 이 말 듣고 속이 불편해진
마누라가 그 자리에서 내색은 못하고 집에 돌아와 혼자 구시렁거리는데
학 좋아하네 지가 살아봤냐고 학은 무슨 학, 닭이다 닭,
닭 중에도 오골계 !

 
이 시를 보면서 죄송한 마음이지만,시인도 별거 없구나 싶으면서
친근한 이웃집 어느 부부네 같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나오고
별천지 사람 같았던 시인이 우리네 같은 사람이다 싶고
그런 사람이 쓰는 글인데 뭐가 낯설고 무서울까 싶기도 하니
'돌아다보면 문득'은 내게 배짱을 키워준 책읽기가 아니였나 싶다.

 그러고 보니 제목따라 돌아다보니 나도 한때는 시인이었지 싶다.
"바닷가 벤치" 구절 중에 '젊어 한때 너도 시인이었지'를 읽을때
잊을수는 없지만, 잊고 있었던 추억들이 떠오른다.
정동진 바닷가 대신 해운대 바닷가 광안리 바닷가에 우리가 두고 온
오랜 기억들이..사랑하는 사람과 주고 받던 닭살스런 시들
그 시들을 기록한 노트가 지금 앉은 자리에서 고개만 돌리면 책장
한 구석에 초라하게 꽂혀져 있다. 지금은 너무나 유치해져 버려서
차마 그 속을 들여다 보지도 않는 그저 추억만 가지고 있는 작은 노트에 지나지
않지만, 왠지 그 때는 나도 시인이었지 싶다..
지금은 내 어디에도 그런 구석은 없지만, 아주 잠깐 그 한때를
떠오르게 해줘서 그래서 문득 문득 웃을 수 있을 것 같아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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