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끝별의 밥시 이야기
정끝별 지음, 금동원 그림 / 마음의숲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밥시 이야기

밥이라는 그 한 글자가 이렇게 끌릴수도 있다는게 새삼 대단하게

여겨진다..

너무나 당연하게 늘 곁에 있어서 오히려 다른 생각 같은거

못하고 살았는데..당연한 것이 때론 더 따습게 내 속을 채운다

따뜻하게 채워진 내 속에서 자꾸 얼마전 우리집 따뜻한 밥상을

생각나게 한다.

 

솜씨가 좋은것도 아닌데 희안하게 엄마가 해준건 다 맛있는걸까?

하긴 내가 내 엄마의 손맛을 그리워하듯 그럴테지..

다 같은 밥 같아도 입덧할때 엄마가 해준 밥 먹고 싶다고 노래를

불렀으니...그 맛이란게 정말 맛솜씨만은 아닐것이다.

 

딱히 뭘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그날따라 아이들이 밥을 어찌나

맛있게 먹던지...아마 고등어를 구웠던 것 같은데, 그래서 뼈 발라

준다고 내 손이 참 바쁘게 움직였던것 같다.

김 모락모락 올라오는 밥위로 숟가락질을 어찌나 열심히 해대던지..

그 모습들이 너무 기분좋아 정작 내입속에 숟가락 가져 갈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하긴 나 혼자 세아이들의 숟가락위로 뼈를 발라낸

고등어를 올려줬어야 했으니..바쁜손이 당연한거겠지..

하도 잘 먹어 내 배 고픈것도 모르고 저희들만 신경썼더니

큰애가 "왜 엄마는 안 드세요?" 한다.

그래서 예전에 할머니한테서 엄마한테서 들었던대로

"너희들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했더니..

큰애 왈 "저도 엄마 드시는 거 보면 배 부르고 기분 좋아요.

엄마도 많이 드세요"이러면서 내 밥숟가락위로 고등어를 올려준다. 

( 어쭈..ㅎ)

딱 여기까지만 따뜻했다...

순간 정말 울컥했을정도로 감동 먹었으니까..

이유를 물어보는게 아니였는데...나의 궁금증이 발동을 걸길래

나는 큰애에게 왜냐고 물어보고야 말았는데 돌아오는 답변이

"엄마가 잘 드셔야지 다음에도 맨날 맨날 저희들 맛있는거 해주시죠.."

감동이 조금 사라지긴 했지만 참 아이의 생각이란..귀엽다..

무조건 엄마가 해준거라면 다 맛있다고 해주는 아이들 덕에 두고두고 따뜻하게 내 기억에 남아있었는데

밥이란 글자를 보면서 또 이 책을 다 읽고 난 지금

새삼 그 감동과 한바탕 웃음의 밥상이 자꾸 떠올랐다..

 

나는 밥냄새를 정말 좋아한다..

임신했을때도 남들은 밥냄새때문에 입덧을 많이 했다고들 하던데

나는 그 냄새가 좋아서 뜸들일 시간도 없이 밥솥채로 그 앞에서

어쩔줄 몰라했으니까..지금도 여전히 나는 밥냄새가.. 밥이.. 좋다.

오늘도 어제도 그 어제도....밥푸기전에 밥솥뚜껑을 열고 얼굴부터

들이밀고 있으니..그러고 있으면 얼굴로 퍼지는 밥기운이 나를

기분좋게 한다..

그 기분좋은 밥을 여러모습으로 만날 수 있게 해줘서 정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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