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트위터 앱을 스마트폰에서 삭제했다. 원래 운영중인 봇이 잘 돌아가나 모니터링 할 겸 사람들 피드 브라우징만 하는 용도로 사용했는데 가랑비에도 옷이 젖듯 그렇게 브라우징만 해도 하루 1시간은 금방 간다. 지난 회사 들어가고 업무에 필요해 트위터 계정을 만든지 어언 5-6년 된거 같은데 이렇게 어떤 결심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트위터 사용을 중단한 것은 처음이다. 보통 인터넷 사용이 여의치 않은 외국 어딘가로 들어가면서 간헐적 트위터 사용 중단을 하기는 했었건만... 트위터 사용 중단을 결심한 이유는 앞서 말한 시간누수의 문제도 있지만 문득 나는 더 많은 의견을 보고 더 많은 세상을 알기 위해 사용한다고 믿는 이 트위터란 매체가 오히려 나의 세상을 좁히고 있지는 않은가 의문이 생겨서이다. 방백을 위해서도 관객을 필요로 하는 인간의 나르시스트적 속성을 파고든 트위터란 매체에는 정말로 박학다식한 사람이 많고 관심을 기울여 생각할 만한 많은 이슈거리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들불처럼 퍼져나가고 또 많은 트위터 유저들은 자신이 '닝겐'들과 다르다며 트위터리안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도 공고히 가지고 있지만... 자신이 남들과는 아주 다르다고 믿는 모님이 늘 하는 이야기가 트위터에서 돌고 돈 이야기 뿐인것을 보고 저 사람의 세상은 트위터 속의 세상으로 한정되어 있구나 싶었다. 물론 그냥 동네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는 것보단 트위터 속의 세상이 더 넓을수도 있겠지. 하지만 실제 이 세상은 바다처럼 넓고 실제 세상에 비한다면 트위터란 큰 연못 정도밖에 되지 못하는 것 아닐까. 트위터에서 쏟아지는 정보와 담론이 너무 많기 때문에 그것도 좇아가기 힘들어 헉헉대다 보면 실제 세상의 넓이 따위에는 관심을 잃어버리게 되는거 아닐까. 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안 그래도 좁은 내 세상 더 좁히고 싶지 않다는 위기감에 트위터 앱을 삭제하였고 그 이후로 별다른 문제 없이 트위터 없이 잘 살고 있다. 그리고 나는 나의 트위터 중단의 작은 성공을 자축하며 기타 인터넷 커뮤니티에 소소하게 쏟는 시간도 줄여보았는데 이 역시 아주 긍정적인 효과가 있었다. 인터넷 사용을 줄이니 한국사회의 negativity로 부터 적게 노출되고 그만큼 내 심신이 덜 피곤한 것이었다. 사람들은 자신의 솔직함을 푼다는 이유로 인터넷에 너무나 많은 부정적 에너지를 쏟아낸다. 회사욕 남자(여자)욕 부모욕 금수저욕 헬조선욕 등등 등등 등등등등등. 내가 조금의 외로움을 달래고자 부정적 에너지에 노출되는건 별로 좋은 딜이 아닌거 같단 판단이다. 부디 이 결심이 의지가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이 오래 지속되길 바랄 뿐. 


새해가 되고 이런저런 거창한 목표를 생각하다가 하루에 싼마오의 책 한장씩 필사를 해보기로 하였다. 싼마오의 문장은 단순한 토막토막 단문들이라 문장력이 강화된다거나 하는 기대하지 않았고 너무 쉬워 훌훌 읽혀버리는 그녀의 문장들을 좀 더 깊이있게 느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필사는 한 번도 해본적 없는데 손으로 쓰면 좀 잘 들어오겠지 싶어서. 그리고 이 역시 꽤 효과가 있었다. 그냥 읽어버릴때는 음 자유로운 영혼이구나 싶었던 그녀의 삶이 필사를 하면서 보니 정말 거짓없이 자유로운 영혼이었음이 잘 느껴지는 것이다. 그녀는 네셔널 지오그라피를 보고 사막과 사랑에 빠지는데 사막에 가서 살겠다고 하였더니 주변 사람 모두 그녀를 만류하고 혹은 비웃었다. 오직 한 사람의 친구만이 그녀의 의견을 존중하고 먼저 사막으로 건너가 일자리를 잡고 그녀에게 사막으로 오라고 했는데 그 사람이 바로 그녀의 남편이 된 스페인 남자 호세이다. 싼마오는 이렇게 그 시절을 추억한다. "그 친구가 사랑을 위해 사막에서 고생하고 있을 때, 나는 하늘끝 땅끝까지 한평생 그와 함께 떠돌겠다고 마음을 정했다." 보통의 결혼 특히나 그 당시의 결혼은 여자에게 속박일 수밖에 없었을텐데 싼마오는 지혜롭게도 자신을 이해해주고 자신에게 부족한 현실적인 면을 채워주는 남자를 신랑감으로 택한다. 그리고 결혼을 결심하는 순간에도 저 남자와 행복하게 살겠다느니 안락한 가정을 꾸리겠다느니 하는 평범한 말을 하지 않고 '하늘끝 땅끝까지 한평생 그와 함께 떠돌겠다'고 말한다. 보통 사람들은 작위적으로 꾸며내려해도 꾸며낼 수 없는 말 아닐까. 삶은 나의 첫사랑, 세상은 나의 연인이라고 말하는 싼마오. 트위터도 끊고 인터넷도 안하고 강추위에 바깥 출입은 극도로 자제한 채 이런 글이나 필사하고 있으니 마음이 평화로워지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자유란 몰까. 생각해 본다. 세상의 negativity로부터 나를 보호하고 진정 자유롭게 살다간 이의 아름다운 인생을 보며 감응하고. 이것도 좋은 일상이지만 내가 실천할 수 있는 자유란 도대체 무엇일까. 아시는 분은 좀 알려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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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3-01 10: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3-02 00: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필링 굿
데이비드 번스 지음, 차익종.이미옥 옮김 / 아름드리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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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책은 우울증으로 고민하는 분이 남긴 인터넷 게시물에 어떤 분이 '프로작 한 알 보다 더 낫다는 평을 받는 책입니다. 읽어보세요'란 댓글을 달아놓은 것을 보고 나도 혹해서 구입한 책이다. 이 세상 어떤 책이 약물보다 더 효과적으로 병을 치료할 수 있다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인 번즈 박사는 우울증의 원인이 개인의 인지 장애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사망으로 우울증에 걸리게 되었다면 문제의 원인은 배우자의 사망이 아니라 배우자의 사망을 과도하게 비극적이고 부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나의 인지에 있다는 것이다. 슬픔은 우울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별개의 개념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배우자의 사망에 슬픔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모두가 우울증에 걸리는 것은 아니란 말이다. 부정적이고 왜곡된 인지를 가진 사람은 상황을 왜곡하여 해석하고(남편없이 난 살 수 없을거야. 나는 혼자 아무것도 못해. 세상 사람들이 여자 혼자 산다고 무시할거야 등) 쉽게 우울증에 걸린다. 정상적인 인지를 가진 사람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일정기간의 애도를 마친 다음엔 정상생활로 복귀한다. (남편이 없지만 나에게는 아직 가족들이 있다. 남편의 빈자리가 힘들기는 하지만 나는 혼자서 독립적으로 살 수 있는 성숙한 사람이다. 지금은 직업이 없지만 구직을 하면 적당한 곳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등)


사실 책을 처음 읽기 시작했을 땐 좀 긴가민가하였다. 세상을 밝고 긍정적으로 보라는 말이라면 이게 서점에 널린 '정신승리'류의 책과 다를게 무엇인가? 하지만 책을 읽어보니 저자가 하는 말은 "세상을 밝게 보라"가 아니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라. 자의적으로 해석하고 비관적으로 보지 말라" 는 것이고 그의 주장은 수십년의 진료경험과 학술적 연구에 기반한 것이기 때문에 내용이 체계적이고 전문적이며 신뢰성도 상당히 갖추고 있다. 또 이 말을 다시 하자면 그냥 간편하게 단행본 한 권 읽어볼까? 라고 이 책을 시작한다면 좀 딱딱하다고 느낄 수도 있을듯 하다. 책을 읽으며 등장하는 수많은 도표들을 보며 왠지 이 책을 학부 1학년 심리학 입문 교양교재로 봤던 것 같은 그런 환상이...!!!(물론 아니다)


정말로 이 책을 프로작만큼 파워풀하게 사용하려면 저자가 제안하는 많은 기법들을 실제로 사용해봐야 할 것이다. 속에서 부정적인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반대 의견을 써본다던지 등등 (구체적인 방법은 책 속에....) 나는 직접 플랜을 짜고 실천을 해보지는 않았고 그냥 이런것들이 있구나 하며 완독만 하였는데 이것만으로도 우울감이 어느정도 가시는 효과를 보았다. 실제로 책 속의 기법을 따른다면 효과가 더 클 것이다. 적절한 정신과 의사의 도움이 있다면 더 좋겠지만 사실 나는 이 책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은 우울증에 시달리지만 앞으로의 커리어 때문에 공식적인 진료기록이 남는 것을 꺼려하는 20대 젊은이 들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자살충동을 느낀다거나 하는 심각한 수준의 우울증 환자는 즉시 병원으로 가야하겠지만, 경미한 우울감을 느끼고 자력으로 이겨내고자 하는 의지가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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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욱 2017-01-26 13: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을 읽고 많이 와 닿아서 책을 구입했네요. 열심히 읽고 셀프힐링 해 보려구요. 감사합니다~

LAYLA 2017-01-28 10:00   좋아요 0 | URL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
 
고독한 밤의 코코아
다나베 세이코 지음, 서혜영 옮김 / 포레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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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넘어 함박눈>이 귀여운 느낌이라면 <고독한 밤의 코코아>는 진지하고 조금은 비관적인 느낌. 화려하지 않은 문장들을 이어 귀신같이 독자를 꼬여내는 작가의 능력은 언제나 출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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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 - 상 을유세계문학전집 85
볼레스와프 프루스 지음, 정병권 옮김 / 을유문화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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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배경은 19세기 폴란드이고 주인공은 상인 보쿨스키 그리고 귀족의 딸 이자벨라이다.보쿨스키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나 입에 풀칠할 길이 없어 돈 많은 과부와 결혼한다. 그 과부가 죽고 난 뒤에 별다른 꿈도 포부도 없이 아내가 남긴 상점을 꾸려가다 어느날 우연히 귀족의 딸 이자벨라를 보고 첫눈에 반하고 만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할 방법을 미친듯이 생각한다. 천대받는 '상인'인 그가 고귀한 귀족 아가씨의 곁에 가까이 갈 수 있는 방법은 오직 어마어마한 부를 축적한 대상인이 되는 것 뿐. 그래서 그는 목숨을 걸고 모든 재산을 정리하여 전쟁터로 떠난다. 그리고 군수사업에 뛰어들어 보통사람은 꿈도 꾸지못할 큰 돈을 벌어 귀향하는데...


단순한 사랑이야기라 하기엔 당시 몰락해가는 귀족들의 허위의식, 신흥 자본가 계급의 도약, 격변하는 시대 속에서 죽어라 고생하며 사는 폴란드 민중의 삶이 촘촘히 그려져 있어서 대하소설과 같은 느낌이 난다. 물론 그렇다 하여도 가장 중심이 되는 것은 이자벨라를 향한 보쿨스키의 사랑이다. 그는 이제 귀족들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사업가가 되었지만 혼자인 순간이 오면 어떻게 이자벨라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지 전전긍긍하고 그녀의 미소와 말 한마디에 온갖 의미를 부여한다. 마흔다섯에 열다섯 소년처럼 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가 그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하는 모습은 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만의 방식이란, 이자벨라의 아버지와 포커를 치면 일부러 져주고 이자벨라가 어려운 형편 때문에 은식기를 시장에 내놓으면 모른척 일부러 고가에 사들이고 그녀의 교양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남몰래 영어를 배우는 것 그리고 가끔 그녀의 냉당함에 그녀를 미워하게 될 때면 '나는 그 사람에게 죽을 때까지 고마워해야 할 거야. 내가 그 사람에게 미치지 않았다면 재산도 모으지 못했을 것이고, 가게 계산대 뒤에서 썩어 가고 있었을테니...'라고 정신승리하며 다시 그녀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는 것. 


보통 소설속에서 어떤 목적을 위해 신분상승을 이룬 남자 캐릭터는 차가운 경우가 많은데 보쿨스키는 인간적인 따뜻함을 간직한, 명석하고 도덕적인 사람이다. 부를 형성하는 과정에서도 운의 도움은 받았지만 부정한 짓은 절대 저지르지 않는다. 돈을 번 다음 어려운 사람을 보면 주저하지 않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창녀들에게는 직업교육을 제공한다. 보수적인 동네 사람들은 그가 창녀를 가까이 한다는 것만으로 온갖 입방아를 찧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다. 이처럼 밝은 사람이 경박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그 사랑 앞에 어떤 갈피도 잡지 못한 채 미친 사람처럼 번뇌하고 회의한다는 것이 소설의 포인트일 것이다. 계급사회가 무너지고 전쟁의 위기감이 전 유럽을 위협하는 19세기 후반, 바르샤바의 마지막 로맨티스트 보쿨스키는 과연 자신의 사랑을 이룰 수 있을 것인가?


폴란드 작가의 소설은 읽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데 이 작품을 통해 폴란드 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고 구글 맵으로 바르샤바의 모습도 찾아 보았다. 독자들은 알테다. 지도로 그 곳을 찾아본다는 건 그만큼 그 문학 작품이 생생했다는 것, 사실과 관계없이 이미 내 가슴 속에서 소설의 주인공들은 바르샤바의 거리를 걸어다니고 있다는 것. 무려 1200페이지를 통해 작가가 하는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 나서는 이 책이 내가 아는 세상에 양감을 더해주었단 생각이 들었다. 문학작품을 통해 세상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힌다는 것이 이런 의미였구나 하고 실감할 수 있었달까. 많은 책을 읽었지만 그런 실감을 준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더 많은 사람들이 알았으면 하는 멋진 작품.


* 인형이 폴란드에서 수차례 영화와 드라마로 만들어졌다 하여 구글로 찾아본 보쿨스키의 모습.

내가 생각하는 모습과 거의 일치해서 놀랍고 만족스러웠다. 강한 의지와 불안함으로 인한 신경질이 묻어나는 얼굴 그리고 비싼 고급 외투와 모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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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만화 시리즈
마스다 미리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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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별다른 줄거리도 없이 여자 셋이 아무말 대잔치 하는데 그게 힐링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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